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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전국 35개 여성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4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황우석 교수팀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사용된 난자 채취과정에서 윤리위반 여부도 조속히 가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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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남소연 |
| 2004년과 2005년 황우석 교수가 배아줄기세포를 얻는데 성공하였다고 발표하면서 우리 사회는 일종의 '황우석 신드롬'에 휘말렸다. '세계 최초'라는 인식은 많은 사람들을 들뜨게 했고 이 신기술은 생명을 살리고 우리 사회를 풍요롭게 할 수 있는 마스터키로 부각되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황우석 서울대 교수가 연구에 사용한 사용한 난자 의혹도 반복해서 제기됐다. 최근에는 논문을 둘러싼 줄기세포의 실체 진위논쟁으로까지 번졌지만, 난자 출처에 대한 반복된 문제제기는 사회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여성의 난자를 끝없이 필요로 하는 연구이며, 난자는 여성의 몸을 통해 채취할 수밖에 없다.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에서, 연구과정과 난자출처조차 투명하게 밝혀지지 않는다면 이후 생명공학연구에 대한 우려를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성의 난자를 끝없이 필요로 하는 연구
황 교수팀은 2004년 2월 12일, 16명의 여성에게서 242개의 난자를 제공받아 사용했고, 이듬해 5월 20일에는 18명의 여성에게서 185개의 난자를 받아 환자맞춤형 줄기세포 11개를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같은 난자의 사용 갯수는 MBC < PD수첩 > 방영과 민주노동당의 국감자료 조사발표 이후 거짓으로 드러났다.
< PD수첩 >이 확보한 장부에는 600여개의 난자를 연구에 사용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또한 민주노동당의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05년 7월까지 700여개의 난자를 사용한 것으로 나온다.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의 기자회견을 통해 난자의 숫자는 더욱 늘어나 현재는 80여명에게서 무려 1600여개의 난자를 채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난자 채취를 둘러싼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곳은 영국의 과학 전문잡지인 <네이처>였다. <네이처>는 황 교수팀이 밝혔던 난자 242개의 출처, '자발적 기증이 가능한가' 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외국에서는 이렇게 많은 난자를 제공받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복제양 돌리를 만들었던 연구팀도 난자를 얻는 것이 어려워 실험을 중단했다고 할 정도다.
난자, 400개 썼다더니 1600개로 늘어나
외국에서 난자를 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래 글을 보면 알 수 있다.
"지금껏 이렇게 많은 난자기증자를 모집했던 복제연구팀은 지구상 어디에도 없었다. 일례로 미국에서 난자를 제공하는 여성은 관련 경비와 여성의 신체를 침해하는 의료시술이 야기한 불편함의 대가로 수천 달러를 받을 수 있다. 2001년 미국 ACT사의 시벨리 교수는 인간복제 실험을 위해 20개가 채 안 되는 난자를 사용한다."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터 차이퉁>은 "복제 아기 수태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몸을 제공할 광적인 여성들은 충분히 있는 듯하다"는 기사를 쓰기도 했다.
200여개의 난자출처를 둘러싸고, 외국에서 연구원의 난자기증이나 난자제공 출처 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것은 단지 한국의 연구 성과를 시기해서가 아니다. 그들의 법과 제도로는 이렇게 많은 난자가 실험에 쓰일 수 있다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80여명의 여성에게서 1600여개의 난자를 받았다는 것은 평균적으로 20개 이상의 난자를 채취했다는 것인데, 이 같은 수의 난자를 실험을 위해 제공받는다는 것은 그들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현재까지 어떤 나라도 연구용 난자기증을 허용한 적이 없으며, 제한적으로 불임치료시술 후 남은 잔여 난자에 한해 엄격한 기증절차를 거쳐 연구에 사용할 뿐이다.
있지도 않은 줄기세포를 위해 1600여개의 난자가 사용된 것도 분노할 일이지만, 논문에 보고한 400여개에서 현재 1600여개까지 4배 이상 증가한 난자의 수에 대해서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한달에 한번 배출되는 난자, 얼마든지 뽑아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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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우석 교수를 지지하는 인터넷 카페 '아이러브 황우석' 회원들이 지난해 12월 6일 오전 서울대 수의대에서 '1천명 난자 기증의사 전달식'을 가진 뒤 황 교수 연구팀의 안규리 이병천 교수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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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남소연 |
| 난자 숫자가 천문학적으로 증가하는 이유로는 크게 세 가지 요인을 꼽을 수 있다.
