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의 눈.물

[JEFF hardy]

어수의 눈.물


서기 53년, 모본왕 재위 6년 11월 겨울 되던 해 두노가 왕을 죽이고 그 공으로 평병성의 욕살이 되어 조정
에서 멀리 떠나게 된다.


제 1장 - 작은 용의 꿈
[모본왕 재위 5년. 어수의 나이 6세 되던 해 고구려는 작은 혼란기에 접어들었다]
[고구려의 서부, 과거 졸본 부여의 귀족이었던 연나부인들이 사는 곳이다. 어수와 그의 어머니 송과 삼촌 부
여석은 고구려 왕족 재사의 외가짓 가족으로서 수도의 큰 저택에서 살게 된다.]
어수 "에잇.."

[어수가 한 아이를 두들겨 패고 나머지 아이들은 욕을 하며 도망간다. 어수는 혼자 쓸쓸히 집안으로 들어온
다]
부여석 "어수야... 또..."
재사 "이 녀석이!!"
어수 "전 잘못한게 없습니다"
재사 "어허 이놈! 잘못을 빌지 않을 셈이냐?"
어수 "제가 부여인이라며 돌을 던지고 아버님의 욕까지 했습니다!"
재사 "그래서, 그래서!"
부여석 "매형. 그만 두세요. 어린 아이 잖습니까"
재사 "어리기에 이러는 거네! 저따위 버릇을 가지고 나중에 조정에서 무슨 일을 하겠느냐!"
부여석 "매형...."

[자리를 피하는 재사]
부여석 "(매형... 매형의 상심이 누구보다 크시단건 제가 잘 압니다)"

[과거 십수년 전의 재사는 원래 이름이 용이었다. 부여의 국경을 공격해 포로를 잡아서 성으로 돌아가는 중]
용 "안됐구만. 여자의 몸으로 저런 행군을 하다니"
장수1 "하하하 그럴거 없소. 몽땅 내가 데려가 여종으로 편안하게 해줄 셈이요. 하하하"
용 "(거만한 녀석)"
장수1 "그나저나 대장군께선 언제까지 이런 곳에 머무를 셈이요? 직책에 맞지 않는 작은 성에서 말이요"
용 "근처 노장군들에게 하직을 올린 후 포로들에게 늑표나 받아 조정에 가져갈까 생각하는데 어떻소?"
장수1 "느.느... 늑표라뇨? 하하하"

[눈짓을 보내는 장수]
장수1 "하하하... (늑표라니...)"
용 "뭐냐!!"

[갑자기 날아드는 화살들]
용 "의정!! 네가 이끄는 부대가 군대의 퇴로를 제대로 잡지 않아 습격을 받게 되었다!! 여죄는 차차 묻을 테니
일군으로 네 죄를 가볍게 하라!!"
의정 "아.. 알겠습니다 대장군."
용 "구멍이 많아 적이 노리기 쉬웠군."

[장수1이 군대를 독촉한다]
장수1 "포로들은 즉각 풀어주고 도망갔다 돌아온 병사는 장찬하는 자로 여겨 목을 베라! 부장!"
부장 "옛!"
용 "포굴!"
포굴 "예 장군"
용 "포로들이 우왕좌왕 갈길을 못 찾고 있다. 우리나라로 투항할 자들만 추려내 경중으로 데려가 이후의 일을
논하도록 하자"

[잠시 후 의정의 병사가 온다]
병사 "대장군! 의정 장군께서 목숨을 잃으셨습니다!"
용 "네가 직접 시신을 수습해 포굴이 추려낸 부여인 포로들에게 보관하게 하라. 그리고 내가 군을 움직이겠
다"

[전투 후 한 부여여인을 사랑하게된 용]
용 "아버님. 부여인과 결혼하지 말라는 통규..."
재사 "닥쳐라 이놈!! 네가 우리 집안의 개혼을 개보다도 못한 여자랑 하겠다는 거냐!! 부여인과 혼을 하지 말
라는 통규는 추모왕께서 맨 처음 나라를 세우시고 이룬 법이다. 니 아비인 내가 조정의 상가로서 큰 직책을
맞아 네가 부사가 되어 태왕을 보필하는 자로 국법을 어기면서 까지 이렇게 해야겠느냐? 네게 청계라도 씌워
진 게냐?"
용 "왕족이 아닌 고구려의 장수로서 고구려에 청납하며 피명을 받아 들며 험한 벼룻길이라도 넘으며 아버지께
용서를 빌겠습니다"
재사 "이... 이 무슨 일이냔 말이다. 네 조부께서 네가 부사가 되길 한사코 반대한 이유를 이제야 알겠구나."
용 "도리에 부당한 일을 하지 않으며 벽설을 난무하지 않으며 장수로서 일임하겠습니다"

[6년 후 아버지 재사의 장례상]
용 "형님.."
고영 "용아. 아버님이 네 걱정을 얼마나 많이 했는 줄 아느냐."
용 "면목없습니다"
고영 "통규를 거스른 죄인을 둔 관료는 필요없다며 아버님께서 처려근지로 나서실 때도 너에겐 한사코 알리지
말라 하셨다."
용 "네?"

