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는 귀먹고 말 더듬는 이를 당신의 말씀으로 고쳐 주시며
이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분부하신다.
그러나 사람들은 예수님 말씀의 놀라운 능력을 더욱더 널리 알린다(복음).
사람들이 귀먹고 말 더듬는 이를 예수님께 데려왔습니다.
못 듣고 제대로 말못하니 얼마나 야속한 운명인지요?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주님께서는 알고 계셨습니다.
그의 애절한 마음을 한눈에 읽으셨던 것입니다.
치유하시는 모습도 남다릅니다.
손가락을 귓속에 넣으셨다가 침을 발라 혀에 대십니다.
그를 낫게 하시려면 굳이 그렇게까지 하실 이유가 없었습니다.
‘말씀 한 마디’로 얼마든지 낫게 할 수 있으셨습니다.
하지만 그를 위해 감각을 사용하신 것입니다.
사랑의 배려이셨습니다.
마침내 예수님께서는 “에파타!”라고 하십니다.
“열려라!”라는 뜻이라고 번역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에파타!”는 예수님께서 직접 사용하셨던 ‘아람어’입니다.
사람들은 너무 놀랐기에,
예수님의 말씀을 ‘발음 그대로’ 기억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귀먹고 말 더듬는 그가 누구였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알 수 없는 그를 우리 자신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물론 우리는 건강한 귀를 지녔습니다.
하지만 ‘주님 말씀’에 얼마만큼 민감한지 돌아봐야 합니다.
주님께서는 말씀을 계속하시는데,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새겨 봐야 합니다.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면 이제는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산다는 것은 ‘기적의 연속’입니다.
이를 받아들일 때 마음을 여는 행동은 시작됩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말이 안 나온다.”
또는 “기가 막힌다.”라는 말을 자주 씁니다.
나의 어려움을 하소연할 곳이 없어서 말이 안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내가 겪는 고통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서 가슴이 답답한 때도 있습니다.
‘장애인’ 하면 흔히 육체적인 장애를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영적인 장애인도 있습니다.
마음에 미움, 편견, 이기심, 탐욕이 가득 차 있으면
그 사람 또한 영적인 장애인입니다.
마음이 무디어 다른 사람의 아픈 처지를 외면하는 것도 영적인 장애입니다.
우리는 날마다 열린 귀로 무엇을 듣고 있으며,
풀린 혀로 무슨 말을 하고 사는지요?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픈 사연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말을 많이 하기를 바랍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를 군중에게서 따로 데리고 나가셔서,
당신 손가락을 그의 두 귀에 넣으셨다가 침을 발라
그의 혀에 손을 대셨다.”(마르7,33)
미사를 통해서
주님께서는
우리의 두 귀에
당신의 말씀을 넣어주시고
우리의 혀에
당신의 몸을 넣어주시며
“에파타!”라고 외치신다네.
막혀있던
우리의 두 귀와 입은
말씀과 성체의 힘으로
그렇게
스르르 열리게 된다네.
- 김혜선 아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