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후기" 2021. 1. 9. 두륜산 산행 - 이자벨리 대장님 리딩 -

[보나파르트]

겨울 산행으로 ‘한국의 곤륜산’ 해남 두륜산을 갑니다.

[솜털같은 눈이 내려앉아 있는 초목]

두륜산의 명칭에 대해서 적어봅니다.

“두메산골”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이르는 뜻입니다. ‘두르다’의 명사형은 ‘둠’이고 마을을 뜻하는 ‘뫼(里)’와 합하여 “두메”가 되고 이에 ‘산골’을 더하여 “두메산골”이 된 것입니다. 두륜산의 옛이름은 “한둠산(한듬산)”이었습니다. “둠”에다 고어로 “크다(大)”라는 뜻을 가진 형용사인 ‘한’을 더한 산이름입니다. 이런 연유로 대흥사는 오랫동안 “한듬절”로 붙렸다 합니다. ‘한듬산’의 한자식 표기가 “대둔산(大芚山)”입니다. “芚”자는 ‘둥기미 둔. 싹나올 둔’입니다. 그러니까 ‘마을을 둥글게 에워싸고 있는 산이 마치 싹이 돋아나는 모습을 하고 있는 산’이 대둔산의 뜻입니다.

‘한듬산’이 ‘두륜산(頭崙山)’으로 바뀐 것에 대한 연유는 '대흥사지(大興寺誌)'에 기록되어 전하는데, 대둔산은 중국의 곤륜산(崑崙山) 줄기가 한반도로 흘러 백두산을 이루고 다시 방향을 틀어 남쪽으로 내려와 해남 땅에서 긴 여정을 마치므로 백두산의 ‘두(頭)’와 곤륜의 ‘륜(崙)’을 따서 두륜산(頭崙山)으로 이름하였다 합니다. 또한 두륜산은 ‘두룬산’을 음차표기 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동여지도 서문을 보면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습니다.

“산해경山海經"에서 말하기를, 곤륜산의 한 가지가 대막(大漠, 타클라마칸사막)의 남쪽을 지나 동쪽에 와서는 의무려산(醫巫閭山)이 되었는데, 이곳에서 끊어져 요동평야가 되었고, 이 평원을 건너 솟아난 것이 백두산인데, 조선산맥들의 으뜸 산이 된다.

[한국과 중국의 산경도]

[두륜산의 산경도적 위치]

그런데 곤륜산은 서왕모(西王母)가 사는 도교의 성산(聖山)입니다. 이것을 참고하면 왜 ‘頭崙山’을 ‘頭輪山’으로 바뀌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즉 이곳의 불교사찰과 관계가 있을 것입니다. ‘頭輪’은 우리말 ‘두루다’의 관형형인 ‘두룬’을 음차표기한 것이고 또한 성인의 머리에 비춘다는 “원광(圓光)”을 말한 것으로 ‘頭輪山’의 ‘輪’이 또한 산이 병풍처럼 두르고 있음을 표현하고 있다 할 것입니다.

서산대사는 두륜산과 대흥사를 가르켜 삼재불입지처(三災不入之處), 만년불피지지(萬年不避之地), 종통소귀지처(宗統所歸之處)라 하여 북으로는 월출산이 하늘을 떠받드는 기둥이 되고 남으로는 달마산이 지축에 연결되여 있으며 동서에는 천관산과 선은산이 대치하고 있으니 바다와 산이 둘러싸 안고 있는데다 골짜기 또한 깊고 그윽하여 온 기운이 서려있어 만세토록 재앙이 미치지 아니하고 오래토록 더렵혀지지 않은 이곳은 영원히 법맥을 이어 갈 명당 중의 명당이라 하였다고 합니다. 대흥사는 서산대산의 예언처럼 임진왜란과 6.25 동난 때도 병화를 입지 않았다고 합니다.

산행을 시작합니다. 산행의 들머리는 오소재입니다. 산행초입에 “미륵바위의 유래”라는 간판이 보입니다. 사진촬영을 하고 소개글을 읽어봅니다.

[미륵바위의 유래]

이제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합니다.

[두륜산공원 안내도]

[두륜산 산행 들머리 이정표]

오늘 해남 날씨는 겨울산행을 하기에 최적인 날씨입니다. 현재 시간이 오후 12시 경인데 영상 2도라고 합니다. 급하게 오르면 땀에 겨울점퍼가 젖을까 염려되어서 산행초입의 경사지를 천천히 오르는데, 솜털 같은 눈이 내려앉아 있는 초목의 경관을 보니 발걸음이 더욱 늦어집니다.

