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이창훈
지지부진하던
일상의 틈을 헤집어
함께 떠난 나들이
함께 비행기를 타고
함께 밥을 먹고
같은 곳을 바라보며
넓은 세상의 가멸짐을 느껴보는 시간
인생은 잠시 살다 비켜주어야 하는 정거장
조금은 외롭고 쓸쓸한 세상에서
아름다운 친구들과 함께
살뜰한 마음 나누는 것이어니.
인천 공항에 조금 먼저 도착하여 여행의 시작이 주는 강요된 한가를 어정쩡한 마음으로
맞는다. 영삼이 부부가 먼저 오고 숙환이 부부가 환한 함박웃음을 머금고 다가왔다.
단체 관광이 주는 조금의 편안함 속에 발권을 하고 짐을 부쳤다.
시간이 두 시간이나 남아 2층에 있는 베니건스라는 식당으로 갔다. 육개장과 비빔밥을
시켜서 먹는데 상기된 마음이라선지 맛이 없다.
기내에 가지고 들어갈 소지품이 엑스레이 검사대를 통과하여 보세구역으로 들어갔다.
공항의 들뜬 분위기보다 이곳은 정제된 느낌이다.
49번 게이트 앞에서 엘젤리너스 커피점에서 아메리카노를 사서 앉았다. 옆자리의 외국인은 작은 소리로 기타의 코드를 짚으며 여행의 자유를 즐기고 있다.
조금 있으니 탑승을 시작한다. 뜨거운 커피는 아직도 많이 남았는데 어떻게든 삼켜야 한다. ‘뜨거운 커피로 하는 고문’이라고 하며 환한 웃음들을 짓는다.
아시아나 항공의 친절한 스튜어디스의 싱그러운 미소의 세례를 받으며 지정된 좌석에
앉았다. 월요일이라서 그런지 뒤쪽으로도 제법 자리가 남고 아내와 내가 앉은 자리에도
빈자리가 하나 있다.
조금 있으려니 비행기는 서서히 활주로를 향해 미끄러진다. 몇 번의 구비를 돌더니
초발심을 내는 구도자의 마음이듯 지그시 지평선을 응시한다. 일순 잠시의 정적이 낯설었던지 힘차게 지축을 차며 내닿는다. 이윽고 완고한 중력을 뿌리치고는 사뿐히 창공을 향해
차오른다. 아름다운 영종도의 해안이 손을 그린 듯 고운 해안선이 시야에 시리다.
멀리서 보는 풍경은 저토록 아름답다. 우리 사는 모습 또한 그러할까.
두 시간의 비행이 잠시이듯 지나가고 우리는 상해 푸동공항에 몸을 풀었다.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엄정한 절차가 마무리된 뒤 공항 밖으로 나오니 영리해 보이는 현지 가이드가
우리를 맞는다.
처음 간 곳은 서울의 인사동 거리와 유사한 ‘타이강루 예술인 거리’로 갔다. 이국의 풍물이 벼락같이 나그네를 반긴다. 장인들이 만든 애틋한 물건들이 고혹적인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본다.
게이트 바깥으로 날렵한 비행기가 쉬고 있다. 늘 이런 비행기를 보면 지진한 일상에서 훌쩍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
황영삼 사모님, 조숙환 사모님, 숙환 친구가 나란히 앉아 있다.
황영삼 친구, 나의 아내, 그리고 내고 식당에 앉아 환히 웃고 있다.
인천공항을 서서히 빠져 나가고 있는 가운데 조망되는 인천공항.
활주로를 향해 천천히 다가가고 있는 비행기.
이런 풍정, 낯이 익은 광경이 아닌가.
이륙한 비행기 창으로 영종도의 해안이 그린듯이 곱다.
두 시간을 날아가면 곧 상해에 닿는다. 비행기는 한참 하늘을 비행하고 있다.
그래, 여기가 중국의 상해 인근이다. 상해는 양자강의 하류에 위치하여 거대한 충적토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과는 다르게 산이 없는 곳으로 날씨가 늘 흐리고 대기마저 찌부듯하다.
상해 푸동공항이다.
드디어 만난 김정은 가이드 아가씨,
북한이 고향인 연변 아가씨인데, 약한 북한 억양이 밉지 않았다.
자칭 중국의 5대 미인이라고 하였다. 서씨, 양귀비, 왕소군, 초선이 그 다음이 자기라고 하였다.
그렇다. 이 세상의 모든 여인들은 중국의 5대 미인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안다.
공항을 빠져나와 처음으로 만난 중국의 광경이다.
이곳이 타이강루 예술인 거리의 모습이다.
환한 마음으로 타이강루 예술인 거리에서 포즈를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