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매향, 안방쪽에서 나와 마당으로 내려선다.
옥매향 (두리번거리며) 모린아, 모린아! 이 에미나이래
대톄 오딜 간기야? 모린아, 모린아!
임백령 (중문 안으로 들어온다) ..
옥매향 (임백령을 보고 반가움에) 임선비 나으리!
임백령 (미소) 그동안 잘 있으시었소?
옥매향 (수줍은 미소로 농조) ..과거공부에 뎡딘하시어
야 할 선비님께오서 기방엔 어인 발걸음이시옵
네까?
임백령 왜요? 내가 찾아온 것이 반갑지 않으면 돌아가리
까?
옥매향 (화들짝) 그런 소리 마시라요! 내 기방을 탸댜온
손님인데 기냥 보내드릴 수야 없디요.
임백령 내 매향이가 따라주는 술 한잔 마시러 왔소.
옥매향 (놀라 보며) 술이요?
S#25 동 옥매향 안채 방 안
옥매향, 임백령의 술잔에 술을 따른다. (*어사주는 따로
있다)임백령, 심각한 표정으로 술잔을 바라본다.
옥매향 댱원급뎨하실 때까딘 입에 술을 안대시겠다던
나으리께오서 어띠 댝심(作心)을 파하신 거야요?
임백령 내 이번에 과거를 포기하고 낙향할 작정이오.
옥매향 (놀라) 예에? 낙향이요?!
임백령 내 매향이에게 그 말을 하고 싶어 온게요.
옥매향 나으리, 허면 소텹은 어띠하옵네까? 나으리께오서
댱원급뎨 하실 날만을 목을 늘이고 학수고대하던
소텹은요?
임백령 미안하오! 내 낙향할 행장을 차려야겠으니 이만
가봐야겠소. (어사주를 들고 벌떡 일어나 방 밖으
로 나간다)
옥매향 나으리! 나으리! (부르다 주저앉아 눈물을 글썽이
는) ...!
S#26 남곤 사랑채 외경
남곤E 조정에서 이사람을 찍어내려는 음모가 있소이다!
S#27 동 남곤 사랑채 방 안
심정, 놀란 눈으로 남곤을 보며 말한다.
심정 음모라니요?! 대체 조정의 누가 그런 짓거리를
한단 말이옵니까?
남곤 안당과 정광필이 우리 공신들을 밀어내고 조정을
장악하려는 모략을 꾸미고 있소이다!
심정 그럴 리가요?
남곤 (연상 쾅) 그럴 리가요 라니요?! 그자들이 주초의
잔당을 부추켜 우리의 등 뒤에 비수를 꽂아 넣으
려고 하고 있는 판에 화천군께서는 어찌 이리 무사
태평이신 게요?!
심정 대감, 이사람도 조정안팎 돌아가는 사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사오나 아직은 그런 조짐을 감지하
지는 못했사옵니다.
남곤 허어, 이리 답답할 데가 있나?! 화천군대감, 안당
과 정광필이 공신들을 찍어내고 조정을 온통 주초
의 잔당으로 채우게 되면 화천군께서도 무사하지는
못하실 것이외다!
심정 음! 그야 당연한 말씀이지요!
남곤 이번 일을 이대로 좌시해서는 아니될 것이오! 우리
가 밀려나지 않기 위해서는 그자들을 먼저 찍어내
버려야 할 것이외다!
심정 ..음!
남곤집사E(방 밖에서) 대감마님, 판부사대감과 희락당 대감
께오서 뵙기를 청하시옵니다.
남곤,심정(흠짓하여 서로의 얼굴을 보는) ...?!
S#28 동 남곤 사랑채 마당
남곤집사의 옆으로 윤임과 김안로가 서있고 그 뒤로 박서방
과 황서방이 서있다.
남곤E (방 안에서) 뫼시어라!
남곤집사 예. (윤임과 김안로에게) 드시지요.