맨 후미에서 갔는데 뒤에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 반사적으로 돌아보니 산행 전 광장에서 잠시 마주쳤던 진도견 백구입니다. 성견인 백구가 사람들을 좋아하는 것을 보았는데 금새 저를 아는 채합니다. 

오심재에 다다를 무렵 젊은 청춘남녀 한 쌍이 활달하게 올라오면서 인사를 합니다. 남성은 양몰이를 하듯이 기합소리를 내면서 여성의 산행속도를 독촉합니다. 눈이 쌓여 있는 경관에 한 편의 영화장면 같은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이들은 산행속도가 빨라서 잠깐 사이에 시야에서 사라졌는데 문득 곤륜산이 들어가 있는 황진이 선생의 시 한 수가 생각납니다. ‘반달’이라는 제목으로 칠석날 읊은 시라 합니다. 한 번 옮겨봅니다.

詠半月(영반월)

誰斷崑崙玉(수단곤륜옥) 누가 곤륜산의 옥을 쪼개어

裁成織女梳(재성직녀소) 직녀의 얼레빗을 만들었나

牵牛一去後(견우일거후) 견우가 한 번 떠나간 후

愁擲碧空虛(수척벽공허) 수심에 젖어 (얼레빗) 하늘에 던졌네

그런데 정말 신기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천자문에 “玉出崑崗(옥은 곤륜산에서 난다)”이라는 문구를 문자대로 해석하면 “옥은 곤륜산 줄기에서 난다”인데 곤륜산 줄기의 마무리라는 '한국의 곤륜산' 두륜산이 있는 해남에는 예로부터 옥광산이 있어서 지금도 옥공예 맥이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해남 옥공예]

오심재(悟心재)에 이릅니다. 이곳은 어림잡아 반경 100여 미터는 되는 넓다란 평지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오심재를 사이에 두고 산행진행 방향의 “노승봉”과 케이블카터미널이 있는 반대방향인 “고계봉”의 산세가 대단합니다. 오심재에서 노승봉 정상 쪽을 보니 마치 UFO같은 원형구름이 태양을 가리면서 지나가는데 전체적 풍광이 좋아서 영상촬영을 해보았습니다.(네번째 영상에 있음)

[오심재에서 바라본 노승봉]

[오심재 이정표]

오심재의 글자 뜻대로 도 닦는 기분으로 노승봉을 오릅니다. 도중에 두륜산 흔들바위 표시가 있어서 가보았습니다. 예전에 우연히 TV방송에서 보았는데 힘껏 밀어보니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두륜산 흔들바위]

노승봉 헬기장에서 정상을 처다 봅니다. 우뚝한 바위산의 모습이 기운찹니다. 산행초입에서 만났던 백구를 노승봉 헬기장에서 다시 마주칩니다. 백구가 꼬리를 좌우로 흔들어서 반가움을 표시합니다. 200여 미터를 더 올라 노승봉에 이릅니다.

[노승봉 헬기장에서 올려다 본 노승봉 - 왼쪽 사람 옆에 꼬리를 흔들고 처다보는 백구가 보임 -]

[노승봉 정상석]

이곳에서 다음에 오를 가련봉을 보니 풍광이 대단하여 촬영을 합니다.

[노승봉에서 바라본 가련봉]

노승봉에서 가련봉까지는 거리가 얼마 되지 않아서 수월하게 도착합니다.

[가련봉 정상석]

[가련봉 정상에서 본 경관]

가련봉에서 두륜봉을 보니 봉우리의 좌측 단면에 큰바위 얼굴이 보입니다. 대흥사에서 두륜산을 조망하면 비로자나 와불인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이렇게 보면 두륜봉은 와불의 왼손에 해당되는데 가련봉에서 두륜봉 쪽을 바라보니 두륜봉 좌측 단애(斷崖)가 사람 얼굴이고 우측의 길다란 암릉이 바람에 나부끼는 머릿결 같습니다.

[가련봉에서 본 두륜봉의 큰바위얼굴]

[대흥사에서 바로본 두륜산 비로자나 와불상]

다시 산행을 진행합니다.

[두륜봉 이정표]

두륜봉의 상징인 “두륜봉 구름다리”에 도착합니다. 이곳에서 대흥사 방향과 반대방향으로 얼마간 진행하면 두륜봉 정상석이 나옵니다.

