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의 내용은 강제추행-기습추행에 대한 것으로서, 개념적 이해를 돕기 위한 짧은 글입니다. 관련 개념은 일반인들이 오해하기 쉬운 지점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돕기 위하여 설시하는 것이므로 이와 같은 취지에 따라 글은 최대한 간략하고 쉽게 작성하였음을 밝힙니다. 제 글의 폰트 크기나 자간은 폰으로 보는 분들이 너무 작아 불편하다는 말씀이 있어서 좀 큼지막하게 한 것입니다.
* 이하의 내용 중 3에 해당하는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임을 밝힙니다.
1. 기습추행에 대한 논란의 시작
기습추행이란 갑자기 껴안는 행위 등 상대방에게 어떤 사전적인 행위 없이 갑자기 행하는 추행행위를 말한다. 언론에서 여성을 껴안으려다가 중단한 경우 강제추행죄에 해당한다는 보도를 한 뒤에 해당 기사의 리플에서는 이에 대한 격렬한 비판이 올라왔고 상당한 지지를 보였던 적이 있었다. 이들의 주장의 핵심은 "강제추행은 폭행이 있어야 하는데 그냥 껴안으려다가 안 한 것을 어떻게 강제추행이라고 보느냐"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실 기습추행이란 80년대에 이미 인정한 개념으로 최근에서야 다시 대법원에서 인정한다는 것을 재확인한 것에 불과하지만 이에 대한 논의는 꽤 심각한 지점으로 발전하기도 하였다.
2. 강제추행의 의미
강제추행죄가 형법상에 존재한다. 그 내용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추행이란 쉽게 말해서 일반인의 관점에서 성적 수치 또는 혐오를 불러오는 성욕 때문에 또는 위하여 행한 행위를 말한다. 법원은 여기에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일 것을 요구한다. 법원의 판단대로라면 "일반인의 관점에서 성적 수치 또는 혐오를 불러오는, 성욕 때문에 또는 위하여 행한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강제추행죄에서 말하는 "추행"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문제는 강제추행죄는 단순히 추행행위가 있는 것으로 처벌을 할 것을 요구하지 않고, "폭행 또는 협박"이 있을 것을 요구한다. 즉 위에서 정의한 추행의 개념에 부가적으로 폭행이나 협박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법원은 별도의 폭행이나 협박이 없는 상태인 "껴안으려는 행위" 자체를 기습추행이라고 하여 강제추행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한다. 때문에 학계에서는 이를 두고 분분한 것이고, 일반인들 중에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3. 강제추행과 기습추행에 대한 판단
위의 내용을 읽으면서 복잡하다는 생각을 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때문에 비유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고자 한다. 가령 "공공장소에서 상대방이 보는 앞에서 성기를 꺼내여 보여준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이 사람은 어떻게 처벌해야 할까? 법을 배우지 않은 사람이라도 일반적으로 공연음란죄라고 할 것이다. 다시 여기서 한 발자국만 더 나가보자. "특정한 상대방에게 자신의 성기를 보여준 사람이 있는데, 상대방은 고개를 돌릴 수 없는 상황이고, 고개를 돌리더라도 유리거울 때문에 그것을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일 경우에는 어떨까. 이 경우 피해자는 이를 빠져나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기에 그와 같은 행위를 피하기 위해서는 눈을 감을 수밖에 없는 강제적인 상황에 직면한다. 즉 성적 자유권의 침해가 발생한다(눈을 감지 않는한 성기를 볼 수밖에 없다).
