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기어> 한국판 에디터 황인상 입니다. 이번에는 네비게이션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기능이 많은 네비게이션 맵에는 3D 기능이 들어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작은 화면에 입체로 표현해 봤자지…'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를텐데요, 저또한 그랬습니다. 그런데, 요즘 3D 내비게이션은 예전같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실제 모습과 내비게이션에 떠오르는 모습이 어떻게 다를까? 어색할 줄 알았던 3D 내비게이션으로 표현된 서울의 구석구석은, 거짓말 조금 보태자면 실제 건물과 창문 개수까지도 닮아 있었습니다. 그러면 본격적으로 비교 도전기를 올리겠습니다.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세상 많이 좋아졌네." 3D 내비게이션이란 말에 대뜸 한번 보자고 달려든 택시기사는 감탄사를 연발한다. 동대문을 앞에 두고 화면으로 보이는 동대문과 실제 동대문은 보여지는 위치와 각도, 디테일한 모습까지도 흡사하게 닮아있다. 좋아진 세상과 실제 세상을 비교하기 위해, 시뮬레이션 자동차 게임을 하는 듯한 이 화면을 따라 우리는 서울 시내 주요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다. "내비게이션 회사 직원이에요?" 라고 묻는 그에게 흐믓한 미소 한방을 날리고 입을 닫았다. 그는 내 속마음을 모를 것이다. '아저씨, 우리에게 백날 이야기해봐야 싸게 살 수 없어요.'
동대문
어쨌든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이 무모한 도전은 시작됐다. 그 잘난 3D 내비게이션이 얼마나 현실을 닮아있는지, 오직 그것 하나가 궁금했다. 서울을 동서남북 네 권역으로 나누고 그 지역을 대표할 랜드마크를 찍는 것으로 게임을 시작한다. 대략 세 시간이면 끝날 거라고 여겼던 무모한 기대. 끝나고 뜨끈한 순대국이나 먹자던 여유가 결국 빵과 우유로 끼니를 때워가며 무려 여덟 시간의 고생으로 이어질 줄은 그때만 해도 정말 몰랐다.
종로 삼성증권 빌딩
부랴부랴, 귀성길 차들과 합류되지 않도록 얼른 발길을 서울 시청으로 옮겼다. 버드뷰로 표현된 시청과 광화문 사거리는 드라이브뷰가 표현하지 못했던 디테일한 부분들까지 잡아내고 있다. 시청, 이 방대한 곳을 또 어찌 담아낼까? 이제 두 번째 랜드마크인데 계속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싶은 불안감이 몰려온다. 옛 국세청 건물, 지금은 삼성증권 건물로 있는 종각역의 랜드마크는 실제와 내비게이션이 거의 흡사하다. 이제까지 본 건물 중에서 그나마 제일 닮았다라는 느낌이다.
구의동 테크노마트
"가자, 다음장소로!" 본래 다음 기점은 대학로였다. 그런데 대학로에 가봐야 마로니에 공원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물론 내비게이션의 모의 주행에서는 그런대로 형상은 잡혀 보였다. 더 늦기 전에 동부로 넘어가자. 동대문을 지나, 강변 테크노마트까지 무려 세 시간이나 걸렸다면 믿겠는가? 내비게이션 실사 촬영이 아닌, 졸지에 서울 24시간 레이스가 돼버린 이 심정은 당하지 않고서는 모르리라. 테크노마트는 정말 거대했다. 이미 시간을 저녁을 지나 주변은 어둡기만 하다. 내비게이션의 테크노마트도 이미 화려한 불빛으로 물들어있다. 테크노마트를 한번에 담아내려면 한강 보행자 통로에서 무단주차를 해야 한다. 비상등을 켜고, 보닛을 열고 한마디로 쇼를 했다.
잠실 야구장
자, 이제 강남으로 넘어가자. 몸은 이미 지칠 만큼 지쳐버렸다. 사진 촬영이 힘든 것보다 이동하는 데 모든 노력을 쏟아버렸다. "퇴근시간과 함께 귀성행렬이 몰리는...." 교통방송 아나운서의 멘트가 이렇게 살인적으로 파고들다니. 서둘러 잠실에 도착, 잘 묘사된 3D 롯데호텔과 실제 롯데호텔을 찍고, 삼성동으로 향하는 도중 잠실종합운동장도 한 컷 담았다. 마침 야구경기가 한창인 경기장은 내비게이션에 표현된 것처럼 뜨거운 불빛이 가득하다. 화면과 실제를 찍고 있는 우리 옆에선 웬 연인이 헤어질 듯 싸우고 있다. 거기다 대놓고 "저기, 사진 찍게 조금만 비켜주세요"라고 했다가 거의 죽을 뻔했다는.... 삼성동 글라스 타워
여의도 KBS 방송국
삼성동 글라스타워를 담고, 여의도 KBS 본관으로 이동했다. 다행히 강서로 가는 길은 동으로 이동하는 것보다 비교적 한산하다. <1박2일>의 오프닝 녹화라도 있을까 찾아봤지만 본관 앞마당은 '사수하라, 지켜내자'라는 플래카드만 가득하다. 물론 내비게이션 화면에는 깔끔한 본관만이 담겨있다. 깜빡 잊었던 노량진 수산시장을 찍을 때는 강남에서 여의도를 올 시간의 딱 1.5배가 더 걸렸다. 그 짧은 이동구간을 말이다.
목동 CBS 사옥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 독립문
한강 다리. 위에서부터 성산대교, 서강대교, 청담대교, 올림픽대교
자, 어쨌든 서울을 네 조각으로 쪼개 각각의 랜드마크를 담아내는 일에 성공했다. 그들을 3D 내비게이션으로 비교해본 결과는 매우 만족스럽다. 주변 지역의 3D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버드뷰가 어울리지만, 특정한 입체 영상을 만끽하려면 드라이브뷰를 사용하라. 지도를 보면서 남산이나 특정 지역을 지날 때면 케이블카 같은 부분들은 애니메이션으로 표현, 움직이는 사실성에도 공을 들인 흔적이 짙다. 또한 편의점, 주유소, 자동차영업소나 오후, 밤 등 시간에 따른 변화 등도 입체 내비게이션답게 훌륭하게 표현돼있다.
어떻게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사실 취재는 작년 가을에 한 거라 지금 현재 모습과는 차이가 좀 있습니다. 참고로 내비게이션은 팅크웨어 K2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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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TopGear> Korea 원문보기 글쓴이: 톱기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