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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우표 없는 편지 원문보기 글쓴이: 청풍명월
『손자병법』은 두 번 읽어야 이해된다는 말인 것 같다. 오래전에 한 번 읽었고, 지금 두 번째 읽어 보려고 하면서 생각해 보니 “싸워서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고 삼국을 통일한 후 병석에 누운 김유신을 찾아온 문무왕에게 김유신이 한 말인 이 말이 생각난다. 그런데 『손자병법』에서는 ‘이기는 것보다 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으니, 김유신도 이 책을 읽은 것이 확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전쟁에서 지지 않는 방법을 살펴보는 것이 이 책의 주제가 아닌가 싶다. 이 책 『두 번 읽는 손자병법』을 번역하고 또 엮은 저자 노병천 선생의 이력은 좀 특이하다. 육사 제35기로 2020년 현재, 육군 대령으로 군대학에서 군사전략을 가르치기도 하고, ‘손자병법사관학교’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손자병법』을 15,000번 원문으로 읽었다고 하는데, 책에서는 그림과 도표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쉽게 풀어 쓰려고 노력한 것 같다.
『논어』만큼이나 고전으로 통하는 『손자병법』은 기원전 중국의 손무(孫武, BC 546∼470년경)가 쓴 것으로 전해진다. 손무는 강태공이 시조인 제나라에서 태어났으나, 오나라로 망명해 오자서의 천거로 오왕 합려가 장수로 임명함으로써 오·초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손자병법』을 완성했다고 한다. 『손자병법』은 전쟁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제1편 時計로부터 현명하게 싸워서 이기는 제3편 謀功까지는 전략적 차원이고, 지지 않는 전략을 갖추는 제4편 軍形에서 불로 기습하여 적을 무찌르는 제12편 火攻까지는 전술적 차원으로 볼 수 있다. 또 제13편 用間은 간첩 혹은 정보를 말하므로 전략적 차원이다. 하지만 각 편에는 전략과 전술이 섞여 있고, 각 편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손자병법』에 쓰인 글자는 모두 6,109자로 중요도에 따라서 한 자씩 지워나간다면 나중에 딱 한 자, 全 자가 남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온전한 상태로 이기는 것을 최고로 여긴다는 말이다. 나는 물론이고, 상대방의 피해도 최소화하면서 이기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그래야만 후환이 적고 상대방의 것을 온전히 내 것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손자병법』은 『삼국지』의 조조, 그리고 유럽을 석권한 나폴레옹, 공격경영을 선호한 빌 게이츠, 일본의 대표 기업가 마쓰시다 고노스케, 손정의 등이 성공 바이블로 삼는 책이다. 특히 모택동은 죽을 때까지 그것을 켜 안고 있었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어찌 보면 『손자병법』은 전쟁을 결심하는 과정과 왕과 장수들이 야전 전쟁을 수행할 때 어떤 기준과 마음가짐으로 전쟁을 치를 것인가를 보여줌으로써 마치 ‘장군지휘서’처럼 보이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닌 모양이다. 리더라면 마땅히 그것을 익히고 배워야 할 것이고, 우리 사회에는 리더가 곳곳에 있다. ‘세 사람이 모이면 그중 한 사람이 스승이다’고 한 공자의 말처럼 둘만 모여도 거기에는 리더가 있다. 가정에서는 가장이 리더고, 형제간에는 형이 리더다. 조직을 이끄는 책임자도 그렇다.
『손자병법』첫 구절은 ‘孫子曰 兵者 國之大事 死生之地 存亡之道 不可不察也’이다. “손자가 말하길 전쟁은 국가의 큰일이다. 생사와 나라의 존망이 달린 것이니 깊이 살피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다. 여기서 보면 『손자병법』은 손자가 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손자왈”즉 손자가 말하길…이라고 하였으니 누군가 그의 말을 들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또 여기서 말하는 ‘兵者 國之大事’는 손자가 처음에 쓴 말도 아니다. 강태공의 『육도』「논장」에 그 말이 나온다. 손자, 즉 손무는 강태공이 세운 제나라에서 강태공이 죽은 후, 600여 년 후 태어났다. 아마도 강태공의 영향을 받았고 강태공의 병법을 따른 것으로 짐작해 볼 수 있다.
전쟁을 결심하였다면, 주먹구구식으로 해서는 안 되고, 엄밀히 따져야 한다고 하였고, 그 따질 요소로는 ‘도천지장법’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道天地將法이라! 참으로 그럴듯하다. 도는 공자가 말한 사람의 도리를 말한 것이 아니고, 한마음, 즉 소통으로 돌파해 길을 낸다는 뜻이다. 궁극적으로 함께 죽고 함께 살기도 하는 생사의 완전한 일체를 의미한다. 그렇게 될 때 사람들은 어떤 위기에도 리더를 신뢰하고 따르게 된다. 또 天이란 기상을 말한다. 1941년 6월 22일 히틀러는 300만 명을 동원해 소련을 침공했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1812년 나폴레옹이 러시아를 침공한 날과 날짜가 같다. 히틀러와 나폴레옹은 러시아의 강력한 저항을 뚫고자 하였으나 영하 40도의 혹독한 추위에 수많은 희생자가 생겨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장기전에 대비하지 못한 것이 패배의 원인이었다. 어떤 일에나 적합한 때가 있다. 타이밍 말이다. 그때를 잘 분별해 일을 결행해야 한다. 그것이 리더의 능력이다. 將은 ‘현명하고 믿음직하고, 어질고, 용감하고, 엄정해야 한다(將者 智 信 仁 勇 嚴也)라고 했는데, 착하고, 후덕해야 한다는 말은 어디에도 없다. 法은 조직이 돌아가게 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오늘날 시스템이 일한다는 말이 있듯이, 2500년 전 손자는 이미 이것을 알고 있었고 주창했다.