윤임,김안로 (헛기침을 하며 마루 위로 올라서서 방쪽으로
들어간다)
S#29 동 남곤 사랑채 방 안
남곤과 심정 앞에 윤임과 김안로가 앉아있다.
남곤 두분 대감께서 내집엔 어인 발걸음을 하신 게요?
윤임 대감들과 공생(共生)하자는 말씀을 드리러 왔소
이다!
남곤 ..고, 공생이요?
윤임 예, 다 함께 살아야지요!
김안로 전하께오선 뇌물비리에 연루되었던 조정신료들에
대한 신망을 거두시었사옵니다. 만에 하나 이틈에
사림들의 추앙을 받고 있는 안당대감이 조정에
들어오게 된다면 우리들은 언제 찍혀져 나갈지
모르는 일이옵니다.
남곤 (심각해지는) ..음! 그거야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고..
심정 두분께서는 전하의 신망을 회복할 무슨 방책이라도
가지고 있으신 게요?
윤임 방책은 단 한가지 뿐이옵니다!
남곤 말씀해 보시구려!
윤임 (은밀히) 역모를 일으키는 것이옵니다!
남곤,심정 (경악) ..여, 역모?!
김안로 (결연하게 보는) ...!
남곤 (질린 얼굴로) 역모라니?! 대, 대체 누가 역모를
꾸민단 말이오?!
김안로 안당 대감이옵니다!
남곤 안당?
심정 허면 안당대감을 거짓 역모로 찍어내자는 말씀이
오이까?
김안로 예, 지금은 그 방도 밖에는 없사옵니다.
남곤E (진지하게 생각하는) 이 자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구먼..
심정E 참으로 무서운 작자들이구먼..!
윤임 어찌 하시겠소이까? 두분께서도 우리와 합세해
주시겠소이까?
남곤 그리 되면 이사람에게는 무슨 득이 있겠소이까?
김안로 좌의정께서는 영의정으로 승차를 하시게 될 것이
옵니다.
남곤 영의정이라..
심정 허나 영상의 자리는 희락당대감의 숙부님이 앉아
계시지 않소이까?
김안로 역모가 수습되면 숙부님께오선 사직을 하실 것이
옵니다.
S#30 대궐 일각
경빈과 희빈, 창빈이 금이와 향이 등 처소상궁 나인들을
거느리고 온다.
희빈 대비마마께오서 우리 세사람을 어찌 함께 들라
명하시었을까요?
경빈 마마께오서 희빈에게 큰 상급을 내리시려는 겔
겝니다.
희빈 (돌아보며) 이 사람에게 큰 상급을요?
경빈 (뼈있는) 암요, 대비마마께오서 중궁전에 충견이
되기로 맹세한 희빈의 충정을 가상하게 여기시어
상급을 내리시구 말구요! 호호호.
희빈 (발끈) 경빈!
경빈 왜요? 이사람이 틀린 말이라도 했습니까?!
창빈 (경빈을 보며) 경빈께서는 어찌 만사를 삐뚜루만
보시는 겝니까?
경빈 (휙-보며) 허! 겉 다르고 속 다른 창빈께서 어찌
이 사람을 가르치려 드는 게요?!
창빈 경빈, 그 무슨...
경빈 (말을 자르며) 중전마마께오서 폐위를 당하시자
교태전 자리가 탐이 나서 등을 돌리신 창빈 아니
오?! 창빈은 입이 열 개라도할 말이 없으실 게요!
창빈 ...!
경빈 가자 금아! (비웃음을 흘리며 먼저 가버린다)
희빈 (창빈 옆으로 오며) 창빈 마음쓰지 마세요. 혼자
만 잘난 위인 아닙니까? 가십시다.
희빈과 창빈, 경빈의 뒤를 따라 어디론가 가는모습 위로
조상궁E 대비마마, 경빈, 희빈, 창빈 들었사옵니다.
