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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거탑] 04
S#1. 별관 내부
전씬과 이어지며...
주완 : (느물거리며) 자네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오면... 내가 자네를 후임으로 추천하고 싶어도 추천할 수 없는
그런 사태가 올 지도 몰라.
준혁 : (천연덕) 설마 그런 일이 있겠습니까... 하지만 만에 하나... 그런 일이 생긴다면...
저 역시 이대로 당하고만 있진 않을 겁니다.
준혁, 당황하는 주완을 뒤로하고 걸어가고...
주완, 황망하게 바라보다 노민국에게 돌아간다.
주완 :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하하... 자, 차나 한 잔 합시다.
노민국, 왠지 꺼림칙한 느낌인데...
S#2. 별관 앞
준혁, 식식거리고 걸어가는데 건하, 달려온다.
건하 : 장교수님, 교수님!
준혁 : (돌아보면) ...?
건하 : 생각났습니다. 그때 이력서의 주인공. 아까 발표장에서....
준혁 : 노민국.
건하 : 어떻게 아셨습니까?
준혁 : 그건 알거 없고. 희수연 초청장은 어떻게 됐어?
건하 : 인쇄 맡겼습니다.
준혁 : 그거 주관자 부원장님으로 수정해. 이미 찍었으면 폐기처분하고. 누가 뭐라 그러면, 내가 시켰다고 하고.
건하 : (긴장하고) 네, 알겠습니다.
준혁 : 그럼, 부탁해...
준혁, 도전적이고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척척 걸어가는데...
S#3. 병원 라운지
구석 자리에 주완과 노민국이 차를 마시고 있다.
주완 : 아까 질문이 참 예리하시던데요.
노민국 : 아닙니다. 듀얼 생체 간이식은 제가 잘 모르는 분야라... 너무 뻔한 질문을 한 거 같습니다.
주완 : (자르며) 아니에요. 술식의 정곡을 찌르는 질문이었어요. 노민국 교수께서 그런 적확한 질문을 해주시니...
마음이 아주 기뻤습니다. 이런 분이라면... (주위를 재빨리 살핀 후) 내 후임으로 와도 손색이 없겠구나 했어요.
노민국 : 과찬이십니다. 그런데... 제가 아직 결심이 서지가 않아서요...
주완 : (놀라고) !
노민국 : 그래서 한번 와 봤는데... 장준혁이라는 훌륭한 후임자가 있는데... 왜 굳이 저를 원하시는지...
역시나 납득 할 수가 없었습니다.
주완 : 아니, 오남기 학회장님께서 아무런 말씀도 안 하셨습니까? (주변 살피고 말하려는데) 흠흠...
노민국 : 그 얘긴 들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제가 본 바로는,
저보다는 장준혁 교수님이 더 적임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주완, 망연자실인데...
S#4. 부원장실
응접세트에서 용길과 준혁이 대화하고 있다.
용길 : 노민국이라...
준혁 : 짐작을 하곤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등장 시킬 줄은 몰랐습니다.
용길 : 얼굴 도장을 찍고 표 대결로 가겠단 심산인데...
준혁 : (끄덕이고) ...
용길 : 과장 선출 위원회는 임상의학 교수 16명과 기초의학 교수 15명으로 총 31명으로 구성돼.
거기서 이기려면 과반수인 16표를 얻어야 하거든.
준혁 : 네...
용길 : 임상의학 표는 내 라인하고, 이주완 과장 쪽 표로 갈라지기 때문에
기초의학 쪽에서 얼마나 표를 확보하느냐가 관건이야. 자신 있나?
준혁 : (걱정) 제가 본의 아니게 기초의학 쪽에 미움을 좀 사서...
용길 : 후후... 그쪽 사람들은 자네처럼 톡톡 튀는 임상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 그럼, 오경환 교수하고 관계는 어때?
준혁 : (어두운) 별로 좋지 않습니다.
용길 : 기초파 보스한테도 찍혔으면, 과장되긴 틀렸네 뭐. 후후...
준혁 : (불안) ...
용길 : (꿰뚫어 보듯) 자네 날 얼만큼 믿나?
준혁 : 네? ...절대적으로 믿습니다.
용길 : (웃고) 나도 자네를 믿어도 되겠나? 앞으로도 쭈욱?
준혁 : 네, 믿어주십시오. 열심히 하겠습니다.
용길 : (끄덕이곤) 나하고는 말이야. 한 번 손을 잡으면 절대 놓아선 안 돼. 무슨 말인지 알겠어?
준혁 : (결의에 찬) 네.
용길 : 기초는 너무 걱정할 거 없어.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준혁 : 네, 감사합니다.
용길 : 그래도 오경환 교수하고 관계는 개선해 놓는 게 좋을 거야. 그래야 일이 쉽지 않겠어?
준혁 : 노력하겠습니다.
용길 : 참... (서류 건네며) 이과장이 만든 건데, 자네가 검토 좀 해봐.
준혁 : (받아 보면) ....
용길 : 병원신축 후 일반외과 운영에 대한 플랜인데, 이제는 아무래도 자네가 봐야하지 않겠어? 후후...
준혁 : (감동하는데) ...
S#5. 이주완 교수실
주완, 서성이며 전화하고 있다.
주완 : 철석같이 믿었는데 생각지도 않은 말을 듣고 나니 앞이 깜깜해 집니다.
오남기 : (F) 아... 선배님, 걱정 마세요. 퇴임 후 자리 문제도...
주완 : (황급히 자르며) 제가...꼭 그것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니구요. 잘 아시잖습니까...
S#6. 오남기 교수실
오남기 : 아무튼...걱정 마세요. 노교수는 제가 확실하게 못질 해놓을 테니까.
이런 일이란 게...그냥 넙죽 받아들일 수 있는 게 아니잖습니까.
S#7. 주완 교수실
주완 : 뭐, 그야... 그렇지만...
오남기 : (F) 전 어떤 일이든 제가 책임 진 이상 서툴게 처리하진 않습니다.
S#8. 오남기 교수실
오남기 : 그러니... 너무 걱정 마시고, 내일 저녁에 시간 만들어 드릴 테니까...
확실하게 이과장님 사람으로 만들어 놓으세요.
S#9. 주완 교수실
주완 : 아, 그렇게만 된다면야... 아무튼 잘 알겠습니다... 네 들어가세요. (끊는다)
주완, 한시름 놓는데, 노크 소리가 들린다.
준혁, 들어와 인사한다.
주완 : (싸늘한) 아까 태도는 뭐야? 이젠 눈에 뵈는 게 없나?
준혁 : (무시하고, 기획안을 내보인다) 기획안에 문제가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신축관으로 가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이건 단순히 장소만 옮기는 것 뿐이라 생각됩니다.
주완 : (점점 화가 나고) ...
준혁 : (페이지 넘기며) 최첨단 디지털 병원이 되려면, 여기 신청한 기자재정도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주력 분야인 간이식을 특성화해서 센터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주완 : (책상을 내려치고) 자네가 과장이야? (일어서고)
준혁 : (굽히지 않고) 지금은... 아닙니다.
주완 : (냉소) 지금은 아니다? 후후...
준혁 : 하지만 다음은 접니다.
주완 : 그게 맘대로 될까?
준혁 : (노려보며) 저는 과장님을 지난 10년 동안 보필해 왔습니다. 그 동안 일반외과 살림을 잘 꾸려 왔구요.
또한 수술도 누구보다 열심히 했습니다. 그런데도 안 된다는 겁니까?
주완 : 미안하지만 안 되겠어. 왠줄 알아? 넌 인간이 덜 됐으니까.
준혁 : (노려보고) ...
주완 : (노려보고) ...
준혁 : (기획안을 들어보이며) 기획안은 제가 다시 쓰겠습니다. (가로로 한 번 세로로 한 번 찢는다)
아무래도 신축병동의 주인은 제가 될테니까요.
주완 : (놀라고) ...!
준혁, 공손히 인사를 하고 나간다.
주완, 분해서 어쩔 줄 모르다가 서둘러 핸드폰을 꺼내는데...
S#10. 교수실 밖
호전적인 표정의 준혁, 쓰레기통에 찢어진 기획안을 처박고 간다.
INS) 다른 병원 전경 (낮)
S#11. 다른 병원 일각
사복 차림의 도영, 가운 차림의 의사와 걸어온다.
의사 : 제안 자체는 좋은데... 쉽게 결재가 나지 않을 거야. 병원 대 병원이 만나서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거잖아.
도영 : (실망하는) ....
의사 : 데이터 공유 정도라면 모를까... 그냥은 안 된다고 생각해.
도영 : (끄덕이곤) 그렇긴 하지... 근데 내가 바쁜데 찾아온 거 아니야?
의사 : 아냐. 블록 강의가 하나 있었는데 취소됐어. 참... 담 주에 있는 신약 설명회에 올 거지?
도영 : 어, 가야지. 그때 다시 보자. 들어가 봐. (가는데)
의사 : 최선생...
도영 : ...?
의사 : 둥글게 살어 좀...
씁쓸하게 웃으며 도영, 걸어가는데...
S#12. 주완의 교수실
주완, 아직도 흥분상태인데...
주완 : 내가 지금 손이 다 떨려.
유정진 : 참으셨다는 게 더 놀랍습니다. 저 같았으면 그냥...아휴...
주완 : 내가 저를 어떻게 키웠는데...
유정진 : (냉정 찾으며) 어차피 이제는 표대결입니다. 일희일비 하지 마시고요. 차근차근 표를 모아가야죠.
그래야 우리가 이길 수 있습니다.
주완 : (다소 진정이 되는) ... 유과장 말이 맞아요.
유정진 : 잠시 뒤에 오경환 교수님을 만나거든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득표전을 시작하겠습니다.
주완 : (한숨) 잘 부탁해요.
S#13. 중환자실 복도
준혁, 걸어오는데 건하, 발견하고 달려온다.
건하 : 희수연 초청장 시키신 대로 처리했습니다.
준혁 : 음.. 수고했어.