이렇게 다섯 가지 요소로 조직을 점검해 나의 수준을 정확히 알았다면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한다. 그리고 상대의 수준을 정확히 측정해 내가 상대할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4명 중 1명은 입사 1년도 안 돼 직장을 떠난다고 한다. 또 10명 중 9명은 수시로 회사를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고도 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가 상사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라고 한다. 칭찬에 인색하고, 화를 잘 내고, 혼내는 상사가 많다는 것이다. 인재를 잡아두고 싶다면, 부하가 무엇을 원하는지 면밀히 파악하고 그것을 들어 주어야 한다. 오왕 합려는 손무가 군을 지휘해 이기고 싶어 하는 것을 알고 그것을 들어주었다.
『손자병법』은 손무가 직접 썼다기보다 후대에 누군가 정리한 것(손자 손빈이 완성했다는 설도 있다)으로 보는 이유로는 실제로 1972년 산둥성 임기 은작산에서 발견된 전한 시대의 묘에서 발굴된 목간은 손자가 살던 시대보다 300여 년 후에 쓰인 것인데 『손자병법』이 쓰인 때와 시대적으로 가장 가까운 것으로, 후대에 누가 썼든 지금 전하는 『손자병법』과 크게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어쨌든 전쟁은 한 나라의 대사로서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이상은 제1편 時計에 있는 전략들인데, 여기에는 ’속임수도 전략이다.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마라.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어라. 아차 하면서 속지 마라. 반드시 성공할 확신이 있을 때 나서라.‘등 여러 가지 전술을 보여준다. 다음은 제2편 作戰인데 이것도 실제 전쟁에서는 엄청나게 중요한 요소가 아닐 수 없다. 여기서는 먼저 ‘문제는 돈이다, 질질 끌지 마라’고 충고한다. ‘무릇 전쟁은 오래 끄는 나라에 이로울 것이 없다. 그러므로 전쟁을 할 때의 해로움을 다 알지 못하면, 전쟁을 할 때의 이로움을 다 알지 못한다’고 하였다. 그렇지만 사람의 일이란 잘 풀릴 때는 끝내기가 어렵다. 욕심 때문이다. 현명한 사람은 끝낼 시기를 정확히 분별해 과감하게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 오래 싸우면 서로가 다 죽는다.
또 ‘비용 절감에 목숨을 걸어라’, ‘성과를 내려면 사기를 높여라’고도 충고하는데, 전쟁을 어떻게 빨리 끝낼 수 있을까? 라고 묻고 그것은 병사들이 열심히 싸워주기만 하면 된다고 한다. 그 방법은 사기를 높이고 적개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열심히 싸워 얻은 결과로 얻은 전리품은 포상으로 주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물불 가리지 않고 싸운다면 결과적으로 전쟁을 빨리 끝낼 수 있을 것이다. 사기를 높이는 방법은 단지 돈을 많이 주는 것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돈이 사기를 높일 수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들을 하나의 조직체로 대하고, 인정해 주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다. 잊지 말아라.
작전 편 마지막은 결론으로, 시간 관리를 잘하라고 한다. 그래야 전쟁을 오래 끌지 않고 빨리 끝낼 수 있으며 백성들을 보호하고 나라를 온전히 지킬 수 있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쟁이나 사업이나 자금 조달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 파워포인트로 보고하는 것을 금지시킨 CEO가 있다. ‘선마이크 시스템즈’의 ‘스콧 맥닐리’로 그는 “내가 만일 도표나 그림을 파워포인트로 만들려고 했다면 엄청난 시간을 낭비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충 그린 그림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면 무엇보다 시간을 다투는 촉박한 경쟁상황에서 시간을 아낄 수 있다. 불필요한 요소를 과감히 줄이는 것도 돈과 노력, 시간을 아끼는 좋은 방법이다.
제3편 謨功에서는 ‘온전한 상태로 목적을 이루는 것이 좋고, 목적을 이루더라도 깨어지면 좋지 않다.’고 한다. ‘그러므로 백번 싸워 백번이기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고,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킬 수 있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다’라고 한다. (是故 百戰百勝 非善之善者也 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
우리는 흔히 어떤 경기에서 대진표 뽑기를 잘해 싸우지 않고 올라가는 것을 ‘부전승’이라고 하며 좋아한다. 그러나 여기서는 싸움을 전제로 한다. 상대방이 나를 두려워해서 싸움을 꺼리고 스스로 싸움을 포기할 때가 부전승이다. 그러니 운이 좋아서 싸움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부전승이 가능하려면 상대방이 겁을 먹을 정도로 내 힘이 막강해야 한다. 부전승이 안 되거나,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언제든 싸울 준비를 해야 한다.
