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의 상념
8월, 장맛비가 어지간하다.
주룩주룩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면 무작정 불특정 다수인 중
그 누구인가를 그리워하게 한다. 그런데 내가 요즘 역사책을 읽고있는 중이라
그런지 이런 축축한 날에 세 장수의 얼굴을 그려본다.
조국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고뇌의 찬 우수에 젖은 얼굴들이다.
첫 번째 장수는 카르타고의 하니발이다.
하니발은 제2차 포에니전쟁에서 나폴레옹이 넘었던
알프스산맥을 나폴레옹보다 2000년 전인 기원전 시대에 코끼리 부대를
앞세우고 넘어 로마를 점령한 영웅이다.
웬일인지 비애 같은 그늘이 드리운 서정적인 하니발 얼굴 표정이 늘
내 가슴의 연민의 정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로마의 스키피오를 만나 전쟁에 패자가 되고 말았다.
모든 것을 잃고 고향인 카르타고에 은둔하고 있는데
로마로 끌고 가려고 하자 하니발은 자살하였다.
이때 천적의 적장인 스키피오가
그는 세상에 둘도 없는 전략가라고
내가 하니발을 이긴 것은 다 그의 전술을 배우고 익혀 사용한 것뿐이라고.
이런 천재는 여생을 편안하게 해줘야 할 것인데 죽게만들었다고 몹시 슬퍼하며 아쉬워했다고 한다.
역시 그릇이 큰 인간의 면모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두 번째로 마음에 둔 장수가 제갈공명이다.
제갈량은 고등학교 2학년 때 내 짝이 삼국지 소설을 펴며 3번째 읽는다고 한다.
나도 짝을 따라 삼국지를 읽기 시작했다.
전쟁에는 신출 기묘한 작전.
( 교묘한 자의 움직임은 귀신처럼 나타나고
귀신처럼 다니며, 별이 빛나고 하늘이 운행하는 것 같아 진퇴 굴신의 조짐도
나타나지 않고 한계도 없어 난새가 일어나듯,
기린이 떨치고 일어나듯, 봉황새가 날듯, 용이 오르듯,
추풍과 같이 출발하여 놀란 용과 같이 빠르다.)
회남자의 병략훈(兵略訓)에 나오는 이 말은 마치 제갈량을 두고 하는 말같아
이 영웅에 빠져서 삼국지를 손에서 떼지 못했었다.
오나라 손권과 손잡고 조조와의 대전에서 화공을 이용한
적벽대전의 완전한 승리는 얼마나 통쾌하던가.
하지만 선왕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출정하기 전 제갈량의 출사표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제갈량이 죽고 난 다음 역시 제갈량의 천적인 사마의는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이순신장군은 우리나라국민의 성웅이시다.
명랑해전을 보았을때도
다 쓰러져가는 나라를 구하고자 하는 일념으로
혼신의 힘을 다하는 장군을 장군이전인 한 인간의 삶이 너무 절절하고도
절실해 내 가슴을 아리게 하는 것이다.
몇 년 전에 다녀온 여수, 통영 글자 자체로 아름다운 한려수도.
제승당 앞의 옥같이 맑은 물. 그날도 비가 내려 통통 튀는 물이 번져
동글동글 물무늬로 번지는 비취 빛의 아름다운 바다를 본 적이 있다.
장군께서는 이 아름다운 나라를 지키려고 제승당 수루에 올라
긴 칼 차고 깊은 시름에 잠겨있던 모습은 지금 상상만 해도 눈물이 날 지경이다.
장군께서는 배 13척을 갖고 일본 배 333척을 쳐서 부수는데
자연을 과학을 이용해 전술을 펴는 것도 대단했다.
거기다 더한 전술, 어찌 아셨을까 요즘 내가 읽고 있는 책,
'지금 우리는 문학이 필요하다.' (찬가와 그 신경화학적 효과)에서
단체로 부르는 노래나 기도는 경건함으로 우리의 뇌, 뇌하수체에서
혈중 옥시투신 수치를 올라가게 한다고 한다.
이 옥시투신 유인책이 찬가로 이미 기원전 살라미스해전에서 호전적 연금술로 작용하여
그리스인들에게 두려움을 떨쳐내고 맹렬히 진격해 페르시아를 상대해 대승 거뒀다고 한다.
이순신장군도 찬가와 그 신경 화학적 효과를 알고 쓰셨을까?
전쟁하는 한쪽에서 여인들이 강강수월래를 부르며 춤을 추게 했다.
이 찬가와 율동에 맞춰 군사들의 뇌에도 이 화학물질이 작용해(?) 용기를 북돋아
기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내게 했는지 알 수 없지만 전쟁을 이긴 것이다.
