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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에 나타나는 교육론

  한국인문학진흥원장 윤 용 섭

(박약회, 《박약》게재물 축약,  한국인성예절교육원 강의 교재)

1. 『논어』에 나타나는 교육이념

『논어』는 공자의 언행록이다. 한대(漢代)에 『제론(齊論)』 22편, 『노론(魯論)』 20편이 전해졌고, 공자의 옛집의 벽 속에서 『고론(古論)』 21편이 나왔다. 후한(後漢)의 정현(鄭玄: 127~200)은 이를 교열∙정리하여 현재의 『논어』를 찬하고 주석을 남겼다. 그리고 삼국시대 위(魏)나라 하안(何晏)이 정현본(鄭玄本)을 바탕으로 편집한 『논어집해(論語集解)』가 나옴으로써, 『논어』 현존본의 원문이 확정되었다.

『논어』는 성인의 마음과 말씀, 행동, 가르침, 삶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지극히 소중한 경전이며, 특히 수신과 교육, 정치에 관한 내용이 많다. 『논어』에 나타나는 공자의 교육이념은 교육을 통하여 참된 사람을 만들며 이들을 통하여 문명복지사회를 이룩하는 데 있다. 따라서 공자의 궁극적 교육목적은 인간을 성인군자(聖人君子)로 만드는데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성인은 공자 자신도 사양하였고 볼 수도 없다고 하였으므로 현실적으로는 군자가 교육적 인간상이 된다.

공자는 인간을 내재적으로 무한한 가치를 지닌 소중한 존재로 보았으며, 누구나 노력하면 군자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우리는 공자가 제자들에게 군자가 될 것을 주문하고 최소한 훌륭하고 유능한 선비를 지향하라고 깨우치는 것을 『논어』의 여러 대목에서 볼 수 있다. 정치나 행정 같이 실제 사회활동에도 훌륭한 인격을 갖춘 군자가 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즉, 『논어』의 교육은 현대의 의미로 모두 인성교육이며, 그 모습은 『논어』 곳곳에 나타난다. 『논어』 각 편의 본문을 중심으로 교육목표, 교육내용, 교육방법 등으로 나누어 고찰하고자 한다.

2. 『논어』에 나타나는 공자의 교육목표와 교육학적 가치

성인군자를 목적으로 하는 공자의 교육사상은 그 실현을 위한 구체적 목표로 덕과 지혜를 갖춘 인간상(人間像)을 제시한다. 그런데 『논어』에 등장하는 많은 덕목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인(仁)과 지(知)다. 다음으로 효(孝), 충신(忠信), 예(禮), 악(樂), 경(敬), 시(詩), 문(文) 같은 개념과 덕목들이 대화의 주제가 되며 인물평이나 정치행정에 관한 이야기도 아주 많다.

첫째, 도덕적 인간을 지향하는 구도정신 함양인데,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기본적으로는 효제충신(孝悌忠信), 나아가 인(仁)과 의(義), 지혜를 학습한다.

둘째, 시서예악(詩書禮樂)을 갖춘 교양인 배출을 위해, 이를 강론하고 익히게 하는 교육이다.

셋째, 정치∙행정에 유능한 인간 양성인데, 정치의 원리를 가르치고 정치∙행정인으로서의 올바른 자세를 갖추도록 제시･촉구한다.

이 목표들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논어의 교육론은 전인교육, 인성교육의 표본으로서 만세의 귀감이 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인간상은 단순 지식의 암기나 경쟁이 아닌 자기관리역량, 지식정보처리역량, 창의적 사고역량, 심미적 감성역량, 의사소통역량, 공동체 역량 등 미래핵심역량을 갖춘 전인적인 인간상 실현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많은 교수학습정책과 추진 전략을 강구하고 있겠지만, 아직 그 효과는 미미하다. 그런데 실제 『논어』에 나타나는 교수학습은 이 모두를 포괄하는 통합적이며 실제적인 과정이다.

3. 『논어』에 나타나는 교사의 모습

흔히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고 한다. 『논어』에서 요청하는 교사의 자격으로는 사랑과 지혜를 갖춘 진정한 스승으로서의 교사다. 교사는 제자를 위한 열정에 불타야하고 말 없는 가르침을 보일 줄 알아야하며 스스로도 학문과 인격도야에 끊임없이 정진하는 구도자적 정신이 충만해야 한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제자의 행동과 사고방식, 진로를 바로잡고 제시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어야 한다. 그 대표적인 표현이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을 토대로 한, 그때그때 적합한 판단력과 언행에 대한 교육과 지도(指導)다.