안되는 줄 알면서 밀어붙이는 바보도 있다. 상대의 성을 공격하는 것은 최후의 방법으로 어쩔 수 없을 때(爲不得己) 하게 된다. 영화에서는 공성을 밥 먹듯이 보여주지만, 그것은 극적 효과를 노린 것일 뿐이다. 그전에 모략을 쓰고, 동맹관계를 맺고, 병사끼리 백병전을 벌이고, 그리고 나서도 승패가 나지 않을 때 공성전을 펼친다. 공성전까지 몰고 가는 것은 리더로서 최악이라고 할 수 있다. 안 되는 줄 알면서 밀어붙이는 바보 때문에 회사도 망하고, 덩달아 나도 망한다는 것을 명심하자. 그래서 謨功, 謀略으로 이기는 것을 최고로 친다.
『삼국지』에 관우가 독화살을 맞고 명의 화타로부터 치료받는 장면이 나온다. 관우는 살을 가르고 뼈를 긁어내는데도 태연하게 마량과 바둑을 둔다. 이를 두고 천하의 명의와 천하 환자의 만남이라고 비유하기도 한다. 그런데 화타에게는 두 명의 형이 있었는데, 화타는 그 두 명의 형이 자신보다 훌륭한 의사라고 치켜세운다. 큰형은 사람의 안색만 보고 미리 병의 낌새를 알아차려 병이 진행되지 않도록 처방해 주고, 작은형은 병색이 겉으로 드러나면 적절히 처방해 주어 더 큰 병으로 진행되지 않게 해 준다고 하면서, 그에 비해 자신은 병이 깊게 진행되어 죽을 지경에 이르렀을 때야 비로소 병을 고쳐 명성을 얻었다고 너스레를 뜬다. 과연 셋 중에 누가 명의일까? 세상에 널리 알려진 사람이라고 반드시 수준이 높다고 속단해서는 안 된다. 세상에는 숨어 있는 고수들이 많다. 대체로 진정한 고수라면 세상에 이름이 알려지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고 숨기려 한다. 아닌가 ….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사상가로 선정되기도 한 헨리 민츠버그는 “맨 꼭대기에 앉아서 명령만 내리려고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해당 분야에 전문지식도 없으면서 단지 직책이 높다는 이유로 실무자 앞에서 사사건건 간섭하면 그 조직은 망한다. 현장은 현장 책임자에게 맡겨야 한다. 누구보다 현장 사정을 잘 알고, 1차적으로 책임을 지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도 정치꾼들이 설치면 경영의 위계질서를 파괴한다. ‘그러므로 승자를 미리 알 수 있는 다섯 가지가 있다.(故知勝有五)’고 손자는 말했다.
첫째가 대세 판단이다. 병력이 많고 적음을 잘 판단하여 적절히 쓸 수 있어야 이길 수 있고 위와 아래가 하고자 하는 것이 같아야 이길 수 있고, 미리 예측해 준비함으로써 그렇지 못한 적을 이길 수 있고, 장수가 능력이 있고 군주가 간섭하지 않으면 이길 수 있다. 캐나다 맥킬대학 경영학과 교수이기도 한 민츠버그 교수는 오늘날 경영자들이 실패하는 주된 원인으로 현장학습의 결여를 꼽는다. 현장 일을 제대로 모르면서 책상에 앉아 간섭하고 지시한다면 성공하기 어렵다. 100년 이상 장수기업은 모두 현장 실무자가 제안한 아이디어로 성장했다고 그는 분석했다.
“아는 것은 힘이다!”어디서 많이 들어 본 말이다. 베이컨 이전에 이미 손자가 한 말이다. ‘그러므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적을 알지 못하고, 나를 알면 승리의 확률은 반이고, 적을 알지 못하고 나도 알지 못하면 반드시 위태롭다’(故曰 知彼知己 百戰不殆 不知彼而知己 一勝一負 不知彼不知己 每戰必殆)고 하였다. 흔히 알고 있는‘지피지기 백전백승’이 아니다. 이기기 위해서는 아는 것에 더해 많은 것들이 요구된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손자도 착안하지 못했거나 간과한 것이 있다. 바로 ‘적은 알지만, 나를 모를 때(知彼而不知已)’이다. 이런 경우가 더 위태로울 수 있다.
‘그노티 세아우톤(Gnothi Seauton)’좀 생소한 것 같지만,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이다. 이 말은 고대 그리스 텔포이 아폴론 신전 기둥에 새겨진 글귀다. 소크라테스가 이 말을 ‘너 자신을 알라’고 한 것인데, 원래는 ‘너 자신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촐랑되지 말라는 것이다. 구글의 슈미트 회장은 경영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으로 ‘자신을 정확히 아는 것’이라고 한 바 있다.
제4장 軍形에는 이런 말로 시작한다. “옛날에 전쟁을 잘하는 자는…” 이 말은 옛것으로부터 배운다는 말이다. 지금도 유효한 ‘溫故知新’을 말한 것이다. 그리고 나서 “손자가 말하길 옛날에 전쟁을 잘하는 자는 먼저 적이 이길 수 없도록 한 다음에 적을 이길 수 있는 기회를 기다렸다. 적이 이길 수 없도록 하는 것은 나에게 달려 있고, 내가 적을 이길 수 있음은 적에게 달려 있다.”고 한 것이다. 이 말은 ‘적이 실수하기를 기다려라.’는 말로도 들린다.
적이 실수하기를 기다려라. 좀 막연하고 이상하지 않은가? 설사 적이 실수하기를 기다리더라도 그것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적의 실수는 적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한다. ‘땅속 깊숙이 숨어 있으면 아무도 공격할 수 없다. 하늘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공격하면 안전하다. 나를 보전하면서, 방어하고 공격한다면 온전히 승리할 수 있다.’ 이것이 ‘자보이전승(自保而全勝)’으로 『손자병법』의 명구 중 하나다.