[더 큰 눈물을 흘리는 용]
고영 "그 아이 구나"

[어수를 바라보는 고영]
용 "예. 어수입니다."
형수 "막내 도련님은 지결에 걸렸습니다. 뭐가 그리 한스러운지..."
고영 "어허.."
형수 "지가 만도 못한 돈으로 살 수 있는게 부여출신 하녀입니다. 도련님."
고영 "그만두지 못하겠나!"

[하객들이 쳐다보고 형수는 슬픔의 눈물을 흘린다]
형수 "증호와 민지를 느끼면서 민울과 민원을 우리 집안에 느끼게 하는건 무슨 이윱니까!!"
고영 "나가자. 나가자..."
형수 "이 말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도련님. 아버님의 여흔이 없어지기 전엔 다시는 이 집에 발을 들여놓지 마
십시오. 만약 그렇게 하신다면 도련님은 타문의 사람으로 여길 것입니다."
동생 고병 "쿨럭... 둘째 형님."
고영 "병아.."
고병 "지금 사거를 하지 않으면 기회가 없겠군요. 나와 아버님이 이리 된 건 형님 탓입니다. 전장터에선 사계
를 펼쳐 백전백승을 이룬 형님이지만 .... 이건 아닙니다. 통규를 어기면서 이리 할 이유는 없지 않으셨습니까.
떠나십시오. 제가 죽고 제 여흔도 사라지거든 오십시오. 그전에 온다면 형님을 용서하지 못할 겁니다"
형수 "당장 떠나세요. 내 눈물이 멈추기 전에 떠나세요!!"
용 "죄송합니다. 형수님"

[결국 쫓겨나는 용. 그 뒤를 형인 고영이 따라 간다]
고영 "미안하구나. 네 형수도 애잔한 마음이 가시면 널 용서할 거다."
용 "．．．"
고영 "어수라 했나?"

[어수를 안고 사주를 묻는 고영]
고영 "그래.. 다 적었겠지? 나중에 와서 자네 아이의 사주를 보게. 그리고 이건 아버님의 유언이다. 형수가 태
우려는걸 내가 기어코 지켰다."
용 "형님, 어째서 회언을 하지 않습니까"
고영 "아버님은 네가 잘못한 것이 없다고 말씀하셨어. 아버님이 그러셨다. 아버님이.."
용 "형님..."

[눈물을 참지 못하고 계속 흘리는 용]
송 "여보..."
용 "어수야... 어수야..."

[허름한 집으로 돌아온 부부]
송 "아버님께서 주셨다는 유언장을 보세요"
용 "내게 자격이 있는 걸까?"
송 "백흑지변의 일이 아니 잖습니까"
용 "후우..."

[유언장을 보는 용]
용 "사람은 바람과 같다. 이 말을 새기거라. 그리고 네가 재사 두 글자를 이어 너의 이름으로 삼거라. 내가 바
람이 되어 널 쉽게 찾을 수 있게 말이다. 너와 네 형제들, 그리고 너의 아내와 형수 모두 사랑하거라. 그게 너
의 효도다. 단지 네 동생의 상변례를 보지 못하고 귀신이 되어 보는게 아쉽다. 네 동생이 상변례를 하는 날
네가 직접 나의 무덤으로 찾아와 음식과 술을 올리고 하룻 밤 자고 가야 한다."

[현재로 돌아온다]
부여석 "어수야!"
어수 "훌쩍훌쩍.. 네.. 삼촌"
부여석 "어머니에게 가자"
어수 "...네.."

