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도 9년 만에 상승>
혼인 건수 급증에 출산율 증가 기대 / 출처 : 연합뉴스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 “그 정도로 낮은 수치의 출산율은 들어본 적도 없어요. 엄청나요”
지난 2023년 캘리포니아대 법대 명예교수인 조앤 윌리엄스는 한국의 출산율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해당 인터뷰 당시 대한민국 출산율은 0.78이었으며, 이는 세계 최초로 국가 단위 합계출산율에서 0.7대를 찍은 사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한국의 결혼과 출산 그래프가 뜻밖의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혼인 건수가 28년 만에 가장 많이 증가하고, 출산율도 9년 만에 반등했다는 통계가 나온 것이다.
90년대생 ‘에코붐 세대’가 결혼 적령기에 들어서면서 줄곧 하향하던 인구지표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8년 만에 혼인 증가 폭 최대
지난해 혼인 건수가 28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1996년 이후 가장 많은 상승 폭이다.
특히 90년대생 ‘2차 에코붐 세대’가 30대 초·중반에 본격 진입하면서 결혼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미뤄졌던 혼인 수요가 터지며 5년 만에 다시 ‘연간 20만 건’ 고지를 넘겼다.
통계청이 20일 발표한 ‘2024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22만2천 건으로, 1년 전보다 무려 2만9천 건(14.8%)이나 증가했다. 증가 폭은 1996년 이후 최대, 증가율은 1970년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높았다.
박현정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30대 초반 인구가 많아진 데다, 코로나로 눌렸던 결혼 수요가 되살아나며 통계상 반등이 나타난 것”이라며 “정부 정책과 혼인에 대한 사회 인식 변화도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30대 결혼 늘자 ‘출산율’도 따라 반등 / 혼인 건수 급증에 출산율 증가 기대 / 출처 : 연합뉴스
이 같은 혼인 증가 흐름은 출산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2024년 인구 동향 조사 출생·사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전년보다 0.03명 올랐다. 합계출산율이 상승세를 보인 것은 2016년 이후 9년 만의 일이다.
연간 출생아 수 역시 23만8천300명으로, 전년 대비 8천300명(3.6%) 증가했다. 2015년 이후 줄곧 하락세였던 출산율과 출생아 수가 동시에 반등한 것은 이례적이다.
통계청은 혼인 증가가 출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혼인 이후 출산까지는 평균 2년 6개월이 걸리는 만큼, 이번 혼인 반등의 효과는 2027년 전후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수준이다. 한국(0.75명)은 OECD 평균(1.51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며, 1명 미만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그다음으로 낮은 스페인도 1.16명 수준이다.
남녀 모두 ‘결혼 시기 늦춰’…이혼은 꾸준히 감소 / 혼인 건수 급증에 출산율 증가 기대 / 출처 : 연합뉴스
한편, 지난해 평균 초혼 연령은 남자 33.9세, 여자 31.6세였다. 남자는 전년보다 0.1세 낮아졌지만, 여자는 0.1세 높아졌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남자는 1.4세, 여자는 1.7세나 늦어졌다.
남자의 혼인 연령대는 30대 초반(39.1%)이 가장 많았고, 이어 30대 후반(19.4%)과 20대 후반(17.9%) 순이었다. 여자의 경우도 30대 초반(37.9%)이 가장 많았다.
한편 이혼은 5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이혼 건수는 9만1천 건으로 전년보다 1천 건 줄었다. 조이혼율(인구 천 명당 이혼 건수)은 1.8건으로 변동이 없었다.
지난해 결혼과 출산율이 깜짝 반등했지만 전문가들은 마냥 낙관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지금의 반등은 ‘기저효과’와 정책의 영향이 일부 작용한 결과”며 “장기적인 회복으로 이어지려면 청년층의 안정적인 일자리, 주거, 양육 환경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실시간 인기기사 2025.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