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감을 꿈꾸다 외 1편
현순애
바람 넘나드는 문간방 처마
그늘에 매달려 아픔 말리고 있다
허공에 상처 부벼
껍질 만드는 일이다
흔들어대는 바람도
손 놓아버린 감나무 가지도 야속해
저 아래로 뛰어내리고 싶을 때
“괜찮다, 괜찮다”
제격인 찬바람과
생각의 모서리에서 만난 햇살이 다독였다
배고픈 새도 염탐하는 곶감
벌서 일주일
눈물 빠져 자신을 추스르고 있다
서리 내린 듯 하얀 분 피워 올리며
뭉친 근육 주무르듯
상처 난 속내 주무르고 있다
시래기를 삶으며
현순애
겨울 건너온 저 늙은것들
거친 일상 다독여
어린 것 토실하게 키워내더니
밭두렁에 시퍼렇게 버려져
찬바람에 쪼글쪼글 말라가던,
산발치 무밭에서 주워온
풀죽은 무청 한 자루
불만 대어도 화르르 한 줌 재가 될 기세로
빨랫줄에 걸려 얼다 녹다 멍이 든 채
바스라지게 말라 있다
시래기 밥, 시래깃국, 시래기 찜
푸른 이름 달고 한창이던 시절
거친 음식 다스려
자식에게 순한 젖 물리셨던
우리들의 어미 닮은 것들
시래기 삶는 일은
세월 장단에 맞서 스스로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
염천에 시래기 삶으며
덩달아 나도 푹푹 삶는다
----박용숙 외, 애지사화집 {멸치,고래를 꿈꾸다}에서
카페 게시글
애지의시인들
현순애의 곶감을 꿈꾸다 외 1편
애지사랑
추천 0
조회 18
24.05.09 04:54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