[멀리서 지켜보던 재사]
재사 "후우... 어수야. 견디지 못한다면 네가 장성해서 살 길이 없다. 미안하구나. 아들아"

[모본왕 6년 되던 해 겨울. 모본왕은 사사로이 전장터에 나간 두로의 아내인 첩 풍씨와 관계를 가졌고 모본왕
이 눈치채지 못하게 왕이 머물던 곳으로 가 칼로 찔러 죽였다. 이일이 있은 후 5부는 부여와의 국경지대인 평
병성의 욕살로서 두로를 임명하고 조정을 수습한다.]
[고구려 중앙 귀족 중 왕족이자 나이가 제일 많은 고언중의 저택]
고언중 "흠... 태왕이 죽었다."
고복장 "그리하면 아버님께서 태왕이 되셔야 지요"
고언중의 선인 한안 "하하. 굳이 그러실 필욘 없습니다. 패자께서 태왕이 되시고 싶진 않으십니까?"
고복장 "무슨 말인가!"
고언중 "한안. 말을 그치게"
한안 "예. 상가어른"
고언중 "태왕이... 태왕이 된다하면 부귀영화를 누릴 수야 있겠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선왕이 6년만에 죽
었다. 민중왕은 5년만에 죽고, 부귀영화가 아니라 초애에 오른 것이지 두 사람은 말이야. 그럼 내가 그 초애
에 다시 올라야 하겠느냐?"
고복장 "아.. 그렇다면!"
고언중 "그래그래. 부귀영화는 태왕이 아니어도 누릴 수 있다. 한안. 내가 원하는 인물을 알겠나?"
한안 "재사의 아들 어수말이군요"
고언중 "하하하"
한안 "다만 부여사람 피가 섞인게.."
고언중 "문제 없다. 섭정을 그 여자가 할 것이고 그리하면 조정의 민심은 사라질 것. 그때 내가 왕위에 올라
민심을 수습한다면 더 큰 복을 얻게 되는 것이다.
한안 "상가 어른께선 왕족의 최고 위치에 계신 분이시고 3보의 아래라곤 하지만 왕족은 왕족. 거기에다 어수
라면 같은 집안의 할아버지에게 기댈 것입니다. 그리하면 자연히 자네 고복장과 상가 어른은 이후의 태왕이
되는 것이고 고복장 자네의 아들도 태왕이 되는 것이다."
고복장 "한안! 저희 집안의 뿌리가 다시 만들어지는 기분입니다"
고언중 "복장아."
고복장 "네."
고언중 "회의를 해야겠다."

[5부 회의가 왕이 살해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시작된다]
진구경 "상가 어른께서 납시었습니다"
대신들 "상가어른."

[자리에 앉는 고언중]
고언중 "내 왕족의 몸으로서 산지도 이제 60년이 다 되어 가지만 태왕이 신하에게 찔려 죽는 사건은 처음이
요. 하지만 태왕이 불초해 정치가 어지럽고 백성들은 굶주리며 나라를 원망하니 어찌 두로에게 죄를 묻겠는
가. 오히려 두로에게 새 관직을 주어 조정에서 멀리 떨어뜨려 놓는 편이 가장 나을 듯 싶소. 부여와의 국경지
인 평병성의 욕살로 보내어 평생 이곳으로 들이지 말도록 할 것일세. 이 자리에서 다음 태왕을 정해야 할 듯
싶구려."
백전 "태왕을 살해한 불충한 자입니다."
설유 "어허, 그 일은 태왕이 세워지고 난 후에 결정할 일일 것이네."
고언중 "그리하면 누가 태왕의 위에 오르는 것이 좋겠는지 내 왕족의 대표로서 듣겠네"
하소 "해루가 아들 없이 죽었다지만 후궁에게서 얻은 아들..."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대무신왕의 왕비 송씨 부인]
대신 "태왕후 마마"
태왕후 "흥. 고언중. 이때를 오래 기다렸겠소"
고언중 "기다리다뇨. 가당치도 않사옵니다"

[자리에 앉는 태왕후]
태왕후 "내 아들인 해루가 두로에게 죽임을 당했으니 두로는 삼족을 멸해..."
설유 "마마. 선왕께서 정치를 잘못하여 백성은 굶고 지쳤습니다. 두로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것 뿐이라
사료되옵니다"
태왕후 "이런! 발칙한... 정치를 잘못하여 백성들이 굶고 지쳤으면 대신들이 그를 바로 잡고 굶는 백성에게 양
곡을 베풀어야 하지 않느냐. 허허. 정치를 잘못했다 죽인게 정당하다면 죽지 않은 자들의 신하는 모두 죄인이
란 말이냐. 설유 네가 두로를 대신했을지도 모르겠구나"
고언중 "태왕후마마. 어쨌든 선왕에게 서자가 있다지만 어디까지나 서자일 뿐 왕족의 정식 아들은 아닙니다.
그러나 왕족의 아들로서 조정에 있는 아이가 있습니다"
태왕후 "그게 누구냐?"
고언중 "재사의 아들인 용. 그리고 그의 아들인 어수이옵니다"
태왕후 "어수??"