S#31 동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와 윤비가 앉아있다.
경빈, 희빈, 창빈, 자순대비 앞에서 큰 절을 올리고 선다.
경빈,희빈,창빈 대비마마, 찾아계시옵니까?
자순대비 앉으세요.
경빈,희빈,창빈 (자리에 앉는다)
자순대비 (미소로 보며) 빈들께서도 중전께서 두 번째 용종
을 잉태하신 일은 다들 아시고 계시겠지요?
희빈 예, 마마. 신첩들이 왕실의 큰 경사를 어찌 모르
겠사옵니까? 지난번 신첩들이 중궁전에 들어 경하
를 드렸사옵니다.
자순대비 그래요.. 이 늙은이는 중전께서 무탈하게 대군아기
씨를 생산하실 수 있도록 세분 빈들께서도 축수발
원해 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아니 그렇소, 중전.
윤비 예, 마마. 신첩도 그리 믿사옵니다.
경빈,희빈,창빈 믿으시옵소서!
윤비 (경, 희, 창빈을 미소로 보는) ..
경빈 ...
자순대비 (방 밖을 보며) 조상궁, 다과상을 들이게.
조상궁E (방 밖에서) 예.
자순대비 내 세분 빈들을 부른 연유는 지난번 말씀을 꺼낸
왕자들의 혼례에 대해 마무리를 짓고자 함입니다.
경빈,희빈,창빈 (충격) ...!
자순대비 이 늙은이가 복성군에게 어울리는 혼처를 물색하
던 중에 마침 중전께서 이 늙은이 마음에 꼭 차
는 규수를 추천 하시었소이다!
경빈E (윤비를 휙-보며) 주, 중전! 기필코 복성군을 내
치실 작정이시오?!
윤비 (경빈을 미소로 보는) ..
자순대비 이 늙은이와 같은 파평윤문중에 윤인범의
여식이오.
경빈 마마, 파, 파평윤문이라 하시었사옵니까?
자순대비 그래요. 이 늙은이도 윤인범의 여식이 현숙하고
후덕하다고 들었는 바, 마침 중전께서도 추천을
하시었구려.
경빈 ...!
자순대비 가문으로 보나, 규수의 성품이 복성군의 배필로는
적합할 듯 싶은데 경빈의 뜻은 어떠하시오?
경빈E (충격을 받은) 정녕 복성군이 내 품을 떠나 궐 밖
으로 나가야 한단 말인가?!
자순대비 (의아하게 보며) 경빈..
경빈E (울음이 나올 듯) 아니 돼! 아니 돼! 복성군을
이대로 떠나보내서는 아니 돼!
희빈,창빈 (경빈을 보는) ..?!
윤비 경빈! 대비마마께오서 하문하고 계시지 않는가?!
경빈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자순대비를 보는) ..
예에?
자순대비 경빈, 윤인범의 여식이 마음에 차시지 않으시는
게요?
경빈 아, 아니옵니다! 신첩은 대비마마와 중전마마의
뜻에 따를 것이옵니다!
자순대비 이 늙은이의 뜻에 따라준다니 고맙구려. 이 늙은이
가 조만간 혼례일을 택일하여 경빈에게 일러줄 것
입니다. 허니 경빈께선 복성군의 혼사채비에 정성
을 기울여 주세요.
경빈 (조아리며) 명심하겠사옵니다. (고개를 들며 윤비
를 쏘아보는) ..!
윤비E (보는) 경빈, 나를 원망하지 말거라. 모두가 대통
을 잇지 못하는 왕자들이 겪어야 하는 운명이거늘
..
S#32 윤원형 집 작은 사랑채 마당
김씨, 배천댁과 탄실이를 거느리고 와서 방 앞에 선다.
김씨 서방님, 소첩이옵니다.
윤원형E 오, 부인 들어오시구려.
김씨 (배천댁을 보며) 이리 주게.