건하 : 저... 노민국 문제 말입니다. 암만 생각해도...이쪽에서 먼저 손을 좀 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준혁 : (멈춘다) 손을 써...? (주위를 살피고)
S#14. 층계참
건하 : 노민국이 후보자로 나서기 전에 우리들의 거부의사를 확실하게 전달하는 겁니다.
준혁 : (관심 있다) ... 그렇지만... 이과장이 알게 되면...
건하 : 교수님은 모른 척 하십시오. 제가 독단적으로 한 걸로 하겠습니다.
준혁 : (은근히 바라는) 뜻은 알겠지만 내 문제로 괜히 의국장한테까지 피해라도 가면...
건하 : 그 정도쯤은 각오하고 있습니다. (확인하듯) 저는 장교수님과 이미 한 배를 탔습니다.
준혁 : (건하 어깨에 손 얹으며) 뭐, 힘든 거 있으면 항상 얘기하고. 의국에 별 일 없지?
건하 : 네...
준혁 : 애들 힘드니까... 의국장이 와인바 데려가서 술도 먹이고 그래. 돈 걱정 말고 내 이름으로 달아놓고. 알았지?
건하 : 네. 고맙습니다.
준혁, 먼저 자리를 뜨고...
건하, 뒤에서 인사를 한다.
S#15. 로비 에스컬레이터
준혁,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는데...
유정진, 오경환과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온다.
오경환 : 폐암이 아니라 결핵이야.
유정진 : 그렇죠? 저도 그럴거라 생각했지만 오교수님께 확실한 답을 들어야안심이 돼서 의뢰 했던 겁니다.
(하다 웃음 멈추면)
준혁,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며 인사를 한다.
오경환, 유정진, 시큰둥하게 인사를 받는다.
내려온 준혁, 오경환을 돌아보며 생각에 잠기는데...
S#16. 오경환 연구실
유정진과 오경환, 다인용 현미경을 보고 있다.
Ins) 조직검사 현미경 화면...
오경환 : 당뇨병 환자의 결핵은...폐암처럼 보일 때가 많지. (현미경 화면!)
이 환자의 경우엔 AFB 양성균이 보이니까 일단 안심해도 된다고 봐도 돼.
유정진 : (현미경에서 눈을 떼며) 덕분에 이 환잔 목숨을 건졌네요.
오경환 : 유과장의 신중함이 오진을 막은 거지. 임상의는 그래야 해. 내가 입버릇처럼 얘기하지만,
의학은 병리에서 시작해서 병리로 돌아와야 돼. 헌데 베테랑이 되면, 경험과 육감에 의지해서
기초적인 병리검사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어... 그럴 때 어이없는 오진이 생기게 되지.
그런 점에서 유과장이나 이과장은 신중파라 안심이 돼.
유정진 : 아, 저는 이주완 과장님 발끝도 못 쫓아갑니다. 정말 훌륭한 외과의시죠.
그런 분이 정년퇴직을 하신다니... 너무 서운합니다.
오경환 : (끄덕이며) 퇴직 후 계획은 따로 있으신가?
유정진 : 웬걸요. 당신의 퇴직 후의 일을 걱정하기 보단 후임자 추천에 더 큰 걱정이 있으신 모양입니다.
(눈치보며) 흠... 사적인 감정을 뒤로하고 학식과 인품이 뛰어난 인재를 찾아야 하는데...
오경환 : ... 그럼, 장준혁이를 추천하지 않을 생각인가?
유정진 : 인정상으로 볼 때 응당 장교수를 추천해야겠지만,
그 친구가 인간적으로 볼 때 결함이 많아서 꺼려하시는 거 같습니다. 선생님 생각은 어떠세요?
오경환 : 장준혁...내 밑에서 최도영 교수와 함께 공부를 했었지. 장준혁이는 학위를 받자마자 임상쪽으로 가버리고,
최도영이는 오랫동안 병리에 남아 연구를 하다 병상으로 옮겨갔지... 둘 다 좋은 의산데,
장준혁이는 최교수와 달리 공명심 같은 게 있어서... 내가 주의를 주곤 했었는데...
유정진, 동조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S#17. 오경환 교수실 앞
준혁, 걸어와 보면, 문에 ‘연구중 - 출입금지’라 푯말 붙어있다.
준혁, 잠시 고민하다 그냥 가려다가 다시 와서 노크를 한다.
오경환 : (E) 누구십니까?
준혁 : 장준혁입니다.
오경환 : (E) 문에 써 붙인 거 안 보이나?
준혁 : 아아, 네에...그럼 다음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준혁, 바로 가지 않고 한참을 문 앞에서 노려보다 돌아선다.
S#18. 병원 일각
윤진, 수액을 단 스탠드 밀고 걷고 있는데,
풀이 죽은 도영이 걸어온다.
윤진, 반가워 얼른 아는체 하려다 도영의 심각한 표정을 보고 잠깐 멈칫한다.
윤진 : 선생님! (말 없자) 최도영 선생님~
도영 : (돌아보고) 아...어떠세요? 불편하신 덴 없어요?
윤진 : 저보단 선생님이 불편하신 거 같은데요?
도영 : 아...아니에요. 몸은 괜찮으세요?
윤진 : 선생님은 제가 환자로 밖에 안 보이세요?
도영 : 네? 무슨...?
윤진 : 웃자고 한 소리예요.
도영 : (씨익 웃는다) 참, 진준 어떻게 지내요? 요즘 통 보질 못해서...
윤진 : 잘 지내죠. 옆에 든든한 언니가 있으니까. 헤헤... 근데 저 내과로 옮겨야 할까봐요.
도영 : 왜요...?
윤진 : 잘 해주려는 건 아는데 너무 귀찮게 해서요. 어제는 외과 모든 인턴, 레지던트, 펠로우 선생님들이 다 돌아가면서
왔나본데...하나같이 마지막엔 (흉내내며) 저...까스 나오셨나요? 이러잖아요. 대답할 때마다 어찌나 화끈거리던지...
도영 : (웃으며) 까스 나오셨나요?
윤진 : 어후...선생님~
도영 : (심각한) 안 나왔으면 큰 일인데...
윤진 : 계속 놀리실래요? 그래요. 나왔어요. 나왔어. 이제 시원하세요?
도영 : 하하하....
윤진 : 웃으시니까...더 괜찮으시네요. (가만히 본다)
도영 : (무슨 하는 표정으로 보면)
윤진 : (말 돌리듯) 아까보다 괜찮아 보인다구요. 얼굴이. (웃는다)
도영, 아...하며 쑥스러운 듯 머리를 쓸어 올리고.
윤진, 편안하게 바라보는.
S#19. 연구실
도영, 힘없이 들어오면...
인부들에 의해 세포 배양기 등 기자재들이 설치되고 있다.
은혜 : (밝은) 교수님... 기자재 들어왔어요.
도영 : (황당한) ... 어떻게 된 거야?
은혜 : 결재 떨어졌어요. 부원장님이요.
도영, 맥이 빠진다.
도영, 이내 화가 나서 확 나가버리고...
은혜, 의아한데...
S#20. 부원장실
도영, 씩씩거리며 들어오면...
용길 : 고맙단 말 하러 왔나?
도영 : 그래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용길 : 싫으면 반납해도 돼.
도영 : 제 개인적인 일이라면 그렇게 했을 겁니다.
용길 : 자네 참 뻣뻣하구만. 참...뻣뻣해.
도영 : 꼭 이런 식으로 하셔야 합니까?
용길 : 허허.. 내가 뭘 어쨌다고 그래? 자네 연구가 사장이라도 될까 싶어다른 데서 예산을 땡겨줬는데...
고맙다는 말은 못하고...
도영 : (감정을 억누른다) ...
용길 : (나가며) 이왕에 하는 거 잘 해 봐. (어깨를 토닥이며) 나도 기대하고 있는 프로젝트니까...
용길, 나가고
도영, 그렇게 서 있는데...
S#21. 병원 밖
오경환, 낡은 가죽 가방을 들고 퇴근하고 있다.
기다리고 있던 준혁, 부지런히 걸어와 보조를 맞춘다.
준혁 : 퇴근하십니까?
경환 : (힐끗 보곤) 응...
준혁 : 시간 좀 잠시 내주십쇼.
경환 : (멈추고 돌아서는) ...
준혁 : 어디 조용한 데 가서...
경환 : 장소는 중요치 않아. 무슨 얘긴가가 중요하지.
준혁 : 그래도...
경환 : 업무 얘기 아니면, 그냥 여기서 해.
준혁 : (결심하고) 교수님께선 차기 외과과장이 누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경환 : (피식) 내가 어떤 대답을 할 거 같나?
준혁 : 저라고, 장준혁이라고 말씀해주시길 기대합니다. 저 실력도 있고, 그럴만한 자격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환 : 그래? 그럼 됐네... (걸어가는)
준혁 : (따라가며) 기초의학 쪽의 지지가 필요합니다.
경환 : (멈춘다) 내가 가진 표는 한 표일 뿐이야.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약속하지. 정말 자격을 제대로 갖춘 후보자에게
그 한 표를 쓰겠다고. 자, 됐나? 이젠 집에 좀 가야겠어.
한 방 먹은 준혁, 멀어져가는 오경환을 보는데...
S#22. 민원장실
유필상, 학원 강사처럼 화이트보드에 컬러풀하게 전세도를 그려가며 설명하고 있다.
보드에는 임상의학파 16명, 우용길, 이주완, 유정진, 하익현, 박창식 등등 이름이 있고,
기초의학파 15명, 오경환, 김태훈, 조현주, 김경진 등등의 이름이 있고,
이주완, 유정진 등은 빨간색으로 이름이 씌여 있다.
INS) 회의실. 기다란 테이블에 용길을 상석으로 오른쪽 쪽에 15명의 임상의들만이 주욱 앉아있다.
중간에 주완과 유정진이 있는데, 그들을 포함해서 5명이 사라진다.
유필상 : (E) 임상표 16개 중에서 이주완 과장 쪽에서 5개 정도 가져갈 거야. 그러면, 우리 쪽에 11개.
