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는 어쩌다 불법 인력사무소가 됐나
청년기사 취업 막는 타워크레인 노조
기득권 깨뜨려야 노조도 경제도 산다
타워크레인은 ‘건설 현장의 꽃’으로 불린다. 타워크레인이 건축 자재를 들어올려 구조물 뼈대를 세워야만 전기 설비 마감 등 다른 공사를 할 수 있다. 높이가 100m 넘기도 해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온다. 이 타워크레인 노조가 최근 ‘건폭’(건설폭력)의 대명사가 됐다. 이들이 전체 현장을 좌지우지하며 위력을 행사하는 민낯을 최근 ‘타워크레인 노조, 그들만의 리그’ 시리즈를 준비하며 접할 수 있었다.
타워크레인 기사 대부분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 속해 있다. 노조원 4000여 명이 전국 타워크레인 4000여 대 일감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취업난에 매년 700∼800명이 합격하며 타워크레인 자격증 소지자가 2만2000명에 이르지만 대다수는 ‘노조 장벽’에 가로막혀 일자리를 못 얻고 있었다.
한 30대 청년은 4년 전 자격증을 땄지만 타워크레인에 오른 건 노조 파업 때 5일간 ‘땜빵 기사’로 일한 게 전부다. 일자리를 구하려 하니 타워크레인 업체는 ‘노조에 가입하고 오라’고 했고 노조에 문의하니 ‘경력이 있어야 한다’고 할 뿐 감감무소식이었다. 일자리가 나도 노조가 ‘버리는’ 현장, 즉 월급이 적은 무인(無人) 타워크레인 자리만 드물게 나 경력 쌓을 기회는 없었다. 노조에 가입하려면 3000만∼4000만 원을 내야 한다는 얘기도 돌았다.
설령 노조에 가입해도 또 다른 난관에 부딪힌다. 가입 후 최대 1년은 거의 무보수로 현장 장악 집회에 나가야 했다. 안 그러면 점수가 깎여 일감을 못 받는다는 것. 돈벌이 없는 게 부담인 가장들은 자격증을 따고도 퀵서비스 기사나 택배 알바 등 일용직을 지금도 전전한다.
현장에서 비노조원이 타워크레인에 오를라 치면 한마디로 난리가 났다. 노조원이 타워크레인 밑부분을 망치로 두들기거나 흔들어대며 고공 위 기사를 위협하고, 해당 공사 현장이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했다며 지방 노동청과 지자체 등에 무더기 고발을 했다. 인부들이 휴식시간에 안전모 벗고 담배 피우는 걸 찍어 ‘작업 중 안전모를 안 썼다’고 신고하며 건설사 앞에서 시위했다. 목수 등 다른 영역 노조원 20∼30명까지 가세해 비노조원 1명을 에워싸고 몸으로 맞서고, 심지어 노조원이어도 상대 노조 소속 기사가 타워크레인에 오르면 끌어내리는 경우도 있었다.
더 기이한 점은 타워크레인 기사 계약 주체는 타워크레인 임대업체이지만 노조가 길목에 서서 완장 차고 인력을 통제한다는 것. 업체는 기사를 택할 수 없다. 노조가 서열화되어 순번이나 투쟁 경력 위주로 좋은 현장에 보내기 때문이다. ‘먹고살기’ 위해 노조 간부를 했다는 전직 타워크레인 기사는 “파업하면 최소 한 달 수입이 끊긴다. 파업을 왜 이렇게 많이 하느냐”고 따졌더니 그 길로 제명당했다. 다들 파업해도 일부 노조 간부는 파업 안 하고 돈 버는 행태에 환멸이 느껴졌다고 고백했다.
현장 관계자들은 타워크레인 인력 시장이 노조 중심으로 배타적으로 바뀐 건 약 5년 전부터라고 증언한다. 노조가 집회를 해도 경찰이 전 정부의 친(親)노조 성향에 ‘나 몰라라’식의 태도를 보였다는 것. 건설 현장 관련 집회도 이 기간 급증했다. 불법을 엄단해야 할 공권력이 오히려 이를 방치했다. 원청업체인 건설사도 이를 묵인한 책임이 있다. 노조라는 완장을 찼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신규 취업 기회를 임의로 박탈하며 기득권을 집요하게 지키는 행위는 공정하지 못하다. 산업 현장의 법치를 이제라도 세워 일상의 민주주의를 회복할 때다.
김유영 산업2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