링 위에서 피 터지게 싸우는 두 선수를 보면 관중들은 열광하고 박수를 친다. 두 선수가 비슷한 실력으로 아슬아슬하게 싸우면 더하다. 실력 차가 커면 박수칠 겨를도 없이 쉽게 끝난다. 쉽게 싸우는 것처럼 보인다. 워낙 실력 차가 크기 때문에 쉬워 보이는 것이다. 그것은 너무 순간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박수를 받지 못한다. 그러나 하수는 갈수록 사람들의 박수를 의식하고 또 그것을 좋아한다. 승부의 세계에서 박수는 독약이다. 잊지 마라. 소리 소문 없이 이기는 승리가 최고의 승리다. 박수가 없어도 이기면 된다. 소문만 잔뜩 나고 지게 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손자는 끝없이 쉬운 승리를 하라고 말한다. 어렵게 싸우고 힘들게 싸워 피가 튀고 피눈물을 자아내는 싸움은 하지 말아야 한다. 제4편 軍形의 마지막 어구다. 다만 군형의 역할은 천길 계곡 위에 담아둔 엄청난 물까지로써 그 물이 터져서 그 아래로 쏟아져 내릴 때 기세를 생각해야 한다. 形은 움직임이 없는 靜이고, 勢는 움직임인 動이다. 이것은 5편으로 이어진다.
제5편은 병세(兵勢)로 기세를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 부대가 편성되어야 하고, 부대편성은 그 임무에 따라 대대, 중대, 소대, 분대 단위를 가르는 것을 말하는데, 이른바 테스크 포스(task force)가 그것이다. 조직 편성은 단순할수록 좋다. ‘링겔만의 법칙’ㅇ라고 있는데 조직이 커지면 노는 사람이 그만큼 더 생긴다는 것이다. 돌격하라는 나팔 소리와 후퇴하라는 나팔 소리가 있으며 이런 것이 필요한 이유는 모두가 정해진 규칙에 따라 하나같이 움직이도록 하기 위함이다.
‘三軍之衆 可使畢受敢而 無敢者 奇正是也(삼군지중 가사필수감이 무감자 기정시야), 兵之所加 如以假投卵者 虛實是也(병지소가 여이가투란자 허실시야)’라고 했는데, 이것은 비유다. ‘군대 무리가 적의 공격을 받아도 피하지 않게 할 수 있는 것은 기와 정에 달려 있다. 군대가 적을 공격함이 마치 숫돌로 알을 깨뜨리듯 쉽게 하는 것은 허와 실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奇, 正, 虛. 實을 알면 기세가 최대한 발휘하게 되어 쉽게 이룰 수 있다. 이는 마치 숫돌로 알을 깨는 것과 같다. 그러나 기정과 허실을 모르면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어디서 들어본 소리가 아닌가. 그런 짓을 해서는 안 된다.
적과 마주쳤을 때는 준비된 전투력으로 싸우기 마련이다. 그러나 승리하기 위해서는 변칙적 방법도 이용해야 한다. 奇가 바로 그것이다. 正이 기본이 되는 바탕이라면 기는 변칙적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다. 군대나 기업이나 정으로 힘을 키우기 위해서 1차적인 노력을 해야 하고, 창의적 아이디어를 창출하기 위해서도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검도 선수가 짚단을 베는 동작을 보았는가? 그것은 빠른 속도와 절묘한 타이밍이 요구된다. 유능한 경영자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실패한 결정 중에 열에 여덟은 판단을 잘못해서가 아니라, 제때에 결정을 못 내렸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아침에 눈을 뜨면 회사에 가고 싶어 안달이 나고, 일이 좋아서 미칠 지경이 되고, 자기 일만 생각해도 가슴이 벌령거린다면 성공할 수 있다. 직원들을 그렇게 되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CEO가 할 일이다.
이렇듯 신나게 일하면서 미끼에 걸리지 말아야 하고, 때로 위기를 맞더라도, 이것을 극복해 나가기도 하지만, 그것을 해결하는 것 역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결국 기술보다 사람이라는 것이다. 투자도 그렇다.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을 골라 투자하면 실패할 확률은 거의 없다. 누구나 일하고 싶은 직장이라면 믿을 수 있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중요시하는 곳, 그곳이 일하고 싶은 직장이 아니겠는가.
앞서 본 虛實은 제6편의 주제이기도 한데, 이것은 『손자병법』도 제시하고 있지만, 많은 전략서나 소설에서도 인용하고 있다. 특히 『전국지』, 『삼국지』에는 虛虛實實 實實虛虛라는 전략까지 있다. 『손자병법』에는 뭐라고 했을까? ‘그러므로 잘 싸우는 자는 적을 내 의지대로 이끌지만 내가 적에 의해 이끌림을 당하지는 않는다’라고 했다.(故善戰者 致人而不致於人)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은 남보다 먼저 생각하고, 먼저 행동한다. 전쟁을 할 때 먼저 유리한 장소를 생각하고 적보다 먼저 그곳을 선점하게 되면 여러 가지로 이점이 있다. 여유 있게 기다리면서 허겁지겁 달려오는 적을 제압할 수 있다. 세상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면 그것은 1. 앞에서 끄는 사람, 2. 뒤에서 끌려오는 사람일 것이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앞서서 끌고 간다. ‘변화의 5%법칙’이라고 있는데, 변화가 이루어질 때는 전체의 5%가 그 역할을 감당한다고 한 것이다. 구글 회장이 말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미친 사람과 친하라.”그래서 인지 요즘은 ‘자기주도 학습’이라는 것이 대세다.
