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이봉 가는 길, 봉봉을 넘는다

沿路潺湲聽更新 길옆으로 졸졸대는 냇물 소리 새로우니
喜看林壑已回春 골짝에 봄이 이미 돌아와서 기쁘구나
幽居俯仰探玄化 산 속에서 부앙하며 천지조화 탐색하다
萬紫千紅目擊眞 천만 가지 붉은 꽃을 직접 목격하는구나
―― 회재 이언적(晦齋 李彦迪, 1491~1553), 「이른 봄 산에서 노닐다(早春遊山)」
▶ 산행일시 : 2020년 3월 7일(토), 구름 많음, 미세먼지 나쁨
▶ 산행인원 : 19명(자연, 하늘비, 은하수, 악수, 대간거사, 일보 한계령, 소백, 챔프, 수담,
산정무한, 상고대, 사계, 신가이버, 해피라이프, 해피, 오모, 무불, 가은, 메아리)
▶ 산행시간 : 8시간 11분
▶ 산행거리 : GPS 도상 12.3km
▶ 교 통 편 : 25인승 버스와 승용차 1대에 분승
▶ 구간별 시간
06 : 37 - 동서울터미널 출발
08 : 00 ~ 08 : 10 - 중앙고속도로 치악휴게소
09 : 15 - 영월군 상동읍 내덕리 가삼마을 가삼공원
09 : 37 - 영월군 상동읍 덕구리 삼의동, 산행시작
10 : 09 - 묵은 임도
10 : 28 - 첫 휴식
11 : 20 - 1,055.7m봉
11 : 56 ~ 12 : 35 - 등어재, ╋자 갈림길 안부, 점심
12 : 47 - △934.5m봉
13 : 08 - 953.5m봉
13 : 40 - 1,031.5m봉
14 : 30 - 1,053.1m봉
15 : 34 - 쇠이봉(△1,120.1m)
16 : 26 - 묵은 임도
16 : 52 - 841.5m봉
17 : 23 ~ 17 : 38 - 밤산골, 신성암, 산림청 산불감시원 교육 수강
17 : 48 - 밤산골 입구, 산행종료
18 : 50 ~ 20 : 15 - 영월, 목욕, 저녁
22 : 40 - 동서울 강변역, 해산
1. 산행지도(영진지도, 1/50,000)

광주원주고속도로를 달릴 때면 추읍산의 안부가 궁금하여 잠 못 이룬다. 아침에 남한강대교
를 지나며 차창 밖으로 바라보는 추읍산의 명암이 오늘 미세먼지와 날씨의 예보다. 오늘은
둥두렷히 떠오른 추읍산이 잔뜩 찌푸렸다. 이래서는 흐리고 미세먼지는 나쁨이다. 맑은 날에
는 그 뒤로 백운봉과 용문산이 보이는데 오늘은 캄캄하게 가렸다.
‘코로나19’의 위세가 무섭다. 영월이나 정선 쪽의 산을 갈 때 으레 들르는 중앙고속도로 치악
휴게소가 전에 없이 썰렁하다. 평상시에는 주차장에 안내산악회 버스나 관광버스가 빽빽하
게 들어차고 매장이나 화장실은 사람들로 북적여 장터를 방불했는데 오늘은 한산하기 그지
없다. 우리가 별스러운가? 괜히 목이 칼칼하고 기침이 나오려고 한다. 휴게소에서 수담 님이
계산한 아카페라엑스트라쇼트다크바닐라라떼커피로 졸음 쫓고 슬슬 산행을 준비한다. 아직
스패츠와 아이젠은 필수다.
가삼(可三) 마을. 오늘 산행의 들머리다. 도로 바로 옆의 소공원인 가삼공원이 아담하다. 버
스에 내리자마자 옥동천(玉洞川)을 가삼교로 건너고 씩씩하게 농로 따라 산기슭을 향하려는
데 때마침 기다리기라도 한 듯한 산림청 조끼 입은 산불감시원과 마주친다. 산불감시원은 경
방기간이라 절대 입산할 수 없다며 단호하게 막는다.
우리의 한 이빨인 챔프 님이 나서 사정하였으나, 산불감시원은 종내에 “월급 받고 이 일을 하
는데, 나더러 옷을 벗으라는 거냐?”하며 조금 더 가면 선바위산이 개방하였으니 그리로 가시
라고 대안을 제시한다. 뒤돌아 설 수밖에. 버스에 다시 오르고 멀리 돌아서 오르자며 덕구리
신덕구교를 건너 덕구천(德邱川)을 거슬러간다. 승량이, 덕구 마을 곳곳에 빨간 삼각표지기
단 트럭이 보인다.
맞은편이 삼의동인 잣나무 숲 우거진 산모퉁이가 잠입하기 알맞다. 엷은 지능선을 붙든다.
마을이 가까우니 말소리 발소리 숨소리 죽이는 건 산꾼들의 예의다. 앞뒤 안전거리 유지하며
덤불숲에 이어 가파른 잡목 숲 헤친다. 응달진 오르막에는 땅이 꽁꽁 얼었다. 걸음걸음 내리
찍는 스틱이 불꽃 튀기며 번번이 빗나간다. 푹한 날씨라 겉옷 팔 걷어 부치고도 금방 땀난다.
2. 제2영동고속도를 달리며 차창 밖으로 바라본 추읍산

