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박효미 작가님의 책을 모두 빌려 읽고 있습니다.
그 중 재미없는 것은 빼고 재미있는 것은 함께 읽고 싶어 책이야기에 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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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풍선 거울> 박효미 창작동화/ 최정인 그림/ 사계절
2016.2.16. 조혜진
양치질을 할 때, 세수를 하고 얼굴을 닦은 후, 머리를 빗을 때마다 나는 거울을 본다. 거울은 나를 보고 가끔은 다른 것을 볼 때 쓴다. 이 책에 나오는 한결이의 거울은 마음과 생각을 볼 수 있는 거울이다.
과학시간 준비물로 어쩔 수 없이 할아버지의 오래된 거울을 준비해 간 한결이는 남들과는 다른 아주 낡은 거울이라 부끄러워 차마 책상에 꺼내놓지 못한다. 그날따라 정신이 없는 한결이는 수업시간에 거울을 만지작거리다 창문으로 들어온 햇살을 받아 되비추었는데 놀랍게도 선생님 머리 주변으로 동그란 그림자가 부풀어 오르며 뭔가를 만들어냈다. 바로 글자다. 선생님의 생각이 말풍선 속에 써진 것이다.
수업 시간에 딴 짓을 하던 친구들 몇 명은 그 말풍선을 봤고 수업이 끝난 후 교실이 들썩들썩하다. 남자애들 몇 명은 아예 탐정이 되어 말풍선 거울을 만들어 낸 것의 정체를 찾아 여기저기 탐색한다. 그럴수록 한결이는 들킬까봐 조마조마하면서도 가끔씩 거울을 꺼내 선생님과 친구들의 머리에 햇살을 되받아 비춘다. 그때마다 나타나는 말풍선 거울...
친구들의 생각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그 말풍선을 본 친구들은 깔깔거린다. 요즘 뭔가 고민이 있어 보이는 선생님의 머리 주변에 나타난 말풍선에는 선생님의 고민이 아주 인간적으로 드러난다. 한결이와 친구들은 무섭고 깐깐한 선생님의 고민을 몰래 훔쳐보며 아주 재미있어한다. 이 책은 초등 저학년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키우는 어른들이 굉장히 많이 공감할만한 이야기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하지 않게 잘 써진 작품이다.
박효미 작가의 동화 몇 편에서 주로 선생님은 성격도 깐깐하고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즐겨 해서 아이들을 피곤하게 하는 모습으로 그려지지만 동시에 그 아이들과 다름없이 나름대로의 고민이 있고 뭔가 허술한 모습도 갖추고 있다. 그래서 마냥 미워하기에는 양심에 작은 거리낌을 느낄 때가 있다.
요즘 같아서는 나에게도 말풍선 거울이 하나 생기면 좋겠다.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는 그 사람의 머릿속이 궁금하고 나를 만나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 어떤 생각을 하건 그건 각자의 자유인게 너무나 당연하고 자기의 생각을 누구에게나 알려야할 의무가 있는 것도 전혀 아니라, 어찌 보면 그 사람의 생각을 몰래 훔치는 것이지만 난 정말 그 사람의 생각이 궁금하다. 난 당신의 행동이 정말 이해가 안 될 때가 많다고 직접적으로 말하면 상처받을까봐 말하기 조심스럽고, 또 언제 어떻게 말해야 그나마 적게 상처받을 수 있을까 고민이 되기에 그 사람의 생각을 먼저 한 번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글쓴이는 말한다. “덜렁거리고 실수도 잦고 엉뚱한 아이들이 세상에는 참 많겠죠? 이런 모든 아이들을 응원해 주고 싶어요. 알고 보면 얼마나 멋진 아이들인지, 얼마나 재미있는 아이들인지 말이에요.”
“얘들아. 다 잘할 수는 없는 거야. 좀 못해도 괜찮아.”
그리고 나도 그 사람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사람이고 싶다. “뭔가 완벽하게 잘하려고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되요. 열심히 하되 조금 부족해도 서로가 도우며 가면 그게 더 즐거운 거에요. 좀 더 편한 마음으로 가도 괜찮아요. 우리... 서로 격려해주며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