일을 잘하고 잘하지 못하는 사람의 차이는 분명하다. 어떤 일을 맡겼을 때 그 일의 핵심을 정확히 잡는가를 보면 된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짧은 시간 동안 일을 해도 성과가 바로 나타난다. 핵심을 정확히 잡고 일하기 때문이다. 사실 핵심을 잘 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고민하고 경험을 쌓아야 하는 것이다. 이순신 장군의 예를 보자. 흔히 그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용감하게 싸워 이긴 것으로 생각하지만, 오히려 반대다.
이순신은 『손자병법』과 『오자병법』을 통달하고 있었다. 그는 절대 힘들게 싸우지 않았다. 쉬운 승리를 위해 늘 애썼고, 그렇게 싸워 이겼다. 손자가 말한 이승(易勝)의 전략가였다. 그것은 집중의 원리였다. 수적인 집중과 화력의 집중으로 사천해전에서는 26척의 배로 13척을 상대했고, 한산도 해전에서는 56척으로 73척을 상대했지만, 이때 일본 배 36척은 전투선이 아닌 대선이었다. 장림포 해전에서는 166척으로 6척을 상대했고, 학익진과 같은 전술은 가히 이순신의 진가와 조선 해군의 위력을 과시한 전투였다. 그리고 이순신은 반드시 승리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싸웠다. 1597년 9월 15일 『난중일기』에는, 명랑해전 앞 둔 전날 꿈에 ‘신인이 나타나서 이렇게 하면 크게 이기고 저렇게 하면 진다”고 말했다고 적고 있다. 이것은 결정적인 순간에는 언제나 꿈을 통해서 전쟁의 성과를 미리 점쳤다는 것이다. 승리의 확신 그것은 리더가 갖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태도는 상황까지 바꿀 수 있다. 경쟁사회에서는 가급적이면 나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나를 드러내면 이익보다 손해가 많다. 본질적으로 남이 잘되는 꼴을 보지 못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것이다.
손자는 ‘전승불복 응형어무궁(戰勝不復 應形於無窮)’이라고 ‘한 번 승리한 방법은 두 번 사용하지 않고, 적과 나의 형세에 따라 응용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새로운 것을 본다는 것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남들이 다 보는 것은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사막의 여우’로 불리던 롬멜 장군은 “나는 탁상 위의 전략을 믿지 않는다.”면서 틀에 박힌 고정 전략을 믿지도 쓰지도 않았다. 그는 아프리카 사막을 마치 바다처럼 상상하고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해 여러 번 승리를 거두었다. 한 번 달성한 성공은 영원히 가는 것이 아니다. 언젠가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 성공했다고 해서 절대 자만해서는 안 된다. 성공과 실패는 돌고 도는 것이다. 현명한 사람은 성공했을 때 실패를 생각하고, 실패했을 때 성공을 바라본다.
‘上善若水’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노자가 한 말이다. 인생도 그렇다. 물처럼 흘러가듯이 그렇게 살면 행복하다. 『손자병법』은 물을 어떻게 보았는가? ‘兵形象水’라로 했다. 군대는 물의 성질을 닮았다고 본 것이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군대는 어떻게 승리를 거두는가? 적의 잘 준비된 곳을 피하고, 준비되지 않은 빈 곳을 치면 이긴다. 물과 군대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자연스런 순리를 따른다는 것이다. 다른 점은? 물은 가만히 두면 낮은 곳으로 흐르지만, 군대는 가만두면 승리할 수 없다. 적의 빈 곳을 찾고 없다면 계획을 써서 빈 곳을 만들어야 한다.
‘물을 닮아라’참 좋은 말이긴 하다.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가슴 조이며 기다린다고 치자. 꼭 이루어져야 했다면? 그런데 결과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억장이 무너지는 절망감이 빠질 수 있다. 이럴 때는 ‘억지로는 안 되는구나’하고 마음먹어야 한다. 순리가 아닌데도 억지로 했다가는 오래가지 못한다. 일이 안 되는 순간, 가능한 빨리 잊어버리는 것이 몸에도 좋다. 지나간 것은 과거일 뿐이다. 미련 두지 말자.
어찌 됐건 세상은 변화무상하다. 변화와 시류에 부화뇌동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그것을 읽지 못하는 것 또한 문제가 많다. 제6편 허실의 마지막은 ‘틈새를 공격하라’는 것이다. ‘五行無常勝 四時無常位 日有短長 月有死生(오행무상승 사시무상위 일유단장 월유사생) 오행의 어떠한 요소도 다른 모든 요소를 이길 수 없고, 네 계절도 언제나 고정됨이 없으며, 해도 길고 짧음이 있고, 달도 차고 기울어짐이 있다.’참으로 동양적 관찰이 아닐 수 없다.