[두륜봉 구름다리]

[두륜봉 정상석]

두륜봉 정상석에서 다시 돌아서 대흥사로 향합니다. 근처에 있는 이정표를 보니 대흥사가 2.05km남았는데 시간을 보니 오후 3시 40분입니다. 산행 마감 시각이 5시 10분이니 1시간 30분 안에 주차장까지 가야합니다. 지금부터는 뛰어야 합니다. 먼저 스틱을 배낭에 넣습니다. 이 후 몇몇 구간은 밧줄을 잡고 가야하기도 했지만 뛰는데 크게 지장이 없는 곳이 대부분이어서 속도를 낼 수 있었습니다.

[대흥사 2.5km 이정표]

표충사 1.4km 지점에 이르러서 아이젠을 벗습니다. 이제 전력질주합니다.

진불암에 도착합니다. 시간관계상 진불암은 겉모습만 보고 지나갑니다.

이곳부터 아스팔트가 깔린 작전도로가 놓여 있습니다.

작전도로를 가다가 이정표가 가르키는 대흥사 방향의 숲길로 들어갑니다.

[작전도로에서 표충사로 가는 이정표]

대흥사를 10여 분 앞두고서 좌측으로 흐르는 눈 덮인 계곡이 아름다워 촬영을 합니다.

[눈 덮인 두륜산 계곡]

표충사에 도착하니 4시 30분입니다. 표충사를 돌아보고 영정에 예를 갖춥니다. 표충사는 절집이 아니라 유교식 사당입니다. 서산, 사명, 뇌묵 스님이 모셔져 있습니다. 이곳은 정조대왕이 사액하신 사당으로 정조대왕의 친필인 ‘표충사(表忠祠)’ 편액이 걸려 있고 그 우측에 이를 알리는 ‘어서각(御書閣)’이라는 편액도 보입니다.

[표충사]

표충사에 대한 글을 옮깁니다.

전라남도 기념물 제19호. 임진왜란 때 승병대장으로 활약한 휴정(休靜)과 제자 유정(惟政)·처영(處英) 등 3인의 영정을 봉안한 사우(祠宇)로서, 사찰 경내에 사당을 겸한 특별한 형식이다.

1788년(정조 12) 대둔사 7세 법손(法孫)인 천묵(天默)이 세 분 스님의 영정을 모시고자 조정에 상소하자, 정조는 세 승려의 충정을 크게 치하하며 친히 표충사라 사액하였고, 이듬해 사우를 건립하였다.

초창 당시는 대웅전을 바라보는 곳에 있었는데, 1836년(헌종 2) 잠시 동남쪽의 주산(主山)으로 옮겼으나 1860년(철종 11) 원래 사우지로 이건 상량하였다. 표충사에는 일곽의 담장 안에 사당·조사전(祖師殿)·비각·내삼문 등 4동의 건물이 들어서 있다.

사당은 정면 3칸, 측면 3칸으로 내부는 마루를 깐 통칸이다. 장대석으로 단촐한 낮은 기단 위에 막돌초석을 놓고 민흘림의 원주를 세웠으며, 5량 가구를 얹었다. 공포는 1출목을 둔 주심포계의 2익공(翼工) 양식이며, 지붕은 방풍판(防風板)을 단 고기와의 맞배집이다.

조사전은 정면 3칸, 측면 1칸으로 우물마루를 깔았다. 낮은 기단 위 막돌초석에 두리기둥을 세운 3량가를 얹었고, 2익공 양식에 방풍판을 단 맞배집이다.

비각에는 1791년에 세운 서산대사표충사기적비(西山大師表忠祠紀蹟碑)와, 1792년에 건립한 표충사건사적비(表忠祠建事蹟碑)가 나란히 세워져 있다. 내삼문은 정면 3칸의 맞배지붕 솟을삼문이며, 중칸 위에 ‘禮齋門(예재문)’이라 쓴 현판이 걸려 있다.

대흥사와 서산대사에 얽힌 이야기를 옮겨봅니다.

