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에는 保守를 ‘새로운 것이나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전통적인 것을 옹호하며 유지하려 함’이라고 풀이합니다. 그러면 그들이 유지하려는 傳統은 무엇이고, 오늘을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과연 어떤 가치가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위화도 회군을 통해 집권한 태조 이성계는 ‘존명사대’(尊明事大)를 개국 명분으로 천명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은 250년 동안 계속 되다가 인조시대 삼전도 굴욕(1637년)으로 ‘尊淸事大’로 바뀝니다. 구한 말 대표적인 노론 명가 출신이자 당수인 이완용은 “역사적 사실에서 보면 일한병합이라는 것은 중국으로부터 일전(一轉)하여 일본으로 옮기는 것이다.” “조선 국민은 대일본제국의 국민으로서 그 위치를 향상시키는 일이 될 뿐이다.”라며 비서 이인직(「혈의누」의 저자)을 통해 이 같은 노론 당론을 일제 통감부에 전합니다. 중국에 사대하던 것을 일본으로 바꾸자는 것(尊日事大)이 집권 노론세력의 입장이었습니다. 이 속에 백성은 없고,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과 집권야욕 만이 있을 뿐입니다.
1945년 해방과 더불어 미군 군용기를 타고 김포공항에 도착한 이승만은 신탁통치를 지지하고, 미군정의 이익을 대변하면서, 친일세력을 친미세력으로 탈바꿈시키는데 앞장섭니다. 1948년 9월에 공포한 반민족행위 처벌법을 집행하기 위하여 제헌국회가 설치한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를 친일경찰을 동원하여 1년 만에 무산시킴으로써 일본 개를 미국 개로 바꾸었던 것이지요.
보수 본류를 자임하는 자유한국당 의원 나경원은 지난 3월 15일(3.15의거기념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우리 해방 후에 반민특위로 인해서 국민이 무척 분열했던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토착왜구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나경원의 발언은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실언이 아니라 이 땅의 보수들이 지키려는 바로 그 傳統이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명나라에서 청나라, 일본, 미국으로 주인을 바꿔가면서 오직 자신들만의 권력과 이익을 탐하는 무리가 바로 保守인 것입니다.
“전쟁의 가장 끔찍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모든 전쟁 선전물, 모든 악다구니와 거짓말과 증오가 언제나 싸우지 않는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점이다.”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은 1930년대 스페인 내전에 참전한 뒤 쓴 소설 <카탈로니아 찬가>에서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천안함사건(‘10.3.26), 연평도 포격사건(’10.11.23) 때 청와대 지하 벙커에서 안보대책회의를 할 때, 대통령(이명박)부터 국가정보원장(원세훈), 여당 대표(안상수)까지 참가자 가운데 국방부 장관(김태영) 한 사람만 빼고 모두 군 미필자였던 것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안보정당을 표방하는 자유한국당 대표 황교안은 두드러기로 군대에 가지 않았고, 두 아들도 군대에 보내지 않았습니다. 물론 나경원도 군대에 가지 않았지요. 이 얼마나 아이러니입니까? 이명박, 박근혜 정부시절 안보를 외치고, 마치 지금 당장이라도 북한과 전쟁도 불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람들 대부분이 헌법상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인 ‘병역의 의무’를 지지 않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대한민국 保守가 지키려는 것은 ‘사대주의’와 ‘나(我)’ 뿐입니다. 그들에게 국민은 없습니다. 그들에게 ‘남’은 없습니다. 전쟁은 개, 돼지가 하고, 나는 오직 그 전쟁의 단물만 빨아먹겠다는 ‘이기’(利己)만 있을 뿐입니다. 오늘날 保守는 친일반역과 같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