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탐험사 100장면 21- 이집트 문명을 추적하다 대서양을 건넌 갈대배 Ra Ⅱ호(197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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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탐험사 100장면 21- 이집트 문명을 추적하다 대서양을 건넌 갈대배 Ra Ⅱ호(197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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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jy9713

2024.03.18. 01:40조회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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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탐험사 100장면

이집트 문명을 추적하다

대서양을 건넌 갈대배 Ra Ⅱ호(1970년)

요약 헤이에르달은 잉카 문명이 고대 이집트에서 전해졌음을 증명하기 위해 대서양을 건너기로 한다. 1971년, 파피루스로 만든 Ra Ⅱ호로 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서인도 제도 바베이도스 섬까지 5,232km를 57일 만에 건너며 이집트 문명을 추적했다. 그는 이후에도 고대인들의 무역과 문명 전파 항로를 밝히는 데 도전했다.

갈대배 Ra Ⅱ호

'남아메리카 잉카 문명은 고대 이집트에서 전파된 것이다.' 이 가설을 증명하려고 갈대로 만든 배를 타고 대서양을 건넌 사람은, 뗏목 콘티키호 탐험으로 유명해진 헤이에르달이다. 그는 1971년 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서인도 제도 바베이도스 섬까지 5,232km를, 고대 이집트인들이 탔던 것과 똑같은 갈대배를 타고 57일 만에 건넜다.

지금으로부터 약 450년 전 잉카 제국에 발을 들여놓은 스페인 군대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잉카 제국의 문명이 고대 이집트와 너무나 흡사했기 때문이다.

잉카인들은 이집트 사람처럼 갈대로 만든 배를 탔으며, 거대한 신전과 피라미드를 세워 태양신을 섬기고 있었다. 또한 죽은 자를 미라로 만들어 보존하고, 뇌를 수술할 줄도 알았다. 왕족이 집안끼리 결혼하는 풍습까지도 이집트와 똑같았다.

1970년까지도 학자들은 이 수수께끼를 풀지 못했다. 난데없이 솟아난 듯, 잉카족의 화려한 문명은 북아메리카에서 내려온 것도 아니고 남쪽에서 올라온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아득한 옛날에 이집트인이 대서양을 건넜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들에게는 대서양을 건널 만한 크고 튼튼한 배가 없었다.

고대 이집트인은 파피루스로 배를 만들었다. 이 갈대배는 〈성경〉에도 나오고, 피라미드 벽화에도 그려져 있다. 1960년대까지도 이 배들은 에티오피아 · 모로코 같은 북아프리카 지역에 남아 있었다. 중앙아프리카 차드 호수에서는 오늘날도 어부들이 갈대배로 고기잡이를 한다. 남아메리카의 페루나 볼리비아 인디오들도 티티카카 호수나 강에서 갈대배를 탄다. 물론 양쪽 배의 생김새는 똑같다.

1969년 헤이에르달은 콘티키에 이어 두 번째 모험을 나서기로 했다. 파피루스로 옛날과 똑같은 배를 만들어 대서양을 건넌다면 역사의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헤이에르달은 차드 호수에서 갈대배를 만들었다. 배 이름은 이집트 태양신을 따서 '라(Ra)'로 했다. 1969년 5월 25일 라호는 모로코를 떠났으나 4,260km를 항해하고는 55일 만에 가라앉았다. 배를 만들 때 고물을 잘못 만든 탓이었다.

1970년 헤이에르달은 라Ⅱ호를 만들었다. 이번에는 남아메리카에서 아이마라 인디오들을 데려다 모로코에서 만들었다. 선원은 각기 다른 나라 사람으로 7명을 모았다.

1970년 5월 17일. 라Ⅱ호는 모로코 사피 항을 떠났다. 처음에는 일이 잘 풀리는 듯했다. 세찬 바람이 라Ⅱ호를 서쪽으로 서쪽으로 밀어 주었다. 사흘째 되던 날, 거짓말같이 바람이 딱 그쳤다. '거울'같은 바다에서 라Ⅱ호는 그대로 멈추어 섰다. 거울은 가끔씩 상어 지느러미가 물 위로 불쑥 솟을 때만 깨졌다.

고요함은 며칠이 지나도 깨지지 않았다. 두려운 나머지 수리알과 제노베스는 노래를 부르다가 춤을 추다가 했다. 배는 여전히 미동도 않았고, 그들은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한 주일이 지나서야 바람이 불었다.

