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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우령[驟雨嶺](아홉산) 792m 경남 거창
산줄기 : 백도호음지맥
들머리 : 거창읍 가지리 거열산성군립공원
위치 경남 거창군 거창읍/마리면[馬利面]
높이 792m
건흥산(572m)과 취우령(792m, 일명 아홉산)은 거창군 거창읍과 마리면의 경계에 자리한 산이다. 거창읍을 한눈에 굽어보는 건흥산에는 백제 부흥군이 신라에 대항해 싸운 거열산성이 자리하며, 673년에는 신라의 아진함이 당군과의 싸움에서 장렬하게 전사한 역사의 엄숙한 현장이기도 하다. 또 이 산의 서녘자락에는 위천이 흘러간다. 이 위천은 백두대간 덕유산 주능선의 동녘에서 비롯되는 소정천, 분계천, 산수천, 월성천, 창선천 등 여러 골물이 어우러져 흐른 넉넉한 물길이며, 거창을 지나 합천호에 합하고, 다시 황강, 낙동강이 되어 남해바다에 이르게 된다.
건흥산-취우령 종주산행의 들머리는 37번 국도가 지나가는 위천변에 자리하는 거창유원지 입구. 위천을 가로지른 돌다리를 건너들면 산책로가 이어진다. 물레방아가 향수를 자아내는 산길은 거창군민이 즐겨찾는 산책로이기도 하다. 쉬엄쉬엄 산길을 따라 반시간 오르면 '하부약수터 0.6km' 라고 쓴 이정표가 자리한 쉼터에 이른다. 의자에 앉아 숨을 고르고 다시 십분 남짓 올라가면 시원한 생수가 솟는 약수터다. 약수터 옆에는 앙증맞은 남녀 장승이 웃으며 산꾼들을 맞이한다. 여러가지 운동시설과 정자가 자리하는 이곳에서 산책을 나온 대부분의 사람들은 되돌아 내려간다.
약수터에서 산길을 이어가면 그 유명한 거열산성에 닿는데, 거열산성은 상상했던 초라한 옛 성이 아니었다. 아직도 일부 공사가 진행 중이었으나, 1997년에 다시 복원,축조한 성벽은 지난날의 위용을 보여주기에 넉넉하였으니. 경상남도 기념물 22호로 거창읍 상림리에 자리하는 산성입구에 세운 거열성 안내문을 읽어본다.
<이 성은 일명 건흥산성이라고 한다. 덕유산 줄기에 있는 표고 563m의 건흥산 꼭대기에 있으며, 산 아래쪽에서 성곽이 보이지 않게 산의 지세와 능선의 기복을 이용하여 축성한 요새와 같은 산성이다. 성벽은 자연석과 잘 다듬은 돌을 이용하여 지형에 따라 3~9m의 높이로 쌓아 올렸다. 성벽의 둘레는 약 2.1km이고, 폭은 아랫부분이 7m, 윗부분이 4m이다. 현재 성의 대부분은 허물어져 버렸지만, 주변에는 성벽에 쓰였던 석재가 그대로 남아 있으며, 또한 성 안에는 각졸 건물 터와 부서진 기와 조각, 군사훈련지 등 여러 부대시설의 흔적이 남아있다.
이 성의 축조연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다만 이 지방이 신라와 백제 간에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던 곳인 만큼 삼국시대 말기에 신라나 백제가 쌓은 것으로 추정된다. 삼국사기에는 663년(신라 문무왕 3년)에 신라의 김흠순과 천존이 백제의 거열성을 함락하고 700여 명의 목을 베었다고 하는 기록이 있는데, 그 거열성이 바로 이 산성이라고 하는 이야기도 있다...>. [사네드레]
거창 구산의 취우령 설화
서동요 이후, 궁에서 쫓겨난 선화가 서동을 뒤 따라와 국경을 넘어 백제로 들어가려다가 국경 수비대에 잡혀 취우령에서 죽었다는 설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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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백제와 신라의 국경이였든 취우령은 거창군 마리면과 거창읍을 경계를 이루고 있으며, 서쪽으로는 금원산
과 기백산이 머리위로 치켜세우고 있고, 남쪽자락에는 거열산성터가 있다. 거열산성터 아래에는 거창읍이 도사
리고 있다.
날씨가 좋은날 눈을 부릅뜨고 남동쪽을 바라보면 합천호가 가물거린다.