준혁, 민원장, 끄덕이면...
S#23. 와인 바
유정진, 불붙은 성냥 몇 개에 불어 끄고는,
테이블에 성냥(기초파)과 황을 그을린 성냥(임상파)으로 전세를 설명한다.
(성냥개비를 ᚎ ᚎ ᚎ 식으로 놓는다)
유정진 : (임상표의 성냥 한 묶음<ᚎ>을 분리하며) 우리가 현실적으로 5표 정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우용길 부원장과 부원장 자리를 놓고 싸웠던 박창식 교수의 혁신파가 우리 쪽을 지지할테니까요.
주완 : (끄덕이고) 부원장과는 상극이지. 그러면 5대 11이네.
유정진 : 하지만 결국 승패는 기초파의 15표의 행방에 좌우될 겁니다.
INS) 회의실.
이번에는 왼쪽에 오정현을 비롯한 15명의 기초의들만 주욱 앉아있다. 그들 표정, 왠지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는다.
반대편에 주완, 유정진 등 5명이 나타난다. 그리고 기초파 끝에 세 명이 사라진다.
모두 17명이 남는다.
유정진 : (E) 제 생각에 기초의학파는 오경환 교수님을 따라 거의 몰표가 나온다고 봐야합니다. 현재 오교수님은 물론이고,
기초의학파 교수들 대부분이 장준혁이를 싫어하기 때문에 우리의 표의 총합은 기초 15표에 임상 5표해서
20푭니다. 물론, 이건 맥시멈이고요. 세 표 정도 이탈한다 해도 17표. 과반수인 16표를 넘기게 되는 겁니다.
주완 : (흐뭇한데) 역시 오경환 교수님 영향력은 대단해.
S#24. 민원장 실
유필상 : (오경환 이름에 동그라미를 치며) 오교수가 기초학파의 우두머리인 것은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기초학파가
오경환 라인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거지. 그냥 독고다이일 뿐이야. 혹시 시라소니라고 알어?
용길이가 김두한이면, 오경환은 시라소닌 거야.
준혁 : (이해를 못하고) ...?
민원장 : 있어. 일제 때 전설의 주먹인데... 따르는 사람은 많았지만, 조직이 없었어.
유필상 : (끄덕이고) 기초학파는 오교수를 존경하긴 하지만, 말까지 반드시 따른다고 볼 순 없다는 거지.
그 노인네 자체가 또 기초학파를 쥐고 흔드는 것도 싫어하고.
준혁 : 아... 아까 저한테 자기가 가진 표는 한 표 뿐이라고 했습니다.
유필상 : 거봐. 그렇다니까. 기초학파가 쎄 보여도, 막상 따지고 보면 오합지졸인 거야.
부원장하고 내가 각개격파해 나가면 게임은 의외로 쉽게 끝나.
준혁, 민원장, 안심이 된다.
S#25. 와인 바
주완 : (걱정) 근데, 오경환 교수가 표를 확실하게 몰아줄까? 자기 혼자 찍어주는 건 의미가 없는데.
유정진 : (미소를 지으며) 하지만 이번엔 다릅니다. 이번 선거가 공평무사하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본인이 직접 나서겠다고 했거든요.
희재 : (E) 뭐하세요? 애들처럼...
유정진 : (성냥을 흩어뜨리며) 아... 이거?
주완 : 우리 환자 현황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었어.
희재 : 아... (진지하게) 그럼 탄 성냥은 중환잔가 보죠?
주완 : 그, 그렇지. 잘 아네.
희재 : (웃으며 가버리고) ...
주완 : 하여튼... 오교수님이 직접 나서만 주시면 야... 우리가 무조건 이기지. 무조건...
유정진 : (결의를 다지듯 끄덕이고)
S#26. 민원장실
유필상 : 만약 오교수가 나선다해도 우리가 이길 수 있어. 난 그 양반이 난공불락의 요새라고 생각지 않아.
이제껏 살아오면서 빈틈없는 인간을 단 한번도 못 봤거든. 누구나 아킬레스 건이란 게 있지...
준혁 : 그럼... 오 교수님의 아킬레스 건은 뭔가요?
유필상 : (피식) 궁금하지?
준혁과 민원장, 궁금한데...
유필상 : 외아들이 있어. 그 친구가 사업을 제법 크게 하다 휘청했나봐. 그래서 오교수가 퇴직금을 미리 받아서
쏟아 부었는데도 부족했는지 지금 부도 직전이란 소문이 들려. 뭐...이번 기회에 오교수의 자식 사랑을 확인해
보는 것도 나쁠 건 없지. 후후..
민원장 : (놀라는) 그런 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유필상 : 후후후... 뭐 그냥 고급정보를 물어다 주는 사람들이 좀 있죠.
준혁, 민원장, 감탄하는데...
그때 준혁에게 전화가 온다.
S#27. 민원장실 밖
원장실에서 나온 준혁, 급하게 나가는데...
나이롱 환자, 준혁의 앞을 가로 막는다.
환자 : 말 좀 물읍시다.
준혁 : ...?
환자 : 내가 말이요. 교통사고 가해자가 합의를 안 해줘서... 이 병원에 드러누웠는데...
준혁 : (짜증내며 가려는) ...
환자 : (잡고) 당신 보험 아냐?
준혁 : (뿌리치고 가면) ...
환자 : (뒤에 대고) 아니면서 왜 그렇게 뻔질나게 드나들어?
S#28. 병원 식당
건하, 민승, 동일 밥 먹고 있다.
건하와 민승 열심히 먹는데 동일, 깔짝댄다.
건하 : (동일에게) 밥 먹기 싫냐?
동일 : 잠을 못 잤더니 입맛이 없어서요..
민승 : 누군 입맛으로 먹냐? 수술할 때 힘 쓸라구 먹는 거지. 빠져가지구...
건하 : 너도 저랬을 때가 바로 엊그제였다.
민승 : 아...형은...
은혜, 식판을 들고 다른 쪽 테이블로 걸어가는데
동일, 보고 화색이 도는데 가지 못하고 건하와 민승의 눈치만 보고 있다.
건하 : (동일에게) 정 먹기 싫음 먼저 올라가 쉬고 있어.
동일 : 네 (잽싸게 식판 들고 간다)
동일, 식판 들고 은혜에게 가서는 신나게 먹는다.
건하와 민승, 어이없어 입에 밥 넣은 채 쩍 벌리고 본다.
S#29. 몽타쥬
-중환자실. 유미라, 동일, 민승 등 혼수상태의 여자 환자 침대를 옮기고 있다.
-수술장 복도. 자동문이 열리고 침대를 밀고 들어오고...
-수술장. 수술간호사가 상황판에 응급수술내용을 적는다.
-수술실. 간호사들이 응급수술을 준비하고 있는데, 환자 침대 들어온다.
건하 : (E) 26세. 여자 소아당뇨 환잔데... 췌장, 당연히 좋지 않았고, 얼마 전부터는 신부전이 와서
투석까지 하는 중이었습니다. 근데 갑작스럽게 약물에 의한 급성 간염으로 전격성 간부전에 빠져 실려왔습니다.
6개월 전부터 민간요법으로 친척이 사다준 허브차를 복용했다는데, 그게 간을 못 쓰게 만든 거 같습니다.
빌리루빈이 내원 당시 15였는데, 현재 25로 올랐고, 기면 상태에 빠진 상태라...
S#30. 외과 스테이션
준혁과 건하, 모니터로 CT 화면을 보고 있다.
곁에 미라, 챠트 들고 서 있고.
준혁 : 응급으로 간 제거해야겠네. (기막힌) 이거 간, 신장, 췌장, 다 이식해야 하는 환자잖아.
건하 : 생체이식은 힘들 거 같습니다. 가족이 다 이민 가고, 고모 한분 밖에 없다는데 혈액형이 다르고...
준혁 : 그럼 뇌사자 밖에 없네. 일단, 코노스(Konos)에 등록해 놔. 우린 일단 간 제거해 놓고 기다려 보자고.
3일 안에 뇌사 기증자가 나타나면, 다행이고... 아니면.. 하는 수 없잖아.
건하 : 네, 알겠습니다.
준혁 : 나타나기만 하면... 정말 만나기 힘든 수술인데...
건하 : 세 개의 장기를 그렇게 동시에 이식한 케이스가 현재까지 국내엔 없었죠?
준혁 : (끄덕이고) 외국의 경우도 못 본 거 같애.
건하 : (바라보는) ...
S#31. 도영의 연구실
도영, CT 필름과 챠트, 데이터 들을 펼쳐 놓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은혜, 한쪽에서 플라스크 들고 시약 흔들면서 힐끗 힐끗 보다 다가온다.
은혜 : 진주, 수술이 안 될 거라던데...어렵다고 들었어요.
도영 : 응... (한숨) 어린 애라 그런가...더 답답하네...
은혜 : 외과로 옮기면서 수술에 기대를 가졌을텐데 실망이 크겠네요. 이제 더 이상 방법도 없는데.
도영 : 하선생...
은혜 : 네?
도영 : 당장 시행할 수 있는 방법은 없더라도 단정 짓지는 말자. 연구하는 의사잖아, 우린. 그래줬음 좋겠다.
은혜 : (죄송한) 명심하겠습니다...
S#32. 병동 휴게실
최소한의 조명의 휴게실.
진주모 초조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데 도영, 따듯한 차를 뽑아 건네며 앉고는 말 없이 잔만 만지작하고...
진주모 눈치 보다...
진주 모 : 수술도 어려운가 보죠?
도영 : (놀라) 네?
진주 모 : 병원 생활이 얼만데요. 이 정도 눈치는 있어요.
선생님 괜히 오셨겠어요. 어려운 얘기 하러 오셨을 거라 생각했어요.
도영 : 죄송합니다. 좋은 소식 전하지 못해서...
진주 모 : (절망스런) 항암치료는 효과가 없었나요?
도영 : 진주의 간모세포종은 항암 요법에 잘 반응을 안하는 타입인 거 같습니다.
