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새날이 밝았다.|
고양이는 비록 아름다운 여왕이 되었더라도 결코 쥐잡는 일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강아지는 새 주인을 얻었다고 꼬리치는 일을 몸추지 않습니다.
초선은 지금 동탁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지만 결코 자기가 해야할 일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거사에 최대의 위기가 닥쳐온 것을 초선은 압니다.
이제 더 강한 전략을 착수 합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초선은 동탁에게 나아가 동탁 앞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울면서 말합니다.
"이제 제가 싫어진건가요? 여포가 저 보다 더 소중하다는 말씀이시지요? 저를 짐승같은 여포에게
하사 하신다고 하셨습니까?"
그리고 한 마디 더 합니다.
"태사님! 차라리 저를 죽여주십시오. 만약 저로 인해 부자지간에 정이라도 끊어진다면 그것은
태사님이나 여포장군이나 저나 모두 바라는 일이 아니옵니다. 그러니 차라리 저를....."
하며 태사의 품으로 와락 달려와 가슴에 안기며 소리내어 울기시작 합니다.
전혀 죽여달라는 행동이 아니라는 것을 곁에서 지켜보던 신하들은 알고 있습니다.
정말 죽을 사람은 아무 말도 없이 죽지요.
이렇게 호들갑 떨고 가슴파기를 시도하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몸을 돌려 탁자에 놓인 작은 칼을 들어 자결을 하려는 듯 합니다.
칼집에 들어 있는 칼은 찔러도 전혀 상처를 주지 않습니다.
이러면 남자는 마음이 약해지지요. 얼른 동탁이 칼을 빼앗아 버립니다.
동탁은 초선을 만나고 난 후 세상 사는 맛을 음미하고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가는 기분으로 살고 있는데
죽여달라니? 천부당 만부당 한 일입니다.
여포가 주는 듬직함도 좋지만 동탁의 젊은 회춘을 선사해주는 초선도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겁니다.
초선을 만난 후부터 인생이 즐거워지고 삶의 활력을 얻었습니다.
여자란 남자에게는 새로운 힘을 솟구치게 만들어주는 요물입니다.
얼마나 착하고 동탁만을 생각하는 초선이옵니까?
이런 일편단심 민들레와 같은 여인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세상에서 가장 큰 죄를 짓는 일일겁니다.
동탁은 어쩔 수 없이 말합니다.
"알았다~ 없었던 일로 하마~ "
동탁은 초선을 데리고 장안에서 조금 떨어진 미오성이라는 곳으로 거처를 옮기고 미오성 외곽
십리안에 접근금지 명령을 내려 여포의 접근을 원천봉쇄에 들어 갑니다.
여포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났습니다.
중간에 말을 전한 이유는 바보 멍청이가 되고 말았지요.
여포는 자기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이유를 들어메치기로 메다 꽂고 자빠진 이유에게 달려들어
마구 때립니다.
아무리 맞아도 이유는 맞는 이유를 알기에 다른 이유를 대지 못하고 맞기만 합니다.
그놈의 절영의 연회가 뭔지.... 이렇게 이유를 힘들게 합니다.
미오성에서 두 사람은 마치 신혼생활과 같은 꿀이 흐르고 깨가 쏟아지는 꿈 같은 시간을 보냅니다.
이게 바로 신선과도 같은 생활입니다. 그들의 사랑놀이는 밤과 낮을 가릴 필요도 없습니다.
또 주위의 산과 강은 그들 둘 만의 사랑을 키우기에는 아주 좋은 장소입니다.
주위를 모두 물리고 둘 만이 거닐며 사랑을 나눕니다. 이곳이 바로 천국입니다.
두 사람의 행동은 제약이 없는 원초적 본능에 따라 그냥 마음이 통하는 대로 몸을 움직이기만 하면 됩니다.
노심초사하며 한 평생을 살아온 동탁에게는 요 몇일이 정말 꿈결 같습니다.
살아가며 행복을 느끼고 사람사는 세상을 알아간다는 일.... 결코 멀리 있거나 대단한 일이 아닙니다.
행복이란 바로 우리 주위에 늘 있는 일인데 우리가 알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고 있는것 같습니다.
이런 초선이를 이유의 말만 듣고 여포에게 보내려고 잠시라도 생각했다는 것이 후회스럽기까지 합니다.
