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억으로는 2014년인가? 차와 관련된 전시회가 무역회관 전시장에서 있어 찾은 적이 있었다. 보통 차의 애향은 지리산 남녘이 대부분인데 남원에 차가 있다는 것이 생소하여 찾은 것 같다. 하동, 쌍계사, 대흥사, 강진 백련암 등 야생차가 유명하고 보성다원도 차문화에 일조하고 있지만 남원에 매월당 보련암차를 덖어낸다는 것은 참으로 이외였던 것이다. 그러나 방문 후 내용을 알고 감탄하게 된다. 원래 지리산 운봉을 중심으로 펼쳐진 지리산 자락은 산세가 부드럽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 숱한 고전 소설은 대부분 남원지방을 터전으로 발표되고 애독되며 가무(歌舞)로 만들어져 길고 긴 맥을 지금도 이어오고 있는 중이다. 광한루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춘향전이 그렇고 인월 아영면의 흥부전, 산내면 변강쇠와 옹녀도 남원의 지리산 자락을 배경으로 한다. 어디 그뿐인가! 조선 인 조재위 때 발표된 조위한의 최척전(崔陟傳) 배경도 남원이고 유명한 야담집 어우야담(於于野談)에 쓰인 유몽인 작 홍도 전 역시 남원이 주 배경이다. 그런데 왕정동 기린산에 위치하였던 만복사가 매월당 김시습이 쓴 최초의 한문소설 금오신화 중, 만복 사저 포기(萬福寺樗蒲記)가 바로 왕정동 기린산 만복사가 배경이라는 것이다. 그 만복사 부근 지리 산자락 야생차 밭이 있어 남원에서도 차문화가 있었는데도 제대로 전승되지 못하던 것을 신목 오동섭이라는 약밥꾼의 손에 의하여 매월당 보련암 차로 만들어진다는 것이었다. 신목 선생은 그 취지와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심산에서 채취한 야생 찻 잎으로 장작불을 이용한 가마솥에서 덖는다 - 차에 대하여 개뿔도 몰랐던 내가 차솥을 준비하고 얼마나 좋아하였는지 허허허~~ 아무튼~~
그런 연유가 전부인 나에게 매월당 하동 아낙이라는 이름으로 박스 꾸러미가 도착하였다 스티커가 붙은 면면을 들여다 보고 보아도 발신인은 매월당 보련암 차 신목 오동섭과 주소와 전화번호만 있을 뿐 다른 것은 없었다. 수취인란을 살피자 분명 나의 이름과 주소와 전화번호가 뒤 번호만 지워진 채 적혀 있었다. 신목 오동섭 선생이 보낸 걸까? 검정 사인펜으로 하동 아낙이란 글씨가 있어 신복 선생 부인이 보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책이 쌓여 있는 곳을 뒤적이며 내가 보관하고 있는 매월당 보련암 차 관련 자료를 찾기 시작하였다.
김철성 시인의 시화첩을 보아도
신목 선생이 수많은 시간을 고생하며 올린 억새 초가를 보며 생각해 보아도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무슨 연유인가? 며칠 고민하다 도저히 알 수 없는 일이라면 남원 서매리로 전화해야겠다 결심하고 우선 생각에서 물러 나기로 하였다. 그렇게 며칠 보내고 있는 어느 날 스마트 폰에 연계된 앱에서 문자가 뜬다. 자주 있는 일이라 넘겼다. 그러다 오후 습관대로 스팸이나 부적절한 메일을 정리하려고 노트북을 활용하여 daum으로 접속하여 접근하는 중 안내 문건을 발견하게 된다. 비로소 의문이 풀리기 시작한 것이다 마음 걸음을 재촉하여 달려갔다. 숲으로 가는 *** *** 통나무 집이라는 개인 마음 헛간이 있다. 요즈음은 아주 가끔 길을 잃어버리지 않을 만큼 방문하고 글 또한 일 년 고작 10편 미만으로 올린다. 그곳 봄에 올린 글 아래에 댓글이 달린 것이다.
겨우 내 정적이 쌓여 있던 통나무 집 산막, 다가 온 태양의 빛 영향으로 생기를 찾는 시기는 봄이다. 입춘 절기를 기준으로 겨울은 점점 봄에게 자리를 내주고 자취를 감추게 된다. 겨울은 정적이 감돌고 잿빛이 암울했다. 길고 긴 겨울은 혹독하리 만큼 모든 것이 황량하고 거칠다. 입춘을 넘어 찾아 온 봄 기운은 세상을 바꾸기 시작한다. 새 생명이 그렇게 만들어 가는 것이다. 아름다운 꽃이 피고 새 순이 돋아 빈 가지에 연 두빛이 쌓여가면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를 연출한다. 덩달아 밖으로 나서기를 주저했던 마음도 자연의 빛의 영향으로 열려 오감이 분주해 지는 것도 바로 봄이다. 보고 듣고 기억하면 마음은 할 일을 찾아 분주하게 되는시절도 바로 봄의 경험이다. 봄이 오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통나무 집을 일 년 동안 잘 건사하기 위한 일이다. 봄 마중을 위한 일로서 나무 전지. 잔디 보호와 생 육을 위한 일, 씨를 뿌려 새로운 생명을 부르고 성장 시켜 수확의 조건을 좋게 만드는 일 등 겨울의 흔적을 지우는 일이 바로 봄 맞는 일이다. (중략)
이 글에 다음과 같은 댓글이 달린 것이다.
