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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과 소화불량
*범례: 금체질(금양·금음)=태양인, 토체질(토양·토음)=소양인, 목체질(목양·목음)=태음인, 수체질(수양·수음)=소음인
캠핑 갔을 때 우리 캠퍼들이 겪을 수 있는 건강상의 문제 중에 가장 흔한 것이 바로 소화 장애이다. 아무래도 캠핑이란 게 집이 아닌, 노천에서 천막치고 사는 유목생활과 다를 바 없는 생활인지라 먹을거리의 안전성이 집보다는 열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만 갈아먹어도 당장 배탈이 나거나, 타지에 갈라치면 꼭 과민성대장증세가 도져 화장실을 수도 없이 들락날락하는 고통을 감내할 수 없어 아예 여행을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 소화의 문제는 이렇듯 특정인에게는 자못 심각한 장애가 아닐 수 없다.
인간이 걸리는 가장 흔한 질병 가운데 하나인 이 소화 장애는 모든 체질에 다 나타난다. 특히 육식이나 기름진 음식을 잘 소화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저는 소음인이에요. 항상 소화가 안 돼 고생하거든요!”
사람들이 소화와 관련하여 체질에 대해 가장 잘 오해하는 말 중의 하나이다. 소화가 안 되면 위가 약하다고 생각하고, 위가 약하니 소음인이라는 것이다. 소음인은 8체질에서 수양 또는 수음체질, 즉 수체질에 해당되는 체질로, 신대비소(腎大脾小), 즉 신이 세고 비가 약한 장부구조를 가진다(여기서 신은 신장을 말하며, 방광을 포괄한 비뇨생식기를 의미하고, 비는 현대적인 의학술어로 췌장을 말하며, 위를 포괄한 소화계를 전반을 의미한다. 흔히 비·위라고 할 때의 비가 바로 이것이다).
하지만 수체질 중에 소화가 잘 될 때는 소음인의 이미지와 전혀 동떨어지게 행동하는 사람도 있다. 걸신들린 것처럼 왼 종일 먹을거릴 찾아 헤매고, “과식을 자꾸 하는 바람에 살이 자꾸 찐다”고 불평을 털어놓기도 한다. 심지어는 폭식증(bullemia nervosa)에 걸린 사람까지 있다. 이것은 통제불능의 섭식장애로, 자신이 감당하기에 불가능할 정도로 엄청나게 음식을 섭취하고, 곧 과식했다는 죄책감에 고의로 구토하거나, 혹은 이뇨제, 하제를 남용하거나, 아니면 과도한 운동을 일삼는 정신병의 하나이다.
수체질이 이렇게 먹는 것을 밝히고, 심지어 폭식증까지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나도 임상에서 이런 사례를 실제 만나기 전까지는 전혀 예상도 못했다. 체질에 관해 떠도는 얘기들 중에 많은 부분이 잘못된 선입견을 양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체질에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증상이나 특징을 그 체질에만 있는 것으로 착각하게 하는 것이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바로 수체질이 항상 소화 장애에 시달린다는 설이다.
수체질은 차가운 음식이나 기름진 음식, 과식이 특히 소화 장애를 일으킬 수 있고, 돼지고기나 생선, 해물, 생선회, 밀가루음식, 배추, 양배추, 수박, 참외, 감 등도 역시 동일한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 하지만 대개의 수체질은 이런 음식을 별 탈 없이 잘 먹고 또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 소화기가 나빠지기 전까진 이런 음식에 소화 장애를 일으키는 사람은 일부일 뿐이다.
물론 병든 수체질이나 혹은 애초부터 소화기를 매우 불안하게 타고난 수체질은 흔히 알려진 소음인의 전반적인 특징, 즉 고질적인 소화불량의 문제를 항상 안고 사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심한 소화불량에 시달릴 때는 뭘 먹어도 다 체하다시피 한다(물만 먹어도 체할 정도다). 먹는 음식의 양도 놀라울 정도로 적으며, 차가운 음식을 매우 싫어하고, 찬 것을 먹었다 하면 배탈이 잘 난다.
