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노트
밀도 있는 시나리오와 베테랑 감독의 유려한 연출력
Two Thumbs Up!!
<뱅크 잡>은 2008년 3월 미국 전역에서 개봉, 흥행성과 작품성 면에서 고루 인정 받은 영화다.
개봉 주 전미박스오피스 4위에 랭크 되었으며, 수많은 평론가로부터 호평을 받는데 성공한 것이다. ‘뉴욕 타임즈’, ‘USA 투데이’,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등 주요 해외 언론은 <뱅크 잡>이 꾸미지 않은 스릴만점의 범죄 스릴러라는 공통된 호평을 보냈으며 ‘뉴욕 옵저버’와 ‘릴 뷰’는 흥분감 넘치는 성인용 오락물이라며 두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이처럼 <뱅크 잡>이 언론으로부터 작품성을 인정 받을 수 있었던 근거는 <노 웨이 아웃> <겟 어웨이> <단테스 피크>등 범죄 스릴러에서 잔뼈가 굵은 헐리우드 베테랑 감독 로저 도날드슨의 유려한 연출력과, 알란 파커의 음악 영화 <커미트먼트>로 영국 아카데미 상(BAFTA)을 수상하고 최근까지도 <골!> <플러쉬>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등에서 환상의 콤비로 활동하고 있는 딕 클레멘트와 이안 라 프레네스의 밀도 있는 시나리오에 있다 하겠다.
<이탈리안 잡>의 노련함 + <본 아이덴티티>의 명석함
누구나 즐길 만한 범죄 스릴러 대작
400억 원의 한탕, 아마추어 은행 강도, 숨가쁜 두뇌게임. <뱅크 잡>은 관객들이 한시도 영화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노련한 전개가 돋보이는 영화다.
영화의 메인 사건인 금고털이 사건의 전모를 초반에 빠른 편집으로 던져 넣고 관객의 흥미를 자아낸 후, 등장인물들이 의기투합하여 금고를 털기까지의 과정을 느린 호흡으로 전개한 다음, 관객들이 잠시 숨을 돌릴 무렵 본격적으로 또 다른 이야기들을 터트리며 후반까지 관객을 완전히 사로 잡는데 성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이탈리안 잡>의 노련한 화면 편집을 연상케 하는 <뱅크 잡>은 또한 단순하게 한줄기의 이야기만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굵은 이야기 하나에서 여러 이야기들이 하나 둘씩 가지를 치며 번져 나와 관객의 두뇌를 시험한다는 점에서 명석한 범죄 스릴러 시나리오로 손꼽히는 <본 아이덴티티>(외 '본' 시리즈)와 닮은 구석이 있다.
전대미문의 미해결 실화
영국 로이드 은행 금고털이 사건 영화화
<뱅크 잡>은 1971년, 런던 로이드 은행에서 발생했던 은행 강도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당시 수 백 개의 은행 금고가 털렸지만, 100명의 이상의 금고 주인들은 분실품 확인을 거부하는 진풍경이 연출되었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체포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게다가 언론에는 보도 통제가 내려져 사람들은 정확한 사건의 전말을 알 수 없었다.
실제로 MI5 (영국군사정보국)에서는 2054년 까지 기밀로 분류했을 만큼 비밀스러운 로이드 은행 강도 사건이 <뱅크 잡>의 모티브가 되었다. 30년간 묻혀있던 의문의 비화를 영화화 하는 과정에서, 감독 로저 도날드슨은 당시의 신문과 자료들을 통해 등장인물들과 그들이 벌인 사건들에 한걸음씩 다가갔으며, 점점 흥미를 느꼈다고.
로이드 은행이 현재까지도 영국 베이커 스트리트와 메릴본 코너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금고털이 장면을 로이드 은행에서 직접 찍으려고 했으나, 교통 체증과 밀려드는 인파를 감당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따로 셋트를 지어 촬영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아쉬운 뒷얘기도 있다.
<핸콕> <원티드> <미이라3> 제작사
흥행 대작 전문 감독 로저 도날드슨 의기투합
<뱅크 잡>은 명성 높은 제작사와 범죄 스릴러 흥행 감독이 의기투합한 작품. 할리우드 최고의 스텝들이 함께 작업했다는 사실은 영화에 대한 신뢰감을 증폭시킨다.
<뱅크 잡>의 제작을 맡은 ‘Relativity Media’는 <원티드> <핸콕> <미이라3> 등 2008년 최고의 흥행작들을 연속해서 탄생시켜낸 할리우드 제작사. 필모그래피 만으로도 그 명성을 알 수 있게 한다. 또한 <노 웨이 아웃>, <겟 어웨이>, <단테스 피크> 등 연출하는 영화마다 흥행 성공과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온 로저 도날드슨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사실은 <뱅크 잡>이 범죄 스릴러 장르로 리얼함과 스릴감이 조화된 웰 메이드 영화임을 입증시킨다.
