반도체업계는 비난해 이른바 '백혈병 사건'으로 고생했다.
반도체 공정에서 나오는 각종 성분이 종업원들의 백혈병을 유발했다는 주장이 나돌아서였다.
하지만 반도체 공정 물질과 백혈병은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는 게 학계의 중론이다.
공장 내에서 검출되는 백혈병 유발 의심 성분은 공기 중에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반도체 공장에 대한 오해가 생겼다.
업계는 지난해 내내 오해를 바로잡으려 노력했고 이제야 겨우 수습돼 가는 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30일 SK하이닉스의 경기 이천 공장에서 협력업체 직원 세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질소 가스에 질식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는 것이 SK하이닉스의 설명이다.
따지고 보면 이날 사고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다.
질소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에서 두루 쓰인다.
수분을 없애줘 부품의 산화를 방지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질소에 노출된다고 질식하지 않는다.
공기 중에도 상당량의 질소가 포함돼 있다.
질소마능로 가득 찬 밀폐된 공간에 들어가야 질식한다.
질소는 색도 맛도 향도 없다.
눈으로는 방 안에 질소가 있는지,
공기가 있는지 구분할 수 없다.
반대로 발하면 방 안에 질소가 가득 차 있다고 표기만 해 놓으면 무턱대고 들어가
질식할 일이 없다는 뜻이다.
이번 질소와 똑같은 질소가스에 질식해 협력업체 직원이 사망한 사고가 지난 1월
한 디스플레이 공장에서도 발생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은 비슷하다.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반도체업계도 지난 1월의 사건을 보고 반면교사를 삼았으면
이번 사고를 막을 수 있겠다.
하지만 불과 석 달 만에 비슷한 사고가 발생하고 말았다.
한 반도체업계 고위 관계자는 "근거가 부족한 백혈병 루머 때문에
자녀를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지 못하게 하는 부모도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런 루머를 잠재우려면 업계에서 각ㅈ동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더욱이 메모리반도체는 몇 안되는 한국의 세계 1위 상품이다.
지ㅣ금보다 더 많은 우수 인재들이 반도체업계로 모여야 한다.
업계가 다시 한 번 안전의 중요성을 새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남윤선 산업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