금체질도 소화 장애로 항상 골몰하는 체질의 하나이다. 수체질도 그렇지만 금체질의 경우는 특히 고기나 기름진 음식, 우유, 그리고 밀가루음식에 소화 장애를 잘 일으킨다. 그렇다고 모든 금체질이 다 그런 것은 물론 아니다.
“원장님이 금양체질이라고 해서 그런가 보다 생각하지만, 저는 사실 여태껏 뭘 먹고 소화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내 한의원에 와서 금양체질로 진단받은 50대 남자 환자의 말이다. 이 사람은 공교롭게도 다른 한의원에서 목음체질로 진단받아 거의 6개월을 육식과 분식만으로 점철된 식사를 한 사람이었다. 자신의 체질과 완전 반대의 식생활을 해왔는데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대변은 어떠세요?” 내가 물었다.
“아, 그 얘기를 안 했구나! 대변을 하루에 몇 번씩 보고, 대변이 항상 물러서 변기에서 잘 풀어져요.” 사실 이런 것도 소화 장애의 일종인데, 사람들은 이런 경우는 소화와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단지 장이 약하다고만 생각하는 것이다. 이 사람은 고혈압 때문에 내 한의원에 왔었다.
“전에 다른 데서 진단받은 대로 목음체질로 열심히 음식 지키고 운동도 꾸준히 했는데 혈압이 전혀 안 떨어지고 오히려 오르는 거예요. 이상하다 싶어 선생님 책을 읽고 이렇게 찾아오게 됐습니다.” 아마 이 사람이 외형상 살이 좀 찌고, 몸에 큰 문제가 없으면서 대변을 자주 본다는 말에 목음체질로 진단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체질을 세밀하게 진단한 결과 그의 체질은 금양이었다.
“금양체질입니다!” 내가 이렇게 진단결과를 말하자 그는 실소를 하며 한동안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보였다.
“그렇담 완전히 반대로 식생활을 한 거네요. 어떻게 그렇게 할 수가 있죠?”
사람들은 체질진단 시 짚는 ‘체질맥’이란 게 각 체질 별로 선명하게 구분이 잘 되어 헷갈릴 게 없는, 정확한 진단술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맥을 짚는 손가락 운용의 미묘한 차이로 그 맥의 느낌이 아주 다르게 짚이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체질맥으로 정확하게 체질을 진단할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하려면 어림잡아도 10년, 20년은 쉴 새 없이 갈고 닦아야 한다. 실로 지난한 수련을 요하는 진단법이 체질맥진인 것이다. 나는 체질맥의 이러한 난점을 보완하는 나름의 체질진단법을 고안하여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나는 이러한 문제점을 잘 설명하여 그를 납득시켰다. 이어 금양 체질식을 철저히 지키도록 조언하고 고혈압에 관한 체질침과 체질약으로 치료를 시작했다. 대략 2주 정도 치료를 하자 그의 혈압은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고, 1달쯤 되자 혈압이 충분히 낮아져 거의 정상의 수준으로 돌아왔다. 몇 달이 지난 지금은 120/80대의 완전 표준적 혈압에 다다라, 요즘 그는 싱글벙글 만면에 웃음꽃이 폈다.
한번은 그가 한의원에 와서 이렇게 말했다.
“체질식을 하고 나서 이상한 게 있어요. 전엔 고기나 밀가루음식, 아무리 많이 먹어도 문제없었는데, 요즘엔 조금만 먹어도 금방 탈이 나요. 왜 그러죠?”
이 사람이 한 말은, 체질식을 하고 나서 몸이 원래의 체질을 회복하여 정상화 된 사람의 전형적인 표현이다. 사실은 체질에 맞지 않은 음식을 먹으면 그렇게 거부반응이 확실하게 나야 했던 것이다. 이는 몸에 해로운 독을 결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몸의 자연스런 방어기제의 발현인 것이다. 따라서 이는 이상반응이 아니라 아주 좋은 정상반응이다.
“그건 몸이 아주 순수한 상태로 바뀌었다는 것을 말해요. 명경지수처럼 맑아졌다는 거죠. 전엔 말하자면 몸이 심하게 오염된 더러운 물 같았죠. 그런 상태에다 오염물질 더해봐야 아무 표가 안 났던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아주 깨끗한 1급수가 된 거죠. 조금만 더러운 물질이 더해져도 금방 표가 나요.”
