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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그와의 만남
뾰로롱~꼬마마녀 열두살난 마법 마법의 천사~
오늘도 정확히 오전 10시 똑같은 벨소리로 같은 시간에 전화가 온다.
나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떡진 머리를 긁적거리며, 휴대전화를 본다.
회사을 그만둔 후 알바나 인턴만 전전하며 끝내는 좌절하여 이도저도 못하는 4년간이나 백수신세였던 나를 유일하게 떠나지 않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그녀다.
으음~~!! 아아!!
자가다 일어난것같지 않도록 목을 가다듬고, 급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어~유키야! 학원 출근해?”
“오빠 자다가 일어났지?”
“아아..아냐..으음 잔거처럼 보이나? 목소리가 오늘 일찍 일어났어.”‘귀신이다 역시 연애10년 경험이 그냥 만들어지는게 아니구나.’
사실 이렇게 거짓말을 치는 건 여자친구에게 너무 면목이 없어서였다.
여자친구는 10여년간 타향 생활을 한 일본인이다. 정확히 말해 재일교포이다.
혈열 단신으로 한국으로 와서 한국의 대학에 입학하여, 졸업까지 앞두고 있다. 나보다 더 내성적이고 여리지만, 꾸준히 돈을 벌어 자기용돈도 하고, 어학원 강사에 번역 알바까지 맡아 등록금까지 자기 손으로 다 낼 정도였다.
물론, 그 과정에서 수백 수 천 번은 눈물바다가 되며 힘들다고 주저앉았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녀가 맡은 일을 한 번도 포기한적 없고, 어떤 결과를 내더라도 일본으로 돌아갈거라는 말 한마디 없이 꾸역꾸역 책임감을 다해서 끝맺음을 했다.
정말 자랑스럽고 대견한 그녀다.
하지만, 나에게 항상 ‘이게 다 오빠 덕분이야. 오빠 때문에 용기를 내!, 사랑해~오빠 없으면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라는 멘트를 날리며, 도움이라고는 말과 위로밖에 없는 나에게 모든 공을 돌렸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학창시절을 열심히 살지 않은 것만은 아니다.
봉사활동, 알바, 학생회장, 동아리 같은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정말 활기넘치는 생활을 했던 것은 사실이고, 이런 생활을 함께하면서 여자친구도 자극을 많이 받은 것은 사실이나 굳이 따지자면 그것도 그녀의 능력이다.
어쨌든 그녀는 이렇게 미래도 없는 나에게 매번 전화하고, 매번 밥을 산다. 그리고, 내가 사회로 밖으로 나갈수 있도록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뭐든 해보라고 한다. 얼마가 들던 자기가 어떻게 해보겠다고 말이다.
나도 그녀에게 보답하고, 스스로 높이 날고 싶은 욕망은 있으나 너무나 많은 상처를 입어 점점 좌절 패배에 대해 익숙해지고, 어떤 준비를 해도 오래지속하지 못하게 되었다.
공기업에서 우수인턴을 하여 가면, 최종면접에서는 벌써 내정자가 있단다. 은행 최종 면접을 갔더니 서울대만 뽑기 위해 나를 떨어뜨리는 연구를 하는 면접관들이 있었고, 지방으로 가니 자기 고객의 자식을 뽑겠다는 회사에 밀려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배가 불러서 대기업 공기업만 원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중소기업을 또 안 가본게 아니다. 주 6일 포괄적 임금제로 미친 듯이 일해도 월급은 적고, 그나마 적은 월급조차 체불 당했다. 그래서 소송을 진행하자니 나는 그 돈조차도 없었던 것이다.
옛날은 어떠했는지 알 수 없지만, 이제는 개천에서 용이 나기가 너무나 힘든 구조이고, 취업도 학원을 다녀야되고, 스펙을 쌓아야 한다. 게다가 해외경험까지 요구하는 곳이 많아졌다. 이렇게 힘든 와중에도 될놈은 된다 라고 하면 할말은 없지만, 나도 노력하면 되는지 알았다. 그래서 피똥 싸도록 노력한 결과가 바로 이거다. 항상 마지막에서 거절당하고 거부당하는 것이다. 바로 희망고문 그것이다.
