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레미아 존슨(Jeremiah Johnson)
1972년 미국영화
감독 : 시드니 폴락
출연: 로버트 레드포드, 윌 기어, 조아퀸 마르티네즈
스테판 기라쉬, 잭 콜빈, 매트 클라크
70년대를 대표하는 미남배우 로버트 레드포드는 최근까지도 영화에 출연하면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데 그의 50여년간의 영화이력 중에서 시드니 폴락 감독과
가장 좋은 콤비를 이룬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시드니 폴락 감독은 여러
감독들이 그랬듯이 TV로 시작하여 극장용 영화연출로 갈아탄 케이스인데
로버트 레드포드와는 초장기 연출작인 '우수(This Property Is Condemned)'부터
인연을 맺었고 이후 '제레미아 존슨' '콘돌' '일렉트릭 호스맨' '아웃 오브 아프리카'
'하바나'까지 총 6편의 영화에서 콤비를 이루었습니다. 마지막 출연작이 90년
작품 '하바나'였으니 로버트 레드포드가 잘 나가던 시절까지만 콤비를 이룬
셈입니다. 그 6편의 영화중 '우수' '콘돌' '아웃 오브 아프리카' '하바나' 등 4편은
국내 극장에서 개봉하였고, '제레미아 존슨'과 '일렉트릭 호스맨'은 미개봉작입니다.
인지도로 따지면 '아웃 오브 아프리카'가 가장 유명한데 별로 알려지지 않은 작품
'제레미아 존슨'도 제법 수작입니다. 극장에서는 개봉되지 않았고, TV를 통해서
몇 차례 방영된 적이 있는 작품으로 굉장히 독특한 소재를 갖춘 영화입니다.
'마운틴 맨'이라고 할 수 있는 산 사나이의 모험을 다루고 있습니다. 19세기
중엽이 배경이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익숙한 '서부극'의 형태를 지닌것도 아닙니다.
문명세계, 가족, 지인들과 완전히 단절하고 오로지 산에 올라 산 속에서 집도
친구도 없이 자연에 동화되어서 사냥하고 살아가는 남자, 이런 주인공의 삶을
다룬 영화 자체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영화뿐만 아니라 인간이 문명을 만난
이후에 이런 삶을 살아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겠죠. 대표적으로 '타잔' 같은 경우는
오지인 아프리카에 살고 있는데 아메리카 대륙에서 잘 생긴 젊은이가 문명과
연을 끊고 산에서 생고생하며 동물사냥과 인디언과의 사투를 즐기며 살아간다는
설정은 굉장히 독특합니다. 물로 서부개척시대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말이죠.
'제레미아 존슨'이라는 제목은 로버트 레드포드가 연기한 마운틴 맨의 이름입니다.
과거를 알 수 없는 남자 제레미아 존슨은 어느날 속세를 떠나 로키산맥 일대의
자연 속으로 뛰어듭니다. 말과 총에 의존하며 사냥을 하면서 산에서 노숙을
하며 살아가는 삶을 시작했고, 그런 와중에 그보다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늙은 사냥꾼 곰발톱(윌 기어)을 만나서 산에서 생존하는 법을 배웁니다. 이후
생과 사를 넘나드는 본격적인 모험이 시작됩니다. 인디언도 만나고 흉폭한
인디언에게 가족을 잃고 반쯤 정신이 나간 여자도 만나고, 그 여자의 생존한
아이를 떠맡게 되고 그리고 델 규 라는 이름의 탐험가도 만나게 되고 그와 함께
여정을 하다가 만난 인디언 부족으로부터 인디언 여인을 선물받고, 그렇게
되어 자의반 타의반으로 졸지에 가족을 이루어 통나무집을 얻고 생활하게 되고,
고립된 동료를 찾는 기병대를 도우러 떠난 사이 크로우 족이라는 흉폭한 인디언의
습격으로 가족이 살해당하자 복수의 화신이 되어 크로우 족들과 생사를 건 대결을
벌이게 되고...... 그렇게 제레미아 존슨의 산속에서의 여정은 계속됩니다.
