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기누설의 진실
영험한 도사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소문을 듣고 몰려들었다.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던 선비 세 사람도 소문을 듣고 도사를 찾아갔다.
그들은 이번 과거에 누가 급제할 것인지 물어보았다.
도사는 눈을 지그시 감더니 그들에게 손가락 하나를 내밀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선비 한 사람이 "손가락 하나는 한 명만 합격된다는 뜻입니까?" 하고 물었다.
잠시 후, 도사의 시종은 먼지떨이를 흔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만 가세요, 이것은 천기라서 더 이상 누설할 수가 없습니다."
선비들은 궁긍하여 견딜수가 없었지만, 한양으로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선비들이 돌아간 후에 시종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도사에게 물었다.
"스승님께서 손가락 하나를 내민 것은 한 명만 합격된다는 뜻입니까?"
"그렇다" 스승은 웃으며 대답했다.
"만약 둘이 합격하면 틀리잖습니까?"
"그때의 손가락 하나는 한명이 합격되지 못한다는 뜻이니라."
"그럼 선비 셋이 모두 합격하면 어떻게 되나요?"
"그땐 하나도 빠짐없이 합격된다는 뜻이니라."
시종은 무릎을 치며 말했다.
"스승님, 이것이야 말로 바로 천기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