동쪽으로는 금귀산이 어깨를 마주하고, 금귀산 너머 동쪽으로는 별유산이 슬그머니 내려다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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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우령 서남쪽으로 마리면 영승마을은 옛날 신라, 백제 두 나라 사신을 마을에서 맞이하고 보냈다는 뜻으로
영송으로 불렀다. 조선 중종 38년(1543년) 정월 초 4일 퇴계 이황 선생이 이곳에 살던 처 외숙 전철 공과 장인
귄질 공을 찾아 온 길에 마을 이름의 내력을 듣고 「영송의 이름이 아름답지 못하고 송과 승이 소리가 같기 때
문에 영승으로 고쳤다」한다.
마을 앞에는 농월담이 머물고 사락정과 영승서원이 수 백년 묵은 소나무들과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다. 일찍이
퇴계 선생은 이 고장에 반하여 「농사짓는 즐거움, 누에치는 즐거움, 고기잡는 즐거움, 땔나무 하는 즐거움」을
사학이라 하여 시로 읊어 전한다. 또 영승촌의 이른 봄 아름다운 경치에 반해 읊은 시 「영승촌의 조춘」이
사락정에 걸려 있다.
사락정에서 취우령 오르는 등산로 초입에는 퇴계 선생이 쓴 이수진 현감 묘갈명이 새겨진 비가 있다.
취우령에서 남쪽 날등을 타고 내려가면 거열산성이 있다.
거열산성은 백제 패망 후 3년간 항전하다가 신라 문무왕 3년(663)에 신 라 장수 김흠순, 천존 등에 함락되었고,
백제 부흥군 700여명이 참수 당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역사의 산 교육장이기도 하다. 현존하는 유적으로 길이
2.1Km, 폭 7m의 산성이 부분적으로 원형을 간 직하고 있으며, 망루터 자리 7개소, 우물 2곳이 있다.
백제의 충신 열사와 의용군들이 나라를 재건하려는 목적으로 축성 한 거열성 일대를 거창군에서 거열산성 군립
공원으로 조성하였다. 군은 이 곳에 98문화재 보수사업으로 5억6천만원을 투입, 자료조사 및 성곽복원(L=254m)
을 하여 보존하고 있다. 공원 내에는 고색 창연한 건계정과 깎아지른 듯한 절벽, 울창한 혼합림, 푸른 강물의 유유
함, 그리고 바위사이에서 피어나는 백일홍 등 기묘한 조화를 느낄 수 있는 곳이며 15대 정도의 무동력 보트장도
있다. 또한, 자전거 전용도로변에 위치한 거창조각공원이 형성되어 있어 대자 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거열산성 아래 위천천가에 자리잡고 있는 건계정은 조선 고종 갑진(1904:고종 광무 8)에 거창 장(章)씨들이 선조
충헌공 종행(宗行)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하였고 그옆에는 면우 곽 종석 선생께서 찬한 아림군 장 두민의 공적을
기리는 비가 서 있다. 영천의 맑은 물 위에 꼬리를 담그고 거열산성을 향해 기어 오르는 거북바위 등 위에 지어진
거창 장씨의 정자이다. 정자가 지어진 바위를 구백석이라 한다. 주위의 노송과 백일홍들 자연과 잘 어울린 정자이다
퇴계 선생은 1543년 정월 영승촌에 머물다가 안동으로 돌아가는 길에(1543년 정월 초 7일) 이곳을 지나며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
[양산이 한줄기 물로 묶여/빠져 나갈 문 없는 듯한데/쌓이고 쌓인바위 절벽 속에서/ 차 고 찬 물이 솟아 난다./
홍 솟아 노래도 하고 싶고/그윽한 곳 낙원 열어 살고파라/흐르 는 강 막을 길 없노니/흐르는 물 임하여 누구와
의논할까.]
# 주변볼거리
거창상동석조관음입상 보물 378
위치 : 취우령 서쪽을 가로질러 남쪽으로 흐르는 위천천가 거창군 거창읍 상림리 696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전체 높이 3.5m의 거대한 보살상으로 연꽃이 새겨진 8각의 대좌 위에 서 있다.
이 부근에 건흥사라는 절이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 절에서 모시던 보살상으로 추측된다.
미소가 없는 얼굴, 어색한 몸체, 좌우대칭의 형식적인 옷주름 등에서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보살상으로 추정.
거창양평동석조여래입상 보물 377
위치 : 취우령 동쪽을 가로질러 흐르는 황강천가 양평리
통일신라 것으로 추정되는 이 불상은 그 조각이 우수하고 세련되어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머리에
얹어 놓은 천개는 근래에 만들어진 것이나 전체적으로 볼 때 늘씬한 체격으로 9세기경의 불상양식을 보여주
는 중요한 작품이다. 머리는 나발이고 얼굴은 둥글고 원만하며 이목구비가 선명하다. 입가에 미소를 띤 자비
스러운 표정으로 부드러운 인상을 준다. 목은 굵고 짧으며 형식적인 3도가 표현되어 있다.
