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에 한정발매된 것이어서 재고가 그리 많지 않은듯 합니다.
재발매여부는 전남동부지역사회연구소에서도 아직 결정 못한 것 같습니다.
앨범을 들어 봤는데 절절한 선율이 참 마음을 많이 울리네요.
아래는 오마이뉴스 기사를 퍼온 것입니다.
[ 음반구입 ]
Track List
01 봄이면 사과꽃이(작자 미상·김원중 노래·방종서 편곡)
02 1948년 10월, 여수(박두규 시·낭송)
03 추도가(작자 미상 안치환 노래·방종서 편곡)
04 오동도 엘레지(작자 미상 박양희 노래·편곡)
05 지리산 비가(작자 미상 한보리 노래)
06 부용산(박기동 시·안성현 곡·국소남 노래·박양희 편곡
07 산동애가(백부전 작사·곡 전인삼 노래·박양희 편곡
08 여수부르스(강석오 작사·임종하 작곡·전인삼 노래·박양희 편곡)
09 가을 모후산(김해화 시·배창희 곡·이미랑 노래)
10 여순동백(박두규 시·한보리 곡·김원중 노래)
11 남도 길(나종영 시·한보리 곡·김원중 노래)
12 그리운 나라(김기홍 시·한보리 곡·안치환 노래)
13 검은 산(안준철 시·한보리 곡·정찬경 노래)
14 고향(정지용 시·한보리 곡·김원중 노래)
여순사건 최초 진혼앨범 만들어져
전남동부지역사회연구소, "봄이면 사과꽃이" 제작
조호진(mindle21) 기자
1948년 10월 하순, 아름다운 항구도시 여수는 불바다가 되었다. 여수14연대 군인들의 봉기로 촉발된 여순 10·19사건. 이념의 칼날은 죽음과 죽임의 붉은 피에 젖어 무고한 민간인의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다. 차마 입과 가슴에조차 묻지 못한 사연들을 노래 가락 몇 사위로 삭여야했던 남도 사람들. 이제, 그 시절 옛 노래와 우리의 시가(詩歌)를 모아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염원하며 희생자들의 고혼(孤魂)에 바친다."
죽음의 역사가 남긴 피울음의 노래가 있다. 애끓는 가슴으로 숨죽여 부르던 그 노래들은 촌로(村老)와 운동권의 입을 통해 간신히 구전되어 전해져 왔지만 그 누구도 표면화시킬 엄두를 내지 못했다. 부역자로 내몰릴 것이 두려웠던 것일까? 아니면 그 노래의 무게를 감당할 자신이 없던 걸까?
전남동부지역사회연구소(소장 이영진)가 그 어두운 무게를 감당했다. 지난 2001년 음반제작에 돌입한 이 단체는 2년여의 산고 끝에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 진혼앨범 <봄이면 사과꽃이 -1948년 10월, 그 슬픈 영혼을 위한 진혼곡>을 순수한 시민단체 힘으로 제작·출시했다.
이념공세로 인해 반세기가 넘도록 모습을 감추다 드러낸 이 음반에는 표제곡인 "봄이면 사과꽃이(작자 미상·김원중 노래·방종서 편곡)"를 비롯해 모두 13곡의 노래와 시 낭송 "1948년 10월, 여수(박두규 시·낭송)"가 담겨 있다. 이 음반 연출은 시인이자 노래운동가인 한보리(본명 배경희)씨가 맡았다.
이 음반의 주제곡인 "봄이면 사과꽃이"를 비롯해 "추도가(안치환 노래·방종서 편곡)" "오동도 엘레지(박양희 노래·편곡)" "지리산 비가(한보리 노래)"는 모두 작자 미상으로 금지곡이었다. 이들 노래는 억울하게 희생돼 구천을 떠도는 여순사건 민간인 피해자들처럼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른 채 구전가요로 반세기를 떠돌았다.
죽은 누이를 애도해 지은 "부용산(박기동 시·안성현 곡·국소남 노래·박양희 편곡)"은 작곡자가 월북했다는 이유로, "산동애가(백부전 작사·곡 전인삼 노래·박양희 편곡)"는 빨치산이 많이 불렀다는 이유로 "금지곡" 취급을 당했다. 여순사건의 아픔을 담은 "여수부르스(강석오 작사·임종하 작곡·전인삼 노래·박양희 편곡)" 역시 빨갱이 노래로 분류돼 왔다.
이밖에 "가을 모후산(김해화 시·배창희 곡·이미랑 노래)" "여순동백(박두규 시·한보리 곡·김원중 노래)" "남도 길(나종영 시·한보리 곡·김원중 노래)" "그리운 나라(김기홍 시·한보리 곡·안치환 노래)" "검은 산(안준철 시·한보리 곡·정찬경 노래)" "고향(정지용 시·한보리 곡·김원중 노래)"이 수록돼 있다.
피울음의 노래가 죽음의 역사를 화해시키리라
여순사건의 시계 바늘은 1948년에서 몇 바늘 나아가지 못했다. 이 지역 시민들의 기억에는 죽음의 기억이 선연하고 그 맺힌 가슴에는 피멍울이 고여 있다. 날선 좌·우익의 칼끝을 누가 거두어줄 것인가. 이대로 묻어두고 갈 수도 아니 갈 수도 없는 이 비극의 아픔을 누가 씻겨줄 것인가.