진주 모 : (울듯) 어떡해...그럼 이제 우리 진주 어떻게 해야 돼요?
도영 : 다행히 면역기능이 저하되지 않고 있으니까 좀 더 경과를 지켜보면서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진주 모 : 선생님께선 이렇게 애써주시는데 전 엄마가 돼서 아무것도 못해주고 있는 거 같애요...
도영 : (가만 보는)
S#33. 병실 입구
문 열린 병실 앞, 진주가 잠든 침상이 보이는 밖에서 도영과 진주 모 얘기 나누는.
진주 모 : 저 어린 게 병원에 있으면서 눈치만 늘어서 다 알아요. (글썽이는) 어젠 그러더라구요. 혼자 있을 수 있으니까
엄마 일주일에 한번만 오라구. 친구도 만나고 지방에 있는 아빠도 만나고 그러라고.
자긴 잘 있다고 얘기 해주라면서... (눈물 닦으며)
도영 : (그렁해지는. 진주를 안타깝게 본다)
진주 모 : 선생님...부탁드려요. 우리 진주...뭐든...어떻게든 치료해주세요. 선생님. 절대 포기 하지 말아주세요...
도영 : (가만보다) 전 지금까지 진주를 포기하겠단 생각 한 적 없습니다. 앞으로도 없을 거구요...
진주 모, 눈물 삼키며 감사하다는 뜻으로 연신 고개만 숙이며 인사하는데
도영, 그러지 말라는 듯 세우고 따듯하게 미소지어준다.
다른 한쪽 침상에 누워 얘기 듣고 있는 윤진.
INS) 병원 전경 (아침)
S#34. 중환자실
건하, 무세포 인공 간 보조장치(MARS)를 환자에게 연결하고 있다.
곁에 준혁과 챠트에 체크하고 있는 미라.
준혁 : 장치에 이상 생기지 않게 꼼꼼하게 연결해.
건하 : 예.
준혁 : (미라에게) 조금이라도 이상 있으면 바로 연락주고. 내 방에 있을테니까.
미라 : 네. 알겠습니다.
건하 : 교수님 식사하셔야죠. 밤 꼴딱 새셨는데...
준혁 : (시계보고) 그러네...
민승 : (허겁지겁 달려와) 장교수님... 떴습니다. 떴어요!
준혁 : (돌아보는) ....?
민승 : 서산 브랜치에 뇌사자 떴답니다.
준혁 : 그래? (화색이 도는) ...
S#35. 부원장 비서실
장기 코디, 홍보실장, 주완 등 이야기 하고 있는데,
준혁이 들어오고... 주완과 껄끄러운 시선이 마주친다.
뒤이어 용길이 들어오고....
용길 : 다들 오셨네요. 들어가시죠.
용길을 따라 들어가는데, 주완과 준혁 은근히 신경전이다.
S#36. 부원장실
용길, 주완, 장기코디, 홍보실장 등이 얘기 중이다.
장기코디 : 20대 남자 체육선생이라 장기가 대체로 양호할 거 같습니다.
여섯 명 정도에게 각각의 장기를 이식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용길 : 기증 서약 한 사람인가?
장기코디 : 아뇨. 지금 부모를 상대로 설득 중인데... 독실한 크리스찬 집안이라 가능성이 높은 모양이에요.
주완 : 그럼... 48시간 이내에 수술할 수 있게 스탠바이 해야겠군.
용길 : 그 환자, 꿈을 잘 꾼 모양이야.
준혁 : 네? 네에... (웃고)
용길 : 장교수 좋아할 줄 알았어. 라이브 써저리를 할 건데 괜찮겠지?
준혁 : 네, 좋습니다.
용길 : 국내 최초인만큼... 의학전문 기자들 스탠바이 시켜놓고,
홍보실장 : (메모하며) 일간지들과 공중파 섭외 해놓겠습니다.
용길 : 이과장님, 관련 전문가들도 참관할 수 있게 해주세요.
주완 : 네, 그러겠습니다.
용길 : 수술은 아무래도 장교수와 같이 하셔야죠?
주완 : 네? 아, 그래야겠죠. (하고 준혁을 보면)
준혁 : (자신만만) 네...
주완 : (껄끄럽고) ....
용길 : 이과장님 퇴임 전에 거의 마지막으로 호흡을 맞춰보는 수술일 거 같네요.
우리 병원에선 처음이지만, 국내에서는 처음이 아닌 만큼 시간단축에 신경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준혁 : 네, 자신 있습니다.
주완 : 흠흠... 시간 단축보단 수술을 제대로 하는 게 더 중요하죠.
용길 : 그야 이를 말입니까. 제대로 하면서 빨리도 하자 이 말이죠.
김선생은 수시로 상황 체크해서 만반의 준비를 할 수 있게 해주세요.
장기코디 : 네, 알겠습니다.
S#37. 부원장실 밖
주완, 준혁 나오고 있다.
준혁 : 노민국 교수도 부르는 게 어떻겠습니까?
주완 : (돌아보고) ...?
준혁 : 보기 드문 수술인데 참관 시키시죠.
주완 : (여유) 그러지 뭐. 자네 못지 않게 수술에 열정이 있는 친구니까.
준혁 : (자신감) 보여주고 싶습니다.
주완 : (비웃으며) 자신감이 너무 넘치는군.
준혁 : 전 수술할 때만큼은 자신감을 잃어본 적이 없습니다. 참, 시간을 단축하려면 과장님이 좀 빨리 하셔야 할 겁니다.
주완 : 지금 나하고 시합이라도 하자는 소린가?
준혁 : 함께 하는 수술인 만큼 호흡이 잘 맞았으면 해서요. (돌아서 간다)
주완, 열 받아 준혁을 노려보는데...
S#38. 호텔 면세점
수정, 용길 처와 쇼핑을 하고 나오고 있다.
수정 : 면세점 세일이 많지 않은데 딱 맞춰 잘 온 거 같죠?
용길 처 : 그러게 말야. 나 오늘 자기 VIP 카드 덕 톡톡히 봤네. 내일 입금시켜 줄게.
수정 : 무슨 말씀이세요. 일전에 저한테 핸드백 사주셨잖아요.
용길 처 : 사준 건 사준 거고... 빌린 건 빌린 거지. 우리 사이에 그런 건 분명히 해야지.
수정 : 그럼 저도 오늘 사드린 거예요.
용길 처 : 아이 참...이러면 안 되는데... (기분 좋은)
S#39. 달리는 차 안
주완 처, 운전하고 주완, 앞 자리, 윤진은 뒷 자리에 앉아있다.
윤진, 환자복에 외투를 걸친 상태...
세탁소에서 찾아온 듯 비닐로 싸인 정장이 뒷문 손잡이에 걸려있고
윤진, 옷을 가만히 보는데 주완 처, 룸미러로 보고는.
주완 처 : 너 병원 밥 잘 먹지도 못하는 거 같다고 기분 전환도 할 겸해서 아빠가 저녁 사 주신대.
여보, 비싼 거 먹어도 되죠?
주완 : 어...뭐 얼마든지.
주완 처 : 아휴, 얼마만에 외식이니. 좋은 시간 되겠다. 그치 윤진아? (표정 살피고)
윤진 : 근데 이 옷은 뭐야?
주완 처 : (당황) 어...그거...아니 이왕 나온 거 옷도 제대로 갖춰 입으면 더 좋잖니...분위기도 살고...안 그래요, 여보?
주완 : 그...그럼...
윤진, 달리는 차 안에서 꼼짝없이 당한 느낌이다...
S#40. 호텔 앞
관광버스에서 결혼식 하객들 내리고...
그 중에 소박하게 차려입은 준혁 모, 내리고 있다.
하객1 : 무슨 결혼식을 평일 저녁에 한 대.
하객2 : 이게 요즘 유행이래잖아. 또 주말엔 식장도 읎구...
준혁 모 : 여기서 9시에 출발이면... 한밤 중에나 도착하겠네...
하객1 : 저기 저...(준혁 모 툭 치며) 이 집 며느리 아냐?
승강장에 수정과 용길 처가 서 있다.
준혁 모 긴가민가하며 보는데 수정, 그런 준혁 모를 발견하고 놀라지만
얼른 모른 척 쪼그려 앉아 쇼핑백에서 뭘 찾는 시늉을 한다.
용길 처 : 뭐해?
수정 : 네, 아뇨...그게 어디 갔더라...
하객1 : (다가와) 맞지? 준혁이 색시...?
용길 처 : ...?
수정 : 네? (하며 일어서는데 언제 썼는지 선글라스를 끼고 있다)
하객2 : (수정의 어깨를 탁치며) 맞네! (준혁모에게) 형님 왜 거기 서 계셔?
준혁 모 : (다가오고)
수정 : (선글라스 벗으며 호들갑) 어머, 어머니! 여긴 웬 일이세요?
용길 처 : 어머니...?
수정 : 아, 회장님...저희 시어머님이세요. 어머 어떻게 이런 데서 다 만나죠? 하하하 (하고 용길 처를 보는)
용길 처, 뻘쭘하게 준혁 모에게 인사를 건네고...
준혁 모, 인사하고 느낀 듯 수정을 보는데...
S#41. 당직실
샤워를 한 듯 젖은 머리의 준혁, 침대에 걸터 앉아 전화 통화 중이다.
준혁 : 뭘 어떡해? 집으로 모셔야지.
수정 : (F) 회장님이랑 같이 있단 말이야.
준혁 : (기막힌, 참고) 사정 말씀 드리면 되지. 나도 지금 들어갈게.
수정 : (F) ... 알았어.
준혁 : (일어나고) ...
건하 : (잠에 덜깨 윗층 침대에서 내려보며) 안 주무세요? 내일 동시이식 하시려면 좀 쉬셔야 하잖아요.
준혁 : (옷 갈아입으며) 집에 일이 좀 있어서 잠깐 다녀와야 돼. 더 자지 그래?
건하 : (하품하며) 그래야죠. 거사를 치르려면...
준혁 : 거사...?