[서산대사 영정]

1604년 1월 어느 날 묘향산 원적암에서는 85세 노구의 서산대사 휴정(休靜, 1520-1604) 스님이 제자들을 불러 마지막 설법을 하였다. 그리고 제자인 사명당 유정(惟政)과 뇌묵당 처영(處英) 스님 등에게 자신이 입고 쓰던 가사와 발우를 해남 두륜산에 두라고 부탁했다. 당시 서산대사가 계신 평안북도의 묘향산에서 보면 전라남도의 해남 두륜산은 조선의 북쪽 끝에서 남쪽 끝으로 이천리 가까이 떨어진 아득히 먼 곳이었다. 그런 곳에 스승의 발우와 가사를 두라니 제자들은 무슨 이유인지 몰라 당황했다. 못내 이유가 궁금해서 스승께 그 이유를 여쭈니, 서산대사는 “그곳은 전쟁을 비롯한 삼재가 들어오지 않는 곳(三災不入之處)이고, 만세토록 훼손되지 않는 땅(萬年不毁之地)이며 종통이 돌아갈 곳(宗統所歸之處)”으로 자신의 의발을 보관할만한 곳이라고 말했다. 서산대사가 입적하자 다비 후 제자들은 사리는 묘향산 보현사와 안심사에, 영골은 금강산 유점사에 모시고, 금란가사와 발우는 스승의 유훈대로 해남 대흥사에 모셨다. 

서산대사는 임진왜란 때 의주로 피난 온 선조의 부탁으로 70대 노구를 이끌고 승병을 모아 평양 탈환 작전에 참가하여 선조가 한양으로 돌아가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그의 제자인 사명당과 뇌묵당 역시 스승과 함께 큰 공을 세우고 사명당은 전란이 끝난 후 일본에 사신으로 가는 등 큰 활약을 했다. 이렇다 보니 전란이 끝난 후 조정에서는 불교와 승려들에 대해 이전과 다르게 대우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배경에서 당대 선교 양종의 최고 고승이었던 서산대사의 의발이 대흥사에 전해졌으니 땅끝 해남의 작은 절이었던 대흥사는 이후 큰 도량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조선 후기 대흥사에서는 13분의 대종사와 13분의 대강사를 배출하는데 이들은 서산대사의 법맥 중 가장 번창한 편양 언기(鞭羊 彦機) 스님과 소요 태능(逍遙 太能)계 스님들이다. 13분의 대종사나 13분의 대강사 중 일반인에게 이름이 알려진 분으로는 강진에 귀양 와 있던 다산 정약용 선생과 교유했던 대강사 중 한 분인 혜장선사와 대종사 중 막내로 추사 김정희와 교유한 초의선사 의순(意恂, 1786-1866) 스님이 있다. 
 대흥사가 조선시대 후기에 큰 사찰로 발돋움하고 오늘날 세계문화유산 산사 중 하나이자 대한불교조계종 제22교구 본사로 자리매김한 것을 보면 앞서 ‘종통이 돌아갈 곳’이라고 말한 서산대사의 혜안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서산대사의 음덕으로 대찰이 된 대흥사이므로 서산대사를 기리는 것은 당연하지만 사찰 경내에 유교 형식의 사당을 만들어 추모하는 것에 의아해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내력을 알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1791년 대흥사 안에 서산대사를 기리는 표충사(表忠祠)와 함께 세워진 표충사 기적비에는 다음과 같이 그 내력을 기록하고 있다.
 1788년(정조 12) 대흥사의 천묵(天默)과 계홍(戒洪) 두 스님은 대흥사에 서산대사의 의발이 전하는데 서산대사가 그의 제자인 사명대사처럼 추모되지 않는 것이 안타까워 정조대왕에게 서산대사와 제자인 사명당과 뇌묵당 세 분의 영정을 모시고 싶다는 상소를 올렸다. 이에 정조 임금은 임진왜란 때 활약한 세 분 스님의 충정을 치하하며 사당을 짓게 하고, 표충사라는 이름을 직접 써서 하사하였다. 그리고 이듬해 봄에는 예조의 관리들을 보내어 제사를 지냈다. 정조가 금분으로 직접 써서 하사한 표충사(表忠祠)의 마지막 글자 ‘사(祠)’자는 ‘절 사(寺)’가 아니라 ‘사당 사(祠)’자이다. 즉 대흥사 남원에 자리한 표충사는 유교에서 퇴계 이황이나 율곡 이이처럼 대학자의 위패를 모셔서 봄, 가을에 제사를 지내는 서원처럼 서산대사 등 세 분의 스님에게 제향하는 사당인 것이다. 당시 국시가 유교이다 보니 국가에서 서산대사를 기리는 형식은 불교식이 아닌 유교식을 취한 것이다. 대흥사에는 선조 임금이 내린 교지도 있고, 실제로 서산대사가 임진왜란 때 혁혁한 공을 세웠고, 정2품인 당상관의 관직도 받았기 때문에 꼬장꼬장한 유학자들이나 관리들도 반대하지 못했던 것 같다. 다만 밀양에 있는 사명대사를 기리는 표충사가 이미 있었는데 정조대왕이 스승과 제자의 사당에 같은 이름으로 붙인 것은 스승과 제자가 함께 나라에 충성한 것을 기리는 특전이었다고 기적비는 전한다. 어쩌면 묘향산에서 이천 리나 떨어진 대흥사에 자신의 의발을 보관하라고 한 이유가 이처럼 억압의 시대에도 불교가 유구히 이어지라는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또한 서산대사가 일찍이 만세토록 훼손됨이 없는 곳이라고 예언했듯이 임진왜란, 병자호란은 물론 일제강점기를 지나 6․25 전쟁에도 대흥사는 전혀 피해를 받지 않았다. 정말로 서산대사의 혜안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시간이 없어서 우왕좌왕 하면서 대흥사를 둘러봅니다. 눈발이 날리는데 여행 온 사람들이 여럿 보입니다. 대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여성이 ‘대웅전이 어디 있어요.’하고 묻는다. 대웅전인 줄 알고 갔던 전각이 대웅전이 아니어서 대웅전을 찾고 있었는데 이 여성도 저와 같습니다.

