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클 합창단 근황 176번째 연습일지입니다. 오늘 연습은 로시니 13번째 연습 시간입니
다. 10월 8일 연주일까지는 81일 남는 셈이고, 연습회수는 18회 남아 있습니다. 오늘은
아카펠라로 연주되어야 하는 [스테마트 마테르] 5번곡 연습을 하기로 예정되어 있는 날인
데, 내가 예상했던 대로 또다른 참극(?)이 벌어진 날이기도 합니다. 요사이 참가 인원 면에
서도 이변이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초반에 참가 인원이 얼마되지 않은 것이야 여전하지
만, 연습 시간이 끝날 쯤이면 엄청난 인원이 모이는 것이 보통인데, 오늘의 경우도 그러했
습니다. 연습이 끝날 때쯤, 소프라노, 앨토 각각 5명, 테너가 1명이지만 베이스는 신입회원
까지 포함하여 무려 7명이나 되었습니다. 7명이라... 지금 대략 참가가 예상되는 인원이 2
명쯤 더 있으니까, 모두 다하면 9명이군요. 명예단원까지 포함하면 10명을 채우게 됩니다.
만약 파트별 10명이라면 전체 40명이 된다는 말이겠는데요. 우리에게는 꿈에라도 달성하고
싶은 최소한의 인원(최소한이지, 적정선이라는 말이 아닙니다)이겠지만, 오늘 모인 18명의
인원이 그 인원으로 향하는 도약대일 것으로 믿어봅니다.
선생님은 오늘 ‘시창의 시간’의 시간을 가져보겠다고 했습니다. 노래를 부르기 위해 시
창과 청음 능력이 필수적이지만, 또 그만큼 좋은 성과를 얻어내기 어려운 것도 그 분야라는
점도 모두들 알고는 있습니다. 우리 뮤클 합창단이 어느 정도의 시창과 청음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저번의 평가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기도 했었습니다. 지금 와서 시창이라니.... 선생
님 말씀은 지금 5번곡을 악보를 들고 반주 없이 불어야 할 것이니까 바로 악보를 읽는 능력
을 테스트하겠다는 것입니다. 자기가 소리를 내는 중에 소리의 변화를 가져오지 말것, 레
가토로, 그러니까 호흡, 숨, 가사가 이어지도록 노래할 것, 무엇보다도 리듬, 박자, 음정을
아주 엄정하고 정확하게 구현할 것. 뭐 그런 것들입니다.
그런데 어찌 보면 저의 연습 방식은 문자 그대로 ‘무식’한 방식입니다. 집에서 [스타바트
마테르] CD를 걸어 놓고 1곡, 5곡, 8곡, 9곡, 10곡 전부를 하루에 대략 3번 가량 그냥 줄
창 불러 보는 것입니다. 가능하면 CD 소리를 죽이고 다른 파트와 오케스트라 소리에 맞추
맞어 내 음정을 잡아가며, 그리고 솔로와 호흡을 맞추어가며 불러보는 것입니다. 선생님은
CD를 들으면서 자기 파트의 소리를 듣는 귀를 가져야 한다고 했는데, 노래 부르기에는 그
보다 더 적절한 방식은 없을테지만, 음악감상에는 그것만큼 조악한 방법도 없습니다. 지금
[스타바트 마테르]음반을 10장 가량 구비하고 조만간 그것을 한번 완청(完聽)할 계획을 세
우고 있는데, 설사 내가 그 곡의 베이스 소리만 듣게 되는 우를 범할지라도 나는 그기에 빠
져들 마음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악보를 들고 연습을 하는 자세로 CD를 들을 때는 오
케스트라와 다른 파트의 소리는 그냥 내가 소리를 내기 위해 나오는 반주음일 따름입니다.
혹은 나와 2중주를 하는 존재라 할까요?
하지만 이것이 곡을 습득하는 최선의 길은 아닐 것입니다. 특히 전에 선생님께서 ‘해석
법’에 관한 문제를 말씀하셨는데, 내가 노래하는 방식이 내가 연습하는 CD 연주의 해석법
을 따라가는 것이서는 곤란합니다. 현재 이 곡의 해석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지휘자
뿐입니다. 문제는 지휘자가 요구하는 해석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죠. 그러니 어디까지나 기
본 음정과 박자, 리듬, 딕션, 기본적 악상 살기기라는 대단히 기계적인 절차의 완성만을 위
하여 이런 연습을 하는 것이지 최종 연습의 성과는 오로지 지휘자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CD로 연습할 때도 가능하면 여러 해석의 연주를 같이 겸용해야 되겠죠?