이런 것만 봐도 우리가 체질을 모르는 상태에서 평소 해로운 음식들을 얼마나 많이 먹고 사는지 바로 알 수가 있다.
“아, 그렇군요! 그럼 해로운 음식 먹고 탈이 나는 건 오히려 좋은 거네요.”
“그렇습니다. 선생님께서 제가 말씀 드린 대로 열심히 체질식을 지키고 치료를 잘 받은 결괍니다.”
“이 사람 정말 지독해요! 원장님이 해롭다고 하신 음식은 눈곱만큼도 입에 안 댄다니까요! 너무 그래도 좋지 않죠, 원장님?” 그와 항상 같이 내원해 내게 두통 치료를 받고 있는 그의 아내가 그간 고충을 하소연하듯 웃으며 내게 말했다. 내게 지원사격을 바라는 것이다. 물론 나는 그 바람을 매몰차게 저버릴 수 없었다.
“힘드시더라도 치료가 잘 되려면 우선은 체질식을 엄격히 지키는 게 필요합니다. 몸이 나아지면 다른 것을 간혹 먹는 거야 괜찮겠지만요.”
그는 몸이 크게 좋아졌지만 여전히 체질식은 철저히 지킨다고 한다. 그에겐 건강보다 우선하는 가치는 거의 없는 것이다. 부부는 며칠 전에 와서는 아예 사는 집을 내 한의원이 있는 신천역 근처로 옮겼다고 했다. 평생 건강지킴이로 내 한의원을 택한 것이다.
“원장님, 병원 다른 데로 옮기시면 안 됩니다!”
어쩌나! 나는 이제 ‘거주이전의 자유’도 잃게 됐다.
토체질도 소화 장애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
“토체질이라면 비․위가 가장 강한 체질인데 어떻게 소화가 잘 안 될 수 있죠?”
이런 질문 참 많이 듣는다. 그때마다 설명하는 나도 참 곤욕스럽다. 이해시키기가 정말 힘들기 때문이다.
“체질에서 강한 장기라고 해서 그것에 꼭 병이 생기지 않는다는 말은 아닙니다. 강한 것이건 약한 것이건 치우쳤다는 점에서는 둘 다 동일한 것입니다. 문제는 너무 지나치지 않게 적절한 범위 내에서 잘 조절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게 실패하면 약한 장기건 강한 장기건 다 병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약한 장기에 병이 발생하면 그건 ‘저하증’이라고 할 수 있고, 강한 장기에 병이 발생하면 그건 ‘항진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위가 약하게 타고난 수체질의 위에 병이 생긴다면 그것은 ‘위기능저하증’이라고 할 수 있고, 위가 강하게 타고난 토체질의 위에 병이 생긴다면 그것은 ‘위기능항진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양의에서 말하는 갑상선기능저하증이나 갑상선기능항진증과 같은 겁니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은 갑상선 기능이 너무 약해진 것이고, 갑상선기능항진증은 갑상선 기능이 너무 지나치게 강화된 거잖아요. 강한 거든 약한 거든 너무 지나치면 이렇게 다 병이 될 수 있어요.”
토체질은 기본적으로 비·위를 강하게 타고나기 때문에 소화에 강한 면을 타고나지만, 식습관이 잘못 되거나 지나친 스트레스에 장기간 노출된 경우 역시 소화기가 많이 나빠질 수 있다. 심한 경우 조금만 과식하거나 신경을 써도 바로 체하고, 거의 아무 것도 맘 놓고 먹을 수가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기도 한다. 이럴 경우 워낙 소화가 잘 안 되기 때문에 자신이 토체질일 거라는 생각은 꿈에도 못하고, 오히려 반대 체질인 수체질(소음인)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토체질의 이러한 위장질환은 사실은 위가 약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위가 너무 강해서 생기는, 위기능항진증인 것이다.
