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답답해서 아빠에게 유기견을 보관중이라고 털어놨습니다.
아빠와 절친한 친구분이 바로 이웃에 사시는데 개를 두 녀석 키우는, 좋아하는 분이거든요.
한 녀석은 월리와 같은 말티, 돌이인데 걔도 13년을 살다 올해 고질병이었던 관절병으로 떠나보냈고,
한 녀석은 그 분 딸이 지하도 노상에서 파는 병든 코카를 불쌍해서 데리고와서는 지금 마당에 키우고 계시구요. 돌이의 빈자리를 이 블랙시츄가 채우면 딱이다, 내가 종종 볼수도 있고..
근데 얼마전 손주를 봐서 그게내내 걸려서 말 안해보다가, 그냥 털어놔버리곤, 다른 주변분들도 알아봐달라고 했어요.
아침에 털어놨는데, 오후에 아빠께서 전화하시길, 돌이네는 아직도 돌이가 안 잊혀져 힘들다고 거절했고, 교회 친구분이 계신데..내외분이 충북음성에 전원주택에 사시면서 주일마다 서울교회에 올라오신다고, 시츄를 오늘 주일날 입양보내자..라는게 어제의 일이었죠.
의외로 금방 찾은 입양처..곧바로 손주 유무와 지방인게 걸렸지만, 아들내외랑 떨어져 지내고, 적적한 차에 키워보고 싶었다는 얘기..무엇보다 저희 아빠가 교회분들과 한달후 전원주택에 내려갈 일이 있다는것, 주일마다 근황을 물어볼수있다는것에 제일 안전빵이라 생각하고, 결정했습니다.
블랙시츄 하니를 병원에서 저희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개를 좋아하나 저의 이런 행동을 제일 못마땅해하는 엄마가 여행간 틈을 타서, 병원보다는 나을거라는 생각에, 월리의 스트레스가 신경쓰였지만, 실제로 집에서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 시츄 하니의 습성도 알아야하고, 그게 제 마지막 선물같았거든요.
지금...무지 후회하고 있습니다.
월리는 의외로 하니의 출현에 예전에 유기견을 데려왔을때의 히스테릭한 태도와는 달리, 질투하지도 않고 너무나 잘 지내는거예요. 둘 다 서로 무시한채..오히려 집에서는 거의 움직이지않는 월리가 하니를 살살 탐색하러, 또는 벌써 누군가 다른 녀석이 들어오면 언니가 간식을 듬뿍 준다는걸 알았는지 졸졸 따라다니는 통에 오히려 자연스런 운동이 되더군요.
반면 하니는 너무나 순한 애였습니다.
아직도 제 몸의 심각함을 모르고 간식 안준다고 짖어대며 집요하게 따라다니는 월리랑 다르게 하니는
기다렸다가 반응없으면 이내 먼 발치로 내려가서는 엎드려 잠을 청하는거예요.
쭙쭙 손짓이나 크게해야 다가오지, 귀찮게도 안하고, 간식줘도 좋아라는 하지만, 애기처럼 손으로 잘라줘야 이내 받아먹는, 순딩이중의 순딩이였습니다.
하도 조용해서 아마도 이전 집에서 버린게 아니라면, 잃어버렸는데도 모르다가 뒤늦게 안게 아닐까, 할 정도로 전혀 두마리 있는 집 같지가 않아..그런 허니의 모습이 더 안쓰러워보였습니다.
코골며 잠에 떨어지다가도 미세한 소리가 나면 이내 큰 눈을 굴리며 수시로 일어나 잠을 편히 못 자는 모습은 떠돌면서 생긴 슬픈 습관인것도 같구, 너무 엄하게 키워서 저리 조용한게 아닐까..
하튼..하니는 그 짧은 시간 함께 했는데도 볼수록 순하고..점점 마음이 시려오는 애였습니다.
새벽까지 시츄를 두고 고민했지만, 도저히 부모님의 반대를, 아니 부모님의 이 정도의 배려도 큰거라는 , 나와 월리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생각은 그만하자..했지만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아침일찍 일어나 교회갈 준비하는데..우려했던 일이 생겼습니다.
아빠께서 녀석, 진짜 순하다며 허허대시기에 음성은 너무 멀다고 넌지시 반응을 떠봤더니..어쩜 서울에 있는 아들네가 키울지도 모른다며 그럼 너에겐 더 잘된일아니냐고 하시는거예요.
어린이들이 있는 집은 절대 안되는데 무슨 소리냐고 했더니 아빠는 그걸 이해못하셨습니다.