육계는 거의 없는 편이며, 가슴은 당당하지 않으나 몸의 굴곡이 잘 표현되고 있다. 군의 (裙衣)위에 법의 자락이
내려오고 있다. 그 아래로 수직주름이 선각된 긴 군의가 발등까지 덮고 있다. 대좌는 상대만 모이며 그 이하는
땅속에 묻힌 듯하다. 대좌에는 8엽복판 연화문이 두텁게 조각되었다. [거창군] [sam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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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산행기[국제신문]
경남 서북쪽 끄트머리에 위치한 산의 고장 거창은 해발 1000m 이상의 고봉만 25개는 족히 넘는다. 무주와 어깨를 잇댄 서북쪽엔 덕유산 자락의 삼봉산을 비롯, 백암봉 무룡산 삿갓봉 남덕유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큰 획을 긋고, 함양과 인접한 서쪽으론 월봉산 금원산 기백산 등이 산의 물결을 이루고 있다. 김천과 맞닿은 동북쪽으론 수도산 단지봉 좌일곡령이 이웃한 백두대간을 호위하고 있고, 합천과 경계를 이루는 동쪽으론 '돌불꽃' 가야산 자락의 두리봉 깃대봉 의상봉과 별유산(우두산) 비계산 두무산 오도산이 철옹성을 쌓고 있다. 이상이 대략 뽑아본 1000m대의 호쾌한 능선의 산줄기다. 한 단계 낮춰 900m급의 봉우리도 만만찮다. 장군봉 미녀봉 보해산 호음산 수리덤 조두산 현성산 감악산 등이 900m에서 각각 1, 2m 모자란 숙성산(899m) 시루봉(898m)과 함께 옹골차게 포진하고 있다. 워낙 고봉준령이 즐비하다 보니 해발 700, 800m대의 산들은 명함을 내밀지 못하는 곳이 바로 거창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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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열산성을 지나 건흥산 정상 직전 능선에서 바라 본 거창의 명산들과 거창읍내. 맨 왼쪽 뾰족봉인 금귀봉과 그 뒤로 별유산 미녀봉 숙성산이 확인된다. |
거창에는 산이 대략 몇 개쯤 될까. 거창문화원의 부원장인 정태준 씨가 펴낸 '거창의 명산'에 따르면 거창의 산은 대략 60여 개. 주봉이 거창땅 너머에 있지만 산줄기가 거창으로 이어지는 봉우리까지 합치면 70여 개에 달한다. 실로 엄청난 숫자다.
이번주 소개할 거창의 산은 건흥산(563m)과 바로 이웃한 아홉산(792m).
거창읍의 바로 뒤편에 위치한 건흥산은 거창읍의 진산(鎭山)으로 불린다. 높이로 봐선 전혀 거창의 산답지 않다. 그래도 거창군민들이 즐겨 찾는 '거창의 금정산'이다. 참고로 거창의 진산은 덕유산 산줄기가 시작되는 최북단 고제면의 삼봉산(1254m)이고, 어머니의 품과 같은 안산(案山)은 거창사건 추모공원의 북쪽 맞은편에 위치한 신원면의 감악산(951m)이다.
건흥산 정상 바로 아래에는 거열산성이 있다. 산 이름을 따 건흥산성이라고도 하는 이 성은 원래 가야 때 쌓은 석성이지만 이후 백제의 부흥군이 재축성, 신라에 대항한 최후의 항전지였다. 백제인들의 한이 서린 산인 셈이다.
산행은 거창읍 상림리 건계정~쉼터~출렁다리~하부 약수터~거열산성~건흥산 정상~한양 조씨묘~넘터마을(호음산)·아홉산 갈림길~아홉산 정상~3번 국도(굴다리 지나)~죽림정사(옛 부지개울)~죽동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3시간30분 안팎이며 길찾기는 전혀 어렵지 않다.