건하 : 교수님은 모르시기로 한 거니까 더 이상은 노코멘틉니다. (씩 웃는)
준혁 : (알고, 씩 웃는)
S#42. 호텔 레스토랑
노민국, 주완 가족들과 식사 중이다.
웨이터, 와인 가져와 마개를 따서 시음잔을 주완에게 건넨다.
주완, 맛 보고 좋다고 끄덕여주면 웨이터, 잔 마다 채워주는데
윤진, 손짓으로 거절한다.
노민국 : 술 못 하세요?
윤진 : 아뇨. 좋아... (하는데)
주완 처 : (당황해 윤진을 쿡 찌르며) 술은요...절 닮아서 체질상 술은 입에도 못 대요.
윤진아, 샐러드 좀 먹어봐. 신선해서 맛있다...
윤진 : (포크로 샐러드를 찍어 입어 억지로 넣는다)
노민국 : (티 나지 않게 슬쩍 미소)
주완 처 : 얘가 원래는 말도 잘 하고, 음식도 안 가리는 얜데...오늘은 좀 컨디션이 안 좋은가봐요.
윤진아, 노교수님 어색하시겠다말 좀 건네고 그래...
윤진 : 저... 선택진료제도 폐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노민국 : 네?
윤진 : 특진비 폐단을 없애자고 우리나라에서만 시행하는 제도예요... 환자가 의사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는
당연히 있는 건데, 거기에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건 병원의 수입보존을 위한 편법이라 생각하거든요.
주완 : (쓱 하며 윤진에게 눈짓을 준다)
노민국 : 아...그런 게 있어요? 전 몰랐습니다.
주완 처 : 넌 왜 모르시는 걸 묻고 그러니? 노교수님은 결혼 하셨어요?
노민국 : 아직...
주완 처 : 어휴... 빨리 하셔야겠다. 대학병원은 부인회 모임들도 많은데...안 사람들도 역할이 크거든요.
노민국 : 네... (하면서 윤진을 다시 보며) 좀 전에 하신 말씀이 의사를 선택해서 진료를 받으면,
추가 비용을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건가요?
윤진 : 간단히 요약하면요.
노민국 : (흥미로운) 그럼 좀 더 자세하게 들을 수 있을까요?
윤진, 벙찌고...
주완 부부는 흐뭇해 한다.
S#43. 준혁의 집
준혁 모, 처음 와 보는 듯 쑥 한번 훑어보고.
수정 : 앉으세요. 준혁씨 금방 들어온대요.
준혁 모 : (소파에 앉고) 나 때문에 그 회장님이란 분이랑 헤어져서 어쩌니...?
수정 : 그 분요... 이번에 오빠 과장되는 일에 힘 써주시는 분이예요.
준혁 모 : 고마운 분이구나...
수정 : 그럼요. 의사 부인회에서 파워도 장난 아니시거든요 (하는데, 준혁 들어온다) 오빠!
준혁 : 엄마...오실 거면 미리 연락하시죠. 결혼식 오셨다구요?
준혁 모 : 여주 아주머니 둘째. 바쁜 일 두고 온 거 아니니?
준혁 : 아녜요. 식사는 요? (수정에게) 자기야 뭐 준비 좀 해 (하는데)
준혁 모 : 잔칫집 다녀 온 사람이 굶었을까. (수정에게) 그만 둬라 아가. (일어선다) 난 일어서야겠다.
준혁 : (따라 일어나) 왜요? 며칠 계시다 가세요.
준혁 모 : 얼굴 봤음 됐지...
준혁 : 엄마...(하며 수정에게 눈치주는)
수정 : 저희 방 많아요. 어머니...
옷 매무새를 만지던 준혁 모, 어이 없이 보고.
준혁 역시 황당한. 수정 뭔지 모르는
S#44. 호텔 로비
노민국, 주완 가족을 배웅하고 있다.
노민국 : 컨디션이 많이 안 좋으신데 괜히 저 때문에 나오셨나봐요.
윤진 : 아, 아니에요.
노민국 : 오늘 윤진씨한테 들은 얘기 좋았습니다. 한국에 있으려면, 의료계 현실을 바로 알아야죠.
기회 된다면 다시 듣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윤진 : 네?
주완 처 : 괜찮다 뿐인가요. 얘가 원래 뭐든 배우는 걸 좋아해서 많이 알아요.
교수님 생활하시는데 여러모로 도움이 될 거예요. 그치 윤진아?
윤진 : (못 말려) 네...
저만치에서 건하와 민승, 걸어오다 그들을 발견하고 몸을 숨긴다.
노민국 : 그럼, 내일 병원에서 뵙겠습니다.
주완 : 그래요. 꼭 와서 자리를 빛내줘요.
노민국 : 알겠습니다. 윤진 씨, 담에 또 뵙겠습니다.
윤진 : (마지못해) 네...
주완 처 : 언제든 연락 주세요.
주완 일행, 대화하면서 지나가면...
황당한 표정의 건하와 민승이 모습을 드러낸다.
S#45. 엘리베이터
민국, 엘리베이터에 오르면 뒤따라 온 건하와 민승이 함께 탄다.
문이 닫히고, 민국 9층을 누르고, 돌아선다.
건하 : 노민국 선생님.
민국 : 누구...시죠?
건하 : 저는 명인 대학 일반외과 의국장 박건하라고 합니다.
민승 : 저는 임상강사 함민승입니다. 드릴 말씀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민국, 황당한데...
S#46. 달리는 주완의 차
주완 처, 운전하고 뒷자리에 주완과 윤진이 앉아있다.
주완 처 : 노민국 선생, 실제로 보니까 훨씬 미남이네.
주완 : 내가 보기엔 실력도 최고야.
주완 처 : 윤진아, 너무 괜찮지 않니? 너한테 반한 거 같드라.
윤진 : (대답 안 하고) ...
주완 처 : 그나저나... 낼 병원에 온다는데 우리랑 마주치면 안 되잖아요.
주완 : 안 되지.
주완 처 : 내일은 병실에 꼭꼭 숨어 있어야겠네. 호호호...
윤진 : (기가 막힌) 엄만 아까부터 뭐가 그렇게 좋아서 웃어?
주완 처 : 얘가... 야, 니가 지금은 그래도 나중엔 엄마 아빠, 너무 고맙습니다. 하고 넙죽 절하게 될 거다. 두고 봐.
윤진, 고개 돌려 밖을 바라보는데, 통증이 오는 듯하다.
S#47. 호텔 룸
건하와 민승 노민국에게 일방적으로 말하고 있다.
건하 : 저희 외과 의국에서는 노민국 교수님을 추천하려는 이주완 과장님께 항의서를 내고,
동창회와 연계해서 장준혁 교수님을 지지할 운동을 벌이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노민국 : (팔짱을 낀 채 동요없이 보고만 있다)
건하 : (시침 뚝 떼고) 아직 선출 위원회가 결성도 안 됐는데 이 정도니 차후에는 어떻게 될 지 짐작조차 안 됩니다.
그래서 일단 저희 둘이 의국을 대표해서 노교수님을 찾아뵙는 게 최선이라 생각했습니다.
민승 : 교수님께서도 훌륭한 분이지만, 저희들에겐 외과 과장으로 실력과 인격을 갖추신...장준혁 교수님 이외의 다른 분은
생각 할 수 없고, 누구도 장교수님을 차기 과장님으로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노민국 : (옅은 미소짓고) 그래서요?
건하 : (다급해진) 이렇게 까지 오게 된 이상 솔직히 말씀드리자면...장교수님께서 워낙 강직한 분이시라
이치에 맞지 않는 경우엔 소신을 굽히지 않으십니다. 설령 이주완 과장님이라해두요.
그런 점이 이 과장님께는 개인적인 야심을 달성하는데 방해가 될 거라 생각하셨을 겁니다.
노민국 : (가만보고) ...
민승 : 말하자면 노 교수님께서도 결국 이주완 과장님의 그럴 듯한 들러리 말에 지나지 않는다는...
건하 : (놀라, 얼른 툭 친다)
민승 : 아... 이건 실례했습니다.
노민국 : 지금까지 얘기로는 날 찾아온 이유를 잘 모르겠는데...?
건하 : (각오한 듯) 교수님께서 빠져주셔야겠습니다.
노민국 : (참는) 하고 싶은 말이 그거였습니까?
건하 : 네. 교수님께서 빠지시겠다는 말씀을 들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노민국 : 거기에 대답할 필요성을 못 느끼겠네요.
동시에 : 교수님...
노민국 : 아까부터 들은 두 사람의 말로 본다면 장준혁 교수가 과장이 된다는 것은 유력할테고... 반대로 내가 된다해도
그건 그 후에 문제가 아닐까 하는데요...
건하 : 그럼...후임 과장으로 선출 되도 사퇴하시겠단 말씀으로 들어도 되겠죠...?
노민국 : (버럭) 지금 뭐하자는 겁니까?! 내가 지금 얼마나 내 자신을 억제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이런 무례한 행동...더 참을 수가 없습니다. 그만 돌아들 가요. (벌떡 일어나 창 쪽으로)
건하, 민승, 서슬에 눌려 움찔한 채...
노민국 : (돌아보지 않고, 낮은 목소리로) 다시 말해야겠습니까?
건하 : 흠...실례 많았습니다. 그럼 교수님의 말씀에 기대를 걸고 가겠습니다.
(하고 민승에게 가자고 툭치며 후다닥 나가고)
민승, 역시 후다닥 나가고 나면.
그제야 화난 얼굴로 돌아보는 노민국.
S#48. 병원 앞
주완의 차에서 윤진, 주완 부부 내리는데...
도영 다가오며 인사한다.
주완 : 아, 최교수... (하는데, 핸드폰 온다) 잠깐만...
도영 : (윤진에게) 어디 다녀오시나봐요? 몸은 좀 어때요?
윤진 : (괜히 부끄럽고) ...괜찮아요...
주완 : (전화하며) ...네 오남기 교수님...하하하... 네? (기겁을 하곤, 구석으로 가는) 네, 네... 네. 네...