오행(木火土金水)은 서로 돕는 상생과 서로 이기는 상극 관계에 있다. 고정됨이 없이 서로 돕기도 하고 서로 반대되기도 한다. 승리와 패배도 마찬가지다. 경쟁 세계도 그렇다.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항상 성공하지도, 항상 실패하지도 않는다. 허와실, 고정됨이 없이 언제나 변한다. 이길려면, 경쟁자의 실이 아니라 허를 찾아야 한다.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 혼다의 창시자 혼다 소이치로는 기회가 없다고 불평하는 아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어느 시대든 반드시 틈새가 있다.”틈새는 아직 비어 있는 곳이다. 아무도 보지 못한 虛다.
지금까지 읽은 전략, 전술로는 상대를 이길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기지 않는다면 이제 제7편 軍爭편을 보자. 군쟁편 핵심은 ‘돌아가도 괜찮다’는 것이다. 세상의 여러 가지 일은 이론과 실제가 다르다. 이론을 많이 알아도 실제는 통하지 않을 때가 있다. 진정한 승부사는 이론을 증명하는 사람이다. 아무리 복싱 이론에 밝아도 상대를 바닥에 눕히는 데는 이론만으로 안 된다. 사업도 실적을 올려야 성공했다 한다. 迂直之計(우직지계)가 여기에서 나온다. ‘비록 돌아가지만, 결과적으로 빨리 가는 것, 근심을 오히려 줄이고 기회로 삼는 것’이 우직지계다. 뻔히 예상되는 길에는 지뢰나 잠복 등 장애물이 많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눈앞의 이익만을 보고 달려드는 것은 오히려 돌아가거나 양보하는 것만 못할 수 있다.
나폴레옹은 의기양양하게 모스크바를 점령했지만, 결국 퇴각했다. 흔히 혹독한 날씨 때문이라고 하고 나폴레옹도 “우리를 파멸시킨 것은 겨울이었다. 우리는 날씨의 희생양이었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실패를 날씨 탓으로 돌리기 위해 의도한 말이다. 1812년 10월 19일 모스크바의 날씨는 그다지 춥지 않았다. 영화 35도의 혹독한 추위는 나폴레옹의 주력부대가 다 빠져나간 12월에 닥쳤다. 그렇다면 45만 명의원정군대가 고작 4만 명으로 줄게 된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식량을 비롯한 보급품의 부족 때문이었다. 러시아의 강력한 초토전술에 말려들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손자가 지적한 대로 군에 보급부대가 없으면 망하고, 양식이 없으면 망하고, 보급 물자의 축적이 없으면 망하는 법이다. 군대건 회사건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잘 먹이고 잘 입히고 잘 채워야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세우는 것은 백년이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는 말이 있다. 영화 「300」의 배경이 된 테르모필레 전투에서 레오니다스 왕이 이끈 300명의 스파르타군은 압도적인 페르시아군을 맞아 결사적으로 버텼지만, 결국 현지의 지리를 잘 아는 배신자 한 사람에 의해 후방이 열리는 바람에 전멸하고 말았다. 이렇듯 무너지는 것은 언제나 한순간이다. 전략경영의 대가로 꼽히는 스티브 잡스는 다급한 위기 상황일수록 전략경영의 중요성을 발휘해 경영의 빛을 발했다. ‘우직지계’로 비록 돌아가더라도 최고의 성과를 내는 것은 전략경영의 지혜다. 손자는 이런 계책을 먼저 아는 사람(先知)이 승리한다고 했다. 선지자들이 언제나 역사의 맨 앞에 등장한다.
‘마음을 다스리는’것은 불교에 있는 것만 아니다. 治心은 어떠한 위기상황에서도 평상심을 유지하고 냉정을 찾는 것을 말한다. 마음을 다스리는 것은 전쟁에서뿐 아니라 삶에서도 중요하다. 깊은 동굴에 빠져 절망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곧 빛을 보게 되리라고 희망을 갖는 사람도 있다. 행복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듯이 인생은 해석하기 나름이다. 핵심은 맨탈 관리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굿굿하게 견디는 마음 맨탈도 관리해야 한다. 사람이란 참으로 간사한 존재라는 것은 병원 침대에 누워 있어 보면 안다. 건강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건강하게 오래 살자.
치심만이 전부가 아니다. 四變이라고 하는 四治가 있다. 첫째는 기를 다스리는 治氣, 마음을 다스리는 治心, 체력을 다스리는 治力, 변화를 다스리는 治變이 그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고 하지만, 외양간에 소가 없다면 외양간은 깨끗하다. 그러나 소가 없는 외양간은 아무 소용이 없다. 나라고 하는 존재가 세상에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부담과 책임이 따르고, 스트레스가 있는 것이다. 내가 살아있음으로 느끼는 존재감이다. 죽은 자에게 지우는 의무란 없다. 마음가짐이 가벼워지면 세상은 가벼워진다. 마음은 하루에도 열두 번씩 변한다. 그만큼 마음 다스리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수시로 변하는 상황에 감정을 잘 다스리는 것이 곧 마음을 잘 다스리는 길이다.
逆鱗(역린)이라는 말이 있다. 만든 말이기는 하나 『한비자』「세난」편에 용의 턱 밑에 거슬러 난 비늘을 말한다. 이것을 건드리면 용이 크게 노한다는 전설이 있다. 아무리 화가 나도 역린만은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 갖가지 이해관계에 얽혀 있으므로 세상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경쟁에서 이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손자는 軍爭이 어렵다고 했다.