[안이 시끌러워 진다]
태왕후 "그건 또 무슨 소리냐? 통규를 어기며 낳은...(아니지 부여인을 짐승 다루듯 다루지만 부여 여인의 소
생이 태왕이 된다면 전혀 다른 국면으로 들어설 것이다. 목에 걸린 듯 어려웠던 부여와의 외교도 식체 풀리듯
술술 풀리겠다.) .. 악"
승명대배 "태왕후께서 지배가 악화 되신 듯 싶습니다"
태왕후 "(으으... 잠시 잠시만 잠시만 시간을 주십시오. 추모왕 이시어...)"

[잠시 후 몸이 풀리는 태왕후]
태왕후 "내 늙은 몸으로 해색주와 해루를 왕으로 세워 편안히 지내질 못하였다. 이젠 이 늙은이도 지친 게야.
상가"
고언중 "태왕후. 어수를 태왕의 위로 앉히실 겁니까?"
태왕후 "이제껏 어린 아이가 왕이 된 적이 없었다. 비록 백년도 못된 나라지만 말이다. 어수의 어미는 부여인
이고 어수는 부여와 고구려인이 된다. 지금까지의 정책관 전혀 다른 정책이 펼쳐질 것인 당연하다. 어찌하여
고씨 문중에 남자가 이리도 적어 졌는가. 고씨의 하늘은 멀고도 길터인데 안타깝구나."

[잠시 감상에 빠지는 태왕후]
태왕후 "비록 후왕과 대신 서너명이서 했던 얘기지만 태왕의 자리는 하루라도 비울 수 없기에 지금 어수를 왕
위에 앉힐 것이다. 내 직접 어수와 어수의 아비 용과 어미인 송을 만나 이 얘기를 전할 것이다."
승명대배 "마마. 차라리 재사 어른을 왕위에 오르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태왕후 "통규를 어긴 자의 아들을 태왕으로 앉히는 것 만으로 여기 모든 사람이 추모왕의 뜻을 거스른 대역죄
인이 되는 것인데 어찌 재사의 이름을 거론할 수 있겠느냐? 해루의 뒤를 이어 어수를 보위토록 할 것이다...."

[농작물이 풍성하게 익어 노란 물결이 파도치는 어느 곳의 수레에 탄 태조왕]
역휘 묵래 "마마. 태왕마마."
태왕 "응? 무슨 일이지? 왜 수레를 멈추었나? 이러다간 금오장께 혼난다고"
묵래 "남쪽땅에 메뚜기가 나타나 곡식을 긁어 먹었다기에 급히 수레를 세우고 마마께 아뢰는 것입니다"
태왕 "메뚜기... 나 아닌 선대에는 선왕께서 어찌 선처하셨는가?"
묵래 "양식을 풀어 그곳 백성에게 주셨고 태왕께선 몸소 드시는 반찬 숫자를 줄이셨으며 조정 대신들의 녹봉
을 대신 백성에게 주셨습니다."
태왕 "줄이는 녹봉엔 네 것도 속해 있겠지?"
묵래 "맞습니다."
태왕 "역휘. 역휘를 여섯으로 늘리고 녹봉은 이전의 반으로 줄인다. 선대에서 했단 그와 동일하게 조치하라고
일러라. 이게 내 뜻이다. 가자!"

[고구려 동부의 사냥터]
부여석 "나와 형님께서 수도를 비우다니. 허허. 이런일도 있군요"
진구경 "하지만 태왕께서 직접 나오라 하셨으니 나올 수 밖에.. 하하하"
부여석 "그나저나 고안연엔 왜 들렀다 오신다고 합니까?"
진구경 "몰랐나? 3년 전에 그곳에서 백어를 낚으셨는데 마침 그곳 욕살의 수하 하나가 똑같이 붉은 백어를 기
르고 있기에 교배를 시킨다 합쳐두고 오셨었다네. 그걸 보기 위해 고안연에 가신다는 구만."
부여석 "아직 아이군요. 태왕 께서는요"

[멀리서 말을 타고 오는 태왕]
태왕 "삼촌... 삼촌..."
부여석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십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태왕 "내 백어가 죽었어요."
부여석 "(풋.. 하하하)"
태왕 "웃으시는 겁니까? 내가 아직도 어리다 생각하시는 거지요? 한갖 동물에게 정을 주어 한심하다는 겁니
까?"
부여석 "아..아.. 저 그게.."
진구경 "마마. 우선 여장을 푸르시고 사냥 할 준비부터 하는게 어떤지요?"
태왕 "삼촌... 난 어리지 않습니다. 내 나이 이젠 열 일곱이예요."