1) 자애와 사랑

교사는 무엇보다 제자를 진정으로 아끼는 자애가 충만하여야한다. 어느 봄날 풀밭에서 제자들과 소회(所懷)를 나누는 공자의 모습은, 자애가 넘치는 스승상의 전형이다. 몹쓸 병에 걸린 염백우의 손을 잡고 하늘의 뜻을 안타까워했고, 요절한 안회를 위해 통곡을 마지않았다. 공자는 잘못하는 제자를 나무라고 성토하기도 하였지만, 총명한 말을 하거나 발전하는 제자의 모습에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예를 들어, 부유하면서도 예를 즐기는 편이 낫다고 설명하는 공자에게 “여절여차(如切如磋) 여탁여마(如琢如磨)”라 답한 자공을 보고 비로소 더불어 시(詩)를 이야기할 만 하다고 했고, “회사후소(繪事後素)”를 말씀하는 공자에게 “예(禮)가 뒤라는 말입니까(禮後乎)?” 라고 반문하는 자하에게는 나를 일으키는 자라고 칭찬했다.

2) 성실한 가르침

공자는 스스로 “배움에 싫증이 없으며 가르침에 게으름이 없다(子曰 黙而識之하며 學而不厭하며 誨人不倦이 何有於我哉오).” 라고 했다. 이는 학문의 길과 스승의 길에 모두 성실과 열정을 다한다는 표현이다.

3) 평등한 가르침

『논어』에 “유교무류(有敎無類)”라 했다. 제자를 받아들이고 가르침에 제자의 사회적 지위나 출신, 빈부를 차별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당연한 일로 들리지만, 사실은 그러기 어렵다. 그리고 공자가 자신의 아들이라고 하여 특별한 가르침을 베풀지 아니한 것은, 「계씨편(季氏篇)」 ‘추정(趨庭)’ 조(條)에 있는 진항(陳亢)과 백어(伯魚)의 문답에 나타난다.

4) 전통에 바탕을 두고 현대를 보는 지혜

사람의 스승이 되려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관통하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전통문화를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현대의 정신과 가치도 파악하여야 한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즉 옛것을 되새겨 새것을 안다면 가히 스승이 될 수 있다고 하였다. 전통을 모르면 그 지식이 천박하기 쉽고 전통만 알면 그 견해가 고착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현대는 과거가 쌓여서 총체적 결과로 이루어진 것이요 도도한 역사의 흐름에서 잘라낼 수 없는 시간이다. 현대는 짧고 과거는 길다. 과거는 전통이라는 거대한 뿌리가 되어 현대의 의미를 가르쳐주고, 앞으로의 역사진행의 방향을 예견할 수 있게 한다. 사람이 공부하는 것은 지혜를 기름이요 지혜의 실용성은 미래예측이다. 그리고 전통문화와 역사에서 터득한 삶의 원리와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를 해석하면서, 바른 방향으로 미래를 열어나가게 도와주는 것이 스승의 역할이다.

4. 『논어』를 통해 살펴보는 공자의 교육내용

공자의 교육내용으로 우선 들 수 있는 것은 문∙행∙충∙신(文行忠信)이다. 이는 교육교재라기보다 공자가 주력한 교육내용으로서, 즉 글을 배우고 행실을 닦으며, 그리고 덕을 갖춤에 가장 기본적이며 중요한 충(忠)과 신(信)을 길렀다. 글은 주로 고전 또는 당대에 전해진 시서(詩書)와 예(禮)에 관련된 것이었다고 생각되며, 충신(忠信)은 공문(孔門)에서 아주 중시했었다. 또 “흥어시(興於詩), 입어예(立於禮), 성어악(成於樂)” 이라 하였으므로 시(詩), 예(禮), 악(樂)이 주요한 교육내용이 된다. 공자가 말년에 노나라에 돌아와서 찬술한 경서(經書)가 시서(詩書)요 예악(禮樂), 주역, 춘추(春秋)였으니, 자습한 『주역』과 저술한 『춘추』를 빼면 시･서･예･악(詩書禮樂)이 교육의 주된 내용으로 볼 수 있다.

1) 도덕적 인간을 지향하는 구도정신 함양

ｏ 구도(求道)와 낙도(樂道)

성인군자를 지향하는 도덕적 인간형성을 위해 필요한 조건은 철저한 구도정신을 토대로 하는 덕성 및 지혜의 함양인데, 요약하면 인간다운 인간이 되는 것이리라. 먼저 『논어』에 도를 지향하는 군자의 앎을 논한 것 가운데 유명한 구절에 “조문도(朝聞道)면 석사가의(夕死可矣).”가 있다. 이에 의하면 도(道)는 목숨보다 귀중하다. ｢술이편(述而篇)｣에는 공부를 성취한 성인의 모습이 다음과 같이 표현되어 있다.

공자께서 한가히 계실 때, 나래를 편 듯 편안하고 꽃이 핀 듯 아름다우셨다.

도를 얻은 성인의 모습은 참으로 편안하고 아름다운 법이다. “인자는 근심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학문을 성취하여 편안히 유유자적하는 모습을 잘 그렸다고 할 수 있다.

안빈낙도(安貧樂道)! 가난하면서도 도를 즐기는 훌륭한 제자의 모습도 『논어』에 등장한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어질구나, 회(回)여! 한 대광주리의 밥과 한 표주박의 물로 누추한 골목에 살면, 사람들은 그 근심을 이기지 못하는데, 회야는 그 즐거움을 바꾸려하지 않으니, 어질구나 회여!”라고.