어디서 키우던 키울 사람이 가져가 결정하는거고, 왜 안될 생각부터 하느냐구요.
네 말대로라면, 처음엔 음성분이 나이많다고 안되고, 이젠 애 있는 집도 안돼, 결혼앞둔 미혼자도 안돼, 도대체 어디로 보낼꺼냐구요..
시간은 다가오고, 교회 옆 놀이터에서 녀석을 안고 기다리는데 여자아이 둘이 와서 쓰다듬길래 사연을 일러주며 동물을 사랑하라고 얘기하며 하니를 보니 역시 차별않고 꼬리흔드는 상냥한 하니였습니다.
애들은 더 몰려오고..갑자기 하니가 도망갈듯 안절부절하더라구요.
처음엔 왜 이러나..했는데 그때서야 깨달았죠..아, 맞아, 하니는 애들 장난속에 지쳐있던 때에 구해낸 애인데..본능적으로 애들을 싫어하는구나..
너무 서둔 입양 아닌가..고민하는데 아빠가 약속에 늦었다며 하니를 가방에 얼른 넣어달라고 해서 얼떨결에 건네주는데..그물창 너머로 허니의 놀란 눈, 멀어져가는 그 모습이 보였습니다.
주체할수없는 눈물땜에 예배를 도저히 드릴수가 없었어요..
아빠랑, 교회분들께 입양성공시켜주면 한동안 안 나오던 교회를 나오겠노라고 약속했거든요..
구석에서 시간 보내다가 집에 가려는데..앞에서 한 무리의 어린이들과 너무나, 너무나, 조그맣고 뭔가에 놀란듯 헉헉대며 뛰어오는..허니를 봤어요..
아빠가 이 분이라며 소개를 시켜주는데..옆에 아들내외..그리고 손주들..바로 그 애들이었어요.
애들은 신이나서 하니하니..소리치며 저에게 샴푸는 없냐, 밥은 뭘 먹냐, 하며
저를 벌써 알아보고는 뛰어오는 허니의 가슴줄을 거칠게 끌어대는데...정말..무너지는것 같았습니다.
황급히 인사하며 물어봤죠..누가 키우실꺼냐고..음성 분이 키우신대요..
근데 왜 사료며, 샴푸며 옆의 며느리가 물어보고..왜 애들에게 줄을 건네줬냐구요....그러다가 놓쳐서 잃어버리면 어쩌고, 아직..하도 많이환경이 바뀌어 주인이 누군지도 모르니까 한동안은 주인만 알도록 확실하게 해달라고 신신당부했것만...
애가 하도 안 짖어, 아침에 부모님이랑 혹시 얘, 목소리가 안나오는 장애가 있어서 버려진거 아니냐고, 되려 안 짖는다고 안 데려가면 어쩌냐..는 우려가 생각나,
며느리에게 "얘가 잘 안 짖는데요..옆에 강쥐가 다가가면 약간 으르렁 하는거 보니까 못 짖는 병은 아닌거 같습니다, 좀 기다려 보세요~" 하고 좋게 얘기했더니,
며느리의 그 의아해 하는, "어머, 그래요?" ..뭔가 탐탁치않다는듯한 썩소가 아직도..생생합니다.
애들은 계속 하니를 둘러싸고 설레발이고, 전 잘 키워달라는 말만 하고 얼른 자리를 떠야했어요.
허니가 계속 저를 따라오려고 애쓰고 있었거든요...ㅠㅠㅠㅠ
집에 오는내내, 유난 떤다는 부모님의 꾸중을 들으면서도 눈물을 멈출수가 없었어요..
이제야..동네 언니가 입양간다는 하니를 보고 느낀게 있다고 밤늦게 전화로 해준 말들이..하나하나 후회로 다가오네요..
아무래도 월리언니가 월리가 이런상태일때, 허니를 만난건 인연인것 같다.
(그 언니도 역시 암으로 17살난 치와와를 올해초 떠나보내고, 걔가 낳은 딸, 11살난 치와와를 데리고 있습니다)
아직도 먼저간 그애가 생각나지만, 그래도 옆에 한 녀석이 더 있으니까, 위안이 된다.
그걸 보면, 월리가 허니랑 잘 지낸다면, 나중에 월리가 떠났을때라도 빨리 슬픔에서 회복이 되고, 월리에게도 친구가 생겨 좋을꺼라고, 부모님을 설득해봐라..계속 인연이란 생각이 든다.