당시 나는 너무 힘들었다.
당장 생존을 위해 먹고살기 위한 돈이 없었다.
집이 부유한 것도 아니고, 부모님께 분명 이런 사정들을 말하면, 가슴 아프실텐데 어떻게 말하겠는가!
처음으로 합격한 대기업을 그만 둔 것은 분명 내 책임은 맞으나, 그 이후로 이렇게 너무 일이 풀리지 않았고, 심지어는 취업사기까지 당할 뻔하기도 했다. 그렇게 어느순간 더 이상 취업에 대한 의지가 없어져버린 것이다. 점점 갚아나가기 힘든 신용카드 값이 밀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현금 서비스를 받아 메우는 내가 어릴 때 TV에서만 보던 경찰청 사람들의 한 장면처럼 말이다.
이런 현실은 아는 것은 오직 그녀뿐이었고 그녀만이 날 이해할 수 있었다.
분명, 한심하고 못 믿을 사람이라고 떠날 기회는 많았다. 실제로 내가 그녀를 놔준다는 말을 한적도 있었다. 물론, 못들은 걸로 하겠다고, 그녀를 사귄 이후 가장 무섭고 차가운 눈으로 날 노려봤지만 말이다.
“오빠 아침 일찍 오빠 집에 갔었어”
“아..그래?”
‘하~’ 한숨만 나왔다.
사실 난 부끄럽지만, 몇 년 전 유행했던 모두의 마블 수백만의 회원 중 10위권 안에 드는 이름이 알려질 정도로 유명한 유저였다. 물론, 현질 즉, 과금을 안하면 좋은 카드 좋은 아이템을 구하기 힘들어 지는 일이 다반사였지만, 난 그 틈을 파고들어, 랜덤인 컨트롤의 규칙을 찾아내 내가 가고싶은대로 주사위를 조절할 수 있었다. 그 확률이 거의 90% 였다. 때문에 부족한 능력치의 캐릭터로 연전연승할 수 있었다. 또한 남들이 한 시간 할 때, 나는 몇 시간을 하였고, 하루 종일 거의 게임에 미쳐 살다시피 했다. 그때만 생각하면 이불킥이 아니라 미친 중독자에 가까웠던 것으로 생각된다.
어제도 그렇게 새벽 4시까지 게임을 했고, 시체처럼 자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내방에서 수차례 들어와서 어떤 일을 했는지도 모르게 말이다.
“오빠 우리 거짓말 안하겠다고 약속했지? 오빠 그런 사람 아니잖아 맞지?”
“어 미안... 진짜 오늘은...”
“피곤했나보다. 오빠 자꾸 밥 안 먹어서 내가 빵이랑 도시락 세 개 사놨어. 배고플 때 먹어요.”
“어 고마워”
“저...그리고, 오빠 오늘 할 말 있으니까 밖에서 만나자. 주소랑 시간 남길게요.”
“어? 어 왜?”
“아니야~ 오면 알아 꼭 와야돼! 오늘 진짜 중요해!”
“어..어 알았어.”
“아 맞다! 그리고 꼭 정장입고 와요~! 오랜만에 오빠 멋있는 모습 보고싶어서 그러니까 부탁 들어줄꺼지?”
“정장까지?...어 머..알았어”
‘얘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거지...내가 너무 없어보였나 그래서 좋은 데서 밥 먹을라고 하나보네 에휴 미안하시리’
“오빠 그럼~그때봐요.”
“어~조심해서 출근해~”
“응~! 사랑해요~”
툭~뚜뚜뚜~
나도 사랑한다는 말을 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전화가 끊겼다.
그렇다고 다시 전화해서 말할수도 없고 애매하다.
좋게 생각한다면 좋지만, 평소와 다른 그녀와의 약속에 또 다른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었다.