가난한 동네에 살면서도 안회(顏回)는 전혀 근심이 없었다. 일부러 가난할 필요는 없지만, 이왕 가난하다면 이것도 천명으로 알고 마음 편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식사는 밥 한 소쿠리와 물 한 바가지뿐이다. 그래도 그의 마음은 도덕의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넓은 마음이 저 푸른 하늘과 같이 평온하여 음식에 구애되지 않는다. 구도자로서의 선비의 공부를 증자는 다음과 같이 절절히 표현하였다. “선비(士)는 넓고 굳세지 않으면 안 되니, 임무는 막중하고 갈 길은 멀기 때문이다. 인의 체득을 자신의 임무로 삼았으니, 그 책임이 막중하지 않겠는가! 죽은 뒤에야 끝날 것이니, 갈 길이 멀지 않겠는가!(태백)”

공문(孔門)에 있어서 인을 터득함은 곧 도를 얻는다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이 구도자의 자세의 핵심이 홍의(弘毅)인데, 도산서원의 문생(門生) 기숙사로서 ‘박약재(博約齋)’와 ‘홍의재(弘毅齋)’가 있다. 공자의 수제자인 안회를 상징하는 ‘박약’과 도통전수자인 증자를 상징하는 ‘홍의’가 그 이름이다.

* 曾子曰 士不可以不弘毅 任重而道遠 仁以爲己任 不亦重乎 死而後已 不亦遠乎

* 德隨量進 量由識長 故欲厚其德 不可不弘其量 欲弘其量 不可不大其識

ｏ 인간다운 인간, 군자의 길을 가르침

유교의 교육과 학습은 무엇보다 인간이 되는데 있다. 먼저 인간이 되고 난 다음에 글을 배우는 것이 철칙이다. 아무리 지식과 재능이 탁월하더라도 인간이 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인가. 깊이 생각할 일이다. ｢학이편(學而篇)｣에 철저한 인성교육을 천명하는 공자의 말씀이 있다. 즉, “제자들은 집에 들어오면 효도하고 나가서는 공손하며, 삼가고 믿음직스러울 것이며 널리 사람들을 사랑하되, 어진 이와 친하게 지낼 것이니, 이것을 행하고도 남는 힘이 있으면 곧 글을 배울 것이니라.” 하였다. 옛날에 공부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수많은 좋은 글들이 있었다. 그런데 공자는 이 책들을, 행하고 남는 힘이 있을 때 배우라 하신다. 그럼 무엇을 행하고 남는 힘이라는 걸까?

첫째, 집안에 들어오면 효도하고 나가서는 공손히 하라. 효도는 백가지 행실의 으뜸이라 했다. 나를 낳고 길러주시고 공부시켜 주시며 나를 위해 갖은 노고를 다 하시는 부모님께 잘해 드려야 한다. 사회에 나가 공손하고 예의 바르다면 누구나 좋아할 것이다.

둘째, 삼가고 믿음이 있어야 한다. 몸과 마음가짐을 삼간다면 실수와 허물이 적을 것이다. 세상살이에 기본은 믿음이다. 사람들에게 신뢰를 받으면 곧 인정을 받는 것이 된다.

셋째, 널리 대중을 사랑하라. 효도하고 공손하고 삼가며 남에게 믿음을 주더라도 모자라는 덕목이 있으니, 곧 사랑이다. 이 사랑은 어떤 한 남자나 여인이 아니라 널리 대중을 향한 것이다. 박애의 마음이 풍부해야 참된 인간이 될 수 있다.

넷째, 어진 사람과 친하게 지내라! 현명한 사람을 가까이 하면 저절로 감화가 되어 인격이 전반적으로 서서히 좋아진다.

이 네 가지를 잘 실천하고도 남는 힘이 있으면 글을 배우라는 것이 ‘공자교육론’의 기본 틀이다. 오늘의 교육과 비교해 사람됨이나 실제행동을 얼마나 중시했나를 알 수 있다.

사람은 어질어야 한다. ｢팔일편(八佾篇)｣에 “사람이 어질지 못하면 예(禮)를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이며 사람이 어질지 못하면 악(樂)을 가지고 무엇을 하리오.“라 하였다. 수신(修身)과 치국(治國)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예절과 음악에 능통하더라도 어질지 않다면 무슨 가치가 있을까? 사람이 어질고 난 다음에 예악이 있는 것이다.

도덕의 기본은 효제(孝悌)다. ｢학이편｣에 “유약(有若)이 말했다. 군자는 근본에 힘쓰니 근본이 서면 도가 생겨난다. 효제라는 것은 그 인을 하는 근본일 것이다!” 하였으니, 부모에게 효도하고 어른께 공손한 것은 인륜도덕의 기본사항이다. 부모의 은혜를 알지 못하는 인간은 도덕을 논할 자격이 없다. 개인의 경로효친(敬老孝親)과 보은정신(報恩精神)을 천하에 확충되면 세상은 도덕사회가 된다.