[ 눈 내리는 대흥사 및 기타 영상모음 ]

4시 45분. 주차장에 가야할 시간입니다. 일주문이 보입니다.

ㅅ[대흥사 경내 일주문]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여관이라는 백년이 넘었다는 ‘유선여관 ’이 보입니다. 지나가면서 보니 내부수리 중입니다.

[유선여관]

이곳부터 외부로 이어지는 도로 양측이 편백숲으로 가꾸어져 있는데 숲이 참 보기 좋습니다.

저만치 걸어가는 산행객이 뒤를 돌아봅니다. 저는 이들이 오늘 같이 산행 온 사람들일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한참 동안 다시 내려갔는데 도무지 주차장이 보이지 않습니다. 제가 기억하고 있는 말은 “브로콜리 모양”이 있는 곳이라고 했는데 절에서 좀 내려오다 보면 되겠지 했는데 착오가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조급한 마음이 들어서 앞서 가는 사람들을 제치고 전력질주합니다.

상당한 거리를 쉼 없이 뛰었습니다. 그러자 또 일주문이 보입니다. 이곳 편액은  "頭崙山 大芚寺"입니다.

[대흥사 일주문]

시간을 확인하니 5시 4분입니다. 저 생각에는 이곳 근처에 주차장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다시 계속 뛰어가도 산행버스가 보이지 않습니다. 마음이 급해져서 산행대장님께 전화로 문의를 합니다. 10여분 더 가야 한답니다. 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여 미안한 마음에 숨이 턱에 걸릴 정도로 달려가는데 전방을 보니 길을 제대로 가고 있는지 약간 의구심이 듭니다. 그래도 마음이 급해서 앞만 보고 뛰는데 저만치에서 왠 아주머니가 큰소리로,

“ 관광버스를 타려면 저 쪽으로 가야 되요 ! ”

하고 소리칩니다.

‘ 오, 마이 갓 !!! ’

주차장으로 가는 삼거리에서 100여 미터 이상을 벗어나 다시 되돌아가서 주차장으로 달려갑니다.

주차장에 산행버스가 보입니다. 때마침 전화벨소리가 들려서 받아보니 인솔대장님입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이 때가 출발예정시각을 2분 지난 5시 12분이었습니다. 하마터면 해남에서 1박하고 올 뻔했습니다.

출발 때도 늦어서 숨이 넘어갈 뻔했는데 귀경길에는 장거리 달리기로 인해서 땀을 많이 흘려 입고 있던 옷을 비틀어 짜면 땀이 줄줄 흘러나올 정도로 옷이 젖었습니다. 덕분에 세상잡사 다 잊고 힘차게 내달려서 마음과 몸이 가뿐해졌습니다.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겨울 경치를 ‘마음껏’, 그리고 ‘찬찬히’ 보고 온 아름다운 산행이었습니다.

미끄러운 빙판길에 안전운행 해주신 '기사님'과 오늘 산행의 전과정을 이끌어주신 ' 해피캐빈 대장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이자벨리]

보나파르트님 정성가득하고.. 제가 두륜산에 와있는듯한 후기 잘 보았습니다^^(마지막 글귀에 정답은 해피캐빈대장님..^^)즐거운 한주 시작하세요👍

[보나파르트]

이자벨리 대장님, 친절한 답글 감사드립니다. 시작하는 한 주간도 건강하고 행복 넘치는 시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