예전에 나라면, 이런 생각자체를 하지 않았겠지만,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이때는 이제 드디어 나와 헤어질 생각에 마지막 만찬을 준비하는 거구나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눈에서 나도 모르게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이씨 왜이래XX "
흑흑 어어엉~
눈물에 콧물에 한동안 매말라있던 나의 눈에는 서러움과 그녀를 잃을 두려움, 외로움이 함께 범벅이 되어 나의 얼굴을 타고 떨어지고 있었고, 한동안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는 울다 지쳐 나는 밝은 빛이 들어오는 창문의 커텐을 닫아버리고, 다시 잠을 청했지만, 몇 시간이나 뒤척이다가 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했다.
불안감에 약속시간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평소보다 시간은 빨리 찾아왔고, 그녀가 찍어준 장소로 나는 가야한다.
‘00동 1245-32번지 프리미엄 브루쉘 호텔 레스토랑 / 야마모토 유키 로 예약했으니까 내 이름으로 찾아오면 되요 오빠님~^^*“
나는 오줌 마려운 개 마냥 안절 부절하다가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깨끗하고 최고로 멋있게 해서 마지막이라도 좋은 모습을 보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 혹시라도 나에게 마음을 돌리지 않을까하는 아주 솜털 같은 희망에서 말이다.
긴 수염, 콧 털, 손톱발톱등 온갖 지저분한 모습을 정리하고, 가장 깨끗한 정장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왁스도 발라 볼품은 없지만, 최고의 모습으로 꾸몄다. 처음 회사 인턴을 할 때, 입었던 유행지난 낡은 정장이고, 자신감 없이 땅만쳐다보며 죽은 눈빛으로 다니는 30대 백수라는 것은 누가 봐도 알 수 있을만하다.
‘프리미엄 브뤼쉘 호텔 레스토랑’ 사실 이곳은 내가 그녀에게 꼭 데려가보고 싶은 곳이라고 회사 다니면 꼭 특별한 날 가자고 한 곳이다. 그녀는 기억을 할지 모르겠지만, 내 마음 한구석에는 아직도 내가 잘되면...하면서 아껴놨던 미식가들의 별5개에 빛나는 명소였다.
그래서 위치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지금 있는 원룸에서 버스를 두 번 갈아타야하고, 입장시 어떤 복장을 착용해야 하고, 어떤 음식과 서비스가 나오는지 까지도 미리 조사해놨었다. 예전에 홈페이지를 보고 수많은 시뮬레이션 덕분에 호텔까지 가는데 크게 문제는 없었다.
문제는 내가 두당 적어도 30만원씩 하는 식사비를 감당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어쨌든 마지막이니까 그녀를 즐겁게 해줘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으음! 탁 철컥!
버스문이 열리고, 호텔 근처 버스정류장에 내렸다.
인터넷, TV 로만 봤던 장면이 눈으로 펼쳐졌고, 이렇게 고급호텔에 대체 누가 숙박을 할까 싶었다. 나는 내리자마자 빠른 걸음으로 호텔 입구를 향해 갔다.
호텔 정문 앞에 서있던 직원이 이상한 듯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왜냐하면, 차를 타고 오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서 온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이때 나는 왜 그렇게 나를 쳐다보는지 알 수 없었다.
저벅저벅
“저기 고객님 어떻게 오셨죠?”
“아 브뤼셀 호텔 레스토랑에서 약속이 있어서요.”
“누구로 예약하셨나요?”
“야마모토 유키요.”
꽤 많은 사람들이 아무 이상없이 인사를 받으며, 호텔 내부를 오가는데, 굳이 나만 콕 찝어서 수상한 취급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지만, 어쩔 수 없었다.
치익~치익
“17층 브리쉘 레스토랑 예약자 야마모토 유키! 확인해주세요.”
치익~치익
“18시30분 스페셜 룸 예약 확인!”
“알았다 오케이!”
틱!
호텔 안내직원은 스페셜 룸이라는 말을 듣더니 갑자기 급 화색이 돌며, 태도를 바꿨다.