2) 시･서･예･악을 갖춘 교양인 배출

￮ 공문(孔門)의 교양교육

공자가 제자들에게 실시한 가르침의 주된 교재는 『시경』과 『서경』, 『예』와 『악』이었다. 시(詩)는 당대의 노래들에서 300여 수를 골라, 풍･아･송(風雅頌)으로 나누었는데, 제자들에게 가장 많이 가르치고 익히게 한 것 같다. 『시경』의 시들은 모두 노래이니, 금슬을 타면서 불렀다. 다음으로 많이 언급되는 과목은 예(禮)다. 당시 전해지는 예서(禮書)나 예절을 가르치거나 익히게 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서(書)』는 정치에 관한 기록인데, 당･우(唐虞)와 하･상･주(夏商周)의 정치관련 문헌을 가지고 공부했을 가능성이 높다. 악(樂)은 공자가 시, 예와 함께 가장 중요시한 교과목이다. 공자 자신이 악성(樂聖)의 경지에 올라 금슬(琴瑟)을 잘 탔고 경(磬)도 잘 연주했다. 그리고 노래도 잘 하셨다. 순임금의 대소(大韶)를 듣고 삼개월간 고기 맛을 몰랐다는 유명한 이야기가 『논어』에 전할 정도다. 주나라의 교육제도가 소학 단계에서 예･악･사･어･서･수(禮樂射御書數)를 가르쳤는데, 이를 사대부(士大夫)의 기본교양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대학원 과정에서 대사악이 음악을 가르쳤다. 『논어』의 기록을 볼 때, 공자의 교육에서는 ‘시교(詩敎)･예교(禮敎)･악교(樂敎)’가 주를 이루었던 것으로 보인다.

￮ 시 배우기를 권하다.

｢양화편(陽貨篇)｣에는 시의 효용성을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공자의 가르침이 있다. “시는 사람을 일으키게 하고 인정과 세태를 관찰하게 하며, 무리지어 어울리게 하고 잘못을 원망하게 한다. 가깝게는 어버이를 섬기고 멀게는 임금을 섬기는 도리를 배울 수 있으며, 새나 짐승, 풀과 나무의 이름도 많이 알게 하는데, 너희들은 왜 시를 배우지 않느냐”

￮ 예를 모르면 설 수 없다.

예는 몸과 마음을 공경스럽게 하며 타인과의 관계를 좋게 한다. 예를 행하는 모습은 아름답고 예를 지키는 태도는 엄숙하다. 사회생활을 하려면 예를 잘 알아야 한다. 『논어』는 공자가 뜰에 서서 외아들 백어(伯魚)에게 시(詩)와 예(禮)를 배우라고 권하는 감동적인 장면을 그리고 있다.

￮ 바른 음악으로 심성을 교화하다.

『논어』 여러 곳에 공자와 제자들이 악기를 연주하는 장면이 나온다. 인간의 심성을 가장 잘 변화시키는 것은 음악이다. 그래서 옛 성인들이 모두 음악으로 백성을 교화했다. 공자는 13년에 걸친 주유천하를 끝내고 68세에 고국인 노나라로 돌아오자, 백성을 교화하는 표준이 되는 음악을 바로 잡는 일에 착수하였다. 즉, 악교(樂敎)의 교과서를 만들었다. 이를 『논어』 ｢자한편(子罕篇)｣에서 “내가 위나라로부터 노나라로 돌아온 뒤, 음악이 바로잡히자 아(雅)와 송(頌)이 각각 제자리를 얻었다.” 고 표현하였다.

￮ 화평정대(和平正大)한 큰 길을 가다.

“공자께서는 괴이한 것, 폭력적인 것, 어지러운 것, 신비한 것에 대해서는 말씀하지 않으셨다(子不語 怪力亂神이러시다) 공자가 우아하고 고전적이면서 보편적인 교양에 넘치는 모습을 제자에게 늘 보여주셨기에, 이 글이 『논어』에 있게 되었으리라.

3) 정치행정에 유능한 인간 양성

공자 당시 정치와 행정은 주로 대부(大夫)와 사(士)가 담당하였다. 대부는 고위공무원, 사는 중･하위공무원이라 할 수 있다. 사(士)를 선비라고도 하는데, 공자는 제자들이 훌륭한 사(士), 즉 선비가 되기를 바랐고 그 자격을 가르치곤 했다. 여기에 관하여 ｢자로편(子路篇)｣에 자공과의 대화를 인용한다.

자공이 물었다. “어찌하면 선비라고 할 수 있습니까?”

공자가 답했다. “몸소 행동함에 부끄러워할 줄 알고 사방에 사신으로 가서 임금의 명을 욕되지 않게 하면 가히 선비라고 할 수 있느니라.”

子貢問曰 何如라사 斯可謂之士矣잇꼬 子曰 行己有恥하며 使於四方하야 不辱君命이면 可謂士矣니라 曰敢問其次하노이다 曰宗族이 稱孝焉이며 鄕黨이 稱弟焉이니라 曰敢問其次하노이다 曰言必信하며 行必果하여 硜硜然(갱갱연)小人哉나 抑亦可以爲次矣니라 曰今之從政者는 何如하니잇꼬 子曰噫라 斗筲(두소)之人을 何足算也리오! ｢子路｣

           * 硜 : 돌소리 갱 * 筲 : 밥통. 닷 되, 한 말 또는 한 말 두 되들이의 적은 분량

￮ 정치의 도는 바르게 하는 데 있다.