도영 : 아직 외출할 때는 아닌데...
주완 처 : 아버지가 의사예요. 다 나갈만하니까 나갔죠. (하는데)
주완 : (황급히 와서) 호텔로 좀 다시 가.
주완 처 : 왜요?
주완 : 그럴 일이 있어. 저, 최교수...우리 윤진이 좀 병실에 데려다 주지. (주완 처, 잡아끌며) 가지.
윤진 : (의아하고) ...
주완의 차 출발하고...
윤진, 바라보다 배에 통증을 느끼는데...
도영 : 괜찮아요?
윤진, 배를 움켜쥐고 주저앉는다.
S#49. 달리는 주완의 차
조수석에 앉은 초조한 주완...
오남기 : (F) 이런 식으로 아랫사람 관리가 안 되는 곳이란 걸 알았다면 노교수를 추천하는 일 따윈 없었을 겁니다.
아니 이제라도 없었던 일로 하면 되겠죠. 제가 차라리 그러라고 했습니다.
솔직히 지금으로선 선배님에 대한 신뢰마저 사라진 느낌입니다.
주완 : (식은 땀을 닦으며) 빨리 좀 갈 수 없어?
주완 처 : 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요?
주완 : (버럭) 빨리 가기나 해!
S#50. 톨게이트 근처
준혁, 운전 중이고...
준혁 : 그냥 주무시고 가시지 뭘... 하여튼 고집은...
준혁 모 : 니 고집은... 터미널에 내려 주면 될걸 뭐하러 이 밤에 먼 길을 가... 잠도 모자란 얼굴을 하구선...
준혁 : 얼마나 걸린다구...길 잘 뚫려서 금방이야. (가만 생각하다) ...자주 가지 못해서... 죄송해요.
준혁 모 : 놀며 안 와? 이일 저일 다 어떻게 챙겨...할 일이 태산인 사람이...
S#51. 응급실
도영, 윤진을 휠체어에 태워 들어오고 있다.
도영, 빈 칸막이 안으로 가서 윤진을 베드에 눕힌다.
도영 : (맥박을 짚으며) 상의를 올려보세요.
윤진 : (한 손으로 어색하고 올리고) ....
윤진, 쑥스러워 도영을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린다.
도영 : (환부를 누르며) 아파요?
윤진 : 약간....
도영 : (눌렀다가 금방 떼면) 이렇게 하면요?
윤진 : 아파요...
도영 : 뭐 먹었어요?
윤진 : 스프하고요. 샐러드 약간...
도영 : (끄덕이곤) 검사 몇 개 하고, 사진을 찍어봐야겠어요.
윤진 : (피식 웃는) ....
도영 : 왜요?
윤진 : 검사 많이 하기로 유명하시잖아요. 저 불안해하지 않아도 돼죠?
도영 : (미소) 제가 원래 자신이 좀 없어서요.
윤진 : 꼼꼼하신 거죠. 그런 모습... 보기 좋아요.
도영 : (웃는데) ...
윤진 : 그럼, 전 어떤 거예요?
도영 : 장 마비일 확률이 높아요.
윤진 : 그러면요?
도영 : 하루 정도 금식해야 해요. 수액하고 항생제를 추가 처방하고...
윤진 : 그럼, 딱 그거겠다.
도영 : 네?
윤진 : 딱 그거라구요. 장 마비. (웃고)
도영도 웃는데...
S#52. 호텔 앞
주완, 차에서 내려 황급히 안으로 들어간다.
주완 처, 내려서 주완의 뒷모습을 보는데...
S#53. 호텔 로비
주완, 빠른 걸음을 걷다가 갑자기 뛰고...
막 닫히려는 엘리베이터를 열리게 하면, 사람들이 가득 차 있다.
안에 있는 사람들 불쾌해하고...
주완, 미안해하면서도 그 안에 찡겨서 타는데...
S#54. 호텔 복도
주완, 호수를 찾아서 두리번거리며 온다.
방 앞에서 심호흡을 하며 잠시 망설이다 벨을 누른다.
노민국 : (E) 누구십니까?
주완 : 노민국 교수... 납니다. 이주완이예요.
S#55. 객실 룸
혼자 술 마시고 있었던 노민국, 일어나 문 앞으로 간다.
노민국 : 교수님... 죄송합니다만... 지금은 좀 혼자 있고 싶습니다.
주완 : (E) 노교수... 잠깐만 얘기 좀 해요. 잠깐만... 내가 사과할게요. 다 내 부덕의 소치에요.
노민국 : 아닙니다.
S#56. 호텔 복도
주완, 손잡이를 잡고 서 있다.
노민국 : (E) 이런 일에 익숙치가 않아서... 내일 전화 드리겠습니다.
주완 : 그러니까.. 그러니까... 얘기 좀 해요. 이 문 좀 열고... 내가 오죽했으면, 후임자를 바꾸려 했겠어요.
다 이런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거지... 차차 얘기하려고 했는데... 미안하게 됐어요. (안에서 반응이 없다)
무릎이라도 꿇고 사죄를 해야할 거 같네요. 무릎이라도 꿇어야 할 거 같아.
노민국 : (황급히 체인 푸는 소리가 들린다)
당황한 주완, 그제야 무릎 꿇는데 문이 왈칵 열리면서 주완의 머리와 부딪힌다.
주완, 머리를 감싸며 뒤로 주저앉고 노민국, 당황해서 일으킨다.
노민국 : 교수님! 어휴.. 이런... 죄송합니다.
주완 : (머리에 손대고 일어나며) 아, 괜찮아요. 괜찮아요. (하는데)
복도 끝에서 주완 처, 몸을 돌리며 벽에 기댄다. 충격을 받은 표정인데...
S#57. 객실 룸
주완, 노민국과 독대 중이다.
주완 :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아휴 정말...노교수 앞에 있기가 부끄럽네요. 정말 미안합니다.
노민국 : (단호한) 아닙니다. 과장님께서 사과하실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주완 : 내 직원들 잘못이 다 내 불찰이죠. 변명 같겠지만...의국원들이 아직 철이 없어서 비롯된 일이니
좀... 너그럽게 이해하고 넘겨줄 수 없겠어요? 나를 봐서라도...
노민국 : 절 어떻게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경우 없는 일은...처음 당한 일이라 쉽게 넘겨지진 않을 것 같습니다.
주완 : 무슨 말인지 알아요. 의학에만 정진해온 노교수인데... 보통 충격이었겠습니까...
노민국 : 어쨌든...이주완 교수님께서 왜 그렇게 후계자를 바꾸고 싶어하시는 지 알 거 같습니다.
주완 : (믿음으로) 그래요. 그래...사실 내 입으로 다 뱉기 뭐해서...그동안...(안경 벗고 손수건으로 눈가를 쓱 닦으며)
점잖은 노교수한테 이런 일까지 겪게 하면서 내 속을 보이게 될 줄이야...참 미안합니다.
노민국 : (안쓰럽게 보고)
주완 : 노교수 마음이 이 일로 달라지지 않길 바라는데...(한숨을 내쉬고) 염치없어 말도 못 꺼내겠고...(슬쩍 눈치보고)
노민국 : 아뇨. 오히려 과장님 입장을 더 이해하게 됐습니다. 그래서...(잠시 뜸들이고) 제 마음이 바뀌는 일은 없을 겁니다.
주완 : (두 손을 잡으며) 노민국 교수... 고마워요. 당신이라면 정말 이 이주완 외과를 믿고 맡길 수 있겠네요.
노민국 : 선배님께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해보겠습니다.
S#58. 응급실
도영, 검사결과를 가지고 윤진에게 가져온다.
윤진 : (선수치며) 장 마비. (도영 흉내내며) 아직은 죽만 먹어야는데, 샐러드 먹은 게 좋지 않았던 거 같네요.
수액 달고 하루 쯤 금식하고 경과를 좀 보죠.
도영 : (웃는) ...
윤진 : 칼 같이 맞췄죠? (넘겨짚고) 와, 나 의사 될 걸 그랬나?
도영 : 의사는 안 되겠는데요? 항생제를 빠뜨렸어요. (웃으며 나가고)
윤진 : (머리를 툭 툭 치며) 아휴, 이 오버...오버 좀 하지마라. 이 윤진...
S#59. 호텔 주차장
차에 오르는 주완.
주완 처, 애써 고개를 외면하고 있다.
주완 : 별 일 아니었어. 오남기 교수가 연락도 없이 갑자기 왔더라구.
주완 처 : (외면한 채) 그랬어요...
주완 : 음. 가지 이제.
주완 처 : (시동 걸지 못하고 핸들만 잡고 바들바들 떤다)
주완 : 당신 왜 그래? 응? 어디 아퍼? 여보... 좀 봐?
주완 처 : (그렁한 눈으로 보며) 지금까지 누구한테도 굽실거려본 일 없는 양반이 다 늦게 ...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주완 : (들킨 걸 알고) ...차에 있으라니까...
주완 처 : 이제와 그만 두랄 수도 없구...내가 속상해서 정말...
여보, 우리 이 싸움에서 꼭 이겨요. 장준혁, 그 자식 꼭 꺾어놔요...
주완 : (손수건만 건넨다) ...
주완 처 : (받고 눈물 찍어내며) 당신 잘 할거야. 나 당신 믿어요. (주완의 손 잡고) 힘내. 응? 알았죠?
주완, 처의 손을 툭툭 쳐주며 안심하라는 눈으로 고개 끄덕이곤 밖을 보며 긴 한숨.
S#60. 준혁 모의 집 앞
준혁의 차 와서 멈춰 선다.
준혁 모, 안전벨트 푼다. 준혁, 그대로 있고...
준혁 모 : 들어가 눈 좀 붙이다 가지...
준혁 : 병원 들어 가봐야 돼.
준혁 모 : 그럴 걸 여기까지 뭐하러...
준혁 : (바로) 괜찮아. 엄마나 얼른 들어가 쉬세요.
