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텃밭에서 필요한 연장을 찾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지난 7월 도둑이 다녀간 후유증이다. 그래서 생각난김에 아곳 저곳 연장들을 찾아보니 처음에는 알지 못했던 도난품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처음에는 대문을 고라니가 들이받아 일부가 망가진줄 알았다. 그러나 몇일 후 삽이 안보이는 것을 알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대문을 건드린 범인은 고라니가 아닌 도둑임을 알게됐다. 그래도 다행이라 생각했던 것은 비싼 연장 2-3가지가 그대로 있었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삽은 가져갔지만 농사를 하는 사람은 아닌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 뒤로 필요해 찾았지만 안보이는 연장들은 모두 도난 당했기 때문임을 알게됐고 오늘 모두 정리해보니 약 4만원어치의 물품이 없어진 사실을 확인했다. 혹시라도 앞으로도 더 발견될지도 모르겠다.
도둑의 습성은 이해가 안된다. 지난해 가을 건축예정 부지에서 흙을 퍼올릴 때 흙통을 받치는 도구를 타고 울타리를 넘어온 도둑이 삽을 훔쳐가기를 두차례. 처음에는 여전히 고라니가 들어와 울타리를 망가트린줄 알았었다. 도둑임을 알게 된 것은 필요한 연장이 없어졌다는 것을 알고난 후였다. 그동안 모두 3자루의 삽이 도난을 당했다.
세자루의 삽은 어디에 쓰는지가 궁금하다. 고물상에 팔아본들 1천원도 못받을 물건인데. 아무튼 그 도둑은 지금도 우리텃밭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어쩌면 마늘도 그들의 소행인지 모르겠다. 해마다 우리밭이 내려다보이는 무덤앞에서 나물을 뜯는척 하며 우리밭을 이리 저리 살피는 중년부부가 있었다. 아내는 틀림없이 그들일 것이라고 하였다.
도둑이 틈타는 것은 내가 헛점을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처음 도둑이 들어왔을 때는 어디로 들어왔는지를 도무지 짐작조차 못했다. 그런데 두번째 도난을 맞은 후에야 망가진 울타리의 구멍은 고라니가 아니라 도둑에 의해 만들어진 것임을 알았고 그가 이용한 도구는 바로 내가 사용하는 물품이었다는 사실에 뒷통수를 맞은듯한 기분이었다.
금년에도 도둑이 들어온 결정적 계기는 무덤을 오르내리기 위해 설치된 사다리 때문이었다. 누가 가져가지 말라는 의미로 사다리 주인이 나무에 묶어매 놓은 것을 풀어서 우리밭 대문을 타고 넘어 왔으니 머리는 좋은편인듯 하다. 무엇보다 양심이 없는 전문가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4민원의 금액은 나에게는 얼마든지 감당할만할 금액이다. 이 사건을 통해 그 이상의 단계를 생각하게 된다면 귀중한 투자가 될수도 있다. 바로 내영혼을 호시탐탐 노리는 악한 영들이다. 울타리가 허술하거나 도둑으로 하여금 이용할만한 도구를 제공했기때문에 도둑이 들어오듯, 악한 영들이 나의 심령에 침투하는 것도 전혀 다르지 않다.
3년전 조경공부를 할 때 같이 공부하던 동생뻘 되는분이 매일 카톡을 보내주는데, 이따금 성생활에 도움이 되라는 의미로 음란 동영상을 몇번 보냈던 적이 있다. 무심코 눌렀다가 황당한 모습에 경악을 해야 했고 상상도 못할 영상을 보면서 어떻게 세상에 이런 일도 다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분명한 사실은 일단 그러한 영상을 보면 마음이 그런 방향으로 치우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음란 동영상은 절대로 봐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사할린에서는 도둑이 하도 많아서 자동차는 반드시 차고안에 넣어놓고 잠금장치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한다. 외국인이 무심코 노상에 주차를 해 놓으면 도둑이 밤사이에 껍데기만 빼놓고 모두 뽑아가 버린다고 하였다. 그래도 한국의 치안은 안전한 편이라 우리는 도둑에 대하여 철저하지 못한 경향이 강하다.
나의 영혼의 울타리는 어떤 상태일까? 경험상으로 예수동행이라는 목표는 울타리를 더욱 안전하게 보강해주는 조치중의 하나라고 확신을 한다. 생식활동을 하는 두꺼비는 교미후 독사에게 잡아먹히기를 원한다.
그래야 독사의 내장에 들어가 부화한 새끼들이 독사의 살을 파먹으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독사의 신체는 두꺼비새끼의 인큐베이터인 셈이다.
두꺼비의 교란에 독사는 절대로 넘어가지 않으려고 애를 쓰지만 결국은 두꺼비의 계략에 농락을 당하고 두꺼비를 삼켜버려 자신의 생을 마감하게 된다고 한다. 마귀는 갖가지 방식으로 우리를 시험에 빠지도록 유도한다. 가장 가까운 사람을 이용해 이성을 잃도록 유도를 한다. 어떻게든 내가 죽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아나도록 유혹을 하게 되고 결국은 자신도 모르게 마귀의 궤계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내가 죽은 사람은 마귀가 제아무리 흔들어도 넘어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