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고수냐, 리모델링 전환이냐.’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가 진통을 겪고 있다. 이 아파트는 30개동 3930가구의 초대형 단지. 고밀도지구 재건축 아파트의 대표 단지로 꼽힌다.
지난 2000년 8월 재건축 추진위를 만든 뒤 최근까지 재건축 절차를 밟아 왔다. 지난해에는 송파구청으로부터 재건축 추진위 승인을 받기도 했다.
리모델링 추진 변수 등장
그러나 지난달 리모델링추진모임이 결성돼 향후 재건축 추진에 변수가 불거졌다. 리모델링 추진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재건축을 원하는 주민들과 재건축을 고수하자는 주민들로 입장이 나뉘고 있다.
주민들 사이에 리모델링 전환 얘기가 나온 것은 물론 재건축 추진의 어려움 때문이다. 잠실5단지도 정부의 잇단 규제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재건축 단지에 적용하는 용적률 하락, 일반분양분 후분양제, 소형 평형 의무비율, 개발이익환수제 등에 모두 해당한다.
따라서 당초 계획처럼 큰 개발이익을 얻기는 힘들다. 리모델링 전환을 주장하는 측은 이런 문제 때문에 재건축을 실현하기까지 너무 긴 시일이 걸리고, 하더라도 해봤자 실익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일부 주민들은 지난달 9일 리모델링 추진모임을 구성한데 이어 지난 1일 주택공사 리모델링 전문가들을 초청해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리모델링 추진모임 조영명 대표는 “전문가들도 리모델링을 하는 게 재건축 추진보다 실익이 있다고 분석했다”며 “주민들 의견을 모아 리모델링 추진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추진 측은 입장 고수
하지만 재건축추진위의 입장은 다르다. 이들은 잠실5단지의 현재 용적률이 138%로 낮기 때문에 재건축 규제를 감안하더라도 개발이익이 난다는 주장이다. 조합원 추가부담금이 늘고 개발이익이 당초 예상보다 줄어들긴 하지만 재건축 수익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아직까지는 재건축 추진 쪽에 무게가 더 쏠려 있다. “재건축을 추진한다 해도 어차피 3년 안에 사업승인을 받아 착공하긴 힘들다. 그럴 바에는 차분하게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경기회복과 규제 완화 시점을 맞추면 된다. 리모델링은 근원적인 방법이 아니다.” 재건축 고수를 주장하는 한 주민의 말이다.
리모델링을 추진하려면 이미 주민들이 낸 재건축추진동의서를 철회해야 한다. 워낙 단지가 커서 이 문제도 쉽지는 않다. 이 단지의 경우 재건축추진 동의서를 받는 데만도 수년이 걸렸다. 리모델링 추진 모임은 일단 ‘재건축동의철회원’을 받아 구청에 제출할 계획이다.
용적률이 낮아 송파구 일대의 고밀도 아파트 가운데 재건축 사업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잠실5단지의 향후 행보에 따라 주변의 재건축 단지들도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