어디서 왔는지 왜 왔는지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는 이 고독한 산 사나이
제레미아 존슨.....존 존스톤이라는 실제 인물을 모델로 하여 만들어진 영화라고
하는데, 무엇보다 이 영화의 장점은 2시간이 채 안되는 상영시간동안 관객을
완벽하게 자연속으로 동화시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카데미 주연상을 받은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가 아마도 이
영화를 많이 참조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두 영화는 유사한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눈발이 쌓인, 보기만 해도 추워 보이는 산속의
생존 게임, 사냥, 사투, 동물 가죽 등..... 그럼에도 처절하게 생고생을 보여준
'레버넌트'와는 다르게 '제레미아 존슨'은 자연 동화된 인간의 고독한 낭만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치 여성판 '제레미아 존슨' 같기도 한 리즈
위더스픈 주연의 '와일드'에서 보여준 자유로운 낭만이 배어있는 영화입니다.
세트 촬영 없이 모든 장면을 자연속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하고 있고,
곱상한 미남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는 자연속에서 텁수룩한 수염을 기르고
사냥과 모험을 벌이는 터프한 주인공역을 멋지게 해내고 있습니다. 그가
'우수'나 '추억' 같은 멜러물의 주인공으로도 많이 어울렸지만 '내일을 향해
쏴라'나 '석양을 향해 달려라' 같은 서부극에서 남성적인 연기도 보여준
경험이 있는데, 그런 연기 때문에 모험자역할에도 어울리는 곱상한 미남배우가
로버트 레드포드 입니다. 최근 바다를 배경으로 한 나홀로 모험극 '올 이즈
로스트'에서 노익장을 과시하며 처절한 생존력을 보여주기도 했지요.
간간이 해설삼아 흐르는 짤막한 컨츄리 송이 자연속의 정갈한 분위기를 드높여
주고 있고, 많지 않은 대사 속에서 친 자연적으로 흐르는 아름다운 촬영과
무언의 연기들이 시원스럽게 화면을 채우고 있습니다. 정말 보면서 '인생 뭐
있냐, 이렇게 살다가 가는거지'라는 생각이 드는 영화입니다.
그러고 보니 로버트 레드포드와 시드니 폴락이 만든 6편의 영화는 정말
제각각 분위기나 개성, 장르가 다른 6종 6색의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군요. 편수는 아주 많지는 않아도 다양성 면에서는 꽤 의미있는 콤비를
이룬 두 사람이었습니다.
로버트 레드포드는 70년대의 대표적인 인기배우였지만 찰스 브론슨이나
알랑 들롱, 클린트 이스트우드에 비하면 국내에 개봉편수는 많지 않았던
배우입니다. 70년대 출연작 중 수작이라고 할 수 있는 '대통령의 음모'
'창공의 영웅 왈도페퍼' '후보자' '추억' 등과 80년작 '브루베이커' 등이 모두
미개봉되었으니까요. '콘돌' 같은 경우만 해도 시대가 훨씬 지나서 개봉했고,
아무래도 그가 출연한 작품들이 오락성보다는 뭔가 독특한 철학과 깊이가
있는 작품들이 많았던 탓도 있겠고, 외화 수입이 빈곤하던 시대에 인기배우로
그의 영화가 가격도 비싼 탓도 있었을테고 정치 영화들이 몇 편 있기도 했고.
('추억'같은 경우는 광고까지 실렸음에도 결국 미개봉된 작품이었지요)
오히려 전성기가 지나가기 시작한 90년대 이후에 대부분의 출연작들이
개봉되고 있는데 뭐 그건 90년대 들어서 워낙 많은 분량의 외화가 수입이
되고 있는 덕도 있지요. 그럼에도 로버트 레드포드라는 배우의 진가는 '우수'
부터 '아웃 오브 아프리카'까지가 진정한 그의 시대였다고 생각됩니다.
자연친화적인 삶, 산에서 살아가는 와일드하고 야성적인 생활, '제레미아 존슨'은
'가을의 전설' '와일드'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브로크백 마운틴' 등
자연 친화적인 영화들의 원조가 되는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로버트 레드포드의
미개봉 수작 영화입니다.
ps1 : '두 얼굴의 사나이 헐크'에서 데이빗을 집요하게 쫒는 기자 맥키 역으로
알려진 잭 콜빈이 제레미아 존슨을 방문한 기병대 대위로 등장하네요.
ps2 : 원작소설 제목이 '마운틴 맨'이라고 합니다.
[출처] 제레미아 존슨(Jeremiah Johnson 72년) 마운틴맨의 삶|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