이런 과정으로 우리는 5번곡 연습에 들어 갔습니다. 오늘은 반주자가 나오지 못했기 때
문에 지휘자가 띄엄띄엄 피아노 반주를 맡아가며 연습을 진행했는데요. 사실 이런 방식은
연습의 효율성을 기하기에는 다소 역부족이더군요. 실제로 우리가 파트연습을 할 때에도 반
주를 맡을 사람이 없는 경우는 파트연습이 부실해질 위험이 높습니다. 그때도 CD로 하든지
MR로 해야 할 것 같네요. 하여튼 지휘자님은 그런 방식으로 소프라노 앨토, 베이스까지 연
습을 진행하느라 고역을 치룬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내가 예상했던 대로 지휘자는 9번곡까지
같이 연습을 해 보자고 합니다. 모두들 비명을 질러대었는데, 난 예상을 하고 있었기에 속
으로 실실거리고 있었죠. 오늘 반주가 없는데, 다른 곡은 건드리지 못할 것이고, 아카펠라로
된 곡은 5곡과 9곡 뿐이니 아마도 반드시 두 곡을 같이 연습하리라. 제 경우는 지금 이곡
저곡 관계 없이 무조건 전곡을 같이 연습하는 상황이니 사태도 어찌 되어도 마찬가지입니
다. 심지어 지금 당장 10곡 아멘을 연습하자고 해도 가능하니까요. ㅋㅋㅋㅋ.
9곡까지 연습하고 나서 잠시 휴식 시간을 가졌는데, 2부 시작하기 전에 몇 가지 전달 사
항이 있었습니다. 우선 총무로부터 이번 합창단 MT는 용호동에 있는 해군회관에서 하기로
했다는 것(흐흐 그곳은 우리집 바로 이웃인데.... 걸어 가면 되는데.....)이 전해졌고 그 다음
지휘자로부터 몇 가지 전달사항이 있었습니다. 먼저 합창단가가 완성되었다는 것, 솔로와
오르간 주자, 사회자도 결정되었다는 것, 오르간 대여계획도 세워져 있고, 프로그램, 포스터
제작까지 계획이 완료되었다는 것, 그래서 이때 포스터 시안까지 선보이었습니다. 그리고
대체적인 연습계획도 알려졌고, 8월부터는 파트연습계획을 세우라는 지시도 떨어졌습니다.
도대체 언제 파트 연습을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할지 벌써부터 골치가 지끈거립니다.
바로 그 다음에 벌어진 일을 보고 파트 연습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었거든요.
그 다음에 벌어진 일이란 그 악명(?) 높은 공개 시창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각 파트별
로 앞으로 나와서 9곡의 자기 파트를 불러 보는 것이죠. 소프라노, 앨토가 나와서 부르고
마지막으로 베이스가 나와서 불렀는데, 지휘자는 베이스를 보고 소리가 너무 무겁다면서 굵
은 소리를 내면서도 밝고 젊게 불러주기를 요구했습니다. ‘이거 나 부를 수 있다’는 식으로
마음대로 불러재끼지 말라는 것이죠. 그런데 이제 이 지점에 오면 정말 지휘자 선생님과 특
별한 발성연습으로 소리내는 길을 다듬는다는 특별 훈련이 필요할 듯 합니다. 그러니 이제
전체 연습이 아니라 파트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제 각 파트가 나오는 것에서 전 파트의 몇 명씩 나와서 소리를 맞추어 보는 식까지 시
창시연을 해 본 뒤 연습은 끝났습니다. 부르는 우리도 많은 문제를 느낀 상황이니까 이제
정말 파트 연습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연습을 마감했습니다. 연습을 마치고 베이스가
7명이나 모임을 기념(?)하여 베이스 모두들 <서부의 사나이>로 가서 1시간 뒤풀이를 했습
니다. 이제 베이스만큼은 인원에 있어서는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가 되었음을 기대
하며 연습후기를 닫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공연 & 소중한 만남은, 언제나 [뮤클]과 함께 ^^ http://cafe.daum.net/mukle
첫댓글 9번 곡은 안하리라 생각하고 연습도 안했었는데, 정말 당황했습니다.
흐흐!! 그거 우리 엄선생님의 특기입니다. 항상 연습때마다 돌발사고(?)를 일으키니, 반드시 준비하고 있어야 합니다.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