건계정 입구 주차장에서 아름다운 영천을 가로지르는 구름다리 산성교를 건너 왼쪽으로 가면 거창군이 최근 조성한 산책로 덱이 조성돼 있다. 영천변에 비스듬히 솟은 경사진 암반 위에 대형 물레방아가 길손을 맞는다. 물레방아를 배경으로 한 영천변의 풍광은 한 폭의 수채화로 다가온다. 곧 건계정으로 가는 갈림길. 영천변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명당에 터를 잡은 건계정은 거창의 명문 세력가 집안 중의 하나인 거창 장(章)씨들이 선조를 기리기 위해 1905년에 세운 고풍스러운 정자이다. 정자 아래 거북 모양의 구배석(龜背石)이 독특하다. 정자 인근의 조그만 다리는 산책로와 산성교가 새로 생기기 전 애용되던 건계정교. 참고로 영천 건너편은 망실봉이다.
계단을 올라 산으로 향한다. '약수터 1.2㎞, 거열산성 1.5㎞'라고 적힌 이정표와 거열산성 안내도가 보인다. 왼쪽으로 오른다. 본격 산길이다. 완만한 경사의 돌길이다. 소나무와 활엽수가 적절한 조화를 이뤄 하늘을 거의 가린다. 20여 분 뒤 쉼터. 벤치와 체력단련 시설이 있다. 하부 약수터는 여기서 0.6㎞. 우회하는 듯한 오솔길을 7분 정도 따라가면 시야가 확 트이면서 나무로 만든 덱이 기다린다. 습지 보호를 위해 조성한 덱의 첫 마디가 출렁인다. 이름하여 '출렁다리'다. 이 덱을 따라가면 이내 하부 약수터. 동네 뒷산에서 흔히 보는 체육공원이다. 지압로와 정자도 있다. 약수터 아래 잡초 무성한 너른 평지는 과거 논인 듯했다. 얼핏 봐도 5000평은 족히 된다. 앞서 만난 쉼터 주변의 계단식 터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약수터 건너편으로 오는 길은 미륵댕이서 올라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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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흥산 정상 바로 아래 위치한 거열산성. 백제의 부흥군이 신라에 대항한 최후의 항전지여서 백제인들의 한이 서려 있는 곳이다. |
약수를 한 잔 들이키고 정자 옆으로 난 산길로 오른다. 3분 뒤 갈림길. 왼쪽은 거열산성, 오른쪽은 샘터(아마도 상부 약수터인 듯)를 거쳐 각각 정상 바로 앞에서 만난다. 이 샘터가 오래전 거창부사가 기우제를 지냈다 하는 샘물인 듯하다. 나중에 알고보니 산성교 바로 옆 샘터의 물이 이 샘터에 파이프를 묻어 연결된 것이라고 한다.
거열산성 방향으로 30m 정도만 오르면 곧바로 산성에 닿는다. 옛 동문지(址)에 해당되는 지점이다. 산성을 밟고 걷는다. 복원된 300m쯤 되는 성은 비록 고즈넉한 맛은 없지만 울창한 숲과 능선의 기복을 이용해 만들어 요새적인 성격이 강하다. 산 아래에선 전혀 보이지 않는단다.
산성이 끝나는 지점에서 정상은 6분 뒤. 조그만 정상석이 서 있다. 정상석을 보고 왼쪽으로 금원 기백 황석 거망 남덕유가, 등 뒤 오른쪽 거창읍 뒤로 숙성산 미녀봉 오도산 감악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하산은 정상석 바로 아래 아홉산(792m) 등산로 안내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향한다. 건흥산 정상에서 북쪽 3㎞ 지점에 솟아있으며 지도상에는 흔히 취우령으로 표기돼 있다.
건흥~아홉산 능선은 포효하는 호랑이가 엎드린 형국의 호능(虎陵)으로 풍수가에서 흔히 말하는 상서롭고 힘찬 산줄기. 이름 그대로 고만고만한 아홉개의 봉우리가 오르락내리락하게 만든다. 하지만 인적이 드물어 잡풀이 무성하고 줄딸기가 말라 비틀어진 묵은 길로 변해있다. 대신 노루발 옥잠난초 엉겅퀴 매꽃 패랭이 등 야생화가 즐비하다.
줄곧 송림길이던 등로가 시야가 트이면서 일순간 개망초가 무성한 한양 조씨묘를 만난다. 주변에 패랭이와 매꽃이 눈에 띈다. 이후 등로는 급경사 오름길. 4분쯤 오르면 갈림길. 우측으로 20m쯤 가면 산불 초소가 있는 아홉산 정상(지도상으론 취우령으로 표기돼 있음), 좌측으론 호음산~칡목재를 거쳐 백두대간인 대봉으로 이어진다.
산불감시 초소에선 정면 금귀봉을 중심으로 왼쪽으로 보해산 불령산 백석산 양각산 수도산과 그 뒤로 단지봉 가야산이 확인된다.
