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술력이 기업경쟁력의 요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기술경영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기술요소를 기업경영활동의 보조적 수단이나 외생변수로 받아들였던 기존의 사고에서 벗어나, 자본 및 노동과 마찬가지로 기술요소도 기업의 중요한 자산이며 내생변수로 간주해야 한다는 새로운 사고가 깔려있다. 모든 자산과 내생변수는 그것을 관리해야 하는 수요가 발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기술경영이라는 새로운 연구 및 실무분야가 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필요성과 중요성에 비해 기술경영은 아직 명확한 개념의 정립과 학문적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먼저 기술경영의 개념과 정의에 대한 논의부터 시작하고자 한다. 미국의 Task Force on MOT의 보고서에서는, 기술경영(management of technology: MOT)를 '공학, 과학 및 경영학의 원리를 결합함으로써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기술능력을 기획, 개발 및 운용하는 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MOT라는 용어는 크게 '주체'를 나타내는 organization, '행위'를 나타내는 management, 그리고 그 행위의 '대상'을 나타내는 technology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문제가 되는 것은 기술경영에 있어 행위의 주체, 즉 조직이 민간기업만을 의미하는 것인지 공공부문까지를 포함하는 것인지가 불분명하다. 필자는 민간기업에 국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왜냐하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과 사회적 수익을 우선으로 하는 정부는 기본목적이 상이하고 실제로 정부의 기술관리를 기술정책(technology policy)으로 부르는 현실을 고려할 때 기술경영의 주체는 민간기업으로 좁히는 것이 기술경영의 목적과 원리를 분명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행위를 의미하는 'manage'라는 동사를 우리말로 번역할 때 그것을 '경영'으로 할 것인가 '관리'로 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 논란은 단순한 번역의 차원을 넘어 기술경영의 개념과 범위를 정립하는데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필자는 기술경영이 기술관리보다 포괄적인 상위개념이며 따라서 MOT는 기술경영으로 폭넓게 번역해야 한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경영은 전략적 계획(strategic planning), 관리 및 통제(control) 그리고 평가(evaluation)에 이르는 전주기적 활동을 모두 포함하지만 관리라는 개념은 이 가운데 control 기능만을 가리키므로 기술경영으로 해석해야 보다 광범위한 주제를 신축적으로 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논의는 행위의 대상을 의미하는 technology라는 명사를 무엇으로 볼 것인가 또는 어디까지 볼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전통적으로 기술경영은 연구개발관리(R&D management), 프로젝트관리(project management) 또는 공학경영(engineering management)으로 불리웠다. 이러한 명칭은 기술을 매우 좁은 의미로 해석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근에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견해는 이른바 기술혁신관리(management of innovation)이다. 즉, 기술경영의 대상을 연구개발이나 엔지니어링 활동의 결과는 물론 기업전반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기술혁신을 포괄하는 접근을 취하는 경향이다. 필자는 기술경영이 기술진보, 특히 IT기술의 화산으로 일어나는 다양한 혁신성과를 포함해야 한다고 본다.
다음의 중요한 이슈는 기술경영이라는 교육 및 연구주제를 수행하는 주체가 과연 산업공학이냐 하는 문제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산업공학이 가장 적합한 주체이며 또한 산업공학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 현재 기술경영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대학들을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경영대학이 중심이 되어 경영자를 위한 기술(technology for managers)을 제공하는 형태이다. 둘째는 공과대학이 중심이 되어 공학도를 위한 경영(management for engineers)을 제공하는 형태이다. 필자는 기술경영의 주체는 공과대학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학부과정에서 경영학도나 경영자에게 기술의 기본내용이나 추세를 소개하는 정도는 가능하지만 대학원과정에서 사회과학의 배경을 가진 학생에게 공학기술을 접목시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공학의 배경을 가진 학생이 경영학의 원리와 방법론을 습득하는 것은 가능할 뿐만 아니라 매우 효과적이다. 따라서 공과대학이 중심이 되어야만 기술경영이 본격적이고 전문적인 학문분야로 발전할 수 있다.
그러면 공과대학이 중심이 될 때 반드시 산업공학이 주역이 되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물론 공학분야별로 별개의 프로그램이나 분야를 구성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정보통신분야는 정보통신경영, 자원공학은 자원경영, 건축/토목은 건설경영 하는 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많은 한계를 안고 있거나 그 본질이 왜곡될 위험이 크다. 만일 분야별로 별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현실적으로 교과내용이나 교수진의 측면에서 임계규모(critical mass)를 형성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다분히 특정교수의 개인적 관심에 의해 운영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다른 대안으로 가능한 것은 독립적인 학과나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국내의 몇몇 대학들은 이미 이러한 형태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경우에 운영의 핵심적 주체는 역시 산업공학이 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기술경영이 본질적으로 공학과 경영학의 접목을 추구하기 때문에 성격상 그 연결고리가 되는 공학인 산업공학이 중심에 설 수 밖에 없으며 또한 기술경영의 연구방법론들은 대부분 산업공학의 이론과 기법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기술경영은 산업공학의 내부로 편입되거나 아니면 외부에 있더라도 산업공학의 위성분야로 연결되어야 현실성이 있는 것이다.
