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원제 : The Window
1949년 미국영화
감독 : 테드 테츨라프
원작 : 코넬 울리치
출연: 바비 드리스콜, 아서 케네디, 바바라 헤일
루스 로만, 폴 스튜어트
1950년 에드가 알란 포 상 수상
"더위를 피해 아파트 위층의 발코니에 올라가서 잠을 자던 소년은 창문을 통해
우연히 살인사건을 목격합니다. 하지만 아무도 그 소년의 말을 믿지 않습니다.
엄마도, 아빠도, 심지어 경찰까지도. 오히려 소년의 어머니는 선량한 윗집 이웃에게
결례를 했다고 생각하고 소년을 그 집으로 데려가서 사과를 시키려고 합니다."
어릴 때 '늑대와 양치기 소년'이라는 이야기를 대부분의 사람들이 읽었을 것입니다.
늑대가 나타났다고 거짓말을 한 양치기, 처음에는 사람들이 몰려왔지만 두 번,
세 번 계속 거짓말을 하자 나중에는 아무도 양치기의 말을 믿지 않았고, 진짜로
늑대가 나타났을때는 아무도 도와주러 오지 않았다... 뭐 이런 이야기였지요.
1949년에 만들어진 필름 느와르 영화인 '창'은 단순하면서도 흥미진진한 범죄영화
입니다. 한 소년이 우연히 살인을 목격하고 부모와 경찰에게 알리지만 그 사실을
아무도 믿지 않고... 오히려 잘못 판단을 한 어머니 때문에 오히려 살인범에게
노출되어 위험에 빠지는 이야기입니다. 아주 단순한 소재를 꽤 흥미로운 전개로
풀어간 영화입니다.
우선 이 이야기가 재미있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서스펜스 추리물의 대가인
코넬 울리치의 원작이기 때문입니다. 코넬 울리치는 20세기의 유명 추리작가 중
한 명인데, 탐정이 꼼꼼하게 사건을 풀어헤치는 방식이 아가사 크리스티나
딕슨 카, 엘러리 퀸 같은 작가의 작품들이라면 코넬 울리치는 피해자 또는
복수하는 자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서스펜스 스릴러 유형의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윌리암 아이리쉬라는 필명을 함께 사용했고, '환상의 여인'이나
'상복의 랑데뷰' '새벽의 추적자' '913호실의 비밀' '검은 옷의 신부' 등 다수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
'창' 역시 코넬 울리치의 서스펜스 감각이 돋보이는 이야기인데, 73분에 불과한
짧은 러닝타임에 압축시킨 내용이라서 더더욱 이야기는 꽉 차고 빈틈없이
전개됩니다. 조금도 지루할 틈이 없지요. 1941년 '말타의 매' 부터 1958년
'악의 손길'까지 전성기를 누린 필름 느와르 장르는 대부분의 영화가 그다지
길지 않은 러닝타임을 갖고 있고 스피디한 진행에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수작들도 참 많았는데 아무거나 봐도 '평타'는 치는 것이 필름 느와르
장르인데 '창' 역시 그런 영화입니다. 더구나 에드가 알렌 포 상까지 수상한
영화니 더욱 흥미롭지요.
보통 팜므 파탈이 등장하여 음모의 중심이 되는 필름 느와르의 표본적 작품들과
달리 이 영화는 어린 소년이 중심이 되어 사건이 전개되고, 흉악한 살인범으로부터
위험에 여지없이 노출된 소년이 부모, 경찰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고 결국
혼자의 힘으로 살인자의 위험으로부터 살아남아야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설정 자체가 이미 상당한 서스펜스를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알프레드 히치콕
영화와는 또 다른 압축되고 스피디한 서스펜스를 담고 있습니다.
'보물섬'으로 알려진 바비 드리스콜이 '보물섬'보다 1년 먼저 출연했던 영화입니다.
소년의 아버지 역으로는 '분노의 강' '라라미에서 온 사나이' '피서지에서 생긴 일'
'페이튼 플레이스' '달려오는 사람들' 등 50년대의 대표적인 조연배우로 활약한
아서 케네디가 연기합니다. 그 외 좀 알려진 배우로는 살인범의 아내 역으로
등장하는 배우가 '챔피언' '초연의 달라스' '열차속의 이방인' 등에서 여주인공
역할을 했던 루스 로만입니다.
꽤 흥미롭고 아슬아슬한 영화지만 필름 느와르 영화에 대해서 잘 아는 분이라면
필름 느와르 장르가 대부분 권선징악으로 끝난다는 점, 악인이 승리하는 경우가
없다는 것이 공식이라는 것을 인지하였을테니 결말은 어느정도 뻔한 영화입니다.
다만 어른들의 불신 때문에 위험이 자초되어 답답한 상황이 전개되는 내용이
뻔한 결말을 알면서도 꽤 높은 서스펜스를 유발시키고 있습니다.
40년대 영화임에도 세트촬영 보다 로케촬영이 많고, 1940년대말 미국 서민층이
사는 낡은 아파트의 모습과 대중교통, 공중전화에 의존하는 삶이 마치 어려웠던
60-70년대 서울의 모습을 연상케 합니다. 굉장히 서민적인 영화입니다. 국내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고전 흑백 영화로 6.25 전쟁시 부산에서 상영한 기록이 있다고
하는데 서울에서 개봉한 자료는 찾을 수 없는 영화입니다. 상당수 많은 필름 느와르
수작들이 국내 미개봉되었거나 덜 알려져 있는데, 대부분 유명 배우가 등장하지
않는 작품들의 경우 그런 부류의 영화들입니다. 이런 작품들을 찾아서 보는 재미가
고전 영화 발견의 쏠쏠함 이지요.
ps1 : 소년이 착한 것 같습니다. 저 같으면 위험을 자초시킨 어머니와 한 달은
말도 안했을텐데.
ps2 : 그 당시 아파트 구조가 위 아래층의 발코니를 오르내릴 수 있는 계단이 달린
구조로 되어 있다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창문 밖 발코니를 통해서 옥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구조더군요.
ps3 : 아역 배우로 활약했던 바비 드리스콜은 1968년 31세의 나이로 아깝게
요절했습니다.
ps4 : 이후 마크 레스터 주연의 '목격자'나 아역배 헤이리 밀즈 주연의 '타이거 베이'
해리슨 포드 주연의 '위트니스' 등 많이 유사한 소재의 영화들이 있었습니다.
어른판 '창' 같은 영화로 '이창'이나 '보디 더블' '베드룸 윈도우' 같은 영화도 있었고.
[출처] 창(The Window 49년) 살인 목격자 소년의 위험을 다룬 서스펜스|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