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497) - 유럽통신(4)
~ 브랙시트의 EU본부와 파리의 한국전쟁 기념 장소에서 떠올린 상념
브렉시트로 세계가 요동치고 6.25 66주년의 한반도는 불안하다. 해외의 한국교회는 교민들의 현지생활 공동체, 그 현장의 모습들을 살펴본다.
6월 24일(금), 아들의 출근길에 브뤼셀로 나가 기차를 타고 벨기에 동남방향 국경지역에 있는 아를론으로 향하였다. 30여분 달려서 갈아타야 하는 오티그니스역에 내려서 아를론 행을 기다리니 한 시간에 한 번씩 가는 열차가 승무원들의 파업으로 세 번 연속 결행이다. 내려온 김에 한적한 시골 오티그니스를 한 바퀴 돌아보며 시장에 들러 마침 필요한 혁대와 맛이 좋은 살구도 사는 등 한 시간여 머물다가 브뤼셀 행 열차에 올랐다. 기차에서 준비해간 도시락으로 점심을 들고 EU본부가 있는 브뤼셀 슈만역에 내리니 낮 12시 반, 역사 밖으로 나오니 거대한 빌딩 숲이 멀리 찾은 이방인을 압도한다.
무장경관이 건물주변을 에워싼 EU 관련 건물 앞의 벤치에 앉아 주변을 살피다가 엄청나게 큰 건물 앞으로 나아가니 방송과 통신, 신문의 취재진이 쭉 늘어선 풍경과 마주쳐 한 눈에 EU본부인 것을 직감하였다. 현장의 모습을 카톡으로 접한 기준서 박사(전 그리스도대학교 총장)는 이렇게 표현하였다. ‘역사적인 날에 역사적인 장소에 갔으니 역사적인 사건이 되었네요.’ 역사적인 날, 역사의 현장을 목도한 발걸음이 오묘하다.
세계가 요동치는 브렉시트의 날, 웅장한 규모의 EU본부를 찾다
6월 25일(토), 오전 7시에 버스를 타고 브뤼셀을 출발하여 파리로 향하였다. 조카딸이 파리에 거주하는데 7개월 전 딸을 출산하였다. 동생 내외가 건강이 여의치 않아 방문하지 못한 것이 안타까워 조카 내외를 격려하고 외종손녀를 안아주는 것이 혈육의 도리라 여겨 직장 생활로 바쁜 사정을 감안, 토요일을 방문날짜로 잡은 것이다.조카 내외를 대면한 것도 몇 년 만, 반갑게 해후하여 정담을 나누고 외종손녀를 품에 안으니 핏줄을 알아보기라도 하는 듯 가슴에 착 붙는다.
두 시간여 상면을 마치고 아쉬운 작별, 파리에 온 김에 지하철로 몇 군데 둘러보기로 하였다. 처음 찾은 곳은 퐁 마리 역 앞에 있는 한국전쟁 기념장소, 마침 6.25기념일에 이곳을 찾아 보은의 묵념을 올리는 것이 국제사회를 향한 한국인의 예의라 여겼다. 아들이 일러준 정보를 따라 퐁 마리 역에서 내려 밖으로 나오니 출구는 한 곳, 지척의 도로변에 한반도 모형을 조각한 기념석이 세워져 있다. 터키 앙카라의 한국공원과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한국전쟁 기념비를 살핀 기억을 떠올리며 반듯한 기념장소를 예상한 것과 달리 왜소하고 초라한 규모에 다소 실망하였지만 누구를 탓하랴. 그렇게라도 추모의 흔적을 남긴 이들에게 경의를 표하여야 하리라. 현지인들의 것으로 보이는 꽃다발 속에 한글로 적힌 것 하나, ‘선열들의 충혼을 이어받아 통일한국 만들어 가겠습니다.’라고 쓴 글귀가 눈길을 끈다. 그 다짐, 우리 모두의 것임을 새기며 아내와 함께 숙연한 마음으로 머리 숙였다.
왜소한 규모의 파리 한국전쟁 기념장소
파리는 두 세 차례 방문한 도시(아내는 10여년 전 보름간 머물며 이곳저곳 탐사하였다), 퐁 마리 역에서 가까운 세느 강변과 노트르담 성당을 둘러본 후 몽마르트 언덕에 올라 파리 전경을 내려다보고 저녁 7시에 브뤼셀 행 버스에 올랐다. 파리 – 브뤼셀은 300여km의 비교적 가까운 거리, 내가 사는 서울 – 광주를 오가는 것과 비슷하다. 넓은 평원이 계속 이어지고 누렇게 익은 밀밭이 끝없이 펼쳐지는 전원이 평화롭고 풍요한 느낌을 주는데 두 도시 모두 테러의 위험에 시달리는 것이 안타깝다. 하늘이여, 온 누리에 평화를 허락하소서.
6월 26일(일), 오전에 브뤼셀 한인교회를 찾아 예배를 드리고 교민들과 환담하며 해외에 거주하는 한인공동체의 모습을 살폈다. 김동민 담임목사는 설교를 통해 가정에 충실한 성도가 교회의 선한 일꾼임을 강조하며 새로 뽑히는 임직과 교인들의 덕목이 가정과 사회에서 다른 이들의 본이 될 것을 권면한다. 3년 반의 특파원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귀임하는 연합뉴스 송병승 기자부부는 교회의 핵심 봉사자로 교민들의 구심점에 한 몫 한 것을 확인하였고 국내 굴지의 기업에서 파송된 일꾼들이 새로 부임하는 현지에 교회를 지렛대 삼아 순조롭게 적응하는 실상을 목도할 수 있다. 무릇 교회는 어디에서나 어둠을 밝히고 썩음을 방지하는 소임을 잘 감당하는 요람이기를!
* 교회에서 만난 전문가들에게 브랙시트의 파장을 물었다. 연합뉴스 송병승 기자는 자신도 브렉시트의 날에 EU본부에 나갔다며 EU나 영국 모두 선진국이니 충격에 슬기롭게 대처하리라 여긴다는 견해, 캐머런 영국 총리가 자충수를 두었다는 나의 생각에 동감을 표시한다. 대사관의 상무관으로 파견 나온 정부 관계자는 당장은 혼란이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전망하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경구가 적절한 답이 아닐까라는 내 소견을 덧붙였다. 세론이여, 너무 호들갑 떨지 마시라.
예배 후 다과를 들며 교제를 나누는 브뤼셀 한인교회 멤버들
첫댓글 예술가의 천국이라는 몽마르트 언덕에 다녀오신것 맞습니까 그림이나 각 대중매체를 통해서만 접해 본 세느 강변과 노트르담 성당의 위엄 그리고 사랑스런 에펠탑의 근황도 궁금합니다. 언젠가 광주에 사는 옥이가 꼭 한 번 만나러 가겠다는 안부도 좀......^^;;
EU본부 . 브렉시트 때문인지 관심있게 다시 봐지네요~ 매일매일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