무릉도원 이딴게 뭐 대수랍니까? 초선이만 곁에 있으면 바로 이곳이 천국인데요.
아무 때나 아무 곳이나 그냥 서기만하면 실천에 들어갑니다.
그런 꿈과 같은 시간이 조금 흐르자 어느 날 궁궐에서 황제의 명이 도착합니다.
"사랑에 빠진 그대 환궁하라! 급한 일이 있어 태사의 의견이 반드시 필요하다. 안건은 제위 양도에
관한 건으로 그대의 의견이 반드시 필요하고 초선이와의 사랑도 중요하지만 나라를 사랑하는 그대의
마음도... 지금 황제의 병환이 위중하여 촌각을 다투는 일로 내일 아침에 바로 입궐을 바란다."
그리고 황제의 직인이 선명하게 찍혀 있습니다.
이게 무슨 말입니까?
제위 양도라면은 황제의 자리를 물려 주는 일이 아닙니까?
오매불망 기다리던 일인걸요?
이렇게 급작스럽게 일이 이루어지다니 오히려 불안합니다.
아무래도 입궐을 하게 되면 며칠이 걸릴지 알 수가 없으니 두 사람은 일찍 잠자리에 듭니다.
"소첩을 이곳에 혼자 오래 두지 마세요. 혼자는 넘 무서워요. 늦으시면 아마 소첩이 기다리다
돌이 된 망부석이 되어있을는지도 모릅니다."
망부석이라니 아무리 머리가 돌이라도 망부석의 재료가 돌이라는 것은 압니다.
초선이 돌이 되겠다는데...
초선의 말을 듣는 동탁은 초선이 정말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꼬옥 깨물어 주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남자를 위하여 망부석이 될 수도 있는 여자 흔치 않습니다.
아무나 망부석이 된다면 초선은 이런 말을 하지 않습니다.
남자는 여자가 이렇게 당신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하면 정말인지 알고 정신줄을 놓습니다.
이래서 세상에 조물주가 인간을 만들 때 남자는 천하를 다스리게 만들었고 여자는 남자를 다스리게
만들었나 봅니다.
"알았서! 짐이 금방 돌아 오리다. 그러니 황후는 과인이 제위에 오를 때 연락을 할 예정이니 준비하시오."
벌써 황제가 자기를 지칭하는 짐이라는 말과 과인이라는 말 그리고 황후라는 말을 연습해 봅니다.
두사람은 마치 이별이나 하는 연인처럼 밤을 불태우고 오버를 합니다.
잠자리에 들며 화려한 즉위식을 떠올리고 옆에 초선이를 대동하고 한 걸음씩 발을 옮기는 상상도 하니
잠을 이룰 수 없습니다. 어렸을 때 소풍전날처럼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잠을 자려고 하니 왜 정신이 더 또렸해지.....
혼자 실실 웃기도 하고 만조백관이 모두 자신에게 하례를 올리는 모습도 상상이 됩니다.
날이 밝자 동탁은 시종을 거느리고 황금마차를 타고 장안으로 향합니다.
사실 황제의 행차나 다름없습니다.
위풍당당.... 수천 명의 호위와 하인을 대동하고 미오성을 나섭니다.
황제보다도 더 큰 힘을 지닌 태사 동탁의 행차는 누가 봐도 봐도 정말 폼이 납니다.
가는 도중에 동탁이 탄 마차 바퀴가 빠져서 기분이 찝찝하지만 다른 마차로 갈아 타고서 출발을 서두릅니다.
화가 난 동탁은 도로 정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그 지역 촌장을 물론 처형하라고 명합니다.
그날은 유난히 안개가 자욱히 끼어 하늘에 해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동탁은 속으로 하늘을 쳐다보며 혼자 중얼거립니다.
"오늘은 날씨가 매우 불길하구나... 오늘처럼 경사스러운 날 하늘은 야속하기만 하구나... 즉위식은
다시 날을 잡아 해야겠구나"
순간 태양 점차 밝아지며 주위에 무지개처럼 해무리가 보입니다.
"보라! 구시대가 가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길조이니라...황제가 되는 짐을 하늘의 태양이 무지개빛으로
찬양하는 길조가 아니겠는가?"
사실 갖다 붙이면 길조가 되고 흉조가 되는 게 우리네 삶입니다.
10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