전 그때까지만해도 언니네도 신랑반대때문에 키울수없다면서, 막상 먼데로 간다니까 자기가 보고싶어서 저렇게 쉽게 말하는거 아닐까, 나름대로 입양처 알아낼려고 얼마나 애썼는데..
이런 심술만 속으로 부리고는 입양을 결정해버렸답니다..
이제야..한번이라도 강하게, 어차피 혼날꺼 예상했다면 한번이라도 내가 거두겠다고 얘기해볼껄,
우리 집에 두면서 더 입양처를 알아볼껄,
어린이들 속에서 구한 애를 다시 그런데로 보내다니..
한순간, 입양이 오래걸려 하니가 병원에서 병들거나, 월리가 신경쓰지못해서 더 악화되는것만 생각하고는 넘 쉽게 하니를 보낸게 아닌가..결국 나도 버린게 아닌가..하는 자책 때문에 정말 미치겠어요..
생각해보니 제가 유난히 관심있던 개들중에는 블랙시츄도 있었는데...이건 정말 인연이었는데 내가 외면한건 아닐까..입양처 찾을땐 내가 블랙시츄 좋아한다는것도 잊은채, 오히려 블랙시츄임을 입양자들에게 강조하며 마치 개장수처럼 시츄보다 더 비싸게 치는거라고 사탕발림까지 해놓구선..
이제야..제 고통이 싫어서..하니를 넘 쉽게 보낸거 아닌가..
예전에 입양 보낼때는 이러지 않았거든요..
중성화는 무조건 해야하고, 가족들 직업까지 따져가며, 일반 입양사이트에는 올리지도 않았어요.
그치만, 그런 당연한 조건이 얼마나 힘든지, 그러다가 병에 전염되어 결국 구조후 병원에서 한번도 바깥구경 못하다 간 애들이 더 많아, 유기견에 대해 아예 눈길을 안 준거였는데..
몇 년만에, 그것도 제 생일날, 처음으로 유기견문제에 눈뜨게해줬던 계기가 된 대근이란 녀석을역시 애들손에서 데리고 온 그 놀이터에서 만난, 너무나 작고, 너무나 착해 더 안타까운 하니를 5일만에 이렇게 쉽게 보내버리다니..
하니에게 너무 미안하고,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럽고 미워요...
지금쯤..하니는 이제 제 주인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을까, 애들 손에서는 놓여져 잠이라도 자는지, 혹시 그 동안 애들이 놓쳐서 어디론가 가버린건 아닌지..
온갖 걱정에 거의 패닉상태입니다...월리는 계속 방에서 울면서 산책도 안 시키는 언니가 이상한가봐요..다가와서 혀로 눈물한번 핥아주네요..
월리는 아침에 하니만 데려간다고 15층 밑에까지 들리도록 울어대더니..이젠 하니를 잊은걸까요...
아직도 하니가 저를 향해 오려고 안간힘 쓰던 모습이 생각나요..
옆에 있어도 존재를 모를정도로 얌전한 아이임을 인정하면서도, 제 속내를 뻔히 알면서도 손길한번 안내준 부모님도 야속하고..
한동안 역시..또 힘들것 같네요..하니야, 미안하다...
한달후 음성에서 평화롭게 잘 지낼 네 모습만 어서빨리 전해듣기만 기다릴수 밖에,
시간이 갈수록 월리가 더 악화되기에 그 시간의 빠름을 더디게 하고만 싶었는데,
지금은 오직 빨리 시간이 지나, 하니가 이 미련한 언니얼굴을 잊고, 떠돌지않고 잘 지내는 모습만 전해듣고싶구나..하니..넘 착하고 조용해서, 그게 싫다고 귀염 못받으면 안돼, 하니..이제 다시 버려지면 안돼, 하니..정말 미안하다..
아니다..
하니, 네가 차라리 거기서못 키우겠다고 되돌아왔음 좋겠다..그땐 집을 임보처 삼겠다는 뻔한 뻥을 쳐서라도 널 꼭 데리고 살수 있지않을까..
왜 뒤늦게 이런 용기가 생기는걸까..
다시는 해결하지도 못할 이 유기견 입양일은 절대 안한다는 생각만 했지,
왜 죽어도 내가 키운다는 용기를 내지 못했을까...
월리의 투병탓은 어쩜 변명이었는지도 몰라..내가 자신이 없었던거야..
처음부터 내가 거두고 싶었던걸 모른체 한거야..그것도 아무 죄없는 월리를 핑계삼아..
하니..기도할께..너 어떻게든 언니한테 돌아오게..