준혁 모 : 운전 조심히 해. 밤이라 그런가 차들 막 달리드라...(걱정스레 본다)
준혁 모, 내리려는데 준혁, 엄마 손 잡는다.
엄마, 놀란 얼굴로 돌아보고.
준혁 모 : 웬 안하던 짓이야?
준혁 : (창 너머로 어둔 집을 보고) 마음 맞는 분 있으시면 만나셔도 좋구 함께 사신다 해도 괜찮으니까 오래 사세요...
준혁 모 : 오래는...너 이만큼 된 거 본 것만도 고맙지.
준혁 : (곧은) 아니... 아직 남았어. 더 두고 봐 엄마... 꼭 이뤄 낼 테니까.
준혁 모 : (가만보다) 애태우면서 살지 마. 고생한 끝은 다 있는 거란다...
준혁 : (그렁해지는) 엄만 고생한 끝이 없는 거 같은데...
준혁 모 ; 너 하나로 차고 넘쳐...어여 가. (내리고)
준혁 모, 들어가며 뒷 손질로 가라하고 대문 안으로 들어가고.
준혁, 차 출발한다.
준혁, 가다 룸미러로 보면 다시 나와 가만히 보고 있는 엄마.
준혁, 뺨으로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린다...
S#61. 희재의 오피스텔 (아침)
희재, 양치질 하면서 문 열면 준혁이 서 있다.
준혁 : (들어오며) 한 시간만 자고 갈게.
준혁, 소파에 팍 엎어진다.
준혁: 깨울 때 블랙 커피 진하게... (엎어진 채 손을 휘저으며) 커튼 좀 쳐줘.
희재, 가벼운 한숨을 쉬곤 커튼을 쳐준다.
준혁, 얼굴에 드리운 햇빛이 사라지는가 싶더니...
커튼이 걷히며 준혁, 얼굴에 다시 햇볕이 내리쬐기 시작한다.
희재, 준혁을 흔들어 깨운다.
희재 : 자기야! 일어나. 1시간 지났어.
준혁 : (발작적으로 일어나 앉는) 아... (고개를 흔들며) 아... 잘 잤다.
희재 : (머그 잔을 내밀며) 거의 사약 수준이야. 죽지 않는다면 잠 깰 거야.
준혁, 눈 감은 채 웃으며 받아서 거의 원샷으로 마신다.
준혁 : 아... 정신이 좀 돌아오네. 칵테일 얼음 좀 있어?
희재 : ...?
S#62. 욕실
희재, 제빙 용기를 든 채 보고 있는 가운데...
준혁, 얼음을 쏟아 부은 세면기에 얼굴을 박고 있다.
희재 : 동상 걸리겠다.
준혁, 미동도 않고 있다가 세면기 잡은 손을 툭 떨군다.
희재, 놀라서 다가가는데...
준혁 : (얼굴 확 들며) 하...살 거 같다. (하곤 희재를 보며 씨익 웃고)
희재, 제빙 용기로 준혁의 등짝을 탁 때리는데...
INS) 병원 전경
S#63. 교수실 복도
주완, 교수실에서 나오면 준혁, 자기 교수실에서 나오고 있다.
준혁, 수술복에 가운을 걸친 차림이다.
주완 : 장교수!
준혁 : 네? (하고 다가오면)
주완 : 자네가 시켰나?
준혁 : 무슨...?
주완 : 어제 노민국 교수를 찾아가서 행패를 부린 놈들... 그 뒤에 자네가 있는 거 아니냔 말야?
준혁 : 아...아닙니다. 저도 방금 얘기 들었습니다. 요즘 의국이 어수선하니까...
애들 딴에는 옳은 일 해보겠다고 한 거 같은데...어쨌든 제가 경솔했다고 혼 좀 내줬습니다.
주완 : 자네가 뒤에서 조종한 게 아니라 이거지? 그건 조사해 보면 알겠지.
준혁 : 과장님, 이 일은 그냥 조용히 넘어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주완 : 왜? 진실이 밝혀질까 두려운 건가?
준혁 : (살짝 비꼬듯) 그런 게 아니라...어제 환자인 따님을 데리고 나가 노민국 교수를 만나게 하셨다는 소리가 있던데...
장 마비가 오는 것도 무릅쓰고 말입니다.
주완 : (흠짓) ...!
준혁 : 자칫 그런 일이 구설수에 오를까 좀 걱정이 되거든요.
주완 : 흠흠... (말 못하고)
준혁 : 그럼, 저는 장기 적출 다녀오겠습니다.
준혁, 웃으며 걸어오고,
그 뒤에 주완, 두고 보자는 얼굴인데...
S#64. 병원 응급실 앞
준혁, 앰뷸런스 앞 자리에 오르면...
건하, 민승, 동일, 등이 아이스박스를 싣고 뒤에 올라탄다.
앰뷸런스가 출발한다.
S#65. 달리는 앰뷸런스
뒤에선 모두들 자고 있고...
조수석의 준혁, 간과 신장 동시이식에 관한 것인 듯한 저널을 보고 있다.
S#66. 이주완 교수실
주완, 인공 혈관 수술 키트로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다.
노크 소리 들리고, 노민국이 들어온다.
주완 : (키트를 숨기며 일어나) 아, 왔어요?
노민국 : 네...
주완 : 식사 안 했으면, 같이 하죠.
노민국 : 이젠 말 놓으세요. 제가 20년도 넘는 학교 후밴데...
주완 : 하하...그럴까...
S#67. 원내 중식당
주완, 노민국과 점심을 먹고 있다.
노민국 : 관계자들을 많이 부르셨다면서요.
주완 : 어, 아무래도 국내 최초니까... 병원으로선 당연히 홍보를 해야겠지.
노민국 : (끄덕이고) 저는 간과 신장, 그리고 췌장과 신장. 이렇게 동시는 여러 번 해봤습니다.
주완 : 아... 그래?
노민국 : 그런데, 장기 셋을 동시 이식하는 건 하고 싶어도 케이스가 없어서 못했죠.
솔직히 부럽습니다. 외과의라면 누구나 도전해 보고 싶은 그런 수술 아닙니까.
주완 : 하하.. 뭘... (하다가 문득 어떤 생각이 스치고) 흠... 그럼... 어떻게들 했는지 술식 좀 들어볼까?
노민국 : 아, 왜 그러십니까? 잘 아시면서요.
주완 : 아냐, 리마인드 해보고 싶어서 그래. 말해 봐.
노민국 : 첫 환자는 말기 간경화에서 진행된 간암과 만성신부전증으로 앓던 프랑스인이었는데요.
주완, 흥미진진하게 들으면서 회심의 미소를 짓는데...
S#68. 지방 병원
앰뷸런스가 도착하고, 준혁 일행이 아이스박스를 들고 바쁘게 내린다.
다른 병원의 앰뷸런스가 도착하고 의사들이 내린다.
홍교수 : 장교수님!
준혁 : 아... 심장을 가지러 오셨나 봐요? (악수하고)
홍교수 : 네... 시간이 좀 애매해서 불안불안하네요. 간이야 24시간 여유가 있지만, 심장은 6시간 안쪽이니...
준혁 : 평일이라 안 막힐 겁니다. 자, 들어가시죠.
준혁 팀과 홍교수 팀이 들어가고...
S#69. 지방 병원 수술실
준혁 팀, 수술을 막하려고 하는 참이다.
홍교수팀, 주변에서 보고 있다.
준혁 : 묵념.
일동, 눈을 감고 묵념을 한다.
준혁 : 메스.
준혁, 건네주는 메스를 받고는 심호흡을 하고는 복부를 가르는데...
S#70. 중환자실 내 무균실
주완, 노민국과 마스크를 쓴 채 수술받을 환자를 보고 있다.
주완 : 그제부터 마스(MARS)에 의지하고 있어서 바이탈이 좋지 않아. 쉽지 않은 수술이 될 거야.
노민국 : (차트를 보며) 아무래도...
용길, 장기 코디와 함께 들어온다.
주완, 인사를 하고...
용길 : 이 환잔가요?
장기코디 : 네... 잠시 뒤에 이주완 과장님이 재개복해서 혈관을 박리하고, 서혜부를 열어서 바이오 펌프를 돌려 놓으면,
수술 준비는 끝납니다.
용길 : 흠... (하고 노민국을 보면)
주완 : 아, 인사 드려. 존스 홉킨스에서 오신 노민국 교숩니다.
용길 : (흠짓 놀라고) ...!
노민국 : 안녕하십니까? 오늘 참관하러 왔습니다.
용길 : 아, 예... 참관실 근처에 다과도 마련해 놨으니까 쉬엄쉬엄 보시기 바랍니다.
노민국 : 네, 감사합니다...
용길, 주완을 보면 주완, 괜히 시선을 피하고...
S#71. 다른 병원 수술실
동일, 수술실 벽에 설치된 인터폰에 귀를 대고 있다.
준혁, 수술을 하다 말고 쳐다보고 있다.
인터폰 : (F) 패티 체인지(Fatty Change) 20%입니다.
동일 : 지방간 정도가 20%랍니다.
준혁 : 이식 가능하다고, 전화해줘. 계속하지.
건하 : 전화해주고, 식염수 얼은 거 깨뜨려놔.
동일 : (인터폰에 귀를 댄 채) 저... 췌관 두부에
뮤시너스 이스트아데노마(Mucinous cyst-adenoma)로 의심되는 낭종이 있다는데요.
준혁 : 그래? .... 그러면, 두부를 제거하고 바디와 테일만 쓰지. 나머지 장기는 다 어베일러블 하지?
동일 : 네...
준혁, 전기 소작기와 메스를 들고 수술을 재개하고...
동일, 핸드폰으로 전화를 거는데...
S#72. 수술실 복도
간호사들, 환자 침대를 밀고 들어오고...
뒤에 주완, 핸드폰을 들으면서 노민국과 들어온다.
주완 : 지금 준비 수술 들어가면 시간이 맞을 거야. 그래.. 조심해서 와. (끊으면)
노민국 : 그럼, 전 참관실로 가겠습니다.