강제추행이란 일반적으로 폭행 또는 협박이 이루어진 뒤에 추행행위가 있어야 한다. 즉 가령 주먹으로 배를 가격하여 피해자가 항거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든 뒤에 음부를 만진다거나, 피해자에게 협박하여 스스로 옷을 벗게 하는 행위 등이 그와 같은 유형일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개념은 폭행이나 협박이 그 자체로 추행행위가 아니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현실세계에서는 폭행이나 협박 자체가 추행행위를 구성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가령 상대방이 협박을 하면서 "니년이 내 말을 안 들으면 그 탱글탱글한 가슴을 강제로 벗겨 내 혀로 핥겠다" 따위의 말을 한다면 이것은 협박을 하면서 동시에 상대방을 추행하는 행위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강제로 껴안으려는 경우 상대방의 신체에 유형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폭행이면서 동시에 상대방을 강제로 안아서 상대방에게 성적 불쾌감을 주고 사실상 성적 자유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폭행+추행행위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경우가 바로 기습추행에 해당한다. 피할 겨를 없이 곧바로 행해지는 경우가 기습추행이며, 이 경우에는 그 행위 자체로 폭행 또는 협박과 추행 두 가지 개념을 동시에 만족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반항할 수 있느냐의 여부를 따질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시 말하자면, 가령 껴안는 행위가 있는 경우 그것에 대한 반항여부와는 상관없이 껴안는 순간 이미 추행행위까지 완료하기 때문에 반항할 수 있느냐는 따질 상황이 아니다. 때문에 기습추행의 경우 법원에서는 "상대방의 의사의 억압과 상관없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만으로도 기습추행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 일반인들이 오해하는 개념 중 하나는 폭행의 개념일 것이다. 우리는 폭행하면 무언가를 때리고 가격하는 것만을 생각한다. 실제로도 그것이 비유하기에는 편하다. 하지만 폭행이란 신체 등에 행하는 유형력의 행사를 총칭하는 개념이고, 그 정도가 다를 뿐이다. 즉 상대방에게 물을 끼얹는 행위도 폭행으로 볼 수 있고, 상대방의 몸에 단순히 터치하는 것도 어떤 경우에는 폭행으로 볼 수 있다는 말이다.
4. 결론
강제추행죄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추행을 하는 경우를 의미하며, 따라서 폭행 또는 협박이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하여 추행에 있어서 상대방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상황에 처하는 경우를 금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폭행이 이미 추행의 목적을 가지고 한 것이라면 폭행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의사가 억압 받지 않더라도 이미 강제추행죄에서 금지하는 추행행위는 완료한 것이다. 때문에 의사억압을 물을 수 없는 것이다(폭행과 추행이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동시에 일어났으므로).
이것은 강제추행죄의 법문의 훼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폭행이 있었고, 추행도 있었지만 다만 그 둘이 하나의 행위에 통합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나의 행위가 폭행과 추행이라는 두 가지 요건을 동시에 충족하기 때문에 의사억압을 따지지 않는 것이다. 기습추행의 인정은 단순히 이상한 것이 아니라, 사실 당연한 것이다. 의사억압의 정도를 묻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추행"의 개념에는 객관적인 성적 희롱이 있을 것을 요구한다. 따라서 단순히 상대방을 안아주는 행위만으로 처벌 받을 일은 없다. 구체적인 상황을 종합해서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첫댓글 보통 이 지점에서 학계의 다수의 견해는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일테고, 판례는 인정할 수 있다는 지점일 텐데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강제추행죄를 통한 기습추행의 처벌은 해석상 가능한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법학도 중에 교과서를 통하여, 또는 지도교수로부터 들은 내용만으로 비판하려는 분들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구라치지마라 형법교과서에는 그와 같이 안 나와있다"라는 식으로) 별도로 이 리플을 달고, 본문의 시작 전에도 추가적인 표현을 했습니다. 물론 추가적인 법신설을 통한 해결책도 저는 굳이 반대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것과 별개로 현재의 강제추행이라는 개념정의에서 기습추행도 포섭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 글의 내용을 조금 현실적 필요에 맞추어서 다시 요약하자면, "강제추행죄는 폭행 또는 협박을 통해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한 후에 추행해야 하지만, 갑자기 껴안는 행위나 갑자기 상대방의 가슴이나 허벅지를 만지는 행위는 그 자체로 강제추행죄에 해당하고, 실무상으로 수사과정에서 이상한 소리를 하면 주관적으로는 실수로 한 행위일지라도 강제추행죄로 처벌 받을 수 있으니 수사과정에서 쓸 데 없는 소리하지 말고 변호사를 반드시 고용해서 대처하라"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쓰고보니 경어를 사용하지 않았음을 지금에야 깨달았는데, 딱히 그냥 의미 없습니다. 하대를 하려는 의미가 결코 아니니 오해 마세요~_~;;
폭행 성격을 광의 폭행(직간접 사람 대상 유형력 행사)으로 가서 강제추행으로 가는 건지요? 판례는 협의 폭행(직접 신체 유형력행사)도 추행 성격이 있으면 그냥 강제추행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서 여쭈어봅니다.
예상하셨던 질문이 이런...거 인가요ㅎㅎㅎ
ㅋㅋㅋㅋ질문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음...강제추행죄의 경우 법원은 협의를, 학계의 상당수는 최협의를 기준으로 삼자고 합니다. 다만 기습추행에 있어서는 법원은 광의까지도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보입니다. 즉 기습추행 등에 있어서는 광의부터 협의까지 가리지 않고 강제추행으로 인정하는 것 같습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