이처럼 토체질은 비·위를 강하게 타고나기 때문에 한국음식의 특징인 매운 음식이 매우 해롭다. 고추, 후추, 겨자, 카레 등이 죄다 해로운데, 그 중에서도 특히 고추가 해롭다. 그리고 우리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닭고기나 감자, 김, 미역, 사과, 오렌지, 귤, 토마토, 인삼, 홍삼 등도 역시 해롭다. 토체질이 이런 것들을 평소 자주 섭취하면 결국 소화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지금 당장 소화에 아무 문제가 없더라도 장기적으로 가면 역시 다른 내외과적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많으므로, 토체질이라면 이런 해로운 음식은 가능한 한 피하는 것이 좋다.
목체질은 현재와 같은 식생활 패턴, 즉 육식, 분식, 유제품 위주의 식생활이 주류인 조건에서는 가장 유리한 체질이다. 이들 음식이 대부분 이 체질에 맞기 때문이다. 이런 식생활은 서구적 음식문화가 유입되면서 우리에게도 지배적인 것이 되었다. 이는 서양인의 많은 수가 목체질에 해당될 수 있다는 유력한 방증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다르다. 삼면이 바다인 지리적 여건 상 농경과 어로를 기반으로 한 음식문화가 주된 자리를 차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연히 곡식이나 채소, 생선, 해물이 식단의 주류가 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러한 식문화는 목체질과는 잘 맞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목체질은 우리나라 사람들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체질은 아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목체질은 대개 북방민족 계열의 조상으로부터 유래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말하자면 몽고족이나 여진족과 유사한 계열의 유목민족이 유입된 것이란 말이다. 이들은 주로 고기, 우유, 치즈 등을 주식으로 하므로 목체질의 전형적 식생활을 영위한다고 할 수 있다(이동 중에 신속하게 먹기 위해 개발한 고기요리인 샤브샤브나, 가죽 자루에 우유를 넣어 말에 매달고 다니면서 자연 발효시킨 치즈가 기억난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징기스칸의 몽고족이 전 세계를 정복했던 기동력과 파워가 이런 목체질적 식습관에서 유래했을 것이다. 육식은 단위 무게당 가장 고칼로리의 식품이 아니던가. 100킬로그램이 넘는 거한을 육중한 기중기처럼 뽑아 올려 모래판에 냅다 메다꽂는 천하장사 이만기나, 웬만한 사람 허리둘레를 능가하는 허벅지의 소유자로 시속 150킬로미터를 넘나드는 구속을 자랑하는 코리안특급 박찬호와 같은, 기골이 장대한 목체질 계열의 사람이 몽고족에는 즐비했을 것이다. 이런 거한들이 거센 말을 타고 다니면서 무시무시한 망나니 칼을 휘저으며 질풍노도처럼 다가올 때 그 공포감이 얼마나 컸을까? 옐로우 테러! 콧대 높은 유럽인들도 속수무책으로 벌벌 떨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물론 이런 목체질이라고 해서 소화 장애가 없는 것은 아니다(소화는 체질의 문제가 아니라 개개인의 평소 섭생과 관련된 개인적인 문제이다). 배추나 상추, 양배추 등 잎채소나 생선, 해물을 자주 즐기는 식습관을 가진 목체질에게 특히 많다. 이것은 요즘 영양학자나 의료계에서 건강 상담 시 거의 예외 없이 추천하는 식생활 패턴이므로 체질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잘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습게도 목체질은 오히려 이런 소프트한 음식을 먹고 소화 장애나 기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인간의 질병은 항상 그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한다. 요즘 매스컴에서 이구동성으로 채식과 생선, 해물을 추천하는 것은 평소 사람들이 이런 음식들을 잘 섭취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로 육식이나 분식, 유제품을 더 많이 섭취한다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에게 소화불량이나 기타 내외과적인 중대 문제가 자꾸 발생하면 보건의료계의 학자나 의사들은 그 원인으로 음식을 맨 먼저 떠올리기 십상이다. 그럴 경우 당연히 당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섭취하는 음식들이 용의선상에 오른다. 마침내 이 음식들에 대한 실험실이나 임상에서의 연구가 크게 증가하고, 그로 인한 질병이나 부작용 사례가 봇물 터지듯 보고된다. 그래서 이들 음식을 속죄양으로 삼기 위한 광란의 의식이 시작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한 혐의를 뒤집어 쓴 것이 바로 육식. 마침내 마녀사냥이 시작됐다.