공자는 정치를 맡으면 무엇을 먼저 할 것이냐는 물음에 ‘정명(正名)’, 즉 이름을 바로 잡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정치가 무엇이냐고 묻는 제경공(齊景公)의 질문에, “군군신신(君君臣臣) 부부자자(父父子子)”라고 답했다. 그런데 정치가 정의에 기반을 두는 도의적(道義的) 작용이 되려면, 먼저 그 주체인 위정자가 올바른 마음씨를 지녀야 한다. 그러므로 자신의 마음을 바르게 하고 몸가짐을 바르게 하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데, 공자는 그 점을 늘 강조하였다. 이것은 노나라의 실권자인 계강자(季康子)에게 하신 말씀에서도 잘 나타난다. 정치에 관한 충고이지만, 교육적인 면에서는 공자의 사회교육에 해당한다. 그래서 “계강자가 공자에게 정치가 무엇입니까? 라고 묻자, 공자는 기다린 듯이, 정(政)은 정(正)이다. 그대가 바름으로써 이끌어간다면 누가 감히 바르게 하지 않겠는가!”라고 답한 것이다. ｢위정편(爲政篇)｣에서는 정치는 덕으로 하라고도 했다. 특히 정치와 행정을 담당하는 무리들은 정의(正義)의 길을 가야한다는 것이다.

￮ 솔선수범

자로에게는 솔선수범을 가르쳤다. 이 또한 정치가가 명심할 일이다. 국민에게 근검절약을 외치면서 자신은 고급 물품과 고급 음식을 즐긴다면 누가 따르겠는가? 특히 조직 관리에 있어서도 솔선수범은 큰 힘을 발휘한다. 

￮ 자유(子游)의 악교(樂敎)에 웃음 머금는 공자

자유가 무성(武城)의 읍재가 되었다. 공자가 무성에 갔는데, 마침 거문고에 맞춰 노랫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공자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닭 잡는 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쓰는고?" 자유가 대답하기를, "예전에 제가 스승님께서 하신 말씀을 들었습니다. '군자가 도를 배우면 사람들을 사랑하게 되고, 소인이 도를 배우면 부리기 쉽다‘ 라고요’" 공자가 말했다. "얘들아! 언(자유)의 말이 옳다. 아까 한 말은 농담이었다." 자유가 가르침대로 악교(樂敎)를 시행하니, 고을에 음악이 넘치게 되었다. 이에 대한 공자의 농담은 한편으론 그러한 제자가 대견스럽고 다른 한편으론 천하를 다스릴 악교(樂敎)가 이 조그만 성에서 이루어지니 아쉽다는 뜻인 것 같다.

ｏ 나라를 다스리는 데는 도덕과 예악이 가장 좋다. 도덕과 예의로써 나라를 다스리면 사람들은 부끄러움을 알고 법을 지키게 된다. 양심을 일깨우기 때문이다. 여기에 음악까지 곁들이면 더욱 그 효과가 클 것이다. 착하고 아름다운 감성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법(法)과 금령(禁令)으로 이끌고 형벌로 다스리면 백성들은 법을 피해나가면서 부끄러워하지 않지만, 덕(德)으로 이끌고 예(禮)로써 다스리면 부끄러움을 알고 올바르게 된다는 유명한 격언이 『논어』｢爲政｣ 에 있다.

   子曰 道之以政 齊之以刑이면 民免而無恥하며 道之以德하고 齊之以禮면 有恥且格이니라.

4. 『논어』에 나타나는 인성교육의 방법

『논어』는 인성교육의 산 교과서다. 올바르고 어진 사람이 가득한 도덕세계를 실현하려는 이상과 실천이 『논어』 전편에 약동한다. 공자는 대사상가이면서 대정치가요 시인이며 음악가요 교육자였다. 특히 교육자로서의 공자의 모습, 제자의 성격과 재능과 심리상태에 맞추는 맞춤형교육지도는 후세에 길이 모범이 된다. 이에 『논어』에 나타나는 공자의 뛰어난 교육방법을 몇 가지 항목으로 분류∙고찰하고자 한다.

1) 사랑과 인간미 넘치는 교육

공자 교육의 가장 큰 특색은 사랑과 인간미가 넘치는 인성교육이다. 공자는 딱딱하고 근엄한 철학자나 유자(儒者)의 모습이 아니라 사랑과 인정이 넘치는 하나의 인간으로 제자들을 대하였다. 따라서 얼굴에 늘 웃음을 띠었고 시를 노래하고 금슬(琴瑟)을 연주하였다. 그리고 공자는 재창(再唱, encore)의 원조다. “사람들과 어울려 노래를 부르다가 누군가 잘하면, 반드시 다시 부르게 하고 다 듣고 나서는 화답으로 자신도 부르셨다.”

