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여주시 점동면엔 특별한 사연을 가진 노부부가 산다. 주인공은 남편 박봉연씨(85)와 부인 권혁원씨(85).
두 사람은 5년 전 늦깎이 부부의 연을 맺었다. 하지만 사실 이들의 인연은 17살 때부터 시작됐다. 서로가 서로에게 첫사랑이었지만 집안 반대로 헤어졌다가 60여년의 세월이 흘러서야 백년가약을 맺게 된 것이다.
뒤늦게 만난 만큼 행복한 결혼생활이 펼쳐지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권씨의 고질적인 허리병 탓이다. 권씨는 오랜기간 허리통증으로 편하게 잠을 자지 못했다. 누워 있다가 일어서기도 힘들었다. 옆으로 돌아누운 다음 바닥을 짚고서야 일어서는 게 가능했다. 그를 괴롭히는 것은 또 있었다. 압력을 살짝만 가해도 몰려오는 등의 통증이었다. 등이 굽으면서 인대가 늘어난 것이 원인이었다.
정확한 검진이 시급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권씨는 심장질환 때문에 1년 전부터 인공심장박동기를 부착하고 있었다. 원칙적으로 이 기기를 부착한 사람은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받을 수 없다. 자기장이나 전류 때문에 기기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다. 인공심장박동기 업체에 문의한 결과 다행히 기기를 조작하면 별도로 제거하지 않고도 MRI 검사를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 해도 기기 조작으로 자칫 권씨의 컨디션이 나빠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행여 심장질환이 치료에 영향을 미칠까 봐 다양한 분야의 전문의들이 모여 가장 나은 치료방법을 고민했다. 모든 검사가 조심스럽게 진행됐다.
검사 결과 권씨에게서 다발성 골다공증성 압박골절 증상을 발견했다. 이 질환은 척추뼈의 골밀도가 낮아지면서 작은 충격에도 쉽게 부러지는 병이다. 주원인은 용혈성 빈혈(혈액 내 적혈구가 과도하게 파괴돼 발생하는 빈혈)로 65세부터 스테로이드제 약물을 복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심도 있는 협진을 토대로 ‘척추성형술’과 ‘신경성형술’을 진행하기로 했다.
척추성형술이란 뼈 속에 의료용 골시멘트를 주입해 신체를 지탱할 수 있도록 보강하는 비수술적 치료다. 신경성형술은 주사바늘이 달린 특수 카테터(지름 1㎜의 가느다란 특수관)를 삽입해 손상된 디스크나 유착된 신경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이와 함께 골다공증 주사치료도 처방됐다. 골다공증으로 추가적인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다행히 두 시술의 경과는 매우 좋았다. 권씨의 굽은 등은 곧게 펴지고 통증도 말끔히 사라졌다. 덕분에 허리통증으로 고생하는 권씨를 보며 노심초사했던 남편 박씨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활짝 폈다.
부부의 행복한 시간을 빼앗은 척추질환. 권씨가 질환에서 해방돼 아름다운 사랑을 하는 데 이바지했다는 것에 보람을 느꼈다. 앞으로 더 많은 어르신들이 곧은 허리와 통증 없는 몸으로 열정적인 사랑을 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