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누구에게나 환타지죠. 어떤 생명체에게도 사랑은 환타지고, 사랑이란 환타지가 있기에 생명력을 얻는 거고. 그게 호르몬 작용이든 뭐든 간에 조물주가 허용해준 환타지 아닐까요. 문제는 그 생애에 정말 필요한 환타지인데 수많은 복제품, 싸구려 복제품과 가짜 환타지가 널려 있고, 흔해빠졌다는 거죠."
"...절대로 이해 못해요. 사랑은 제3자가 이해 못해요. 아니 이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공유할 수는 없어요. 이해한다고 해도 이해하는 척하는 거지. 왜냐하면 사랑은 환타지라고 했잖아요. 꿈이거든요. 남의 꿈 속에 내가 등장할 수 없잖아요. 꿈 얘기를 들을 수는 있죠. 해몽도 해줄 수 있어요. 하지만 사랑은 두 사람만 나누는 꿈이라구요..."
"...아무도 소통하려고 하지 않아요. 자기 존재를 이야기하는 방법 중 하나가 공주는 라디오를 크게 트는 것이고 종두는 나무 자르는 것인데, 남들은 이해를 못하죠. 하지만 두 사람은 이해하죠. 남의 사랑을 받아들이는 게 참 어려운 이야기 같아요. 왜 남의 아픔을 내 아픔처럼 못 받아들이지? 남의 자식을 내 자식처럼 받아들여도 세상은 엄청나게 다를 텐데. 근데 그게 인간의 한계거든요. 그건 거의 실존적인 거니까 어떻게 되지는 않겠지만 그 경계선까지는 갈 수 있지 않을까? 정말 나를 받아들이듯이 남을 받아들여 보는 체험, 그게 예술의 기능이라고 생각해요. 연극을 보고 영화를 보는 이유가 뭐냐? 흔히 하는 말로 간접 체험한다는 것이 뭘 의미하는 거냐? 그게 절대로 혼자 하는 게임처럼 정신 없이 어두운 데 있다가 끝나면 '아, 잘 놀았다' 이러고 나가는 건 아니라고 보거든요. 남을 나처럼 이해하는 훈련을 하는 게 아닐까. 남을 나처럼 받아들인다는 건 불가능한 얘기예요. 종교가 그런 기능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경계에는 가볼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창문을 열고 내다볼 수는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