3. 차창 밖으로 바라본 추읍산

4. 차창 밖으로 바라본 추읍산, 오늘 미세먼지는 나쁨이다

5. 삼의동에서 길게 한 피치 오른 다음 지나는 소나무 숲길

6. 소나무 숲길

7. 삼의동에서 길게 한 피치 오른 다음 지나는 소나무 숲길

8. 아름다운 소나무 숲길이다

9. 더덕 건화, 땅이 꽁꽁 얼어 곡괭이 자루가 부러지고 캐지 못했다

10. 왼쪽 안부가 삼동재, 그 뒤는 구룡산

11. 뒤가 구룡산, 그 앞은 삼동재

30분 가까이 올라 가파름이 한결 수그러들고 등로 양쪽에 쭉쭉 늘어선 아름드리 소나무들을
사열한다. 이런 길을 갈 때면 저절로 기분이 상쾌하고 괜히 우쭐해진다. 산허리 도는 묵은 임
도를 건너고 잡목 숲속 긴 오르막이 이어진다. 오르막이 주춤하여 망자가 쉬는 무덤이 나오
고 그 옆에 우리도 쉰다. 오늘 산행인원 19명. 인원점검이 병아리 세기보다 더 어렵다.
더덕도 자기가 온전할 줄 알았다. 건화가 보란 듯이 하도 탐스러워 그 근원을 짐작하고 연장
들고 덤볐다가 돌덩이 같은 흙 몇 알갱이 쪼다 말고 물러난다. 마음을 비우고 나니 걸음이 가
볍다. 얼추 950m 고지에 올라 ‘백두대간 트레일’이라는 표지판을 보고 아울러 갑자기 잘 다
듬어진 등로를 간다. 백두대간은 여기서는 아득한 건너편 구룡산, 옥돌봉, 선달산의 연릉이
다. 아마 직접적인 백두대간 트레일은 아니어도 그에 이르는 산줄기라는 뜻이 아닐까?
1,055.7m봉. 정상은 널찍한 데크전망대다. 그러나 전망은 키 큰 나무숲이 둘러 그다지 신통
하지 않다. 안내도에는 건너편 삼동치 고랭지 채소단지를 커다란 실경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옛날부터 이곳 삼동산은 산나물이 많이 나던 곳으로 봄철 보릿고개 때면 경상도와 강
원도 사람들이 산나물을 뜯던 곳이라 한다.” 그렇다. 어느 해 봄날 우리가 삼동산에 가서 직
접 확인했다.
우리는 1,055.7m봉에서 등어재를 향하여 남서진한다. 왼발은 경상북도를, 오른발은 강원도
를 딛는다. 등로는 머리부터 들이미는 울창한 잡목 숲속이다. 바닥 친 안부는 ╋자 갈림길인
등어재다. 점심자리 편다. 먹고 마시고 웃고 또 웃고, 이른 봄날 소풍 온 것 같다. 아무래도
하산은 산불감시원이 퇴근한 이후라야 할 것이니 시간이 사뭇 느긋하다.
도계는 등어재에서 왼쪽 골로 가고 우리는 영월 땅만 밟는다. 등어재까지 쇠이봉(쇠이봉인
줄 거기 가서 알았다)까지 표고점 봉우리만 5좌를 넘어야 한다. 그중 3좌가 고도 1,000m를
넘는다. 주릉 등로만 따른다면 너무 심심하다. 좌우사면을 들락날락하며 봉봉을 넘는다.
△934.9m봉. 묵은 헬기장이다. 풀숲 쓸어 판독한 삼각점은 ‘태백 447, 2004 재설’이다.
롤러코스트 타는 듯이 봉봉을 오르락내리락한다. 1,031.5m봉. 등로 왼쪽으로 약간 벗어난
암봉이 조망 트일까 밀림의 덤불숲 헤치고 다가간다. 기어오른 절벽 위의 암반이 오늘 산행
중 최고의 경점이다. 골 건너 삼동산, 선달산, 어래산으로 이어지는 장릉을 나 혼자 보기가
아까워 여러 일행들을 불렀으나 그저 가던 길 줄달음한다.
12. 선달산

