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가로수길의 로드숍과 활발히 업데이트되는 온라인숍을 통해 진중하고 수준 높은 안목을 보여준 코발트디자인숍 유미혜 대표의 집에 다녀왔다. 그녀는 <메종>이 항상 강조했던 것처럼 디자인 라이프를 일상에서, 아주 제대로 즐기고 있었다.
에디터 정수윤 | 포토그래퍼 문성진
유미혜 대표를 쏙 닮은 소윤이. 엄마를 따라서 어린 소윤이도 자연스레 일상 속에서 디자인 아이템을 사용한다.
라이프스타일 셀렉션을 선보이는 코발트디자인숍의 유미혜 대표는 그녀의 삶 자체가 디자인 라이프다. 경쾌한 오렌지 컬러가 시그니처인 코발트디자인숍은 2005년에 오픈해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숍을 오가며 그들만의 특별하고 신중한 시선으로 선별한 라이프스타일 아이템과 희귀한 음반, 해외 각국의 잡지와 서적을 포함한 컬처 아이템을 선보이고 있다. 코발트디자인숍의 활동은 조용하지만 내공이 탄탄해 이 업계에서 그들이 갖는 존재감은 상당하다.
“전 무척 신중한 성격이라 물건을 쉽게 사지 않아요. 코발트디자인숍에서 판매하는 제품들도 같은 기준으로 골랐어요. 제가 직접 사용해보고 괜찮아야 소비자들에게 권할 수 있으니까요.”
그녀가 몇 개월 전 이사한 집 역시 긍정적이고 유쾌하지만 신중한 그녀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 인테리어로 꾸며졌다. 유미혜 실장과 돈독한 사이인 디자인서다의 홍희수 실장이 맡아 진행했는데 오래전부터 이사하면 인테리어는 홍희수 실장에게 맡기리라 공표하듯 말해왔었기 때문에 너무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이어진 일이었다고. 서로의 집을 오가며 감각과 안목을 공유하고 있었던 터라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따로 필요하지 않았을 만큼 서로에 대한 무한한 신뢰 속에서 공사는 쉽고 여유롭게 진행됐다.
하얀 벽에 두께가 얇은 흰 몰딩, 헤링본 패턴의 바닥재와 어우러진 디자인 가구와 소품은 유미혜 대표와 그녀의 남편인 웹 에이전시 코발트식스티 방동욱 이사의 평소 스타일을 잘 보여준다.
1 블루 비슬리장을 올려둔 소윤이 방 창가. 예쁜 박스들이 꼬마 숙녀의 방답다.
2 삼각 깃발 모양의 갈란드를 달아준 소준이의 방.
3 아이들의 놀이터가 된 거실. 패브릭 소파는 보컨셉 제품으로 커버링만 바꾼 것이고 패턴이 예쁜 패브릭 텐트는 해비태트 제품, 노란 스툴은 마지스 제품.
TV를 없애고 아이들을 위한 집을 만들고 싶다는 유미혜 대표의 바람대로 거실은 유미혜 대표를 쏙 닮은 침착한 소윤이와 보는 사람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미소 천사 소준이를 위한 놀이터가 되었다. 같은 평형대의 아파트에 비해 거실 폭이 좁고 긴 구조라 책장은 주방과 현관 사이 벽에 붙여 제작했는데, 소윤이와 소준이는 이 책장에 빽빽이 꽂힌 책을 곧잘 꺼내보고 유미혜 대표에게 읽어달라고 가져오곤 한다.
아이들 방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아이들 키높이에 맞는 수납장. 베란다 자리에 마루를 먼저 깔고 천고의 절반 높이쯤 되는 붙박이장을 짜서 아이들 물건을 수납할 수 있게 하는 한편 언제라도 장을 떼낼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아이가 둘이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뽀로로나 다른 만화 속 캐릭터 제품이 전혀 없는 이 집의 풍경은 왠지 낯설고 다른 집과 달라 보이는 것이 사실. 소윤이와 소준이는 뽀로로 인형 대신 무지의 우드 블록과 빌락의 장난감을 가지고 놀며 일상적으로 디자인 제품을 사용한다.
소윤이의 방에 놓인 철제 비슬리장에는 소윤이가 좋아하는 헤어 액세서리가 가득하고, 무지 벽걸이 CD 플레이어로 노래를 들으며, 미국 사무용품 브랜드인 팝핀의 오렌지색 홀더에 연필과 각종 필기구를 정리해둔다. 유미혜 대표가 패턴이 예뻐 해비태트에서 구입한 텐트는 아이들의 비밀 아지트가 됐고, 등받이에 손잡이가 달린 노란 마지스 스툴은 아이들이 흔들 목마 대용으로 즐겨 찾는 장난감이 됐다. 플레이샘의 비행기는 소준이의 페이버릿 장난감 1호. 스텔톤의 보온병에서 따듯한 물을 따라 띠마 컵에 물을 마시는 디자인 라이프가 곧 생활인 소윤이와 소준이가 먼 훗날 어떤 감성의 아이로 자라날지 사뭇 궁금해진다.
엄격한 기준으로 디자인을 고르는 에디터의 쇼핑 철학에 힘을 실어주는 집, 진정한 <메종> 피플다운 공간이었다.
1부부 침실 공간. 블랙 AJ플로어램프는 루이스폴센(몰테니&C 02-543-5093)제품.
2 소윤이의 책상.
3 소윤이 방 커튼은 머스터드 패브릭으로 포인트를 줬다.
4 두 살 소준이의 방에는 해이(aA디자인뮤지엄 070-4408-7311)의 폼폼 카펫과 이노메싸(02-3463-7752)의 흔들 목마를 놓아주고, 삼각 깃발 모양의 갈란드(루밍 02-6408-6700, www.rooming.co.kr)를 달았다.
1 다이닝 공간의 화이트 6인용 테이블은 해이 제품으로 국내에 본격적으로 해이 제품이 소개되기 전에 주문해 받은 것. PH조명은 안목과 취향이 남다른 남편이 직접 해외 옥션에서 구입한 것이다.
2 유미혜·방동욱 부부의 침실. 창에는 솔리드 리넨 커튼을 달았고 회색 스트라이프 침구(피스비위듀www.pisbiwidu.com 제품)를 깔았다. 두툼한 울 블랭킷은 스웨덴 클리판(Klippan) 제품으로 이노메싸에서 판매.
아이가 있으면 인테리어가 망가지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하지만, 유미혜 대표의 집은 다르다. 그 비결은 만화 캐릭터 상품을 구입하지 않는 것. 만지고 놀기 좋은 원목 장난감 위주로 사준다. 코발트디자인숍 유미혜 대표가 추천하는 아이들 책과 장난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