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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선수 최초로 챔스 결승전에 출전한 박지성.ⓒ gettyimages/멀티비츠 |
꽤나 복잡한 구도다. 박지성의 맨유 탈퇴설의 발단은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다. 맨유는 바르셀로나에 패해 유럽 챔피언 등극에 실패했다. 바르셀로나의 주축 수비수들이 여럿 결장해 맨유의 우세가 점쳐진 경기였다는 점에서 올드 트래포드 팬들의 실망은 더했다.
박지성 이적설은 일종의 책임론이다. 더블을 눈앞에서 놓친 것에 대한 책임을 묻는 언급이다. 물론 책임론이 박지성에 국한한 굴레는 아니다. 맨유와 결별 수순을 밟고 있던 카를로스 테베스를 비롯해 디미타르 베르바토프, 루이스 나니, 토마시 쿠시착, 폴 스콜스 등의 이름이 ‘책임론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
책임론은 쇄신론과 맞물려 있기도 하다. 챔스 우승 좌절을 전환점으로 클럽을 새롭게 재구성하고 침체한 팀 분위기를 일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쇄신론에는 레알 마드리드 등지로 이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C.호나우도 공백에 대비한 클럽 리빌딩을 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담겨있기도 하다.
맨유 쇄신론의 복잡한 구도
맨유의 쇄신론은 여타 유럽의 슈퍼 클럽들의 대대적인 개편과 궤를 함께하는 시선이기도 하다. 제2의 갈라티코 정책을 표방한 새 구단주의 입성으로 전면적인 개혁을 예고한 레알 마드리드와 리그의 구조 개편을 모색 중인 이탈리아 세리에A, 분데스리가 우승을 놓친 뒤 절치부심 중인 바이에른 뮌헨 등 슈퍼 클럽들의 공세적 스쿼드 개편에 따라 스타플레이어들의 둥지 이동이 봇물 터지듯 이어질 경우 맨유의 선수단 개편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분석이다. 프리미어리그 내부적으로도 아스날과 첼시, 맨체스터 시티 등의 전면적인 쇄신이 예고되고 있는 데다 뉴캐슬의 챔피언십 강등, 맨 시티 알 파임 구단주가 인수절차를 밟고 있는 포츠머스의 선수단 개편 작업이 큰 폭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박지성은 이적설에 개의치 않고 대표팀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KFA |
하지만 냉정하고 차분하게 현실을 바라보면 특이한 흐름만도 아니다. 챔스 우승 좌절이 아니더라도 시즌 종료 뒤 이적과 영입설은 일종의 통과의례일 만큼 반복한 일상이다. 맨유가 전면적인 책임론과 쇄신론에 투항해야 할 만큼 올 시즌 부진했는지에 대해서도 동의하기 어렵다. 상대적으로 주목이 덜한 FIFA클럽월드컵과 칼링컵은 차치하더라도 잉글랜드 최고 권위의 프리미어리그에서 3년 연속 우승을 일궈냈고 챔스에서는 2년 연속 파이널에 진출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프로축구리그인 1889년 출범한 잉글랜드 리그 120년 역사 최다 우승 타이틀(18회/리버풀과 동률)을 거머쥔 해이기도 하다. 책임론과 쇄신론에 부분적으로 동의할 수 있지만 챔스 우승 좌절에 따른 후폭풍치고는 지나친 감이 드는 건 이 때문이다.
박지성의 입장이 가장 난처할 듯하다. 영국시인인 조나단 스위프트는 ‘공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일종의 세금과도 같다’고 말했지만 현재 박지성을 둘러싼 논쟁은 그로서는 참으로 마주하기 힘든 일일 것이다. 박지성 스스로 밝혔듯 2005-06시즌 프리미어리그 진출 이래로 부상 없이 시즌을 소화한, 어느 시즌보다 팀 전력에 힘을 보탠 시간이었기에 시즌 종료 뒤 일부 언론의 냉혹한 흔들기와 비난은 가슴을 더 아프게 할 듯하다. 찬사와 비판을 반복해서 마주한 경험이 한편의 버팀목이겠지만 씁쓸한 기억마저 어쩔 수는 없을 것이다.
불완전한 FA제도와 보스만 규정
박지성의 이적설 논란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돌린 곳은 K리그다. 이적 규정 때문이다. 박지성과 맨유의 계약기간은 2010년 6월까지다. 1년의 계약기간이 남아 있지만 재계약 여부를 놓고 일찌감치 논란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보스만 규정의 영향이다. 보스만 규정은 계약이 종료한 선수는 이적료 없이 타 팀으로 이적이 가능하며 계약만료 6개월 전까지 원 소속팀과 재계약하지 않을 경우 타 팀과의 이적 협상과 사전 계약이 가능하다고 규정한 룰이다.