｢헌문편｣에, 동향인일 법한 원양(原壤)이란 사람이 거만하게 앉아있는 모습을 본 공자가, 어려서는 불손했고 자라서는 칭찬받을 일을 한 게 없고 늙어서는 죽지도 않으니, 이는 도적이로다! 라면서, 원양의 정강이를 지팡이로 치는 장면이 있다. 노인을 때리는 장면이지만, 얼마나 인간적인가. 아무 해놓은 일도 없으면서 불손･거만하고 또 오래도록 사는 것은 오히려 세상 사람들의 노력을 도둑질하는 것과 같다는 훈계다. 역설적인 사회교육의 하나로서 여기서도 공자의 인간적인 면모가 잘 드러난다. 칭찬도 꾸짖음도 모두 인간애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한다.

2) 동기부여(動機附輿)와 자기주도적인 학습

ｏ 학습동기를 일으키는 흥미 있는 교육

교육과 학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습에 대한 자발성과 이를 북돋우는 동기부여(motivation)라 하겠다. 인간의 심리와 교육의 원리를 잘 아는 공자는, 교육과정에서 늘 이 점을 배려하였다 그 흔적이 『논어』 곳곳에 나타난다. 저 유명한, “시에서 일으키고 예에서 세우며 악에서 완성한다.”는 명구도 공자가 학습동기 유발을 위해 시를 활용한 증거로 볼 수 있다. 즉, 예악이 학습되고 성취되려면, 먼저 그럴 분위기가 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이 시 공부다. 시는 곧 노래이므로 시가(詩歌)라 한다. 시는 외우기 쉽고 노래하기 쉽다. 그리고 그 내용의 전달방식이 감성적이다. 따라서 공부하려는 동기를 유발시키기에 좋다. 마치 초등학교의 동요시간처럼. 그래서 시에서 공부하려는 마음을 일으키고 다음에 예의를 익혀 사회에 당당히 서며 음악으로 마음의 평화를 얻고 인격을 완성하는 것은 순리적이다.

동기부여를 위하여 미리 그 학습으로 인해서 얻을 수 있는 결과의 좋은 점을 실감나게 보여주거나, 미리 그 길을 가서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좋다. 좋은 영화를 보는 것, 아름다운 시를 노래하는 것, 맑은 숲속에서 자연과 하나 되어 노는 것, 뛰어난 인물을 만나 이야기 나누는 것 등의 체험이 사람을 분발하고 격동시킨다.

￮ 자기주도적인 학습

한 가지를 알려주면 나머지를 스스로 알아내야 한다는 가르침이 있다. 즉, 한 모서리를 들어 보여주었는데 나머지 세 모서리를 유추해 내지 못하면 다시 일러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나의 원리를 가르쳐 주면 나머지는 스스로 깨우쳐 알아야 한다는 공자의 교육원리다. 즉, 알고 싶어서 애태우지 않으면 깨우쳐 주지 않고 말로 나타내고 싶어 힘들어하지 않으면 틔워주지 않는다.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할까 하지 않는 사람은 나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위령공편(衛靈公篇)의 이 말씀도 역시 학습동기와 자발적인 자기주도적인 학습의 원리를 설한 것이다. 『주역』에서도 동몽(童蒙)이 나에게 구해야지 내가 동몽에게 구할 수는 없다고 했다. 비자발적인 학습과 주입식교육은 교육효과가 낮으며, 자발적인 학습은 그 효과가 지대하다.

이 취지에서, “선생님의 도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힘이 부족합니다.”라고 학습의욕이 작은 염구에게 공자가, “힘이 부족한 사람은 중도에 포기하게 된다. 그런데 너는 지금 스스로 선을 긋고 있구나.”라고 나무랐던 것이다.

3) 개인차교육

공자는 제자 개개인의 수준에 맞게 개성을 살리는 교육을 실시하셨다. 장점이 피어나도록 계발하고 단점을 치유할 수 있도록, 일상생활을 통한 경험을 중시하는 실제적인 교육을 베풀었다. 공자는 인간의 심리를 잘 아시어 교육에 있어서도 철저한 개별화교육을 실시했다. 예를 들어 효도에 대한 제자들의 질문에 제자들의 사정에 따라 대답이 달랐으니, 맹무백에게는 아프지 않는 게 효도라 했고, 맹의자에게는 예의에 어긋나지 말라 하였으며 자유에게는 공경심을 지녀야 한다고 하고 자하에게는 얼굴빛을 잘 가져라 하셨다.

『논어』의 다음 대목도 개인차교육의 한 예로 보고 싶다.

계문자(季文子)가 세 번 생각한 뒤에야 행동하였다. 공자께서 이를 들으시고 말씀하시길, “두 번이면 된다!”

만일 계문자가 평소 성급하고 덜렁거리는 사람이었다면, 세 번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옳다고 하셨을지 모르며, 만약 너무 우유부단한 사람이었다면 한번만 생각해보고 바로 결단하라고 가르쳤을지 모른다.

자로와 염유에게 각기 다른 행동지침을 내린 것도 눈높이교육의 유명한 일화다.