[여비를 챙기러 가는 태왕]
부여석 "그렇군요. 열 일곱이예요."

[그해 겨울, 눈이 내리는 가운데 혼인이 치뤄진다. 승명대배의 딸 승설현을 맞아 부인으로 채택한 것이다. 하
지만 절나부 사람의 딸인 승설현이 왕비가 되자 연나부와 같은 태왕의 반대 세력들은 위기를 느끼게 된다. 동
시에 부여태후와 승명대배나 절나부 사람들은 정치적 권력이 강해지는건 당연하기에 아닌 듯 권력욕을 간접적
으로 표현하게 된다]




제 2장 - 왕도王道
[태조왕 재위 11년인 서기 63년. 마침내 태조는 어머니 부여태후에게 권력 승계를 인정 받고 성인으로서 정
식 태왕의 직무를 다하게 된다. 당시 10년간 어지러웠던 정치 탓에 도적단이 들끓고 있었다.]
[부여태후가 머무는 곳]
태왕 "어머니 지금 출발하려 합니다"
태후 "조심하세요. 야적들이라 얕봐선 안됩니다. 그리고 직접 나서서 백성들을 살핀다 하니 어미로선 기쁘군
요"
태왕 "어머니 아버님께선..."
태후 "모르옵니다."
태왕 "네..... 그럼 이만"

[일군을 이끌고 야적 토벌을 나서는 태왕]
협진장군 안충 "마마!!"

[인사를 올리는 협진장군 안충]
태왕 "대장군 대신 협진장군께서 나오셨구려."
안충 "무례하게 신이 태왕을 보필하게 되었습니다"
태왕 "좋소. 대장군은 너무 딱딱해 재미 없거든요. 하하하 그리고, 이거 보십시오."
안충 "칼 끝의 조그마한 인형이군요"
태왕 "왕후가 달아 주었습니다. 나보다 여섯이나 나이가 많아 좀 더 어른 스러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예요."
안충 "하하하. 그저 신혼의 기분을 내시는군요. 하하하"
태왕 "신혼의 기분 내는 것도 나쁘진 않군요. 하하하하"

[진을 차리고 도적과 맞서려 한다]
안충 "마마 이곳이 무려 20개나 되는 도적단이 거쳐가는 길목입니다"
태왕 "길목에 진을 치고 지나는 도적들을 모조리 처단할 것이네. 민중 사이엔 도적단이 많아 한나라로 도망하
는 자가 많다 하더군. 허나 이젠 용납하지 않겠네. 국경에 내가 직접 서신을 보내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할
것이고 그리고... 이것"
안충 "무엇입니까?"
태왕 "내 아버님께 보낼 물건 이라네"
안충 "마마의 아버님께..."
태왕 "서신과 고안연에서 잡은 백어의 고기. 아버님께서 좋아하실련진 모르겠소"
안충 "그럼 사냥터에선..."
태왕 "아버님 생각을 하면 내가 마음이 편치 않네."
안충 "(그도 그럴 것이다. 지금의 마마가 태왕위에 오르시곤 장군들을 모두 파면시키고 새로운 사람들을 임명
시켰으니, 부여인 출생이란 것이 마마의 한이 될 것이다.)"
태왕 "도적들이 들끓어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몰라 항상 아버님 걱정 뿐일세. 그래도 이곳 이라면 아버님이 사
시는 곳에서 가까워 당분간 아버님 걱정은 안해도 되겠지."
안충 "마마. 신이 일전에 얘기 드렸던 사자 두 명 말입니다. 그 둘을 재사님 저택에 하인으로 들게 했습니다.
신이 마음대로 결정해 내린 일이었사온데 일찍이 마마께 알리지 않은 점 죄송합니다"
태왕 "그랬나... 하아..."

[다음 날 진지를 구축하고 일군으로 도적단의 본거지로 나선다]
태왕 "이만의 군사 중 일만이나 동원하시는 건 무슨 이윤가 협진장군"
안충 "도적들이 아직 금군의 위력을 모르옵니다. 그러니 많은 병사를 동원해 적을 깡그리 부숴 위력을 알리는
것이지요. 동시에 규모도 알리고요"
태왕 "흠.. 조금만 더 가면 나오겠군"

[마침 도적단이 밥을 지어 먹고 있었지만 엄청난 규모의 병력에 모두 도망가고 만다]
태왕 "이런이런.. 너무 많이 데려온 것 같군. 장군"
안충 "하하.. 두고 보십시오"

[다음날, 그 다음날도 도적단은 큰 규모의 금군을 보고 모두 도망가고 만다. 그리고 12일 째]
안충 "보고가 들어 왔습니다. 10리 밖에 1만이 넘는 병사가 진을 치고 있다 하고 깃발엔 [廢王]이라 적었답니
다"
태왕 "묵과 할 순 없군."