기준은 6개월 전이지만 통상적으로 클럽과 선수가 1년 전에 재계약 협상을 마무리하는 것은 시간에 쫓겨 합리적이지 못한 결과를 도출할 위험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2001년 토튼햄에서 아스날로 이적한 수비수 솔 캠벨이 보스만 규정을 이용해 토튼햄과 재계약할 것처럼 행동을 취하다 아스날로 이적을 결정, 내부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박지성이 계약 만료 1년 전 혹은 6개월 전까지 재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고 해서 맨유를 떠나는 것은 아니다. 타 팀과의 이적 협상과 이적료 없이 적을 옮길 수 있는 운신의 폭이 확대된 것일 뿐 맨유와의 재계약은 언제든 가능하다. 맨유의 긱스와 첼시의 발락이 최근의 사례다.
프로리그의 경쟁력은 어디서 출발하는 것일까.ⓒKFA |
글로벌 스탠더드와 특수성
하지만 아직까지는 반쪽짜리 K리그판 보스만 규정이다. FIFA가 권고하는 유럽의 보스만 규정이 계약만료 6개월 전부터는 타 팀과의 이적 협상과 사전 계약이 가능한 반면 K리그판 보스만 규정은 계약만료 5개월 전부터 원 소속팀 임의의 이적 추진을 제한할 뿐 FA선수의 타 팀과의 이적 협상과 사전 계약을 허용치 않고 있다. 예외적으로 해외 클럽과의 이적 협상은 가능하다. 국내외 규정 적용이 불일치하는 건 K리그의 그것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보스만 규정의 취지인 선수의 자유의사 보장과 그에 따른 리그 활성화에 부합하지 않는 K리그판 보스만 규정인 셈이다. J리그처럼 K리그에 선수협의회가 존재했다면 적잖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을 뜨거운 감자가 됐을 사안인지도 모른다.
글로벌 스탠더드가 언제나 참일 수는 없다. 해당 리그의 현실과 경쟁력을 반영한 글로벌 스탠더드라야 그 의미를 더하는 것은 사실이다. K리그 현장에서는 반쪽짜리 FA제도(이적료가 발생하는)와 보스만 규정 적용에 대해 시장과 재정 규모에 따른 불가피한 차선책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과 특수성이라는 틀에 갇혀 변화에 주저해서는 새로운 성취를 쥘 기회를 잡을 수 없다.
J리그의 또 한 번의 선택
아시아의 톱 리그로 성장한 J리그가 최근 FA선수의 이적료 철폐 등 보스만 규정의 완전한 적용을 선언했다. K리그와 마찬가지로 지출 확대에 따른 클럽 재정 위축을 우려한 반대 목소리가 없지 않았지만 리그 출범 20년도 안 돼 아시아 정상권에 진입한 힘이 글로벌 스탠더드의 적극적인 도입과 추진에 있다고 판단한, 일종의 학습 효과가 과감한 규정 개정의 배경이었다.
J리그는 FA선수의 이적료 철폐를 선언했다. 울산과 나고야의 ACL 장면.ⓒKFA |
"FA선수의 이적료를 없애면 구단 재정에 무리가 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당장의 이익을 위해 FA선수의 이적료를 존치하거나 드래프트 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방법은 장기적으로 J리그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FA선수의) 이적료를 없애는 대신 유소년 육성 시스템을 더욱 발전시키고 육성 지원금과 위약금을 확대하고 스카우트와 에이전트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선수 계약 전략 등 클럽의 사업적 능력을 키우는 것이 종국에 J리그의 성장을 가져올 것이다."
첫댓글 드래프트제도는 무턱대고 없앨게 아니라 각 구단이 유소년 시스템 완비해줄때까지는 기다려 줘야함....그리고 현재 15개팀인데 신생팀 추가 창단시에 강원처럼 선수지명권 몰아줘서 팀창단 가능하게 해주는 것도 있으니 승강제할만큼 팀수가 더 늘어나고 유소년 시스템 완비되면 그때 없애도 충분하다고 생각함...물론 지금은 불만이 있는 제도이지만...
그리고 FA선수 이적료는 2005년이후에 입단한 선수는 해당사항 없는걸로 알고 있는데...그전에는 입단할때 계약금 몇억원씩 받고 들어왔고....그래서 무턱대고 없앨수는 없는 거죠....2005년 이전에 입단한 선수들이 은퇴하면 자연스럽게 없어질듯....
맞습니다. 그건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입니다. 선수들이 계약금 토해내지 않는 이상...이제 점점 바뀌고 있으니 그냥 기다리면 되죠.
한국판 캠밸......뚜따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