장군은 하늘을 보시며 "아! 천행이구나."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어느 날 우연히 인터넷을 뒤지다
세계의 3대 해전이 눈에 들어온다.
이 해전은 그리스와 페르시아의 살라미스해전.
프랑스와 영국의 넬슨 제독이 죽은 트라팔가르해전.
그리고 영국과 스페인과의 칼레해전이다.
난 이것을 보자 명랑해전을 넣어 세계 4대해전이라 하고 싶었다.
다시 또 찾아보니 역시 누가 한산도대첩이나 명랑해전을 넣어야 한다고,
어느 누구는 미드웨이를 넣어 세계 4대 해전이라고 한다.
창밖을 본다. 빗물은 흘러간다. 세월도 흘러갔다.
소동파가 난세의 영웅들이 한 줌의 흙이 되고 바람이 되어 흐르는
인생이 얼마나 허무한가를 느껴 적벽대전에서 적벽부를 짓듯
나도 비를 바라보며 난세의 신기를 펼쳤던 영웅들과 함께
이순신 장군을 생각하며 조국이 삶이 무엇인지 인생이 무엇인지 상념에 젖고 있다.
첫댓글 이순신 장군은 성웅이 맞습니다
참으로 훌륭하신 분이시지요
그 덕분에 우리가 지금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 잘 보고 갑니다
누군가 예기하네요
이순신 장군을 또다른 면으로 보려면 김훈의 '칼'을 보라고요.
이 책도 봐야겠어요.
안녕하세요.
더운 여름도 잘 보내셨는지요.
안부가 궁금하던 차에
이렇게 역사책을 열심히 읽고 계시는 근황을 알게 되어 반갑습니다.
세계를 넘나드는 영웅의 책들을 읽으시고
독후감도 매우 수준 높으셔요.ㅎㅎ
강건하십시오.
별꽃님 정겨워요.
보고도 싶었는데 늦게 들어와 이제 인사를 드리네요.
요즘 역사책을 읽으니 넘 재미있어 한 번 올려봤어요.
늘 재미있게 사시기를 바랍니다.
아주 재밌고 공감하게 잘읽었습니다.
흔적님께서 글을 공감하시며 읽으셨다니 제가 얼마나 좋은 지요.
댓글 감사드리며 늘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저도 삼국지의 제갈공명이 감명깊어서 그런장면 읽고 또 읽곤 했지요 선배님의 글보며 위인전 다시 보는것 같애서 잼나게 읽었습니다
삼국지 읽은지가 오래됐어요.
그래 다시 한번 읽어보니 지금도 재미있어요.
역시 고전의 묘미는 언제 읽어도 폭 빠지게 되네요
늘 건강하시기를...
이제서야 봤습니다
낭만 선배님의 올려 주신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친다 하셔서 바쁘시고
사정이 있으셔서
많은 일들이 있으신걸 어느날 삶의글에서 뵙고
대충 알고 있었네요.이순신 장군은 성웅 맞습니다.
전라도가 친정이라
어릴때부터 강강술래 손에손잡고 많이도
뛰면서 어린날을 보냈기에 강강술래
기억하고 있습니다.
2019년9월 21일
종로 서울광장에서
국악 민요 행사 있어서 그날 강강술래 행사가 있어서 저도 그날 참석을 하며 강강술래 같이 뛰었던 기억납니다.
늘 항상 건강하시고 역사 이야기글 뵙고 싶습니다.ㅇㅂ
오랫만에 뵈어요.
전라도 강강수월레는 정말 고귀한 놀이예요
역사의 흔적이 묻어있는 우리나라 전통놀이죠
늘 건강하시고 늘 재미있게 보내세요.
진도 다리건너 전망대에서 우측 수백미터 지점 울들목을 눈으로 보니 이순신장군 참 지락가란 것을 알았습니다
재미나게 글쓴 낭만님께 엄지척
이순신 장군을 생각하며 못 가본 울들묵을 지도로 봅니다
을들묵 지형과 조류, 자연을 이용하는 과학적인 방법을 택하신 역시 신의 한 수라 할 수있겠죠
인성이 풍부하신 명장이요 덕장이요 지장인 이순신 장군님을 생각합니다
낭만 선배님은 정적이면서도 역사의식이
밇으시고 충절의 이념이 높으신 분이십니다 고운글 잘보고 갑니다
늘 평안하십시요
낭만 선배님 정말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역사에 대해 박식하시고 역사를 바라보시는 시야도 맑으셔서
구절 구절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면서 잘 읽었어요.
선배님의 좋은 글 삶방에서 더 자주 읽게 해주시길 부탁드리며 물러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