하산은 산불초소를 지나 직진해 내려선다. 잡풀이 웃자라 길찾기가 사실 쉽지 않다. 쓰러진 나무와 덩굴, 웃자란 잡풀 때문에 수 차례나 헤매고 또 헤맸다. 잡풀이 너무 많아 길바닥이 보이질 않는 경우도 많았다. 험난한 고행길에 다름 아니다. 인적이 드물어서인지 방금 멧돼지가 흙목욕을 한 흔적도 만난다. 초행자는 특히 유의해야 한다. 하지만 분재를 닮은 소나무, 촉촉이 젖은 솔가리의 푹신푹신함, 발밑의 노루발과 매화노루발, 아직도 남아있는 줄딸기의 매콤함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패랭이가 예쁘게 핀 김해 김씨묘를 지나면 수로 공사 현장. 여기서 신설된 3번 국도까지 7, 8분 정도 걸린다. 정상에선 1시간30분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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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나기전에
- 미륵댕이 건흥사 존재 뒷받침
- 산악인 정태준씨 지난달 작고
해동지도나 거창부 읍지에 따르면 건흥산이란 이름은 옛날 이 산 기슭에 건흥사라는 절이 있었던 것에 유래한다. 지금은 그 흔적을 찾을 길이 없지만 건계정과 함께 또 다른 들머리인 보물 제 378호인 상림리 석조관음입상(일명 미륵댕이)이, 비록 명확한 근거는 없지만 건흥사의 존재를 뒷받침하지 않나 싶다.
정상 바로 아래 거열산성이 위치한 건흥산은 지난 1983년 정상부 인근 거열산성을 포함해 4.25㎢가 군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거열산성 때문인지 동국여지도 향적봉기 등에서는 건흥산이 고성봉(古城峰)으로 표기돼 있다.
성 넓이 1만8452평, 둘레 2.1㎞, 높이 8m, 폭 7m인 거열산성은 1997년 당시 심봉근(동아대 박물관장) 조영재(경상대 박물관장) 등과 지역 공무원 및 관계자들이 함께 지표 조사를 한 후 복원 축조했다. 비록 300m 정도였지만 거창군은 거열산성 전체를 복원할 장기적 계획을 갖고 있다.
안타까운 소식 하나. '거창의 명산' 저자이자 거창문화원 부원장인 정태준 씨가 지난달 말 지병(통풍)으로 작고했다. 향년 63세. 산악 시인이기도 한 그는 거창산악회 회장, 경남산악연맹 이사를 역임했으며 거창문학회, 한국산악문학 동인으로 활동했다. 저서로는 '거창의 46개 등산 코스집' '거창의 바위 불교 茶문화' 등이 있다. 큰 별이 사라졌다고 거창 문화계나 산악계는 지금도 그의 죽음을 애석해 하고 있다.
# 교통편
- 거창터미널 인근 대동정류소서 군내버스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거창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 7시50분, 8시40분, 9시20분에 출발한다. 1만1900원. 산행 들머리인 건계정행(위천 북상 방면) 군내버스는 오전 10시, 10시30분, 10시50분, 11시, 11시50분에 있다. 850원. 군내버스를 타는 대동정류소는 거창터미널에서 나와 만나는 사거리에서 우측 다리를 건너 좌회전 한 번, 우회전 한 번 하면 만난다. 걸어서 10분. 거창터미널 앞에 줄지은 택시를 이용해도 된다. 4000원 안팎.
하산 후 터미널행 군내버스는 3번 국도에서 굴다리를 건너 죽림정사(옛 부지개울)를 지나 죽동마을에서 타야 된다. 10분 소요. 오후 3시20분, 5시50분(막차). 900원. 시간이 안 맞으면 택시를 타도 된다. 80번택시(055-944-2080) 거창택시(055-944-7077) 신창택시(055-943-9993). 건계정까지는 그리 멀지 않다. 거창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10분, 5시, 5시50분, 6시40분(막차)에 있다. 막차를 놓쳤다면 서대구행 버스(막차 밤 9시)를 타고 지하철을 이용, 동대구역으로 이동한 후 부산행 열차를 이용하자.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구마고속도로 화원TG~화원 방향으로 나와 U턴, 다시 고속도로 광주 마산 방면~굴다리 통과~화원TG~88고속도로 광주 성산 방향~거창IC~건계정 수승대 금원산휴양림 방향 우회전~수승대 남상 좌회전~진주 무주 수승대 직진~무주 함양 수승대 좌회전~건계정 입구 주차장 순.
글·사진 =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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