다음 제8편은 아홉 가지 변화를 말하는 九變, 제9편은 행군에 대해서 말한다. ‘길이라도 가지 말아야 할 길이 있고, 군대라도 치지 말아야 할 군대가 있고, 성이라고 공격하지 말아야 할 성이 있고, 땅이라도 다투지 말아야 할 땅이 있고, 군주의 명령이라도 듣지 말아야 할 바가 있다.’
이것은 잘 못 들으면 엄청난 오해를 부를 수 있는 말이다. 군주의 명을 듣지 않으면,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렇게 해야 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손자도 이 부분을 오랫동안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은작산 출토 죽간에도 이 부분을 매우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회사도 그렇다. 상사의 부당한 명령을 따르면 회사에 큰 손해를 끼치게 된다. 그러나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명령불복종, 괴심죄에 걸려 출세에 지장이 있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죽든지, 회사가 죽든지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현명한 방법은 하나뿐이다. 상사에게 충분히 상황을 설명해 명령을 거둬들이게 하는 것인데, 그게 말처럼 결코 쉽지 않다. 이때는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선택의 기로에서 분명한 행동을 할 수 있는 삶의 원칙을 나는 가지고 있는가? 하고 말이다.
有備無患은 『손자병법』을 통털어서 공격해 올 것을 대비해 수세적인 어구는 이것이 유일하다. 본질적으로 그만큼 『손자병법』은 공격적이며 도전적인 병법서다. 기업경영에도 ‘절대로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라. 예상치 않은 문제에 적응할 준비를 갖추어라. 내가 하는 일에 반대가 없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마라. 어떠한 돌발상황에서도 완벽하게 처리할 수 있는 문제해결 능력을 갖추어라.’이렇게 창과 방패를 모두 갖추라고 조언한다. 공격한다고 해서 방어를 게을리할 수는 없다.
‘화나는 것을 참으면 병이 된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화를 참을 때 얻는 병보다 화를 냈을 때 얻는 병이 훨씬 더 심각하다는 것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나쁜 것을 참으면 병이 될지 몰라도 욱하는 성질을 그대로 표현하면 다른 사람이 상처를 입고, 그것이 되돌아온다는 것이다. 글은 수정이 가능하나 한번 뱉은 말은 회수할 수 없고,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여린 마음의 깊은 곳을 찌른다. 그래서 글보다 말이 무섭다. 주자는 “분노를 모르는 사람은 어리석다. 그러나 분노를 알면서도 그것을 참을 줄 아는 사람은 현명하다.”고 했다.
서양 속담에 “사람의 성격을 바꾸는 것은 기린의 얼룩무늬를 바꾸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얼굴은 성형을 할 수 있어도 성격은 성형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리더라면 자신의 성격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고압적이지 않은가? 너무 독단적이지 않은가? 예측하기 어렵고 괴팍한 성격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람의 신뢰는 예측이 가능할 때 생긴다. 성격이 운명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 어렵겠지만 최대한 노력하고 나쁜 성격은 버려라. 그래야 나도 살고 조직도 산다.
리더라면 겉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통찰력으로 가능하다. 통찰력은 스스로 노력할 때 만들어진다. 통찰력을 가진다면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고도 이룰 수 있다. 성공한 자와 실패한 자는 이런 데서 구분된다. 19세기 중반 프랑스의 한 염색공장에서 여직원이 램프를 옮기다 그만 실수로 램프를 떨어뜨렸다. 순간 램프가 꺼지면서 등유가 쏟아졌다. 작업은 중단되었고, 직원들은 투들거렸다. 그러나 공장 대표였던 장 밥티스트 졸리는 이 장면을 눈여겨 보았다. 그는 등유가 묻은 부분만 얼룩이 지워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세심한 관찰로 오늘날 세탁의 역사를 바꾼 드라이크리닝이 탄생했다. 평상시와 다른 행동, 다른 일이 벌어지면 지나치지 말고 세심하게 관찰해보라. 혹시 아는가 세계 최초의 뭔가를 발견하고 발명해 떼부자가 될지 누가 알겠는가.
이제부터는 확 줄여서 제10편 地形 11편 九地, 12편 火攻편과 마지막 13편 用間을 보도록 한다.
‘적과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지피지기 백전불태는 모공편에 나온다. 여기에 더해 온전한 승리로 이끌려면 날씨와 지형의 이점을 잘 알아야 한다. 이것이 ‘온전한 승리’의 공식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날씨와 지형을 알아야 한다’기억해 두고 싶은 말이다. 원정지에서는 아홉 가지 특성이 있다고 하는데 이렇게 땅의 성질을 아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오늘날 일상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는 당시의 상황과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라서 와 닿지 않겠지만, 원정지의 특성을 아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서둘러 싸우지 않으면 죽게 되는 곳을 ‘사지’라고 하는데 이런 사지에는 들어가지 말아야 살 수 있다.
모든 일에는 이익을 잘 계산해야 한다. 이익이 없는 장사는 헛장사다. 이익을 따라 움직이는 일은 나쁜 것이 아니다. 나만 잘 먹고 잘 살겠다는 것은 필부의 이익에 불과하지만, 두루 잘 먹이고 잘 살게 하기 위해 남기는 이익은 본받을 만하다.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고 했다는 경주 최부자는 12대 400년간 부를 이어왔다. 무엇을 위해 땀 흘려 일하고 이익을 남기느냐? 부자도 급이 있다. 점을 치고, 미신을 믿고 각종 유언비어에 현혹되는 사람이 한 조직의 리더라면 그 조직의 앞날은 불을 보듯 뻔하다. 대체로 점을 치는 사람은 앞날이 불안하거나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거나, 심약한 사람이다. 기업가나 정치인이 몰래 점집을 찾는 것도 그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치심이 강조되는 것이다.
