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조성모의 어머니가 수술을 받았던 곳은 서울 신당동 송도병원. 그러나 그의 어머니가 최근 병원을 옮겼다는 소식을 접하고 풍납동에 위치한 중앙병원으로 달려갔다. 병원을 바꾼 이유도 궁금했거니와 조성모 어머늬의 병이 더욱 악화되어 재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소리도 들려 담당 주치의를 만나 사실을 확인해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요즘 종합병원이 다 그렇듯이 병원 관계자는 환자 신상정보를 함부로 알려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환자의 동의 없이 검사 결과나 치료 경과 등을 알렸다가는 병원 측이 곤란을 겪게 된다는 것. 그렇게 실랑이를 벌이기 한참만에 어렵사리 어머니 김만자씨의 주치의를 찾을 수 있었다.
"환자의 아들이 누구이든 간에 의사는 환자의 병만 고칠 뿐이지 이렇다 저렇다 그 어떤 말도 이야기할 권한이 없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주치의 역시 거듭되는 간곡한 부탁에도 같은 대답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결국 조성모의 어머니와 직접 통화를 했다. 생각보다 그이의 목소리는 밝았다. 그러나 기자임을 밝히자 다음에 이야기하자며 이내 통화를 거부했다.
"성모 소속사에서 기자들에게 전화가 와도 인터뷰하지 말라고 했어요. 아무 애기도 할 수가 없네요. 죄송합니다"
그러면서 그이는 현재 병원에 입원한 상태는 아니고 10월초로 검사 날짜만 받아놓은 상태라는 말만 들려주었다. 다음날 무작정 주소 하나 들고 찾은 곳은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 있는 조성모의 집.
"여기까지 올 필요는 없는데 오셨네요. 오전 내내 아파서 지금 누굴 만나기 힘들어요. 그냥 돌아가시죠"
전날과는 달리 힘겨워하는 목소리가 인터폰을 통해 들려왔다. 하는 수 없이 인터폰으로라도 몇 마디 묻겠다는 말에 그이는 '잠시 기다려달라'는 말을 하고는 굳게 닫힌 대문을 열어줬다.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그이는 깔끔한 옷차림에 곱게 화장까지 한 모습이었다. 의사가 통증이 없을 때는 조금씩 움직이라고 해서 근처에 있는 대공원이라도 가볼 생각있단다.
"요즘 아침에는 통증이 부쩍 심해져서 너무 힘들어요. 그나마 이렇게 오후가 되면 좀 나아지죠. 최대한 병원에서 일러주는 처방대로 노력은 하는데 너무 힘이 들어요. 통증이 오면 그 고통에 빨리 병원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뿐이고 계속 진통제만 찾게돼요"
지난해 수술을 받고 좀 괜찮다 싶었는데 수술때 깎았던 엉덩이뼈 부위가 계속 아파 국내에 직장암의 권위자로 유명한 의사를 좇아 지난 8월 중앙병원에서 1차 검사를 다시 받았다고 한다. 검사 결과 다행히 암세포가 특별히 증가하지는 않았지만 환자의 고통이 계속되는 원인을 확인하려면 2차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이는 현재 중앙병원에서는 검사만 받고 있고 치료는 수술 받았던 병원에서 계속 받고 있는 중이라고했다. 그이는 모든 방법을 쓰더라도 빨리 완쾌되었으면 하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우리 성모가 새 앨범내고 콘서트까지 한다는데 제가 아프니까 제대로 챙겨주지도 못해서 미안하고 마음이 아파요. 이 병이 하루 이틀에 낫는 것이라면 오죽 좋겠어요. 엄마가 벌써 2년째 아픈 터라 제 딴에는 마음 고생이 심할 텐데.... 우리 성모는 '긴 병에 효자없다'는 말과는 달리 저에게 한결같이 신경을 써주고 어떻게 하든지 지금이라도 미국에 가서 병 고치고 오자며 조르곤 해요"
아는 인맥이며 정보를 총동원해 미국에서 유명한 암센터를 찾아내기도 한 조성모.
그 는 지난 여름 발간한< 내 안의 깊은 울림 > 이라는 시집에서 어머니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보여준 바 있다.
