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영화 팬들에게 추억의 명화로 새겨진 '밤의 열기 속으로'(1967)등을 연출한 캐나다 영화감독 노먼 주이슨이 97세를 일기로 영면했다. 그의 대변인 제프 샌더슨은 세 차례나 아카데미 감독상에 후보로 지명됐던 주이슨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평안하게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고 영국 BBC가 22일 뒤늦게 전했다. 다만 사망 원인 등을 자세히 밝히지는 않았다.
고인은 '문스트럭'(1987), '밤의 열기 속으로', '지붕 위의 바이올린'(1971)등을 클래식으로 남겼으며, 인종차별이나 시민권같은 묵직한 주제를 영화에 담은 것으로 유명했다. 그가 연출한 작품이 오스카 후보로 지명된 것만 46차례였고, 12차례 수상했다. 1999년 아카데미 평생공로상을 수상했고, 4년 뒤 캐나다영화센터를 설립하는 등 이 나라 영화산업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공로상을 받았다.
그는 2004년 자서전에 "나는 생각 없고 가차 없는 폭력보다 오류투성이고 민감하며 혼란스럽고 현혹되지만 속죄할 수 있는 인간애를 보여주고 싶었다. 나는 내가 만드는 영화 속에서 사람들이 스스로를 알아봐주길 원했다. 나는 생각 없는 액션 영화를 즐기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토론토 출신의 고인은 캐나다 방송사에서 프로듀서로 일하다 1958년부터 미국 CBS 방송에서 일하기 시작했고, 1962년 할리우드로 진출해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그 뒤 영화와 TV 드라마를 넘나들며 40여편에 달하는 작품을 연출했고, 30여편의 작품에 제작자로 이름을 올렸다. 가벼운 코미디·로맨스 장르의 상업적인 영화부터 사회 이슈를 담은 진지한 작품까지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남겼다.
고인이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로 길러낸 이 중에는 덴젤 워싱턴, 시드니 포이티어가 있다. '밤의 열기 속으로'는 주이슨 감독이 2차 세계대전 중 캐나다 해군으로 참전해 미국 남부에서 인종격리 정책을 직접 목격한 경험과 충격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백인 인종주의자인 소도시 보안관과 흑인 형사가 함께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를 담았는데 1968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지만 고인은 감독상 후보로 지명됐으나 수상하지 못했다.
그의 작품 가운데 관객과 평단 모두에 사랑 받은 대표작이 '문스트럭'이다. 니컬리스 케이지를 일약 스타 반열에 올린 작품이며, 경영난에 시달리던 MGM 스튜디오에 큰 수익을 안긴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주이슨 감독은 이 작품으로 1988년 오스카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대신 여주인공을 연기한 배우 겸 가수 셰어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쓴 복서의 감동 실화를 그린 '허리케인 카터'도 크게 흥행했으며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 후보에 오르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 밖에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1968),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1973), '베스트 프렌드'(1982) 등을 남겼다.
고인은 두 차례 결혼, 유족으로는 둘째 부인과 세 자녀, 손주 다섯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