첫째로 난자에 대한 경시풍토, '여성의 몸을 대상화하는 사회적 환경'이다. 배아를 생명으로 보는 것에 반해 난자는 배출 이후 없어질 소모품으로 보는 인식이 크다. 한 달에 한 번 배출되기 때문에 미리 얼마든지 뽑아내도 된다는 식이다.
2004년 황 교수팀이 연구에 성공했다고 보도될 당시 언론에서는 '배아줄기세포는 수정란이 아닌 난자만을 이용하므로 생명을 해친다는 윤리적인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쓰고 있다.
난자 채취가 여성의 몸을 침입하는 수술 과정을 포함하며 난소암, 불임 심하게는 사망까지 일으킬 수 있음에도 이에 대한 보도는 거의 없었다. 의사들 역시 공식적으로 그렇게 말하는 것을 꺼리는 탓에 난자채취를 헌혈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실험을 위해 난자를 빼내는 것을 당연시하는 풍토, 여성의 몸을 쉽게 대상화하는 환경 등은 난자를 실험 재료로만 보도록 했다. 더욱이 10여명의 여성은 과배란을 통한 난자채취를 2회 이상 시술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결국 실험을 위해 난자를 제공한 여성의 20%가 현재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고, 2명은 입원까지 했다.
둘째 생명윤리법이 제정된 후에도 보건복지부가 연구를 위한 합법적 심사마저 제대로 하지 않고 책임을 방기하였다는 혐의를 드러낸다. 물론 노벨상위원회를 추진할 정도의 정부 지원규모를 생각할 때 보건복지부만의 책임으로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현행법에 따른 기본 절차마저 지키지 못했다는 점에서 관계 부처는 책임을 져야 한다.
보건복지부가 생명윤리법 제정된 후에도 실험에 사용된 난자의 개수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생명윤리법에 따르면, 희귀난치병 치료를 위한 연구에 한해 배아 및 잔여난자를 사용하도록 돼 있고, 이것도 연구계획서 검토 이후 가능하다.
한국은 '불임시술' 천국... 잔여배아 10만∼150만개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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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이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의 줄기세포 연구와 관련 지난해 11월 21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연구용 난자를 기증한 여성들에게 보상금을 줬다"고 시인해 충격을 준 바 있다. 사진은 미즈메디 병원 내부를 촬영한 것으로 해당 내용과 관련 없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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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남소연 |
| 셋째, 국내에는 배아 생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대책이나 제도가 미흡하다. 2005년 10월 현재 한국에는 92개의 불임클리닉이 있고, 2002년 63개 병원에서 1만 8310건의 시술을 했다.
시술은 해마다 증가하고, 전 세계에서 체외 수정으로 태어나는 아이의 약 20%가 한국 아이다. 또한 전 세계에서 체외수정을 한 후 남은 잔여 배아의 50%가 국내에 있다고 한다. 잔여배아는 최소 10만개에서 최대 150만개까지로 추정 가능한데다, 20여년 넘게 인공수정 시술이 진행됐지만 지금도 잔여배아에 대한 실태나 현황파악도 되지 않는 실정이다.
급증하는 난자 수요에 비해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음성적 난자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 지난해 2월 불거진 대리모 문제나 브로커를 통한 난자매매 등이 가능했던 것도 관리시스템의 부재를 드러낸 셈이다.
난자기증재단이 발족될 당시 한 언론사의 의학전문기자는 "난자기증을 통해 애국심을 보여 외국의 코를 납작하게 하자"고 말했다. 지금 생각하면 우스운 일이지만 당시에는 그런 논의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다.
여성의 난자를 1600여개나 채취해서 줄기세포를 만들고, 그를 통한 치료약이 상용된다면 여성들은 끝없이 난자를 제공하는 대상자가 돼야 한다. '생명을 살린다'는 미명 아래 여성인 사회구성원의 희생을 담보하는 것에 대해서 성찰해야 할 것이다.
황 교수 연구를 둘러싼 난자 의혹에는 여성의 몸을 연구의 재료로 대상화하는 사회적 환경, 보건복지부의 관리 소홀, 난자 및 배아에 대한 국내 관리체계 부재 등이 있었다. 특히 인공수정 시술부터 관리하고, 잔여배아 및 난자에 대한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인공수정에 관한 법률' 제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배아 및 난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대책을 세우지 못하면 연구용 난자매매, 음성적 대리모, 난자나 배아의 수출 등의 비극은 재연될 수 있을 것이다. 생명공학기술이 우리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서 사회구성원의 복리에 기여할 수 있는 사회적, 윤리적 제도를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