배천댁 예, 아씨. (받쳐들었던 약사발을 김씨에게
건넨다)
김씨 (약사발을 받아들고 방 안으로 들어간다)
S#33 동 윤원형 작은 사랑채 방 안
윤원형, 약을 마시고 입맛이 쓴 듯 찌푸리며 약사발을 내려
놓는다. 김씨, 약사발을 받아들고 당과를 건넨다.
윤원형 (당과를 씹으며) 부인, 아까 누워있자니 밖이 소란
하던데 무슨 일이요?
김씨 소첩이 임서방에게 안채에 작은집의 세간을 들여
놓으라 하였사옵니다.
윤원형 그 무슨 말이요, 부인? 허면 난정이에게 안채를 내
어줄 것이란 말이요?
김씨 작은집이 들어오면 안채를 내어달라고 할 것이 자명
하지 않사옵니까?
윤원형 허어, 아무리 그래도 법도가 있는 법인데 첩실에게
안채를 내어줄 수는 없는 일 아니겠소?
김씨 서방님, 난정이가 비록 첩실이라고 하오나 중전마마
의 총애를 받고 있을뿐 아니오라 이번에 서방님을
구명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고 들었사옵니다. 하오니
난정이가 안채를 쓴들 부족함이 없을 것이옵니다.
윤원형 부인! 아무리 난정이가 공이 크다하나 내 조강지처
는 부인이신데 어찌..
김씨 서방님, 중전마마께오선 소첩과 서방님의 합궁일에
서방님과 난정이의 혼례를 윤허해 주시었고 또한 난
정이에게 당의까지 내리시어 중궁전 출입까지 윤허
해 주시었사옵니다. 또한 이번에 주상전하를 알현하
는 자리에도 소첩이 아닌 난정이를 부르시지 않았사
옵니까?
윤원형 부인, 그건...
김씨 중전마마께오서 처첩간에 법도를 무너뜨리시었사온
데 소첩이 어찌 감히 법도를 입에 담을 수 있겠사옵
니까?! 소첩은 초당에 머물 것이옵니다.
윤원형 ...!
김씨 그리 아시고 쉬시옵소서! (약사발을 들고 일어나 방
밖으로 나간다)
윤원형 ..허어.. 아무래도 앞으로의 일이 평탄치가 않겠구
먼. 평탄치가...
S#34 동 윤원형 작은 사랑채 마당
김씨, 약사발을 들고 마당으로 내려서다 이마를 짚으며 비틀
한다.김씨가 놓친 약사발이 땅바닥에 떨어져 깨진다.
배천댁 (다가오며) 아씨, 괜찮으시옵니까?
김씨 괜찮네.. 가세.. (초당쪽으로 간다)
배천댁과 탄실, 황급하게 깨진 약사발을 챙겨들고 김씨의
뒤를 따른다.
S#35 중궁전 앞 마당
난정, 당의를 입고 환한 표정으로 중궁전 계단 위를 오른다.
엄상궁E 중전마마, 윤승후관 작은 안으서 들었사옵니다.
윤비E 들라해라.
S#36 동 중궁전 방 안
방문이 열리고난정, 방안으로 들어서려다가 움찔 멈춰선다.
윤비 옆에 세자가 책을 펴놓은 채 다정하게 앉아있다.
(*박상궁, 윗목에 앉아있다)
윤비 난정아, 이리 다가오거라.
난정 예, 마마. (윤비 앞쪽으로 다가와 큰 절을 올린다)
세자 (그런 난정의 자태를 유심하게 보는) ..
윤비 세자, 윤승후관의 작은 안으서입니다.
세자 하오면 아바마마께오서 어사주를 내려주시었다던
처자이옵니까?
윤비 그래요.. 난정아 세자저하께 문후 여쭈거라.
난정 예.. 소첩, 세자저하께 문후 드리옵니다.(세자에게
큰 절을 올린다)
세자 오냐...