자로가 여쭈었다. “옳은 일을 들으면 행해야 합니까?”

공자 말씀하시길, “부형이 계시는데 어찌 듣는 대로 행하겠는가?”

염유 여쭈었다. “옳은 일을 들으면 행할까요?“

공자 말씀하시길, “듣는 대로 행하라.”

공서화가 말했다. “자로가 옳은 일을 들으면 행해야 합니까? 라고 여쭈었을 때는 부형이 계시다 하시고, 염유가 옳은 일을 들으면 행해야 합니까? 라고 여쭈었을 때는 바로 행하라 하셨으니, 제가 미혹되어 감히 그 까닭을 여쭙나이다.”

공자 말씀하시길, “염유는 물러나므로 나아가도록 한 것이고 자로는 두 사람 몫을 하려하므로 물러나게 한 것이다.”

4) 학(學)과 사(思)를 겸하는 학습

공자는 제자에게 배움과 사색을 겸하라고 가르친다. 즉,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어둡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學而不思則罔하고 思而不學則殆니라).”는 것이다. 배우기만 하고 돌아와 그 이치를 탐구하지 않고 평소 인간과 우주의 진리에 대하여 사색과 명상을 하지 않으면 마음이 망망히 어둡게 된다. 그러나 배움 없이 사색과 명상만 하면 이는 자칫 스승 없는 공부가 되어 엉뚱한 망상에 사로잡히거나 삿된 관념에 몰입하는 위험이 있다.

5) 배우고 실천하는 즐거운 학습

ｏ 실제 자기성장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교육

공자의 가르침은 실학(實學)이다. 일상생활에서 바로 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것은 교육학습방법에서도 특별한 의의가 있다. 생활 속에서 대화와 상담, 경험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해가며 정신적인 성장을 느끼는 것은 현대의 진보주의나 실존주의 교육사상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공자 아카데미에서 배운다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성장함을 느낀다는 말과 같다. 교육에 의하여 스스로 발전하며 자신이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아지게 된다. 배울수록 평안해지며 지혜가 생겨난다. 세상의 이치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고 매사 대비하는 능력이 자라나 마음의 안정이 생긴다. 즉, 물욕과 분노, 어리석음과 질투에서 해방되어 가는 자신을 느낄 수 있다.

사물과 인간, 역사를 보는 지혜도 생기므로 시를 알고 예를 행하여 반듯하게 세상에 행세할 수 있고 음악으로써 삶의 즐거음을 맛볼 수 있다. 이처럼 아는 것보다는 좋아하게 하며, 좋아하게 하는 것보다는 즐기게 하는 것이 공자의 교육론이다. .

ｏ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교육

이상과 같이, 경험을 중시하는 실천교육이 공문에서 행해졌고 많은 제자가 이에 심취했다. 자로는 스승의 가르침을 듣고 그것을 잘해내지 못하면 오직 또 다른 가르침을 듣게 될까 두려워했으며, 안연은 공자의 가르침을 묵묵히 듣고만 있었는데, 가만히 보면 빠짐없이 그대로 실천하더라고 공자께서 칭찬하셨다.

그리고 공자가 평소 강조한 것의 하나가 말은 어눌하고 행동은 민첩하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말하며 말이 청산유수인 사람은 아무래도 믿음성이 부족하고 실천이 그만큼 따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항우(項羽)의 명장이었던 계포(季布)는 입이 무거워 무엇이든 좀처럼 약속하지 않았는데, 했다면 반드시 약속대로 실천하였다. 이에 ‘계포의 허락, 즉 계포일락(季布一諾)’이란 명성을 얻었다.

“안회는 배움을 좋아하여 노여움을 옮기지 않고 두 번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不遷怒하며 不貳過)”는 공자의 회고담도 자신이 행하는 교육이 바로 실천교육이었음을 밝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ｏ인간관계에 바로 적용되는 서(恕)의 교육

자공에게 일러준 서(恕)의 가르침은 『논어』의 실천철학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恕)’ 자를 풀어보면 ‘여심(如心)’, 곧 다른 사람의 마음과 같다는 것인데, 남을 배려하고 공감하는 인간애의 표현이며 이기주의에서 벗어나는 비결이다. 『맹자』, ｢양혜왕 상(梁惠王上)｣에, “내 늙은이를 공경하는 마음을 미루어 이를 모든 이들의 늙은이를 공경함에 미치고, 내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미루어 모든 이들의 아이들을 사랑하는 데에 미친다”는 원리가 바로 ‘서(恕)’다. 공자 실천철학의 황금률은 ‘서(恕)’이다.

자공이 물었다.

"평생 실천에 옮길 만한 한마디 말이 있을까요?"

공자가 말했다.

"그것은 아마 '서(恕)'일 것이다.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을 다른 사람에게 베풀지 말라."

