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예보가 틀리길 바랬지만 정말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아침부터 비가 오는데 이를 어쩌나 싶었다.
정선옥 씨는 지난 달부터 아들과 어린이날 무엇 하면 좋을지 의논을 해뒀는데 비가 오니 행사도 취소되고
어디 나가기 참 사나워보였다.
원래 김밥을 싸서 나가기로 했기에 아침부터 김밥 재료를 준비했다.
준비하는 엄마 옆에서 아들은 이거 먹어도 되냐며 묻기를 반복한다.
우리 어렸을 때 엄마가 김밥을 쌀 때 모습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정성껏 준비한 재료 중 오이 대신 냉장고 안에 있던 양상추를 넣기로 했다.
하지만 양상추가 잘 싸지지 않아 김밥은 예쁜 모양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정선옥 씨는 아들이 김밥을 쌀 수 있도록 도왔고, 서로 이야기 나누고, 웃으가며 즐겁게 김밥을 쌌다.
정말 오랜만이었다.
정선옥 씨가 군산은파요양병원을 다니고 나서는 아들과 함께 요리를 하는 시간이 현저히 줄었다.
그런데 어린이날 비가오는 바람에 여유로이 아들과 김밥을 함께 싸보니 잊고 있던 즐거움을 다시 깨닫는 느낌이었다.
삶의 소소한 즐거움이랄까?
예쁘지는 않지만 맛은 최고였던 양상추 김밥을 점심으로 먹고 정선옥 씨는 아들이 원하는 선물을 사러 나갔다.
비싼 것도 아닌데 자신이 원하는 선물을 골라 한번에 사주는 엄마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아들을 보니 참 행복이
별거 아니다 싶다.
아들에게 정선옥 씨는 분명히 말했다.
이제 중학교 3학년이니 내년부터는 어린이날은 그냥 휴일날일 것이라고.
사실 그 말이 맞다. 하지만 이 날을 핑계 삼아 아들이 좋아하는 김밥을 함께 싸고, 평소에는 사주지 않을 법한
아들이 가지고 싶은 장난감을 샀다.
평소에는 제한을 두었던 간식도 초코 코팅이 듬뿍 한 도너츠를 맛있게 먹고, 아들이 좋아하는 치킨을 사서
집으로 오는 모자의 발걸음이 무척 가볍다.
비가 와서 계획했던 일정을 함께 하지 못했지만 삶이 원래 그런 것이 아닌가?
상황에 맞추어 정선옥 씨와 아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하며 어울려 산다면 제일 같다.
오늘 정선옥 씨는 아들에게 그 행복을 선물 해주었다.
그리고 그런 정선옥 씨 얼굴에도 웃음이 가득했다.
2023년 5월 5일 금요일, 김주희
엄마로, 워킹맘으로, 가족으로 살아갑니다.
이렇게 살게 거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더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