난정 (쌩끗 웃으며) 세자저하, 소첩이 지난번 존체를
뵈었을 때보다 장성하시었사옵니다.
세자 우리가 전에 만난 적이 있더냐?
난정 소첩, 세자저하께오서 책봉을 받기 전에 먼발치로
뵌 적이 있었사옵니다.
세자 그랬더냐?
난정 예. 세자저하.
세자 어마마마, 소자는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 말씀
나누시옵소서.
윤비 그래요, 세자, 다음에 또 이 어미에게 효경 강독
을 해주세요.
세자 예, 어마마마 그리하겠사옵니다.
윤비 박상궁, 세자를 뫼시게.
박상궁 예, 중전마마.
세자 (펴놓았던 <孝經>책을 들고 일어선다)
난정 (일어나서 세자에 대한 예를 갖춰 조아리는데)
세자 (윤비에게 조아리고 나서 난정을 보고) 허면 다음
에 또 보자구나.
난정 예, 소첩, 세자저하를 다시 만나뵙기를 고대하겠
사옵니다.
세자 가자, 박상궁. (박상궁을 거느리고 방문쪽으로 걸
어가 방 밖으로 나간다)
난정 (조아렸던 고개를 들고 세자의 뒷모습을 무섭게
노려보는데) ..
윤비 앉거라.
난정 예, 마마.. (자리에 앉는다)
윤비 난정아, 네 오라버니댁으로 들어갈 채비는 잘 하
고 있느냐?
난정 예, 소첩 중전마마의 대군아기씨 생산을 위한 백
일 불공을 마친 연후에
들어갈 것이옵니다.
윤비 그래, 나를 위하는 네 정성이 고맙고도 고맙구나.
난정 황감하옵니다, 마마..
윤비 (방문 쪽을 보며) 엄상궁, 다과상을 들이게.
S#37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격앙된 연상을 쾅-쾅- 치며 말한다.
경빈 앞에 남곤과 심정, 난감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경빈 그리하세요! 안당이든 김안로든 다 찍어내 버리
세요! 허나 대감들 결코 잊으시어서는 아니될 게
있습니다!
남곤,심정(경빈의 얼굴을 보는) ...
경빈 (살기등등한) 종국에는 반드시 반드시 중전을 천길
벼랑 아래로 밀쳐버려야 할 것입니다! (휙- 보며)
아시겠습니까?!
남곤,심정(섬찟 질리는) ..!
경빈 아시겠냐고 물었습니다!
남곤,심정(조아리며) 예, 명심하겠사옵니다!
경빈 (분을 삭히지 못해 씩씩대다가 어딘가를 휙- 노려
보는) ..
S#38 중궁전 방 안
난정과 윤비, 다과상을 놓고 마주앉아 있다.
윤비 난정아, 너는 앞으로 조정이 어찌 돌아갈 것이라고
보느냐?
난정 치부책 일로 주상전하의 신망을 잃은 조정신료들이
밀려나지 않기 위해 서로에게 으르렁거리며 물어뜯
을 것이옵니다.
윤비 조정에서 이전투구가 벌어질 것이다? 허면 조정에
또다시 회오리가 몰아칠 것이란 이 말이냐?
난정 예, 하오나 마마께오선 크게 심려하시지 않으시어
도 좋으실 것이옵니다.
윤비 ..
난정 중전마마께오서 주상전하의 총애를 회복하시고
용종까지 잉태하시었사오니 조정과 왕실의 그 누구도
감히 중전마마의 권위에 도전하지는 못할 것이옵니다.
윤비 허나 경빈이 있지 않느냐?
난정 경빈은 중전마마의 믿음을 얻기 위해 당분간 김안로
와 윤임이를 찍어낼 궁리를 하고 있을 것이옵니다.
윤비 그건 그렇지 않을 게야.
난정 예에?
