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2022-03-07)
< 청바지를 입다 >
文霞 鄭永仁 -
딸이 생일 선물로 청바지를 사 주었다. 휘뚜루마뚜루 실용적으로 입기에 청바지만한 입성이 없을성싶다. 질기고, 잘 구겨지지 않고, 세탁하기 에도 참으로 편리하다.
겨울철이면 두툼한 솜옷 바지저고리를 입던 시절이 생각난다. 어머니께서 오줌을 싸거나 얼음판에 빠진 솜옷 바지를 솜을 꺼내고 빨아서 다시 솜을 넣고 솜바지 저고리를 꾸미기는 여간 손이 많이 가고 번거로운 것이 아니었다. 얼음판에서 솜바지를 입고 빠지면 야단맞기 일쑤였다. 하기야 솜바지 하나만 달랑 입고 다녔으니 말이다. 물에 푹 젖은 솜바지를 그냥 말리기란 역시나 쉬운 일이 아니다. 솜바지 저고리 한 벌 가지고 한 해 겨울을 나야만 했다. 우리는 솜바지가 다시 만들어질 때까지 화로를 끼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기다리기도 하였다.
청바지는 원래 미국 서부개척시대의 산물이다. 질기고 실용적으로 입게 만든 청바지는 마차의 천으로 만든 광부의 바지였다. 골드러시를 따라 서부개척민들이 마구잡이로 입던 옷이었다.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사랑 받는 옷 중에 하나다. 한복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옷이지만 실용적인 옷은 아니다. 한복 한 벌 꾸미기는 수많은 손과 공정을 거쳐야 한다. 한번 세탁하여 다시 꾸미는 일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일을 밥 먹듯이 하였으니 한국 여성이란 1인 8역을 하여야 하는 수퍼 우먼 중이 우먼이었다. 그러나 청바지는 저녁에 빨아 널면 아침에 툭툭 털고 입을 수 있었다. 한복은 그러하지 못하다.
미국 청바지의 창시자는 유대인 리바이라 하다. ‘리바이스’라는 청바지의 창업자이다. 리바이가 마차 지붕으로 쓴 질긴 범포(帆布)로 만든 옷이 청바지의 시초였다. 청바지가 된 또 다른 이유는 리바이는 자기가 만든 바지에 독사들이 싫어하는 인디고란 자연 염료로 청색으로 물들여서 청바지란(Blue Jean) 란 이름에 붙여졌다는 것이다. 청바지는 대중적이고 독창적이며 글로벌한 옷의 대명사이다. 청바지는 5가지가 없는(NO) 옷으로 표현한다. 노 클래스(계급 초월), 노 에이지(연령 초월), 노 시즌(계절 초월), 노 섹스(성별 초월), 노 보더(국경 초월). 거기에 한 가지 NO를 덧붙이면 노 타임(골라서 입을 시간이 필요 없음). 결국 청바지는 미국 문화의 실용적이고 개척적이며 평등한 계급사회의 철폐, 글로벌한 남녀공용의 전단을 대표하는 옷의 문화이다.
리바이 아버지는 그가 세상을 떠날 때 다음과 같이 당부했다. “아들아, 하느님이 우리를 심판할 때 맨 먼저 묻는 것이 뭔지 아니? ‘너는 네 할 일을 진정으로 다 하였는가?’ 라는 질문이었다. 이 말은 리바이의 평생 화두가 되었다고 한다.
20세기 초까지 철강, 석유, 의류의 3대 산맥을 이끌었던 것은 유대인의 창조정신이었다. 세계의 부(富)의 대부분은 유대인이 차지하고 있다. JP 모건의 철강, 록펠러의 석유 등 3대 산업은 유대인의 수중에 있었다. 지금의 세계도 세계 3대 산업인 자동차, 반도체, 우주 개척 등의 창조적으로 키워가고 있는 부류는 유대인이라 한다. 청바지라는 옷의 기본 개념은 실용적에 있다. 지금의 패션시장에서는 멀쩡한 청바지에 구멍을 내거나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시멘트 바닥에 문지르는 등 그 본질이 변질되어 각고 있다. 6.25 동란 후, 군복을 염색하여 사시사철 입던 우리네 젊은이들이 생각난다. 유대인 보고 ‘사람은 왜 사는가?’ 라고 물어보면 “티쿤 올람(Tikkun Olam)"라 대답한다고 한다. 이 말은 ‘하느님이 창조한 세상을 좀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어야 한다’ 라는 뜻이라 한다. 단군의 홍익인간(弘益人間)과 일맥상통한다. 어찌 보면 청바지의 5NO는 수평적이고 실용적이며 민주적인 미국문화의 대표적인 아이콘이 아닐까 한다. 아직도 수직적이며 형식적인 치레에 얽매이는 우리가 받아드려야 할 진짜 미국 문화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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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학교시절 미군복 염색해서 입고 다녔던 " 스모루"
나중에 보니 싸이즈가 한국인은 대부분 small 이었기 때문에. ㅎㅎㅎ
스모루와 군화 신고 댕기던 학창 시절,,, 그리워
내가 중학생일 때, 가난한 대학생이던 둘째 형도 남대문 시장에서 산 군복을 염색하여
주야장철 입고 다녔습니다. 헌병들이 군복을 단속하면서 옷등에다 가위표를 하던
생각이 납니다.
\'스모루'가 그런 뜻이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