어머니는 자신의 '삶의 모든 것'이며 '어머니의 웃음 속에서 힘을 얻는다'는 내용이었다. 한편 이 시집을 통해 그의 가족사가 밝혀지기도 해 이들 모자의 애틋한 사랑은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다. 30년전 아들 하나를 둔 아버지와 1남 2녀를 둔 어머니는 재혼을 했었다. 그리고 이들 사이에 태어난 것이 조성모인 것이다. 그는 연작시 '어머니에게'에서는 '이부형'이란 단어를 써 자신의 남다른 성장배경과 그로 인한 어린 시절의 갈등과 아픔을 고백하기도 했다. 아버지 어머니가 각기 다른 형제들과 살았던 어려움과 그 속에서 품었던 어머니에 대한 원망. 그러나 그 어머니 를 결국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기까지 애증이 교차하는 숱한 날들을 거쳐왔기에 지금 엄마와 아들은 이 세상 누구보다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게 된 것이다. 조성모는 현재 가족 모두와 함께 살고 있다. 3층으로 된 예전 집에서 조성모는 2층에 부모님과 다른 가족은 3층에 살고 있는 것이다.
" 그 이야기는 안 할렵니다. 흉될 건 없지만 세상 사람들의 눈이 곱지만은 않지 않습니까. 성모도 어렸을 때 조금은 혼란스러웠겠지만 지금은 누나, 형들과 너무 잘 지내요. 지금 행복하니까 그런 이야기도 책을 통해 스스럼없이 밝힌 것 아닌가요"
그이의 말 속에는 남다른 가족사 때문에 지난 여름 겪은 속앓이가 아직 가시지 않은 듯했다. "어느 기사에는 이번 앨범이 아픈 저를 위한 '헌정 앨범'이라고 나왔다고 하대요. 전 처음에 그게 무슨 말인가 싶었어요. 그런데 대부분 죽은 사람들에 바치는 의미로 많이 쓰이는 말이라고 우리 성모가 얼마나 화를 내며 울먹이던지... 엄마가 죽지도 않았는데 단지 제가 암투병 중이니까 예민해져 있는 상태라 그런 작은 일에도 성모가 마음을 다치고 그러나봐요.
성모가 그래서 요즘은 토크쇼나 인터뷰를 애써 안 하는 것 같아요"
조성모는 힘겨운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어머니를 곁에서 돌봐 주지 못하는 것을 늘 안타까워한다. 병원 가는 날이면 스케줄 때문에 같이 가주지 못하는 것을 늘 죄스러워한다고. 어머니는 그런 아들이 마냥 기특하고 고마운지 처음 '아무 말도 할 수 없다'고 한 것과 달리 아들 칭찬이 계속 이어진다. "제가 아파서 누워 있으면 성모는 피곤하고 힘들텐데도 절대 내색 안해요. 그래서 저도 되도록이면 성모 앞에서눈 아픈 내색을 안 하려고 해요. 하지만 그게 제 마음대로 되나요. 하루는 누워 있는 저를 한참이나 물끄러미 바라만 보더니 그냥 아무 말 않고 자기 방으로 내려가더군요.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 다음부터는 제가 아프면 배고파도 밥 달라는 소리도 안해요" 어머니가 병원에 가는 날은 아예 자신의 스케줄을 비우려고 매니저와 많이 싸우기도 한다는 조성모.
그래서 어머니는 병원 가는 날과 통증이 심한 날은 애써 아들을 피하기까지 한단다. 지난해 수술 받고 입원해 있을 때, 조성모가 병원을 드나들면서 자신이 가수 조성모 어머니라는 사실이 알려져 귀찮기만 했다는 그이는 아들과 병원에 같이 가면 더 골치 아픈 일만 생긴단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그이는 '스타의 어머니로 사는것이 이렇다'며 은근히 자랑스러워 하는 듯 했다.
"성모도 요즘 한창 바쁠때라 제대로 얼굴 보기가 힘들어요. 그래서인지
수시로 집으로 전화를 해요. 어떨 때는 너무 전화를 자주 해서 '귀찮아
그만해'라고 할 정도에요. 그러면 성모는 이래요. '엄마 그래도 내 목소리 들으니 힘나지. 엄마 힘내요'라고 하더군요" 우리 나이로 올해 스물다섯 살이 된아들. 아직도 엄마에게는 마냥 어려 보이지만 발표되는 앨범마다
공전의 대히트를 치는 국민가수인 아들이 문득 문득 더 이상 자신만의 아들이 아니구나 싶게 커보일때도 있다. 팬들이 집까지 찾아와 벽이나 대문에 온통 낙서를 하는 바람에 아세톤으로 그것을 지우느라 힘들기도 하지만 그이는 그 일이 싫지만은 않다. '착한 우리 아들처럼 팬들도 착하다'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아들에게 보내는 사랑이 마냥 신기하고 고맙기만하다.