카나리아 군도를 지날 때쯤 되서야 그들은 무풍 지대에서 겪은 무서움을 떨쳐낼 수 있었다. 라Ⅱ호를 갈대가 우거진 작은 섬으로 여긴 듯 새떼가 날아든 덕분이다. 그러나 반가운 손님들은 금방 떠나갔다. 마치 이 섬이 곧 사라질 것이라는 듯이.

6월에 들어서자 무역풍이 제대로 불었다. 배는 날마다 110~130km씩 나아갔다. 물결이 뱃전에서 흰 거품을 일으키며 부서지리만큼 라Ⅱ호는 빨리 달렸다. 바닷물은 배 안에 들어오기가 무섭게 갈대묶음 사이로 빠져 나가고, 버들가지를 촘촘히 엮어 만든 선실 벽은 파도를 끄떡없이 막아주었다.

파피루스 갈대는 바닷물을 빨아들이자 더욱 질겨졌다. 한동안 배 한가운데 푹 꺼진 곳에 바닷물이 몇 톤쯤 고였는데, 그것은 인디오들이 갈대 12톤을 다 쓰지 않고 3분의 2만 써서 만든 탓이었다. 이 문제도 갈대가 물을 다 빨아들임으로써 저절로 풀렸다.

어느날 라Ⅱ호는 폭풍을 만났다. 산더미 같은 파도가 덮치자 배는 하늘높이 솟았다가 곤두박질쳤다. 전봇대만한 노가 이쑤시개처럼 맥없이 부서졌다. 배는 빙글빙글 맴돌았고, 돛은 대포 같은 소리를 냈다. 선체의 절반이 넘게 물에 잠기자 라Ⅱ호는 금세 가라앉을 것 같았다.

대원들은 목에까지 차는 물속에서 돛을 말아올리고 부러진 노를 이었다. 그들은 성난 바다와 싸우고, 배고픔과 싸우고, 두려움과 싸우고, 시간과 싸웠다. 이틀 뒤 바다가 잠잠해지자 여덟 사람은 갑판에 쓰러져 죽은듯이 잠들었다.

6월 30일, 라Ⅱ는 처음으로 배를 만났다. 두 배는 선물을 주고받고 힘을 북돋아 주며 지나쳤다. 이제 아메리카는 눈앞에 있었다. 두렵고 지루한 여행은 다 끝난 듯했다. 그런데 마지막 한 고비가 더 남아 있었다.

7월 6일, 라Ⅱ는 또다시 폭풍에 휘말렸다. 지옥으로 변한 바다에서 그들은 뜬눈으로 나흘을 버텼다. 소금물에 푹 전 대원들은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로 비바람과 맞섰다. 그리고 끝내 폭풍우를 벗어났다.

57일째인 7월 12일, 새벽에 헤이에르달은 문득 풀냄새를 맡았다. 점심 때가 되자 비행기 4대와 작은 배 50여 척이 마중나왔다. 베이커는 연신 깃발을 흔들었고, 수리알은 선실 지붕에 서서 신호등을 깜빡였다. 마우리와 제노베스는 돛대에 올라가 미친 듯이 손을 흔들었고, 센케비치와 게이는 사진을 마구 찍어댔다.

우하니와 헤이에르달은 흐뭇한 얼굴로 환영객들을 바라보았다. 한 군데도 망가지지 않은 라Ⅱ호는 돛을 내리고 바베이도스 섬의 브리지타운으로 미끄러지듯이 빨려들어갔다. 부두에서는 총리와 2만5천여 시민이 뜨겁게 맞아 주었다.

'증명'의 어려움

이집트 문명이 잉카 제국에 전해졌음을 증명하기 위해 옛날과 똑같이 만들어진 갈대배 RaⅡ호는, 선체가 거의 잠긴 채로 57일만에 대서양을 건넜다.

라Ⅱ호는 뒷날 콘티키호처럼 노르웨이의 콘티키 박물관에 전시되었다. 헤이에르달은 1977~1978년에도 갈대배 티그리스호를 만들어 타고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페르시아 해와 아라비아 해를 거쳐 홍해까지 6,720km를 항해해, 고대인들의 무역 · 문명 전파 항로를 탐사했다.

[네이버 지식백과] 이집트 문명을 추적하다 - 대서양을 건넌 갈대배 Ra Ⅱ호(1970년) (세계 탐험사 100장면, 2002.7.18., 이병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