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 - ‘시화호 방조제’을 걷다
1. 시흥 오이도 박물관에 주차하고 시화호 방조제에 올랐다. 시원스럽게 펼쳐진 길이 답사의 가벼운 흥분을 배가시킨다. 약 12-13km의 시화호 방조제는 자전거길과 산책길이 양쪽에 만들어져 있다. 과거 항상 차를 통해서만 다녔던 이곳을 오늘에야 제대로 천천히 걸으면서 만나게 되었다. 이 길은 ‘서해랑길’ 92코스에 해당된다.
2. 기온은 높았지만, 선선한 바닷바람이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바다 저편에 보이는 ‘배곧’ 신도시의 전경과 각종 산업시설은 자연과는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시선의 높이도, 시선의 넓이도 좋다. 한때 오염으로 유명했던 시화호였지만 지금은 푸른 색깔의 물결이 힘차게 요동치고 있다. 그 사이를 걸었다. 나중에도 걷고싶은 길에 등록해본다.
3. 길 중간에 시화호 조력 발전소가 있고, 주변을 관찰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 올랐다. 날씨도 좋아 주변 전경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었다. 방조제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나뉘어진 공간을 본다. 시화호 안쪽에는 특별한 시설이 없고, 다만 전기를 공급하는 고압선이 지나고 있을 뿐이다. 시화호 건설이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졌을 것인데, 지금 시화호 안쪽에는 특별한 어떤 것도 확인할 수 없다. 다만 호수가 만들어내는 여유로움과 그 사이를 지나는 고압선만이 있을 뿐이다.
4. 방조제 반대쪽 바다 방면에는 다양한 시설이 눈에 들어온다. LNG시설과 산업시설 그리고 특별한 모양의 다리도 보인다. 하지만 이곳에서 최고의 장면은 방조제의 아름다움이다. 바다를 양분하면서 그 사이에 뻗어있는 방조제는 그 자체로 인간이 만든 변화의 상징이다. 그것은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완성하는 또 다른 방식이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때론 그것이 지나친 방향으로 확대되는 경우도 있지만 말이다. 시선의 방향은 장소의 인식을 다르게 해준다. 과거 방조제를 차로 다닐 때, 오늘 바람을 맞으며 걸을 때, 전망대에 올라 전체를 바라볼 때, 같은 장소이지만 그것이 주는 느낌은 전혀 다르다. 모든 것을 종합했을 때만이, 하나의 공간에 대한 정확한 의미가 모아질 것이다.
5. 방조제를 지나 방아머리 선착장에서 바다를 보고, 대부도의 중심도로를 걸었다. 지난 번 대부도 해솔길 코스와 일치한다. 동춘 서커스은 매일 공연한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매표소는 문을 닫고 있다. 그곳을 지나는 사람도 없다. 볼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에 ‘서커스’는 여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그래도 2026까지 공연하겠다는 안내가 그들의 강한 의지를 확인시켜 준다. 개인적으로 어릴 적부터 서커스에는 큰 관심이 없어서 그곳을 방문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 어쩌면 낡은 극장이 있다면 찾았을지 모른다.
6. 약 4시간 정도 걷고, 버스를 타고 오이도 박물관으로 돌아왔다. 박물관 앞마당에서 커피를 들고 물이 빠져나간 오이도 해변을 바라본다. 지난번 오이도 관광지에서 바라볼 때보다 더 여유롭고 아름답다. 새로운 ‘저녁에 커피 마시기 좋은 장소’를 발견했다. 자연과 인공이 결합된 풍경은 저녁놀의 낭만과 어울리면서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이 곳은 오가기에는 불편하지만, 도착하고 나서는 특별한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다. 걷기에도, 바라보기에도, 좋은 공간적 매력을 듬뿍 담고 있다. 그냥 긴 의자를 펼치고 앉아서 밤을 새우고 싶다. 그때 밤하늘의 별과 도시의 불빛이 보여주는 묘한 조화를 만날지 모른다. 하지만 복잡한 귀환을 위해 일어선다. 그것이 삶이다.
첫댓글 - 바다 위 길을 걷는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