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얼굴이 붉어진 보미는 태연한 척 표정을 하지만,
쥬니가 그녀에게 다가 올 수록 그녀의 표정이 굳어 간다..
“이런데 쳐 박혀서 그 실력을 썩히는 이유가 뭐야”
보미와 그의 거리 1cm.
그의 매력적인 목소리가 낮게 깔리고, 보미는 일부러 언성을 높힌다.
“뭐 뭘!! 너 이거 안 놓으냐! 이 녀석아”
“누난 누나 인생도 없냐? 성공 했어도 벌써 몇 십 번은 했을 뮤지션이…… 이게 뭔데”
보미는 자신의 손목을 흔들어도 보고 비틀어도 보며
애써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짓지만, 그녀의 심장이 쿵쾅 거리며 뛰어댄다.
“놔……이거. 그리고 오늘은 그만 가”
“5년 동안. 누나는 매번 나한테 배운다고 했지만, 내가 얼마나 많은 걸 배워 왔는지 모르지.
인생도, 음악도, 그리고 사랑도……”
준희의 손이 느슨해 지자, 보미는 자신의 손목을 그의 손 안에서 빼어내며 자리에서 일어 선다.
“난 항상 노래 부르고 글 쓰고 음을 만들면서 말하고 있었어..”
“……힘든 거 하지 마…… 쥬니는 한국 최고의 가수니깐 행복한 것만 해야 해.”
준희에게 등 돌려 서서 말하고는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 가 버리는
보미의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 진다.
중력의 힘이 아니었다면…… 그녀의 눈물은 누구에게 날아 갔을까……
그녀가 아프게 한 그. 아니면……
그녀를 아프게 한 그.
3일 밤을 새면서 실버의 녹음을 관찰하고, 컴퓨터, 기계, 그리고 악기들로
그의 노래들을 꾸민 보미는 피곤해 보이는 몸을 이끌고 사무실로 가 가방을 들고 나온다.
아무도 없는 녹음실 불을 끄고 캄캄한 복도를 지나 건물 밖으로 나온다.
아직 새벽이라 한산한 길 거리를 걸어 나온 그녀, 버스정류장까지 터덜터덜 걸어
첫 버스를 타 버스 의자에 털썩 주저 앉는다.
“아…… 나도 늙었나 봐..”
핸드폰을 꺼내어 커버를 밀자 보미와 재빈이 볼을 맞대고 환하게 웃고 있는
예쁜 사진에 불이 들어 온다. 이틀을 못 보자 견딜 수 없었던 그녀는 어제
재빈이를 찾아 가, 입 맛도 없지만, 그와 진규와 저녁을 먹고 급히 다시 녹음실로 달려 왔다.
“가서 딱 4시간만 자고 동물원에 가는 거야! 재빈이랑 팬더 봐야지~”
4시간 후
쉼 없이 울리는 핸드폰 소리에, 하얀 침대 시트 안에서 고개를 파 뭍고 자던 보미는
팔만 이불 밖으로 꺼내어 옆에 놓인 핸드폰을 더듬더듬 집는다.
“네……여보세요”
‘아직……자는구나. 미안해요, 깨워서’
낯선 여자의 목소리……
보미는 아직도 눈을 감은 체 핸드폰만 귀에 걸치고 있다.
“누구세요?”
‘오랜만인데, 네 목소리는 여전히 예뻐, 유보미, 나 김진희야.’
번쩍-
눈이 떠진 보미는 머리까지 덮고 있던 이불을 휙 거두며 몸을 일으킨다.
“누구?”
‘잠이……확 깬 것 같으네. 나 기억 하는구나. 맞아, 그 김진희야’
“……그,그래. 미안……너무 갑작스러워서……”
‘나 한국에 왔어. 제일 먼저 너 번호부터 찾아 냈고, 좀 만나자 오늘’
아침 9시.
진규는 그가 손수 싼 김밥을 통에 담고,
재빈이가 건네주는 커플 야구모자를 쓰며 그를 번쩍 들어 안는다.
“고모가 많이 바빠서…… 괜찮지?”
“응……. 도시락 많이 남겠다”
“그럼 남은 거 고모 가져다 주지! 오케이?”
재빈이 고개를 끄덕이지만, 그의 표정이 밝지가 않자 진규 역시 마음이 편치가 않다.
‘급한……약속이 생겼어……’
불안정한 목소리로 전화를 하던 그녀.
분명 재빈이와 소풍 간다고, 일찍 들어왔을 테고… 모든 약속은 미룰 수 있는 그녀.
중요한 일. 아니, 다급한 일이 생긴 것일 텐데,
언제나 그렇듯, 그녀는 말하지 않는다. 그녀의 고민 같은 건……
-카페-
짧은 시간 안에도 보미는 평소와는 다르게 화장도 하고,
회색빛 원피스와 검정색 하이힐을 신고 카페 안으로 들어 선다.
자신을 향해 손을 들어 보이는 한 여인을 보자, 보미는 숨을 깊히 들이 쉰다.
여전히 아름다운 미모. 꿀리지 않으려고 신경을 좀 썼지만,
오히려 그 사실 자체가 그녀를 더 작아지게 만들어 버렸다.
“토요일 아침부터 미안해, 휴일인데”
“언제 한국에 온 거야?”
“몇 일 됐어. 참…… 너 나빴다. 반가워 하는 기색이 하나도 없어”
보미는 고개를 숙이고, 진희는 주문을 받으러 온 웨이터에서
커피 둘. 이라고 짧게 말하고는 고개를 살짝 드는 보미에게 환하게 웃어 준다.
“괜찮아, 그게 당연한 거 아닌가? 내가 생각해도 나…… 재수 없어”
“나한테……연락 할 줄 몰랐어.”
“맞아. 우린 서로 같이 다니면서도 편한 사이는 아니었으니깐.”
두 여인의 눈동자가 마주친다.
진희의 눈동자는 미동도 없이 보미를 뚫어지게 보지만,
보미의 눈동자는 살짝 떨리며 진희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한다..
그녀의 앞에선 항상 작아져야 했던 보미...
몇년이 지나도.....똑같이 그자리에 있는 보미....
그남자와 그녀의 사이
에는
항상 그녀가...
있었다...
카페 게시글
로맨스 소설 1.
[ 중편 ]
그남자 그여자 사이 4
다음검색
첫댓글 잘읽어답니다....진희랑 여자 혹시 재빈이 엄마아닌가 싶은데....다음편도기대....
음~드라마짱님 다시한번 짱짱짱 ㅋ 빙고예요 빙고
잘 읽었어요^^
우량공주님~닉넴이 너무 귀여우세요!! 감사합니다~계속 재밌게 읽어주세요
엄마 인가봐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에잉 ㅠ
아 너무 서운해 마세요......ㅠㅠ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