‘率然’이라고 있다. 항산에 살고 있는 전설 속의 뱀이다. 솔연은 어떤 위해가 가해지면 머리, 꼬리, 허리가 저절로 움직여서 위해에 대처한다고 한다. 스스로 완벽하게 움직인다고 한다. 군대나 회사도 이런 조직이 되면 어떤 위기에도 살아남게 될 것이다. 모든 리더들이 솔연을 꿈꾼다.
吳越同舟는 자주, 많이 쓰는 사자성어다. 나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같은 처지에 놓여 어쩔 수 없이 협력해야 하는 상태가 되거나 원수끼리 서로 마주치게 됨을 일러 그렇게 말한다. 아무리 원수지간이라도 공동의 위기 상황을 만나면 어쩔 수 없이 서로 손을 잡는다는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 전체적인 위기 상황이 되면 병사들도 저절로 마치 솔연처럼 움직인다는 것이다.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이 한 배를 탔다.
‘이것은 사지에 몰아넣은 후에야 살게 되고, 망할 지경이 되어서야 존재한다’(陷之死地而後生 置之亡地而後存)는 말은 어떤 전투는 길거리의 백성들을 몰아다가 싸우는 것과 같았기 때문에 이런 말이 생긴 것이다. 『손자병법』의 이 방법을 한나라 개국공신 한신장군은 응용했다. 사람은 자기가 살기 위해 싸운다. 군대나 회사가 위기에 빠졌을 때 의도적으로 부하들을 죽을 지경에 몰아넣고 살길을 모색하도록 하는 경우도 여기에 있다. 이때 리더는 냉정함과 엄함이 필수적이다.
‘처음에는 처녀처럼 얌전히 행동하여 적이 방심해 문을 열게 하고 나중에는 달아나는 토끼처럼 재빨리 행동하여 적이 미처 막을 수 없도록 한다.’(如如處女 敵人開戶 後如脫兎 敵不及拒)는 것은 절대 방심하면 안 된다는 것에서 생겼다. 전쟁이든 기업이든, 경영이든 방심하는 순간 끝이다.
화공만큼 성과가 뚜렷한 전쟁은 없다. 불이란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바람이 어디서 불어올지, 그 세기가 강했다가 약했다가 종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열심히 해서 이익을 남겼다면 성과를 직원들과 나누어야 한다. 이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사기와 능률이 떨어지고 일하는 흉내만 내게 되어 결국에는 손해를 보게 된다. 경영자는 성과급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분노는 다시 즐거움이 되고 성냄은 다시 기쁨이 될 수 있지만, 망한 나라는 다시 보존할 수 없고 죽은 사람은 다시 살아날 수 없다.”화공편에 나오는 말이지만, 전쟁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거듭 일깨워주는 말이다.
마지막 제13편인 用間편에는 전쟁을 하려면 엄청난 돈이 든다. 그런데 결정적인 정보 하나가 전쟁을 한순간에 끝낼 수 있다. 정보가 승패를 뒤집을 수도 있다. 제대로 된 정보가 필요하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는 인류의 미래를 어디로 끌고 갈지 예측조차 어렵다. 확실한 정보는 돈이자 힘이며 창조자인 동시에 파괴자다. 전시에나 나라에만 간첩이 있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에는 산업스파이가 있다. 국정원에 따르면 2019년 이전 5년간 산업스파이에 의해 무려 400조원이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이것은 그해 예산과 맞먹었다.
『손자병법』마지막은 ‘三軍之所恃而動(삼군지소이이동)’으로 마무리된다. 이것은 “전군이 간첩이 가져다 준 정보를 믿고 움직이는 근거가 되는 것이다.”이다. 吕牙, 즉 강태공의 말로 마무리하고 있는 것이다. 첫 구절 ‘병자국지대사’가 강태공의 육도에서 나왔듯이 부전승도 강태공의 병법에서 나왔고, 이렇게 마지막도 강태공으로 마무리 한다. 강태공은 위수에서 낚시를 하며 지내다 72세 때 주문왕을 만났다. 문왕의 뒤를 이은 무왕이 국사로 삼으며 은나라를 멸하고 주나라를 세운 주역이 강태공이다. 그의 인생역전은 ‘窮八十達八十’으로 통하는데, 80세까지 궁하다가 이후에 팔자가 폈다는 말이다. 80까지 아직 몇 년이 남았다면 잘해 봐야 하지 않을까.
손자, 즉 손무가 강태공이 시조인 나라 제에서 오나라로 망명해 오왕 합려에게 발탁되기 위해 손자병법을 다듬고 준비하면서 기다렸다는 것도 강태공을 닮았다. 결국 오왕에게 발탁되었고 오늘까지 전하는 불후의 명곡이 아닌 ‘불후의 명작’인 『손자병법』을 남겼다. 준비하라. 때를 기다려라. 손자가 우리에게 남기고 싶은 최후의 가르침 아닐까?
두 번 읽는 『손자병법』을 읽으면서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손무와 孫子인 손빈의 역작이 『손자병법』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었고, 어디서 그런 이야기도 들었지만 아니라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손자병법』과 『손빈병법』은 다른 책이라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