[직접 기습에 나서는 태왕. 그리고 적의 괴수와 잔당을 모두 잡아낸다]
태왕 "지금 이 자리에서 선포한다! 각지의 군주 되는 자는 자기 고을의 도적들을 모조리 소멸시키며 그 대장
은 서울로 압송해 죄의 경중을 따져 처벌하도록 할 것이다. 나의 하늘이 된지 11년이 되는 올해가 그 시작이
다!"




제 3장 - 패업
[태조왕 재위 13년 되는 서기 65년. 태조왕은 집무를 보고 있다]
태왕 "어찌 생각하느냐. 세상의 중심이 기울고 있다. 하늘에게 그 중심이 어디냐 묻고 싶진 않느냐?"
부여석 "마마. 이제 갓 태어난 아이입니다."
태왕 "삼촌! 삼촌의 이목구비를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이걸 가져가 조카에게 주십시오"
부여석 "오오... 햅쌀이군요."

[마침 태왕의 옷에 토를 한 갓난아이]
부여석 "앗!"
태왕 "태왕이 무섭지 않느냐 이놈. 응? 세상의 중심이 고구려로 흐르고 있다? 일군을 맡기면 고구려의 깃발
아래 모든 국가를 무릎 꿇겠다고 하는 거냐?"

[부여학. 훗날 실제로 일군을 이끌고 고군분투하며 고구려의 깃발을 세상에 널리 알리게 되고 고구려를 세상
의 중심으로 옮기는 역할을 하게 된다. 지금은 그의 유아기이다.]
[이듬해 여름 군사 훈련장]
태왕 "말(言) 중에 제일 빠른 말은 비어라 했고 조카는 지금 두 살이니 걸어 다닐 땐가 아니면 말을 할땐가
어제 보니 옹아리를 하더니 오늘은 말하고 있지 않을까? 저 병사들 훈련을 되게 못하고 있고..."
병사1 "쿡쿡쿡.."
병사2 "하하..웃지마 임마"
을명 "소복에 기를 담고 입신하길 기다리며 노도하지만 노닥거리며 어린 아이처럼 혼자 지그럭 거리듯 말하는
태왕의 상태가 좋지 않아 보입니다"
태왕 "이 나라의 한 하늘을 떠받드는 좌보께서 어인 일이신가?"
을명 "마마께서 오라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이 더러운 불량배들을 보내서 말이죠"
태왕 "불량배가 아니네 좌보. 이보게 너희들이 데려온 자가 바로 고구려의 3보 중 하나인 좌보를 얻은 을명이
란 사람이다. 을두지의 아들이지만 아비완 성격이 너무 다른 인물이지. 그리고 나의 글 스승이기도 하다. 어떤
가? 데리고 올만 하던가? 아마도 쓸데없이 자존심을 피우며 너희들을 문 밖에서 실컷 기다리게 하다 혼자서
걸어 왔을 테지"
병사1 "마..맞습니다"
태왕 "난 어제 을명 자네를 불렀다. 꽤나 건방지게 구는군."
을명 "건방지다 여기기 전에 마마 본인의..."
태왕 "혼자 지그럭 거린게 아니다. 우보는 이미 어제 나와 상의를 했다. 좌보와 우보를 한꺼번에 만나기가 이
렇게 어려워서야 내가 자네의 뜻에 따라 정책을 펼칠 수 있겠느냐?"
을명 "혼자서도 정책을 얼마든지 펴시고 있지 않으십니까. 저 무뢰한들을 모아다가 뭐에 쓰시려고 금오장의
재물을 끌어다 쓰신 겁니까"
태왕 "아.. 저기 마침 오는군"

