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카이스트 3학년에 재학중인 OOO입니다.
천직캠프에 대한 소감을 말씀드리기에 앞서,
저와 카이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보려 합니다.
다들 신문기사에서 한번 쯤 보셔서 아시다시피 지난 해 봄,
카이스트를 다니는 네 명의 학우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 때 논란이 되었던 카이스트의 학사제도는 '전과목 영어수업'과 '등록금 차등지급'이었습니다.
저도 입학 전에는 믿지 못했지만, 실제로 카이스트에서 이루어지는 수업 중
<한국근현대사> 과목을 제외하고는 모두 100퍼센트 영어 수업입니다.
때문에 학생들은 한글로 들어도 어려운 전공수업을 영어로 듣고,
심지어 중국어나 이탈리아어 같은 제2외국어도 영어로 배울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카이스트에는 다른 대학과 다른 조금 특별한 등록금 제도가 있습니다.
바로 성적에 따라 모두 다른 등록금을 내야 하는 '차등 등록금 제도'입니다.
평점이 3.3 이상인 학생들은 돈을 한 푼도 내지 않고 학교를 다니고,
3.0부터 3.3까지는 160만원, 3.0 이하로 내려가면
160만원 플러스 0.01학점당 6만3천원을 내야하기 때문에,
평점이 2.9이면 한 학기에 223만원을,
2.5이면 475만원, 이런식으로 내려가 최대 한학기 750만원을 내야하는 제도입니다.
때문에 어떤 학생은 돈을 내지 않고 학교를 다니고,
그의 친구는 750만원을 내야 하는 상황도 벌어지곤 했습니다.
기자들은 이렇게 지나친 경쟁을 조장하는 카이스트의 학사제도가
많은 자살을 일으키는 원인이라고 연일 기사를 뽑아냈습니다.
한창 카이스트 자살사건으로 매스컴이 떠들썩할 때
제가 저의 미니홈피 게시판에 썼던 글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난 우리 학교가 좋다.
물론 싫은 부분도 많다.
나도 영어수업 싫고 등록금 차등지급도 싫다.
그치만 이 제도들만 없어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걸까?
우리는 대체 왜 공부하는데?
뭣하러 밤을 새가면서 과제하고 숙제하는데?
학교에서는 일부러 우리를 괴롭히려고 그 많은 양을 소화하라고 하는 걸까?
3.0을 넘겨서 학교에 돈을 안 내도 되면 그 땐 더 이상 열심히 공부할 필요는 없는 건가?
우리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자의식과 꿈이다.
내가 어떤 학교에 다니고, 학점이 얼마고, 학교에 얼마를 내고를 떠나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 하는지,
또 무엇을 위해서 공부하며,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정작 중요한 이런 것들에 대해 우리는 어릴 때부터 진지하게 생각해 볼 시간이 없었다
획일화 되어있는 초중고등학교의 교육체계 아래에서
사회는 우리에게 시험 잘 보고, 대학 잘 가라고 했다.
정작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왔더니
이제는 좋은 직장에 가서 연봉이 높은 직업을 갖는 게
마치 성공한 인생인 것처럼 보여주고 있으면서
어떻게 고인이 된 4명의 학생의 죽음을
단순히 KAIST의 몇 가지 제도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거지?
우리 학교가 100% 영어수업제도와 차등등록금 제도를 폐지하면
우리 학교 학생들은 행복할까?
이것만 없어지면 우리는 이제 돈이나 권력과 같은 물질적인 이유 말고
진정한 우리들의 꿈을 쫓아 즐겁게 공부할 수 있을까?
물론 더 여유가 있어서 생각할 시간이 많아지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이것만 없어지면 모든 게 다 해결될 거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대체 지금 얼마나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데?
이것이 지금 KAIST만의 문제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물론 올해 4명의 학생이 자살을 선택한 것이 이슈화 되는 것은 이해가 된다.
그치만 왜 이것이 KAIST 제도만의 문제인 거지?
지금 나오는 기사들을 읽으면 영어수업제도와 차등등록금제도가 없는 다른 대학교 학생들은
마치 자신의 진정한 꿈을 찾아 행복하게 공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이것이 사회 전체가 반성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대체 우리나라 학생들은 왜 그 어린 나이부터 학원 다니고 과외 받고 하는데?
고등학생들은 왜 그렇게 좋은 대학을 가려고 하는데?
KAIST에 다니고 있는 우리는 왜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는데?
사회는 왜 우리한테 무작정 좀 더 높은 곳으로 가라고 하는데?
대체 무엇이 다른 것보다 높으며, 거기에 과연 뭐가 있는데?
우리의 모습을 반성하며
더 나은 KAIST를 위한 방향을 이야기 했으면 한다.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 묻고 싶다.
OOO 너는 왜 공부하는데?
이상이 미니홈피에 올렸던 제 글입니다.
변리사가 되어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선임변리사가 되는 것이 목표였던 저는
이 사건을 계기로 국가교육 행정기획가가 되기로 확실히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고등학교. 장장 10년이란 시간 동안 성실하게 학교에 다녔지만,
내가 진짜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몰랐던
저와 같은 학생들이 나오지 않게 하는 것, 그것이 저의 꿈입니다.
그래서 저의 천직사명은 국가교육 정책기획자가 되어
학생들을 사랑하고 포용하며, 그들과의 소통을 통해 합리적인 제도를 만들어,
공교육으로 지식뿐만 아니라 꿈과 인격도 키울 수 있다는 믿음이 있는,
대한민국의 희망적 미래를 위해 공헌하는 것입니다.
어쩌면 이 천직 캠프 교수님들의 꿈과도 일부 겹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강사님들의 강의를 들으며 저의 꿈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이 시간이
너무 재미있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KAIST에도 이런 캠프가 열렸으면 하는데 없어서 OO대 학생들이 너무 부러웠습니다.
또 천직코치님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난 학기 안철수 교수님의 수업을 들으며
안 교수님이 하셨던 가장 인상깊었던 말을 여러분께 말씀드리면서 저의 소감문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부모님, 친구 등 주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방법은 단기적인 방법과 장기적인 방법이 있다.
주변 사람들이 다 원하는 길을 가게 되면 당장은 좋지만,
만약에 본인이 행복하지 않은 경우라면 오래갈 수 없다.
정말로 주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려면
우선은 이기적일 수도 있지만 자기 스스로 만족스럽고 행복한 삶을 살아야
자연적으로 주위 사람들도 결국에는 이해하고 행복해지는 것이다."
감사합니다.
이 글은 지난 12월 27-29일 열린 천직발견캠프에 참가했던 카이스트 학생이
보내온 천직발견캠프 참가 소감문의 내용을 본인의 허락을 받아 게재함을 밝힌다.
당신의 성공적인 닥취!! 닥치고 취업이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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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한번 뒤를 돌아보게 하는 좋은글이네요 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