“어이쿠 제가 몰라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곧 호텔 안내원이 올겁니다. 호텔 로비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네? 아네~”
뭔가 이상했다. 그리고 떨떠름했다.
‘이런 서비스가 있다고는 한 번도 이야기를 듣지 못했는데...’
그는 나를 그냥 보기에도 고풍스러운 가구와 인테리어, 그리고 빤짝거리는 샹들리에 가 있는 로비로 안내하였다.
무언가 영국귀족이나 올법한 느낌이었다. OECD 스텝을 할 때, 신라호텔을 간적이 있어 별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곳에 와보니 그곳은 모텔수준으로까지 느껴졌다.
“그럼 편안히 쉬다가 가시길 바랍니다.”
호텔안내원은 곧 자기 위치로 갔고, 나는 로비의 정해진 자리에 앉아 스페셜룸으로 에스코트를 해줄 또 다른 직원을 기다렸다.
3분 정도 지났으려나, 스튜디어스 같은 복장을 한 키카크고 미모가 수려한 여직원이 나를 맞으러 나왔다.
밝은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고,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의 안내를 맡은 브리쉘의 김서영입니다. 언제든 불편한 점이 있으면, 저에게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심쿵하게 만드는 외모로 미소를 날리며, 나를 엘리베이터로 안내했다.
신기한 것은 투숙객들이 타는 엘리베이터 방향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이었다.
여기는 건물이 커서 그런가보다 싶어 그녀를 무작정 따라갔다.
프론트 안쪽 융단의 끝 안쪽 엘리베이터가 있었고, 지문을 대고, 머라고 음성인식을 하자 엘리베이터가 열렸다.
그리고 그녀 나 단둘이서 엘리베이터 17층으로 갔고, 조금은 화려한 조그만 문이 나오자 말없이 인사를 하며, 문으로 유도하였다.
문에는 금테로 PRIVATE SPECIAL ROOM 이라고 적혀 있었고, 그곳은 안내인이 들어올 수 없는 장소처럼 보였다.
끼이익!
“유키야~오빠..아아”
“어 왔어 오빠”
긴장되고 어두운 마음이 가득했지만, 그녀를 반갑게 부르며, 들어간 자리에, 어떤 중후한 남성이 한명이 문을 향해 앉아 있었다.
유키는 그 옆에 벌서는 아이처럼 안절 부절하며 나를 맞이하며 서 있었는데,
화려한 조명과 아늑한 가구들, 그리고 그림 같은 요리들이 준비된 주변과 다르게 그 남성과 유키는 흑백의 공간인 것처럼 어둡고 차가운 분위기가 연출되는 듯 했다.
그래서 그들을 보자마자 말문이 막혀 어버버 했던 것이다.
“이분은 누구셔? 유키야”
“어 ... 내가 너무 말 안했지? 사실 우리 아빠야 인사해”
그의 눈빛은 시퍼런 서슬이 드리워져 있었고, 나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었다.
‘유키의 아버지라면, 일본인 이겠지?’
CONICHIWA! WATASIWA KIMU HYON IL DEST, HAJIMEMASITE DOUZO ROROSIKU ONEGAI SIMASU! (안녕하세요, 저는 김 형 일입니다. 처음뵙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쾅! 쾅! 쾅 쾅!
SONA KUZGA! HU~ (이런 쓰레기가 감히!...후~)
검붉은 주먹으로 테이블을 수차레 치고는 큰 한숨과 함께 더러운 벌레를 보듯 일그러진 표정을 손으로 가리며, 그는 말했다. 쓰레기라고 말이다. 그것이 그와 나의 첫 만남이었다.
오늘 날씨가 많이 춥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즐거운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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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장인보러갔네~
댓글 장인이시네요ㅋ
고생하셨습니다~ 흥미진진 하네요 ㅎㅎ 다음편도 기대 할께요^^
아직많이 부족합니다.
재미있게봐주셔서감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