“우리를 죽음의 구렁텅이로 내모는 육식은 물러가라! 물러가라! 물러가라!”
육식은 동맥경화, 고혈압, 심장병, 중풍, 비만, 당뇨, 암 등, 거의 모든 만성병의 원흉이 되었다. 가엾은 육식의 대표인 소와 돼지는 두꺼운 오랏줄에 묶여 열린 광장에서 뭇사람들에게 돌팔매를 맞고, 십자가에 못 박힌 채 형장으로 끌려가 긴 창에 찔려 장렬한 죽음을 맞이한다.
육식이 크게 문제가 되는 체질은 금체질에 국한된다. 다른 체질에겐 일부 육식만 문제를 일으킬 뿐 전적으로 해로운 것은 아니다. 토체질은 닭고기가 특히 문제고, 수체질은 돼지고기가 특히 문제다. 이렇게 일부 체질에게만 일어날 수 있는 지엽의 문제인데, 엉뚱하게도 모든 사람들에게 육식을 하지마라고 핏대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광풍 속에서도 당연히 희비는 엇갈린다. 육식 마녀사냥 속에 금체질은 운 좋게 가장 수혜를 보고 있는 것이다. 육식이 가장 좋은 체질인 목체질은 멋모르고 있다 돌을 맞고 졸지에 피를 본다. 질병도 이렇게 한갓 패션(fashion)인 것이다.
요점
인간에게 소화 장애를 일으키는 대표적 음식을 들라면 육식과 기름진 음식, 분식을 들 수 있다. 그 중 육식이나 기름진 음식에 대한 부작용은 금양·금음체질에 가장 많고, 다음으로 수양, 토음, 토양체질 순이다. 목양·목음체질은 육류나 기름진 음식이 잘 맞으므로 이에 소화 장애를 일으키는 경우는 별로 없다. 하지만 이런 음식들이 맞는 체질이라도 소화를 잘 시키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맞지 않은 체질이라도 소화에 문제가 없는 사람도 있다. 이런 예외적 상황을 항상 염두에 둬야 에러를 범하지 않고 정확한 체질진단을 할 수 있는 것이다(체질진단이 어려운 것은 이렇게 예외 상황이 많기 때문이다. 음식뿐만 아니라 체형, 생리적·병리적 특징 등 모든 것이 그렇다).
밀가루음식에 대한 소화 장애 역시 매우 많다. 금양·금음체질에 가장 많고, 다음으로는 수양·수음체질에 많다. 토양·토음체질은 대체로 밀가루음식에 탈이 없으나, 간혹 탈을 일으키는 사람도 있다. 목양·목음체질은 밀가루음식이 가장 잘 맞는 체질이다. 빵이건 면이건, 대부분 소화에 문제가 없고, 또 대개는 이런 음식을 무척이나 좋아한다(드물게 싫어하거나 소화가 잘 안 된다는 사람도 있다).
참고로 각 체질의 소화 장애에 응급으로 쓸 수 있는 약재들을 몇 가지 소개한다. 캠핑 갈 적에 가지고 가면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이다. 금체질에는 매실이 좋고, 토체질에는 산초나 맥아(엿기름)가 좋으며, 목체질에는 나복자(무씨)나 산사가, 그리고 수체질에는 매실이나 산사가 좋다.
소화와 관련해서 확실한 건 모든 체질이 다 소화 장애의 문제를 안고 산다는 것이다. 물론 평소에 체질에 맞는 음식보단 해로운 음식을 상대적으로 많이 섭취했을 때 그럴 확률이 높다. 거듭 말하지만 자기 체질에 해로운 음식을 먹는다고 당장에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부작용을 일으키고 어떤 사람은 일으키지 않는다. 하지만 해로운 음식을 자제하지 않고 계속 먹는다면 결국 그 독이 체내에 차곡차곡 누적되어 소화 장애나 그 밖의 다양한 종류의 중한 내과적 또는 외과적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심장병이나 뇌졸중, 그리고 암과 같은 질환은 다 그런 연유로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니 체질식을 지키지 않을 수 있겠는가!(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