주완 : 아직은 예고편인데 뭘...
노민국 : 본편 전에 워밍업으로 보겠습니다. 수고하십시오.
주완, 참관실로 가는 노민국을 흐뭇한 시선을 본다.
S#73. 지방 병원 수술실
준혁, 다른 어시스트들과 수술을 하고 있는데...
건하와 민승이 들어온다.
준혁 : 식사 다했어?
건하 : 많이 불었더라구요.
준혁 : (웃으며) 그게 별미지. 자... 다 됐어. 동일아!
동일 : 네...
동일, 식염수 얼음을 깬 걸 담은 스테인레스 그릇을 들고 온다.
준혁, 적출한 간을 꺼내서 스테인레스 그릇에 놓는다.
건하 : 신장은 제가 적출하겠습니다. 식사하고 오십시오.
준혁 : (뒤로 물러서며) 그래, 수고 해줘. 염, 가자.
S#74. 휴게실
먹고난 중국음식 그릇으로 다소 지저분하다.
준혁과 동일, 팅팅 불은 자장면을 앞 앉는다.
준혁 : 자, 먹자.
젓가락으로 들어올리면 면 전체가 들어올려지고, 그것을 뜯어먹는 형국이다.
동일 : (황당한데) ...
준혁 : (뜯어먹으며) 맛있지?
동일 : 네?
준혁 : 죽은 사람은 못 먹는 거야. 감사하게 먹어. (씩씩하게 먹고)
동일 : 네... (하고 먹는)
S#75. 수술실
주완, 수술복 차림으로 들어서면...
간호사, CDP를 눌러 클래식을 튼다.
주완 : 음악 좋은데? 나만 좋은 건가?
간호사 : 아뇨. 저희도 좋습니다.
주완, 수술장갑을 끼고 참관실을 쳐다보면,
참관실에 노민국 혼자 앉아있는 게 보인다. 인사를 교환하는 주완.
주완 : (마취의에게) 시작해 볼까?
마취의, 고개 끄덕이고.
주완, 간호사에게 메스 건네 받는다.
S#76. 다른 병원 응급실 앞
준혁 일행, 아이스박스를 앰뷸런스에 싣고 올라탄다.
준혁, 조수석에 올라타면, 운전사 하품을 늘어지게 하곤 출발한다.
S#77. 달리는 앰뷸런스
뒤칸에서 제멋대로 널부러저 자고 있는 건하, 민승, 동일...
조수석에서 저널을 보며 졸던 준혁, 덜컹하는 바람에 깨면...
운전수가 졸면서 운전하고 있다.
화들짝 놀란 준혁, 핸들을 팍 잡는다.
준혁 : 이봐!
운전수 : (깨고) 아, 죄송합니다. (목을 좌우로 움직이며) 어제 밤새도록 출동이 뜨는 바람에... 한 숨도 못잤습니다.
준혁 : (어이없어 보고) ....
운전수, 창문을 열고, 음악을 튼다.
준혁, 불안해서 운전수를 보는데...
달리는 앰뷸런스...
운전수, 또 졸음 운전을 시작하려 하고 있다.
준혁 : (버럭) 세워!
운전수 : 네?
준혁 : 세워! 세우라니까!
S#78. 갓길 일각
앰뷸런스 멈추고,
준혁과 면목없어하며 운전수가 내리고 바꿔탄다.
준혁, 앰뷸런스를 출발시키고...
S#79. 수술실
주완, 수술을 하다가 몸이 뒤로 기우뚱하다 중심을 잡는다.
참관실의 노민국, 의아하고...
주완, 현기증인 듯 심호흡을 하곤 다시 수술에 임한다.
스탭들, 의아해 하는데...
주완, 포셉을 건네받다가 놓쳐서 떨어뜨린다.
간호사, 스탭들, 불안해 하는데...
노민국, 심상치 않은 표정이다...
주완 : 등에 물 좀...
간호사, 목덜미에 물을 짜준다.
주완, 정신을 차리고 다시 수술에 임하는데...
S#80. 달리는 앰뷸런스
준혁, 졸음을 쫒으며 운전을 하고 있다.
운전수, 조수석에서 세상 모르고 자고 있다.
S#81. 수술실
수술을 마친 주완, 클램프를 잡고 있다.
주완 : 클램프 빼도 될까?
기사 : (E) 네... 준비됐습니다.
주완, 클램프를 빼면 혈액관에 피가 바이오 펌프를 지나 다시 가슴쪽으로 돌아간다.
주완, 끄덕이면 주변에서 수고하셨습니다... 말하고...
주완, 땀을 닦으며 나가다가 발을 헛디딘 것처럼 주저앉는다.
수술 조수 : (부축하며) 과장님!
사람들, 놀라고...
참관실에서 노민국, 벌떡 일어나는데...
S#82. 수술방 휴게실
주완, 간호사와 의사들에게 둘러싸여 있는데... 용길이 들어온다.
용길 : 괜찮으십니까?
주완 : 네... (하다 다시 현기증) 으음... 내가 이러고 있음 안되는데...
용길 : 안정을 좀 취하셔야겠어요.
주완 : 장교수는 어디쯤 오고 있답니까...
용길 : 서울에 들어왔답니다.
주완 : 음...더 이상 환자를 둬선 안 되겠네요 (일어나려고 한다)
용길 : (만류하며) 과장님도 안 되세요. 지금 같아선. 뭐 다른 방법을 취해야겠습니다.
주완 : (고민이다) ...
용길 : 홍상일 교수가 하면 어떨까요?
주완 : (눈을 감고 고개를 젓는) 홍교수는...간이식 전과정을 못해 봤어요.
그리고 참관실에서 사람들이 보면... 필요 이상으로 긴장을 해서...
용길 : 그럼, 어떡하나... 브랜치에서 데려올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어쩔 수없이 장준혁 교수 혼자 해야겠군요.
주완 : 혼자선 못해요. 더구나 장기적출까지 하고 와서... (절래절래)
용길 : 아휴...장기가 부족한 적은 많지만, 의사가 없어서 걱정하게 될 줄이야...시간은 점점 가는데 참 큰일이네...
주완 : (고민하는 체하다...) 아! 그 방법이 있었네요.
용길 : 네?
주완 : 아까 보셨던 노민국 교수 말입니다. 외과의로는 누구 못지 않은 실력을 갖춘 의사잖습니까?
일이 잘 되려고 했는지 마침 저희 병원에 와 있네요...(더 환하게 웃는데...)
주변에 있던 사람들 동조하며 고개를 끄덕이는데...
용길, 당한 듯한 표정이다...
S#83. 응급실 앞
앰뷸런스가 멈추면, 뒷칸에 탔던 스탭들이 내린다.
건하, 운전석으로 와서 내리는 준혁에게 인사를 하다 놀라고..
건하, 조수석에서 내리는 운전기사를 보면...
운전기사, 머리를 긁적이고 있다.
준혁 팀, 아이스박스를 들고 뛰어 들어간다.
S#84. 수술방 휴게실
노민국이 와서 대화 중이다.
노민국 : 병원 룰이 있을 텐데... 제가 해도 되겠습니까?
주완 : 너무 갑작스런 부탁이라... 미안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부탁합니다. 이미 동시이식의 경험도 있으시잖아요.
사람들, 끄덕이고...
용길 : (포기한듯) 이과장님이 적극 추천하셨고...저도 이견이 없습니다. 가능하시겠습니까?
노민국 : 네... 그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주완 : 노교수, 이거 정말...고맙습니다. 참 다행이네요 부원장님...
용길 : 이과장님께서 인복이 있으시네요.
주완, 뜨끔하지만 애써 웃고,
용길, 입만 미소 지어보이는데...
S#85. 참관실
초청된 의사, 전문기자 등등 입장하는데, 유필상이 들어온다.
유필상, 용길을 찾아 그 옆 자리에 앉는다.
용길 : 웬 일이야?
유필상 : 어? 의사회 차원에서 이런 수술을 놓칠 수야 없지 않겠어? 준혁이가 한 껀 보여주는 날 아냐? 후후...
용길 : (갸웃거리며) 글쎄...
유필상 : ...?
용길 : 이과장이 반격을 시도한 거 같은데...
유필상 : 응?
용길 : 곧 보게 될 거야.
S#86. 수술장
솔질을 해가면서 손을 씻고 있는 준혁과 스탭들...
준혁 : 쓰러졌다고? (옅은 냉소를 짓고) 이제 날 피하는군. 그럼, 누가하지?
건하 : 아마 홍상일 교수님이 대신 하겠죠.
준혁 : (좀 불안하다) 어쩔 수 없지 뭐. 내가 잘 리드해주면, 괜찮을 거야.
건하 : 그렇겠죠? 제게도 기회를 주시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준혁 : (끄덕이고) 노민국 선생은 참관실에 이미 들어와 있겠지? 이과장님과 나란히 앉아서 보면 되겠네. 후후..
건하 : 그렇겠죠.
S#87. 수술실
준혁, 수술실로 들어오면 수술간호사가 옷을 입혀준다.
준혁, 참관실을 여유로운 미소로 바라보고 노민국을 찾는다.
건하 : (귀속말로) 없는데요.
준혁 : (웃는) 없음 말고.
S#88. 참관실
용길, 토크박스 스위치를 누르고 말한다.
이주완, 조심조심 들어와 뒤자리에 앉는다. 괜찮다는 미소를 지어보이고...
용길 : 장교수... 이과장님 얘기는 대충 들었지? 그래서 다른 분과 호흡을 맞춰줘야겠어.
아마 자네도 이름은 들어서 알고 있지 싶은데 말이야...
S#89. 수술실
준혁 : 누구십니까? 홍상일 교순가요?
수술실 문이 열리고... 노민국이 들어온다.
준혁, 고개를 돌리다 놀라는...
우용길 : (F) 노민국 교수와 해주길 바라네.
건하, 민승, 놀라서 쳐다보고...
노민국 : (인사하고) 잘 부탁 드립니다.
준혁과 노민국, 둘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히는데...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