[주부 백전이 온다]
태왕 "백전. 이제야 재미있는 녀석이 오는군. 대장군과 좌보는 밤에 만족스럽지 못해서 나에겐 재미가 없음이
야"
병사 "큭큭큭."
을명 "(저런 단언말 일삼으시다니)"
태왕 "단언만 일삼는다 생각 치 마시오. 난 단지 백전을 승진시키고 싶소만.."
을명 "승진?"
백전 "좌보 어른 인사드립니다."
백전의 세 아들 "인사드립니다."
태왕 "아들들인가"
백전 "예. 이쪽이 장남 평, 이 아이는 도적단에 몸을 담았다 얼마 전에 풀려났습니다. 그리고 그 옆이 차남
가, 가도 도적단에 몸 담았었지만 도망쳐 나와 지금은 제가 글공부를 시키고 있습니다. 마지막 이 아이가 막
내 총입니다. 나이는 아홉이지만 평과 가에게 글공부를 시키고 있습니다."
태왕 "오오.. 아홉 살의 나이로 장성한 형들을 가르키는군. 좌보 이 아이에게 우보를 제수해 줄까?"
을명 "3보는.."
태왕 "아네 알아. 농도 못하나. 자넨 매사에 진지해 오래 살기 힘들겠어. 아... 매사에 진지해 밤마다 그게 죽
어있는건가? 자네도 아들을 두게. 내가 보기엔 아들을 둔 대신들이 생각이 깊고 내가 하려는 변혁의 생각이
깊어"
백총 "변혁이라 하시면 제 두 형님 같은 무뢰한을 모아 금군으로 삼으려 하는 것 말씀이십니까. 마땅히 변혁
이라 하면 단(斷)을 사용해 장(長)을 키울 것입니다. 무릇 단과 장은 순서가 뒤바뀔 순 없겠지만 장을 이끄는
건 단이고 단은 다시 장이 되니 개의 이빨처럼 맞물리는 것이겠죠. 하지만 금군은 단과 장으로 표현 할 수 없
는 하늘을 떠받는 송(頌)이 되어야 하매 단만으로 살아온 무뢰한들에게 송으로 변하라 할 순 없을 겁니다.
또..."
태왕 "그만, 어린 녀석이 꽤나 당돌하군. 너 따위 꼬맹이에게 들을 정책 따윈 없으니 네 어머니에게 가서 전
래나 들려 달라 해라. 백전. 자네가 왜 승진 대상인지 아는가?"
백전 "자식이 도적이었기에..."
을명 "다시 한 번 통규를 어기실 참이십니까!!"
태왕 "통규란 무엇이냐! 고구려의 하늘은 백년째 이어지고 있다. 면부가 뒤틀리고 오장이 끊어지는 백성이 네
등뒤에 있다. 그들에게도 통규를 강요할 셈이냐!! 좌보는 돌아가라. 주부 백전과 그 아들 백평과 백가만 나를
따라오라."

[멀리서 지켜보던 우보 극왕덕]
우보 극왕덕 "좌보께서 근심이 깊겠습니다"
을명 "내 이런 치욕은 처음이오"
극왕덕 "태왕의 별은 한 낮에도 영롱히 떠있네."
을명 "무슨 소린가?"
극왕덕 "잘 보시오. 폐성의 기운이 어디로 흐르는지요...."

[한 달 후. 갈사왕의 도문이 고구려를 도발해 인근 군주와 욕살, 그리고 공을 세우기 위해 참전한 졸본국왕
속정복의 팔을 잘라 고구려로 보낸다. 고구려로선 큰 치욕을 당한 것이다]
태왕 "승패는 상관이 없네. 다만 전장터에선 힘을 쓰지 못하는 졸본국왕이 왜 나섰는가?"
졸본국왕 속정복 "갈사왕이 이르기를 -부여 사람을 왕으로 맞음이 고구려엔 인재가 없음이다-라고 했기에 신
이 울분을 토해 낼 곳이 없어 이런 나이에 전장터로 나섰사옵니다. 마마 갈사왕의 사지를 찢어 죽인들 돌아가
신 선왕들에게 은혜를 갚을 수 있겠나이까. 대장군에 명령해 갈사국을 멸망 시켜야 이 나라의 안위와 조상들
에게 은혜를 조금이나마 갚는 길입니다"
태왕 "내가 어린 시절엔 날 부여인이라며 때리고 욕하며 심지어는 죽이려하는 자들이 많았다네. 자네도 그런
자들 중 하나이지 않았는가!! 내 아버지 재사가 왕족이라 내가 태왕의 위에 올랐지만!! 잊을 수가 없다. 날 핍
박하고 구타하는 그 손들을..."
속정복 "마마가 제 본심을 알지 못해도 상관 없습니다.. 다만.."
태왕 "알지 못해도 상관없다니! 난 그게 중요하다. 내 나이가 고작 스물 밖에 되지 않아 의심이 깊고 사리분
별이 어려우며 졸본국왕 처럼 함부로 전장터에서 울분을 토해 내지도 못한다. 난 명신이나 선인을 원하지 않
아. 그저 충신이면 족하다. 후왕의 얼굴에 씌여 있다. 태왕은 바뀌어야 한다고 말이다."
속정복 "어찌 신을 난신적자로 몰아 세우십니까."
태왕 "나가라. 네 나라로 돌아가 충신을 만들어라"