마지막 이슈는 기술경영의 구체적인 교육 및 연구내용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 문제이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도 기술이 경영의 대상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합의를 이루고 있으나 교육의 내용이나 방식에 대한 보편적인 해답을 도출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 이유로는 몇 가지를 들 수 있다. 우선 기술경영의 내용이 매우 광범위하며 동시에 구성요소들간의 이질성이 높다. 이와 함께 기술이라는 관리대상이 갖는 무형자산적 속성도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된다. 또한 학제적(inter-disciplinary) 성격을 띠고 있는 점도 장애요인이다. 더구나 기술혁신의 과정과 양상은 산업마다 또한 기업마다 상이하기 때문에 기술경영의 체계를 일반화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한계와 문제를 토대로 기술경영의 교육 및 연구주제를 체계화하는 몇 가지 접근방법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시스템적 접근이 가능하다. 이는 구성요소들의 기능이나 성격에 따라 기술경영의 전체적인 구조를 파악하는 접근이다. 예를 들어 Shariff의 제안처럼 기술요소, 인력요소, 정보요소 및 조직요소로 나누거나, Rosenbloom과 같이 외부환경, 조직 및 프로젝트로 나눈 후 각 요소에 관한 기술경영의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는 접근이다. 다음으로는 과정적 접근을 들 수 있다. 기술경영을 조직 내에서 이루어지는 동태적인 과정으로 파악하여 기초연구, 설계 및 개발, 상업화, 판매 및 유통 등의 단계로 나눌 수도 있고, 기술혁신의 수명주기를 선택과정, 창출과정, 확산과정 등의 몇 단계로 나눈 후 각 단계의 기술혁신의 특성, 시장형태, 경쟁요소, 경영과제 등을 차별적으로 분석하는 접근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선택과정에는 기술경영의 기획 및 평가와 기술대안의 사전평가 및 선정 등이 포함되며 창출과정은 기술활동의 관리 및 통제와 기술성과의 사후평가 등으로 구성되고 확산과정은 신기술의 활용 및 기존기술의 점진적 개선 등이 그 내용이 될 것이다. 부문단계에 의한 체계화도 가능하다. 이는 기술경영을 연구개발부문, 디자인부문, 엔지니어링부문, 생산부문, 마케팅부문 등의 기업조직 부문별로 나누어 각 부문별로 기술경영의 세부주제를 제시하는 접근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경영학의 주요 분야를 깊이 있게 다룰 수는 없기 때문에 가능하면 경영대학에서 관련과목들을 보완적으로 수강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기술경영은 응용학문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선수과목들을 수강한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3학년말 내지 4학년 수준에서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에서 제시한 접근들을 토대로 학부과정의 교과내용을 포괄적으로 구성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으나 대학원 이후의 과정은 시의성이 높은 주제를 선택하여 구체적이고 심층적인 방식으로 운영할 수 밖에 없다. 필자의 경우 현재 대학원 연구실에서 국가혁신시스템의 거시모형 분석, 민간기업의 기술혁신성과 분석, 연구개발 지식경영시스템의 설계를 위한 분석기법과 시스템의 개발, 벤처기업의 기술경영 컨설팅, on-line 비즈니스 모델의 설계와 수익성 평가, 기술가치 평가, 특허정보의 분석과 특허지도의 개발, 등 광범위한 스펙트럼의 연구주제를 다루고 있다. 연구방법筠?다변량통계, 경영과학적 기법, 시스템 다이나믹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등 산업공학의 다양한 기법들을 포괄하며 동시에 프리젠테이션 방법, 인터뷰 및 설문조사 방법 등 실무적 기법들도 강조하고 있다.
아직 기술경영이 산업공학에서 든든한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평가할 수는 없지만 지난 몇 년간의 실험은 성공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산업공학 분야의 국내외 학회에서도 기술경영이 독립적인 분야로 자리잡고 있고 이에 상응하여 연구성과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산업공학계 내에서 기술경영의 편입을 통해 산업공학의 미래를 새롭게 개척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현상은 매우 고무적이다. 멀지 않은 장래에 많은 대학의 산업공학과에서 기술경영을 전문분야로 설치하고, 또한 많은 기업들이 기술경영을 전공한 전문인력을 필요로 하는 때가 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