여전히 잘 계시는지요. 너무 오랜만에 드리는 인사가 송구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꽃이 피면 꽃향기로 바람 불면 바람에 실려 가 닿고 싶었던 마음이었으나, 구차한 삶의 연유인지 마음은 늘 바램으로만 그쳤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가내 두루 평안하시지요. 이 해가 가기 전에 고운 꽃차라도 나누고 싶던 차에 참 예쁜 제다인을 알게 되어 부탁 드렸습니다. 고운 자리 다정한 자리에 맑은 향기로 나누는 정담이시길 바래 봅니다.월요일에 부치신다고 하니 화요일은 댁으로 도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쁘고 고운 차를 고집하였으나 맑고 건강에도 좋은 차를 권하시길래 그리 하였습니다. 그리고 일전에 아침고요수목원에 들렀다 예쁜 다기가 있어 따로이 보내 드립니다. 좋은 것 맑고 고운 것으로 향기나는 삶의 길에 은은한 차 한 잔의 여유로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소식 없이 인사도 없이 많이 서운하시고 씁쓸하셨으리라 생각하니 송구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화평 가운데 거하시길 기원 드립니다 ....아라 올림
아주 많은 시간이 흐른 아는 사람이다. 생각과 행위가 참 詩人이다. 글이 다정하고 조용하며 서정적이고 윤택하다. 마음 형편은 넉넉하고 아름답지만 자신은 늘 작은 사람이다. 그렇다고 불쑥 찾아 나서 만나 정담을 나눌 형편을 챙겨 본 적은 없다. 조각 메모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오 고갈 수 있으니 행복한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마음 걱정하고 있었다. 어느 날인가 책을 보내왔다. 그리고 일상적인 생활 안에서 산책하는 풍경들을 시처럼 보내왔다. 그 틈에 환(患)이 들었다는 메모도 있었다. 나는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아프구나 하며 하얀 종이를 내려 연필로 여러 차례 적었다. 환우(患友)라고 별난 친구나 배반하지 진정한 친구는 모둠는은 것을 알기에 그렇게 적은 것이다. 아픔을 환우라 생각하며 이겨낼 것이라는 생각에 적은 단어다. 그러곤 연락이 끊겼었다.
단박에 답장 같은 글을 올렸다. 사진 선택은 바티칸 광장에 설치된 구유를 선택하였다. 그리고 나의 사진은 초원을 평화롭게 걷는 사진을 선택하여 그 사이에 안부와 반가운 마음을 올린 것이다. 구유를 올린 것은 기도의 성격이고 초원의 사진은 평화를 전하려는 마음에서다.
비로소 궁금함이 풀렸습니다.
석촌 호수 풍경을 전해 주시던 마음을 받은 후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동안
자주 마음은 신천동 부근을 서성이며 안부가 그리웠습니다. 보내 주신 서책을 살피며 안부가 보고 싶었답니다.
그러다 묻어 두곤 하였는데 다시 몇 해전 보내주신 서책 누런 봉투 좌측 상단에 적힌 정갈한 글씨체를 들여 다 보며
여행 중에 모아 두었던 엽서를 찾아 안 부 글을 전하고 묻는 글을 만들다 서랍에 다시 넣은 적도 많았습니다.
어느 날 투정 부리듯 올려놓은 글을 보시곤 답을 주시며 환우가 잠시 들었다는 글을 얼핏 본 것 같아 그것이 가장 두려웠습니다.
그 무렵부터 긴 시간 단절이 지속되면서 마음이 점점 어두웠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렇게 마음의 봄을 주시니 날아갈 것 같습니다. 소식만이라도 한량없는 기쁨인데 곱게 포장된 단지까지 보내주시니
그 안에 담긴 찻물 향은 벌써 마음 가득히 피어오르고 열 구름은 너무나 평화롭습니다. 분명 소식이 감동이고 기쁨인데
찻물 향에 아련한 나의 눈물이 서려 부끄럽습니다.
당혹하게 만들었던 매월당 아낙은 섬진강 너을에 흘려보내고 금샘 가는 길에 언제나 곱게 자리를 지키는
보라빛 작은 꽃을 환한 미소와 기쁨으로 양팔을 벌려 안아봅니다. 그 자리에 지금도 계셔주어 고맙습니다.
마음에 담고 사는 사람이 있어 나는 사람일 수 있고 행복합니다. 총총, 모든 것 다 고맙고 감사합니다.
이제서야 박스 속살을 보게 되었다.
나날이 건강하시고 평화와 생명의 시인으로 거듭 거듭 행복하시기를 소원합니다.
벌써 다른 안부를 기다리며.. 友步가 적습니다. 마음이 환하게 열려 참 좋습니다~~^^
첫댓글 와~정겹네요^^
그렇습니다. 사람 사는데 정겨움이 최고죠. 정겨움! 언제나 들어도 정겹습니다. 추운 겨울 건강하시기를 빕니다.
@An- severino 감사합니다^^
정작 만나지 않아도 마음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친구는 참으로 소중합니다.
네 그런 것 같습니다. 꼭 경치와 같습니다. 갖을 수 없지만 멀리서 바로 보고 오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으니 그런 것 같습니다. 성탄의 기쁨과 은총 안에서 행복하시기를 빕니다. 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