[2년 후인 재위 15년, 서기 67년. 수도 밖의 군사 훈련장]
사신 ""우신장군 대배는 갈사국으로 나아가고 조나와 주나엔 관나부와 환나부의 우태가 파견되어 적과 맞선
다. 우신장군 대배는 마음가짐이 올바르고 병졸의 마음도 잘 아우르기에 나 고구려의 태왕을 모독한 갈사국에
보내어 그 죄를 묻게 할 것인 즉, 우신장군이 그 선봉에 설 것이다. 허나 죄를 묻게하는 시기도 중요할 것. 상
부의 명령 없이 함부로 성을 공격해 병사를 잃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다." 이것이 태왕의 뜻입니다. 저에게도
따로이 말씀하시길 오랜 기간 그곳에 머물며 전쟁 시기를 길게 끌라 하셨습니다."
대배 "속전속결을 원하시지 않는 태왕의 뜻은 우신장군이 모른다 하오. 허나, 태왕의 뜻에 부합되게 병졸을
잘 운영할 것이라 전해 주십시오."

[여름, 7월 왕궁]
태왕 "이곳이 정녕 메뚜기떼에 피해를 입은 곳이냔 말이냐?"
압록강 근처 사역성 군주 속활 "마마. 성 밖 백성들의 고충을 보십시오. 농작물이 없어 겨울을 걱정하고 지금
당장 먹을 것도 없어 곡식 값이 30배가 넘게 올랐습니다. 조정에서 도움만 주신다면,"
태왕 "고충, 고충... 네가 고충을 아느냐? 듣자하니 사역성에선 속씨가 계속해 군주 자리에 오르더구만. 언제
군주 자리가 세습제로 변했느냐. 나를 빼놓고 법을 바꾼 것인가? 부모안에 있어야 자식이라 하더니 군신은 서
로 가까이 있어야 신하가 조정과 왕의 말을 듣는 것이냐?"
속활 "마마.."
태왕 "또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한다는 옛 말이 옳은 지라 너는 구제를 하지 않는 것이냐? 누울 자리를 보아
가며 발을 뻗으란 옛 말이 있다. 네가 지금 어디 앞이라고 흉악한 네 정치에 대해 나에게 고하는 것이냐. 놓
친 고기가 더 크다더니 네가 군주 자리를 잃으면 얼마나 아쉬 울고. 추원사 관리 엄원. 사역성 군주 속활의
죄는 무엇이 있느냐"
엄원 "태왕 기만, 업무 태만으로 볼 수 있지만 업무 태만에 속하는 죄가 일흔 두가지나 됩니다. 무엇보다 태
왕을 기만한 죄는 국법에 따르면 사형입니다."
태왕 "이보게 군주. 추원사는 조정의 모든 보고와 지시를 내고 들이며 군사관계의 기밀을 장악하고 호위, 경
비, 임금의 대리행사를 주관하는 기관이다. 도국사에서 법을 다스려 도국사 관리를 데려와 네 죄를 따졌으면
그 숫자가 배로 늘어났을 것이다. 나를 지키는 엄원이 너와 같았다면 난 여기 없었겠지."
속활 "마마.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태왕 "엄원. 내가 하려는 일이 추원사와 관련이 있느냐?"
속활 "관련이 있다면 있겠지만 없다면 없겠습니다"
태왕 "흠.... 속재사라 해서 관청을 신설하자. 조정의 좌보 을명에게 서신을 띄울 것이네. 내가 직접 적어내 줄
터이니 속히 보내야 한다. 그리고 속활."
속활 "예.. 마마... 죽을 죄를 ..."
태왕 "요즘들어 내 잠 자리가 편안치 않다. 네가 날 도울 수 있을 것 같은데 어쩌겠느냐"
속활 "죄를 사하여 주신다면 신 팔을 내놓는 한이 있더라도 돕겠습니다"
엄원 "잘 들었습니다. 군주."
태왕 "하하하. 엄원 지금 당장 실행 시켜라"
엄원 "예. 괴팍한 군주를 어감으로 삼아 전국을 돌게 하며 지방을 안정 시키는 정책은 좋겠지만 그 군주를 꼼
짝 못하게 하시는 마마도 괴팍하십니다"
태왕 "어떤가."
엄원 "뭐가 말씀 입니까?"
태왕 "나 다음의 태왕을 지금 처럼 네가 호위한다면 어떻겠는가"
엄원 "마마는 운세가 기셔서 신이 먼저 마마의 곁을 떠날 것입니다."
태왕 "여기저기서 내 운이 길다 하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