이처럼 할리우드 최고의 제작사와 감독이 만나 완전한 범죄 시나리오를 선보이는 <뱅크 잡>은 관객들에게 블록버스터급 재미와 스릴감을 안겨 줄 것이다.
씨네21 리뷰
제이슨 스타뎀 액션 지수 ★ 사회파 영화 지수 ★★ 실화 재창조 지수 ★★★★
‘런던판 <범죄의 재구성>’이라고나 할까. 너무나 간단명료한 제목의 영화 <뱅크잡>은 은행만 털고 나오려던 일당이 더 큰 사건에 얽히는 이야기다. 1971년 런던, 카 딜러 테리(제이슨 스타뎀)는 옛 애인 마틴(새프런 버로스)으로부터 경보장치가 24시간 동안 해제되는 로이드 은행을 털자고 제안받는다. 마침 사채업자에게 협박당하던 테리는 좋은 기회라고 판단하고는 포르노 배우 데이브(대니얼 메이스), 사진작가 케빈(스티븐 캠벨 무어), 콘크리트 전문가 밤바스(알키 데이비드), 양복 재단사 가이(제임스 폴크너), 그리고 곧 결혼할 예정인 새 신랑 에디(마이클 집슨)를 불러모은다.
평범하게 살아가던 아마추어 7인의 일당은 13m의 지하 터널을 뚫고 은행에 도착, 수백개의 안전금고에 보관 중이던 돈과 보석을 챙겨 짜릿한 한탕에 성공한다. 그런데 테리는 마틴이 돈에 별 관심이 없고 특정한 사진과 자료를 찾고 있음을 눈치챈다. 얼마 전 마약 소지 혐의로 체포된 마틴이 사건을 무마해주는 대가로 특정 사진 자료를 빼내오길 요구받았던 것. 그런데 마틴을 의심한 테리가 도주계획을 변경하면서, 그들은 경찰뿐만 아니라 MI5(영국군사정보국), 그리고 또 다른 범죄조직의 추격까지 받게 된다.
멋진 스페셜리스트들의 향연인 <오션스 일레븐> 시리즈를 떠올릴 것까진 없고, 어딘가 ‘외인구단’처럼 보이는 떼강도 이야기인 <웰컴 투 콜린우드>(2002)나 <레이디킬러>(2004)가 연상될 것이다. 한탕하고서 고향 사이프러스로 돌아가고 싶다는 친구, 엄마에게 마당 있는 집을 선물하고 싶다는 친구 등 하나같이 보통 사람들이다.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도 쉴새없이 영국식 농담을 주고받는 그들은 곧 어떤 위험이 닥칠지 상상도 하지 못한다. 굴착 도중 발견한 묘비의 연도를 보고는 놀라기는커녕 “웨스트햄(축구클럽)이 마지막으로 우승한 해”라고 낄낄대거나 비밀금고에서 ‘우리의 마술 같았던 날 이후 한번도 빨지 않았음’이라 적힌 팬티를 발견하고는 서로의 얼굴에 던져대며 장난치는 식이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털이’ 영화들과 다른 점이라면 범죄 이후 더 큰 사태가 벌어진다는 사실이다. 그 안전금고에는 왕실 마가렛 공주의 스캔들 사진도 있고, 부패 경찰의 상납 리스트가 적힌 장부도 있으며, 하원의원의 매음굴 SM 사진도 민망하게 담겨 있다. 특별히 범죄장면이 스타일리시하게 담긴 것도 아니고 제이슨 스타뎀 특유의 박력 넘치는 액션 연기가 펼쳐지지도 않는다(그는 영화에서 딱 한번 싸운다). 영화의 재미는 서로 다른 절박한 이유를 지닌 왕실과 정부와 경찰이 모든 증거자료를 손에 쥔 테리의 손아귀에서 놀아난다는 점에서 발생한다. 물론 엄청난 음모론을 제기할 만한 소재이긴 하지만 <뱅크잡>은 철저히 오락영화다. 왕실과 정부를 마음껏 농락하는 ‘쿨’한 재미 말이다. 아직 제이슨 스타뎀에게서 기대하는 건 딱 거기까지다.
tip/<뱅크잡>은 1971년, 런던 로이드 은행에서 발생했던 은행 강도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당시 수백 개의 은행 금고가 털렸지만, 100명 이상의 금고 주인들은 분실품 확인을 거부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체포된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게다가 MI5에서는 2054년까지 기밀로 분류했을 정도로 언론에는 보도 통제가 내려져 정확한 사건의 전말은 아직까지도 알려진 바 없다고 한다.
글 주성철 2008-10-29
출처: 씨네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