늘 새로운 음악을 만들고 연습하고, 최근에는 콘서트 준비로 밤늦게까지 연습하다 들어오는 아들을 보면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는 것이 안쓰럽기 그지없다.
한참 기자와 이야기하던 중에도 조성모가 새벽에 들어와 자고 있다며 연신 손가락으로 '쉿쉿'이다. 아무 것도 안 먹고 자는 아들 걱정과 함께.
"우리 성모는 눈물이 참 많은 편이에요. 그만큼 마음이 여리다고 볼 수 있죠. 자기가 하는 음악은 쉽게 타협을 안 할 만큼 자기 주관이 강한 것 같은데 제가 조금이라도 아파하면 금방 눈물을 떨어뜨리죠. 그런 아이가 방송에 나가서 어떻게 감쪽같이 노래를 하고 말을 하는지 내 아들이지만 신기하더군요"
아들이 가수생활에 지장이 있을까봐 암 진단 판정을 받았을 때도 수술 전까지 쉬쉬해서 주위를 더욱 가슴아프게 했던 어머니. 다른 가족도 가족이지만
자신 때문에 늘 전전긍긍하는 아들의 심정을 충분히 아는 어머니는 그래서 한때는 집을 떠나려고 했다. "작년 수술 이후 우리 성모는 저에게 더 한층 잘해줘요. 물론 자식이 부모에게 잘하니 기분이야 나쁘진 않지만 힘들어하는 자식 마음이 부모 눈에는 다 보이죠. 이렇게 되고 보니 예전에 성모가 저에게 어리광 부리고 떼쓰던 때가 오히려 그리원져요. 공연히 아픈 나 때문에 아이들만 힘들게 하나 싶어 한때는 혼자 요양원을 가서 생활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무슨 수를 쓰더라도 '엄마는 내가 완쾌시킨다'는 아들을 보고 차마 발길을 떼지 못해 이내 주저앉게 됐다는 어머니. 요사이는 이런 소중한 아들을 두고 돌연 어떻게 되면 어쩌나 싶은 생각에 잠도 제대로 못 이룰 때가 많단다. 최근 개그우먼 김미화씨의 잘 아는 의사가 암센터를 열었다는 소식을 들은 그이는 조만간 그 병원에 가서도 자문을 구할 예정이란다. 암이란 환자만이 그 고통을 알기 때문에 전문병원에 가면 비숫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끼리 정보도 교환하고 좋다는 것이다. 그이는 좋다는 것이 있으면 뭐든지 찾아가고 먹는다고 한다. 기자가 찾아간 날도 전날 한의원에 가서 지어온 약을 달이고 있었다. 그이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서라도 지금은 빨리 온쾌되는 것, 아니 통증만이라도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나 딱 한가지 아들의 말을 듣고 싶지 않은 것이있다. 바로 미국으로 건너가 치료를 받고 수술을 받는 것이다.
"성모는 벌써 병원 이름까지 이야기하며 빨리 가자고 해요. 그 병원이
한국에 있다면 당장이라도 달려갔을 텐데 그게 좀 그렇더라고요. 엄마가
아파서 안 그래도 힘든데, 제가 미국에 가서 치료한다고 하면 아들이 번 돈으로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고칠 수 있는데도 비싼 돈 들이며 외국까지 간다고 사람들이 오해할까봐서요. 그리고 제가 미국 가면 적어도 몇 달은 머물러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성모가 따라오려고 할 테고 그러면 저는 성모 팬들에게 혼나요. 못난 에미에게 성모 오빠 빼았겼다고..." (웃음)
그나마 다행인 것이 초기에 발견한 암이었고 수술 후 항암 치료도 없었다. 지금은 암 세포도 그다지 늘어나지 않고 있다. 국내 의료진을 믿고 그이는 치료를 열심히 받을 예정이다. 자신이 아프면 아들이 힘들고 그렇게 되면 아들을 좋아하는 팬들까지 속상해한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아는 스타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