피울음의 노래가 그 칼끝을 거두게 해야한다. 그 노래로 인해 우는 자는 울게 하고 말하고 싶은 자는 말하게 하면서 증오와 대립의 손을 거두고 부둥켜 안아 화해하게 해야 한다. 역사(歷史), 그 걸음은 저절로 걸어가지 않는 것. 하물며 수만의 죽음과 불바다의 참혹함으로 얼룩진 사건을 이대로 묻어둔다면 그 아픔은 불치병(不治病)으로 깊어질 수밖에 없다.
봄이면 사과꽃이 하얗게 피어나고
가을엔 황금이삭 물결치는 곳
아아 내 고향 푸른 들 한 줌의 흙이
목숨보다 귀한 줄 나는 나는 알았네
불타는 저 놀가에 노을이 비껴오면
가슴에 잠기어져 그려보는 곳
아아 내 고향 들꽃 피는 그 언덕이
둘도 없는 조국인줄 나는 나는 알았네
("봄이면 사과꽃이" 가사 "전문")
쫓고 쫓기어
한 시대를 보낸 상처
총 칼 맞은
대꼬챙이에 찍힌
세월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
흉터에는 단풍드는 산
다리 끌고 산몬당 넘어간 사내
피묻은 발자국처럼
모후산 단풍에서는 비린내가 나네
(가을 모후산 가사 "전문")
1948년 10월, 그해 아름다운 항구 여수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누구도 기억조차 꺼리는 그 도시는 불바다와 잿더미로 변했고 항구도시에 살아 남은 사람들 누구도 입을 열려 하지 않았다. 말문이 닫힌 폐허의 도시에 어찌 노래가 있었을까마는 그 처참한 슬픔의 뒷골목에는 이런 노래가 숨죽이며 떠돌았다.
오동도를 찾아서
갈매기 날아드는 바다였건만
오늘도 찬바람이 불어 오누나
아∼아 임 없는 섬에 홀로 앉아서
그 날의 행복을 그 날의 행복을
또 다시 부른다
("오동도 엘레지" 가사 "전문")
여수는 항구였다
철석철석 파도치는 남쪽의 항구
어버이 혼이 우는 빈 터에 서서
옛날을 불러 봐도 옛날을 불러 봐도
재만 남은 이 거리에
부슬부슬 궂은 비만 내리네
여수는 항구였다
마도로스 꿈을 꾸는 꽃피는
안개 속에 기적소리 옛님을 싣고
어디로 흘러가나 어디로 흘러가나
오막살이 처마 끝에
부슬부슬 궂은 비만 내리네
("여수 불루스" 가사 "전문")
전남 구례 산동마을에 살던 열 아홉 처녀 백순례(별칭 부전)는 여순사건 부역혐의로 경찰에 끌려간 셋째 오빠 백남극(여순사건 고문후유증으로 사망) 대신 죽음을 당했다. 왜 죽어야 하는지도 모른 채 끌려가 처형당한 그 처녀가 남긴 피울음의 노래와 지리산 사내들이 불렀던 노래는 다음과 같다.
잘 있거라 산동아 너를 두고 나는 간다
열 아홉 꽃봉오리 피워보지 못하고
까마귀 우는 곳을 병든 다리 절어절어
다리머리 들어오는 원한의 넋이 되어
노고단 골짝에서 이름 없이 스러졌네
잘 있거라 산동아 산을 안고 나는 간다
산수유 꽃잎마다 설운정을 맺어놓고
회오리 찬바람에 부모 효성 다 못하고
갈 길마다 눈물 지며 꽃처럼 떨어져서
노고단 골짝에서 이름 없이 스러졌네
("산동애가" 가사 "전문")
철쭉이 피고 지던 반야봉 기슭엔
오늘도 옛 같이 안개만이 서렸구나
피아골 바람 속에 연하천 가슴 속에
아직도 맺힌 한을 풀길 없어 헤매누나
아∼아 그 옛날 꿈을 안고 희망 안고
한마디 말도 없이 쓰러져간 푸른 님아
오늘도 반야봉엔 궂은 비만 내리누나
써래봉 달빛 속에 취화목 산죽 속에
눈을 뜬 채 묻혀져간 잊지 못할 동무들아
시루봉 바라보며 누워있는 쑥밭재야
잊었느냐 피의 노래를 통곡하는 물소리를
아∼아 그 옛날 꿈을 안고 희망 안고
한마디 말도 없이 쓰러져간 푸른 님아
오늘도 써래봉엔 단풍잎만 휘 날린다
("지리산 비가 1·2절" 가사)
1948년의 찢겨진 아픔을 2003년을 사는 후대 시인들이 되새겼다. 지난 것은 새로운 것만 못한 것인가. 잊고 말아야 세상은 날로 번창해 가는 것인가. 피멍든 역사의 대열에 동참한 시인들은 아니다, 아니다 손사래치며 이렇게 시를 적었고 목젖 뜨거운 가수들은 이렇게 노래 불렀다.
동백꽃 붉은 여수 망망한 바다
그대는 가슴에 피 묻은 붕대를 감고
파도 소리에 뒤척이네 잠 못 이루네
푸른 하늘 서러워 동백꽃 지는 날
아직도 흐르지 못한 그 세월이
내 가슴에 흐르네 흐르고 있네
("여순동백" 가사 "전문")
오마이뉴스 (2003. 6.14)
[ 음반구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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