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3년..법무법인 실수로

파산신청했지만 서류 ‘누락’......면책안된 탓 빚쟁이에 쫓겨 노숙 등 ‘떠돌이 생활’ 피해.......뒤늦게 업무실수 인정 분통 인천의 한 대형 법무법인이 파산사건 의뢰인의 서류를 법원에 제때 신청하지 않아 빚에 쫓긴 의뢰인이 수년째 떠돌이 생활을 하는 등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인천시 부평에 사는 김모(53·여)씨는 식당을 운영하던 지난 2005년 사채를 처음 쓴 날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장사가 잘 안돼 수중에 돈이 없는 상황에서 부모님 수술비가 필요해 100만원을 ‘일수(日數)’로 빌린 것이다. 선이자 3만원을 떼고 100일간 매일 1만2천원을 갚아야 하는데, 이마저도 갚을 형편이 안됐다. 또 다른 일수로 앞선 대출을 돌려막다 보니 어느새 17곳에서 빌린 사채 원금과 이자는 얼마인지 모를 정도로 눈덩이처럼 커져 수천만원에 이르렀다. 식당도 망하고, 오갈 데가 없어진 김씨는 2008년 법원에 회생신청을 해 매달 72만원씩 빚을 갚아나갔다. 하지만 일수꾼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터와 형제들의 집에까지 찾아와 빚을 독촉하는 바람에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숨어지내야 했다. 김씨는 결국 지난 2012년 2월 파산신청을 해 빚을 탕감받기로 결심하고 인천지법 앞에 있는 L법무법인 사무실의 문을 두드렸다. 파산선고를 받기까지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린다는 파산 담당 직원의 말에 “조금만 버텨보자”는 마음으로 사건을 의뢰했다. 하지만 몇 개월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어 확인을 해보니 시중 금융권에 대한 면책만 진행되고, 사채에 대한 면책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몰래 식당에 취업을 해도 어느덧 사채업자가 찾아와 빚 독촉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다급한 마음에 사건을 의뢰했던 담당 직원에게 수차례 전화를 했지만, 그때마다 “죄송하다. 다시 신청하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보다 못한 김씨가 법원에 확인하겠다고 하자 L법무법인은 올 1월에서야 이 사건을 법원에 신청했다. 김씨는 “파산 선고를 받고 떳떳하게 일할 수 있는 시간에 빚쟁이들을 피해 다니면서 노숙생활도 하고, 여기저기 신세지면서 살아온 세월이 벌써 3년이다”라며 “수차례 접수 여부를 변호사 사무실에 확인할 때마다 아무런 이유도 설명해주지 않고 신청도 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법무법인 입장에서는 단순 실수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목숨이 달린 일이었다”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김씨는 해당 법무법인에 손해배상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L법무법인 파산업무 담당자는 “개인적인 실수로 서류를 누락했던 것이고 김씨에게 선임료를 돌려드리면서 정중히 사과를 했다”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