무사히, 편히나 있었음 좋겠다...
정말 죽겠다...
첫댓글 전 정말바보인가봐요.하니가순하고짖지도않는다는것은 입양에만좋은게아니라 우리집에도좋은거였는데..왜 애들을잡는 월리랑 달리 순한허니가 조카들에게아무런해가안된다는걸못깨닫고,오직 조카도가끔오는데개두마리는안된다할꺼야..이런부정적생각만했는지..왜 이런게이제야생각나냐구욧~~~~~~
하니가 그새 갔군요. 제가 네이버 유사모에 글을 올렸는데 어느 분인가 잃어버린 개와 비슷하다면 연락하신다 하셨는데 그 집은 아니었나봐요???? 월리언니, 너무 힘들게만 생각하지 마시구요, 하니가 음성에서 잘 지낼거라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꿔보세요. 그래야 그게 하니에게도 좋지 않을까요? 우리 함께 기다려봐요. 하니가 정말 좋은 가족을 만날 걸 수도 있잖아요. 제 생각에도 월리에게도 허니가 좋은 친구가 되어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지만 이미 지난 일인 걸요. 심원님, 최선을 다하셨으니 하니에게 좋은 일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기다려봐요...저도 찡이가 블랙시추라 하니가 마음에 남았어요. 저도 솔직히 감당할 여유가 없어서
선뜻 얘기 못했어요. 이렇게 여러 사람이 걱정하는 하니, 좋은 곳으로 갔을 거라고 믿고 기다려 봐요. 연락이 두절되는 곳으로 간 게 아니니 만약 무슨 일이 있으면 데려와도 되는 거잖아요. 그러니 심원님 이제 그만 걱정하시고 좀 쉬시기를....푹 주무세요.....
한 달 지켜보다가 못 믿을 곳이면 후딱 데려오시면 되잖아요. 일단 마음 편히 먹으시길. 좋은 일 하시고 맘고생이 너무 심하시네요.ㅠ,ㅜ
밥님, 연락없었구요,9일저녁에 "헛짖음없고병없으면 보름임보가능"하나는 문자만 왔었어요.지금유하모가서확인해보니 그 분은10일날 문의하셨네요.댓글올렸는데 실물확인을 못해드리니..밥님 겨냥(?)하고 글올린거 아니니까 괜찮구요~ 어제부모님이랑 대판 깨졌는데.."그래서 지금 전화해서다시데려와?어쩌란 말이야?"하고 아빠열내시는데..솔직히 그래달라고하고싶었는데 아빠체면생각해서못했습니다.그냥 아빠가 제 생각해서자발적으로그래주기만바랬죠..지금도그렇구요." 제일우려되는건 애들이 키우는데도 음성에서키운다고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음성가서 아빠가확인해도,설령 잘못지내거나 아들네서키운다거나,없어졌거나 뭔 일이생겼
다해도 아마 아빠는저의이번소동을 알기에 "잘 지내고있더라"하고 거짓말씀하실지도모른다는거죠.잘못지내도 그쪽에서 먼저돌려주겠다는말안하면 쉽게데려올수도없지않을까요?입양양식서라도있다면모를까,그냥 준거나마찬가지인데요..손주들이하니좋아한다면쉽게안내주겠죠.할아버지심정이그렇잖아요.오직아빠가 제생각해서 사정얘기하고다시데려올기적만바라고있어요..그런걸애초에다예상하고 보내지말았어야됐는데..배변처리못해서 못키우겠다고 돌려주거나, 하면 딱 좋겠는데..암튼위로해주셔서감사합니다.그냥..어디라도 제맘을호소하고싶었는데 구구절절긴글읽고 위로까지해주시니..하니입양보낼때 찡이사진이많이도움이됐습니다.아빠에게시
아빠에게시츄설명할때필요했거든요.털깍고추레한 하니사진에는떨떠름하시더니,찡이사진보시고는 "아,시츄가 이런종얘기하는거야?털있는거보니까알겠네,이쁜넘이네" 하시곤,그제야 알아보시더라구요.핸펀으로찍어 입양자분께보여드리곤블랙시츄라더귀하다는저의 뻥과함께 온갖혹한말씀을 다했다고 입양처생겼다고 좋아하셨는데..이렇게되니 아빠에게도 넘 죄송하네요..
그래요 마음 써 주신 아버님을 생각해서라도 너무 티내지 마시고...조금 기다려 보아요....블랙시추로 현혹하셨다니^^* 그 꼬임에 넘어가 오래오래 귀하게 키워졌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