ｏ 박문약례(博文約禮)의 가르침

박문약례는 “박학어문(博學於文) 약지이례(約之以禮)”의 준말이다. 학문에 뜻을 둔 사람은 우선 널리 배워야 한다. 그런데 그것을 문(文)의 바다에서 찾아야 한다. 문은 글이요 문장이다. 문(文)에는 인류의 철학, 사상, 종교, 문학, 역사, 음악, 의약, 이야기, 상식, 과학, 기술, 민속, 예절, 생활 기록 등 문화전반이 정연하게 담겨 있다. 따라서 문은 곧 문화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런데 문(文)의 세계는 넓고 아득하다. 그래서 공자는 문화적 지식을 넓게 수용하되 몸으로는 예절을 익혀 그 배운 바를 간추려 실천하는 실용적인 학문이 되어야 한다고 한 것이다.

6) 대화, 좌담식 교육학습

공자의 교육은 오늘날 학교에서 실시되고 있는 교육과는 그 양상이 많이 다르다. 교육과정이 엄격하지 않았고 교육내용도 제자에 따라 차이가 있었음에 틀림없다. 강의는 집합식과 개별강론 내지 대화의 형태였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논어를 읽어보면 좌담식 대화가 많다. 아래 인용하는 논어에서 가장 긴 문장인, 봄날의 좌담은 대화식 교육의 전형이다. 자로와 염유와 공서화가 각기 자신의 포부를 이야기했고 공자는 진지하게 경청한다.

자로와 증석과 염유와 공서화가 공자를 모시고 앉아 있는데 공자가 말씀하셨다. “내가 너희보다 며칠 더 어른이라고 하여 어렵게 여기지 말라. 평소에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하니, 만일 알아주는 이가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자로가 서슴지 않고 말하기를, “천대의 수레를 가진 천승(千乘)의 나라가 큰 나라 사이에 끼어 군대의 침략을 받고 게다가 기근으로 시달린다 해도, 제가 다스린다면 삼 년 내에 백성을 용감하게 하고, 또 법도를 알도록 할 수 있습니다.” 그 말을 들은 공자가 빙그레 웃었다. (중략)

“점(點)아, 너는 어찌 하겠는가” 증석이 슬(瑟)을 천천히 타다가 쓰르릉 한 번 긋고는 슬을 놓고 일어나 대답하여 말하기를, “저는 세 사람의 뜻과는 다릅니다.” 공자가 말씀하셨다. “무엇이 안 되겠느냐, 각각 자기의 뜻을 말할 뿐이다.” 증석이 말하기를, “늦은 봄에 봄옷을 지어 입고 관을 쓴 어른 대여섯 명과 동자 예닐곱 명을 데리고 기수(沂水)에서 목욕하고 무우(舞雩)에서 바람 쐬다가 노래하며 돌아오겠습니다.” 공자가 위연히 탄식하며 말했다.

“내 뜻이 점과 같도다.”

세 사람이 나가고 증석이 남아 있었다. 증석이 말하기를, “저 세 사람의 말이 어떠합니까” 공자가 말씀하셨다. “각각 자기 뜻을 말한 것뿐이다.” 증석이 말하기를, “선생님께서는 어째서 유(由)의 말에 웃으셨습니까” 공자가 말씀하셨다. “나라는 예로써 다스려야 하는데 그 사람의 말이 공손하지 않기 때문에 웃었노라.” “구(求)가 말한 것은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 아닙니까?” “사방이 육칠십 리나 오륙십 리이면서 나라가 아님을 어디서 볼 수 있겠는가.” “적(赤)이 말한 것은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 아닙니까?” “종묘의 일과 회동하는 일이 제후의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 적이 하는 일을 작다고 하면 어떤 일을 크다고 하겠는가.”

참으로 격조 있고 정다운 사제간의 대화다. 미셀 푸코는 학교교육과 지식의 권력화를 깊이 우려한다. 로티는 교육(education)이라는 용어 자체에 회의를 표시하며, 교양과 자기형성을 위한 '교화(edification)'를 제시한다. 교화의 생명은 대화이며 다채로운 예술활동이 모두 교화에 해당한다. 타인의 삶에 참여할 수 있는 개인의 능력을 배양하여야 하며 동료로서 함께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감수성, 상상력, 민감성을 발휘할 것을 요청한다. 시와 음악을 논하고 어떻게 하면 심성의 자유가 신장되고 세상이 아름다워질까를 토의하는 공자의 좌담식 자유대화의 교육방식은 현대사회, 현대 문화에 더욱 어울리는 선진교육방법이라고 하겠다.

[hongall]

지금 우리의 "빨리빨리 문화"와는 안 맞을 듯.
베베님은 교직에 종사하실 때도 그랬겠지만 퇴임한 이후에도 공부는 계속하시는가 봅니다.
긴 게시글을 대충대충 읽는 저와는 차원이 다를 듯. ㅋㅋㅋㅋㅋ
좋은 글 감사합니다.
빨리빨리 문화속에서 더 이런 차원높은 스승상이 필요한 것일진데......

[베베]

그저 관심사지요
지기님 그간 평온하셨는지요
오늘은 날씨가 무척 춥네요
옥체 잘 보중하시기 바랍니다, 회장님!

[hongall]

감사합니다. 마스크 잘 챙기셔서 코로나 이겨내세요.

[베베]

네. 교장 선생님께서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