윤비 근자에 대국서 온 장아무개라는 장사치가 다시 경빈
처소를 드나들이 한다고 들었다.
난정 (흠짓) 장아무개가요?
윤비 그래, 내 이번에 복성군을 성혼시켜 출궁시키는 일을
서둘렀으니 아들사랑이 지극한 경빈이 내게 큰 원한
을 품고 있을 게야.
난정E (생각하는) 경빈과 장대인이 손을 잡고 일을 꾸민다?
S#39 편전 방 안
중종, 연상 위에 놓인 교지들을 살펴보며 옥새를 찍어 날인을
한다.박승지, 중종 앞에 앉아 교지들에 날인하는 것을 거들며
지켜본다.
S#40 동 편전 복도
김전, 남곤, 심정, 윤임, 홍경주, 김안로, 윤임이 굳은 표정
으로 방문 앞으로 걸어와 선다.
김전 (대전내관에게) 고하여주시게.
대전내관 예. (방문 쪽을 향해) 전하, 영의정과 신료들 들었
사옵니다.
S#41 동 편전 방 안
중종 (방문 쪽을 돌아보며) 영의정이? (옥새를 거두며)
들라하라.
대전내관E(방 밖에서) 예.
박승지, 교지를 챙겨 윗목으로 물러난다.
방문이 열리면김전, 남곤, 심정, 홍경주, 김안로, 윤임이
결연한 표정으로 방안으로 들어와 곡배를 올리고 선다.
중종 경들께서 편전엔 어인 연유로 드시었소?
김전 전하, 신들은 역모를 고변하러 들었사옵니다.
중종 (경악하여 보는) 뭣이라? 역모?! 영상, 지금 역모
라 하였는가?!
일동 (결연한 표정) ...!
S#42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 위로
경빈E 내 처음부터 중전과는 손을 잡지 말아야 했음이야!
내 참으로 아둔했음이야! 아둔했음이야!
경빈 (뭔가를 억누르는 듯 찻잔을 들어 마시려는데)
금이E (처소 마당에서) 경빈마마, 난정이 들었사옵니다.
경빈 (멈칫) ..뭬라, 난정이가?! (뭔가 생각하는) ..!
S#43 동 경빈 처소 마당
금이, 처소쪽을 향하고 있고난정, 그 뒤편에 서있다.
금이 경빈마마, 난정이 들었사옵니다.
경빈E (대답없는) ...
금이 (갸웃하며) ..주무시나?..
난정 금아, 더 큰 소리로 고하거라!
금이 (휙- 보며) 난정아, 네 어찌 나를 아랫것 다루듯
하는 게냐?!
난정 (금이 앞으로 한발짝 나서며) 허면 너따위 아랫것
을 상전 뫼시듯 할까?!
금이 (움찔하는데)
경빈E 들라해라!
금이 ..예, 예.
난정 (금이를 밀치고 처소 안으로 들어간다)
S#44 동 경빈 처소 방 안
방문이 열리고 난정, 환한 미소를 지으며 경빈 앞으로
다가와 선다.경빈, 난정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찻잔을
들어 마신다.
난정 경빈마마, 소첩 마마를 당분간 뵈옵지 못할 듯
싶어 인사를 여쭈러 왔사옵니다.
경빈 (시선을 주지 않은 채) ..
난정 (앉아서 경빈의 표정을 살피며) 마마, 어디가
미령하시옵니까? 심기가 불편해 보이시옵니다?
경빈 (휙- 노려보다가 들고 있던 찻잔을 난정에게
휙- 뿌려버린다)
찻물이 난정의 얼굴에 뿌려진다.
난정 (쏘아보며) 마마, 어찌 이러시는 것이옵니까?!
경빈 (노려보는) 이 요망한 년! 내 손으로 네 년의
각을 떠내도 시원치 않음이야!
난정, 분이 난 숨을 몰아쉬며 경빈을 무섭게 노려보는
얼굴에서 스톱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