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캠퍼스를 중심으로 스쿠터를 타는 대학생들이 부쩍 늘었다. 이들은 넓은 캠퍼스를 휘젓고 다니며 공강시간에는 학교 밖으로 나가기 위해 스쿠터를 활용한다. 실제 서울대나 연세대. 건국대. 경희대 등 캠퍼스가 넓거나 성균관대와 한양대처럼 경사가 심한 경우. 스쿠터들이 더 활개친다. 남녀를 불문하고 대학생들의 저렴한 교통수단으로 애용되는 스쿠터. 그러나 중고 스쿠터 때문에 발생하는 소음과 공해는 물론 상당수 무면허 운전과 위험천만한 난폭 운전으로 캠퍼스 분위기를 저해하고 있다. ◇스쿠터족 급증. 무면허도 급증 스쿠터가 대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끈 것은 5년전인 지난 2005년. 일명 ‘클래식 스쿠터’라 불리는 몇몇 외산 모델들이 인기를 끌면서부터. 귀엽고 깜찍한 외양에 마음대로 꾸밀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젊은 트렌드 세터들 사이에서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인기를 끌었다. 연세대 컴퓨터정보통신공학부 김성현(20)씨는 “보통 7000~8000원이면 1주일 기름값으로 충분해 경제적 이점이 있어 좋다”고 예찬론을 폈다. 일반 오토바이(매뉴얼 바이크)는 운전자가 수동으로 변속기어를 조작해야 하지만. 스쿠터는 자동 변속기라 초보자와 여성 운전자도 비교적 쉽게 운전할 수 있다. 홍익대에 재학중인 스쿠터족 박모(24)씨는 “인터넷 등에서 중고 스쿠터를 판매할 때 ‘면허가 없어도 타기 쉽다’는 것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서울 퇴계로에서 오토바이 가게를 운영하는 한 업주는 “자전거만 탈 줄 알면. 30분이면 배울 수 있는 것이 스쿠터”라며 “무면허 운전자가 스쿠터를 사면 직접 운전법을 연수시켜 준다”고 말했다. 실제로 퇴계로의 대부분의 오토바이 매장에서는 이같은 강습을 옵션으로 내걸고 있고. 매장 인근 공터와 주차장에서는 운전연습을 하고 있는 무면허 구매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안전. 공해. 소음 등 부작용까지 배기량 50㏄미만의 스쿠터는 면허없이 탈 수가 없다. 지난 4일 찾은 서울 중구의 T오토바이 판매점 직원은 “최고 속도가 시속 60㎞ 미만인 49㏄스쿠터는 따로 면허가 필요없다”고 자신있게 말했다.그러나 도로교통법과 자동차 관리법은 50㏄스쿠터를 ‘이륜자동차’가 아닌 ‘원동기장치 자전거’로 구분하면서. 번호판을 따로 등록할 필요는 없지만 면허를 소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스쿠터로 도로를 주행하려면 운전면허가 반드시 필요하다. 동국대생 김 모(23·여)씨는 지난해 초 캠퍼스 내에서 무면허로 운전하다 다른 스쿠터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충돌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전치 12주 부상을 입은 최씨는 아무런 보험혜택도 받지못하고 상대방의 치료비와 수리비까지 물어줘야 했다. 현재 캠퍼스 내 부지는 도로교통법이 적용되지 않는 ‘공터’에 해당돼 무면허 단속 지역에 해당되지 않는다. 단속이 없다보니 대학내에서 스쿠터들이 무면허로 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스쿠터의 소음과 공해도 큰 문제다. 체인을 사용하는 일부 스쿠터 기종은 원래 시끄럽다. 과속방지턱에 머플러가 찌그러지거나 터지면 굉음을 내기 일쑤다. 또 보통 자동차 엔진은 4사이클(흡기-압축-폭발-배기의 4행정)엔진이지만. 50㏄스쿠터에는 엔진오일을 연료와 섞어서 태우는 2사이클(흡기 압축-폭발 배기의 2행정) 엔진이 탑재돼. 배기가스가 많이 배출된다. 서울지방경찰청 을지지구대 소속 한 경찰관은 “오토바이 이용이 많은 대학 주변이나 번화가에서 무면허 운전자들을 단속하고는 있으나. 차종의 특성상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실토했다. 이우석기자· 김미정(성균관대) 명예기자 demor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