13. 보호수격인 소나무가 많다

14. 쇠이봉까지 1,000m가 넘는 고봉만 4좌나 넘어야 한다. 앞은 1,031.5m봉

15. 1,031.5m봉에서 바라본 선달산

16. 왼쪽 멀리는 구룡산

17. 어래산 연릉

18. 멀리 가운데는 마대산, 그 앞은 곰봉

19. 어래산

20. 선달산

21. 참나무에 기생하는 겨우살이

무릇 사회적 지위나 권력 등 매사에도 그러하다. 오를 때보다 내릴 때가 더 어렵고 위험한
법. 봉우리 내릴 때가 험로다. 낙엽 밑은 여지없이 넘어지는 빙판이다. 오전에는 낙엽이 빙판
에 얼어붙어 몰랐으나 오후 들어 녹으니 등로 사정이 딴판으로 달라졌다. 딴은 발바닥에 스
릴 느껴 재미있기도 하다. 튼튼한 잡목 골라 붙잡고 주춤주춤 내린다.
1,107.2m봉 넘고 △1,120.4m봉 오르는 길. 그 초입은 오를 수 없는 암벽 암릉이다. 선답의
산행표지기 안내 따라 오른쪽 사면을 길게 돌아 오른다. 너덜 섞이고 땡땡 언 북쪽 사면이라
지나기가 여간 사납지 않다. 숫제 긴다. △1,120.4m봉. ‘영월 쇠이봉’이라는 표지판이 붙여
있다. 삼각점은 ‘예미 307, 2004 재설’이다. 이름 있는 산을 거저 얻은 기분이다.
그러나 따져보니 어느 해는 목우산을 넘어 여기에 왔었고, 14년 전에는 삼동산을 넘어 왔다
는 것만 기억날 뿐 주변풍경은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다. 쇠이봉에서는 남서쪽으로 전망이 트
인다. 바로 건너편인 어래산 연릉이 장쾌하다. 하산! 일단 북서진하는 주릉 따른다. 낙엽 덮
인 빙판길,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된다. 여기저기서 곡소리 난다.
Y자 능선이 분기하는 1,040m봉에서 주릉은 목우산으로 가고 우리는 골로 갈 듯 오른쪽 지
능선으로 간다. 뚝뚝 떨어져 묵은 임도에 내리고 임도 따라 왼쪽 산허리를 잠시 돌다가 너덜
지대 지나 능선 잡는다. 빙판길은 841.5m봉을 경계로 그친다. 급전직하하여 내린다. 잡목 숲
이지만 전후좌우 소나무 숲이 울창하여 아름다운 길이다.
밤산골. 임도 따라 잠깐 내리니 ‘산신도사 신성암’이 나오고 나이 지긋해 보이는 남녀 두 분
이 절집 마당에서 봄나물을 다듬고 있다. 산불감시원이 18시까지 이곳에 순찰을 돈다고 한
다. 이때가 17시 27분이었다. 과연 그런지 자연 님과 무불 님을 신도로 가장케 하여 척후를
내보냈다. 별일이 없으면 두메 님에게 전화 걸어 데리러 오라고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 않아 빨간 삼각표지기 단 트럭이 올라오고 산림청 노란 조끼 입은 산불감
시원이 내린다. 피할 틈도 피할 데도 없다. 다소곳할 수밖에. 여러 사람이 읍소하여 구두 주
의조치로 끝내기로 하고 10분이 넘도록 산불방지교육을 받는다. 자기도 상부에 보고해야 하
니 대간거사 총대장님의 신분증을 달라고 하여 인적사항을 적었다. 법대로만 하면 10만원의
과태료 부과다.
산불감시원이 먼저 내려가고 우리도 밤산골을 내리면서 이구동성으로 정부를 맹성토했다.
우리가 오늘 오른 산들이 이름난 산이 아니라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도 아무런 이름이 없
는 오지의 뭇 산인 것은 그만두더라도, 우리나라는 경로사상이 투철하다면서 70세가 넘은
노인을 이 두메산골에 어둑한 18시까지 일을 시켜야 되겠느냐 하고. 어쨌든 우리들로서는
힘든 계절이 돌아왔다.
22. 쇠이봉은 아직 멀었다. 1,053.1m봉 오르는 길

23. 왼쪽이 선달산

24. 쇠이봉 정상에서

25. 쇠이봉 정상에서, 챔프 님 손에 든 것은 고드름이다. 뒤는 어래산

26. 어래산 연릉

27. 밤산골로 가는 길

28. 밤산골로 가는 길

29. 밤산골 주변의 자작나무숲

30. 밤산골 주변의 자작나무숲

31. 밤산골에서 바라본 단풍산

첫댓글 오랜만에 영월지역이라 좋았습니다. 산행기 감사합니다.
ㅋㅋ 아카페라 어쩌구 커피라. 왠지 맛이 구라빨 일 것 같네요. 혹시 커피탈을 쓴 사과즙아니에요?
맛있게 마셨습니다.
몸에 좋은 커피랍니다.^^
멋지고 스릴넘치는 산행이었을것 같네요^^~~단체 사진속에 행복바이러스가 뚝..뚝 떨어지고
같이 못해 아쉬움이 남네요~~사진과 산행기.수고 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