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문화예술계의 뜨거운 감자는 ‘전통’ 이었다. 2006년 상반기가 영화 ‘왕의 남자’와 드라마 ‘궁’의 성공으로 ‘전통’이라는 소재의 잠재력을 새로이 인식하게 했다면, 2006년 하반기는 계속되는 ‘전통’의 여세를 몰아 그 카테고리 안에서 ‘기생’이라는 새로운 문화키워드를 발견해 냈다.
이 새로운 문화키워드 ‘기생’의 탄생은 출판 분야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김별아의 <미실>, 전경린의 <황진이>, 문화영의 <황진이, 선악과를 말하다>, 이현수의 <신기생뎐>등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출판계에서 분 기생열풍이 스크린과 TV 드라마로 이어져 2006년 하반기 하지원 주연, KBS드라마 <황진이>가 제작되어 황진이에 대한 새로운 인식와 다양한 이슈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러한 기생 열풍은 내년까지 이어져 2007년 상반기 송혜교 주연, 씨네 2000의 영화 <황진이>, MBC 드라마 김희선 주연의 <조선해어화사> , 오퍼스 101의 <논개>등이 제작된다. 기생열풍은 공연계로도 이어지고 있다. 올 해 초 기생은 아니지만 한국의 팜므파탈이라 일컬어지는 <미실>이 극단 여행자에 의해 소설을 원작으로 공연화 되었고 스탠딩컴퍼니의 뮤지컬 <황진이>는 지난 25일 마침표를 찍었으며, 김동화 작가의 만화 <기생이야기>가 공연기획사 쇼틱에 의해 뮤지컬로 현재 제작 중에 있다.
새로운 문화키워드 ‘기생’은 문화예술계의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우리에게 위와 같은 다양한 시청각적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기생’ 의 감추어진 어떤 매력이 우리로 하여금 ‘기생’을 외칠 수 밖에 없게 하는가?
그 해답은 '기생'이 라는 직업 내지 신분이 갖고 있는 '다양한 기능성', '기생의 이율 배반적인 성격'에서 찾을 수 있다. 본래 ‘기생’은 춤, 노래, 풍류로 주연(酒宴)석이나 유흥장에서 흥을 돋우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관기, 민기, 약방기생, 상방기생 등 예기(藝妓)를 총칭하는 것으로 정의 되나 실질적으로 '기생'은 국가 공식 행사에 참가하는 예인 집단, 음주가무가 동반되는 각종 사교 모임의 중개자, 가족제도 밖에서 향유되는 섹슈얼리티의 공급자 등 매우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또한 '기생'은 국가소유물의 비천한 여성들인 관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국가 행사에 참여하거나 지방 관아의 공식 행사에 참여하고 주로 사대부 남성들의 유희 공간에 동원됨으로써 상류층 유교문화에 깊숙이 관여하는 '귀족의 머리에 천민한 몸'의 이율 배반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특수성이 내제해 있는 '기생'은 매력적인 소재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 ‘기생'이라는 소재는 제대로 인식하고 전해야하는 소재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1900년대 일제 강점기, 일본식 성문화가 유입되면서 기생의 다양한 기능성에도 불구하고 '기생단속령', '창기단속령', '권번', '공창'등의 제도에 의해 기생은 기생이 자산으로 지닌 기예로부터 분화되어 섹슈얼리티를 상품으로 활용하려는 유흥과 성 산업에 편입된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문화의 맥을 이어가던 기생이라는 존재는 사라지고, 권력에 의해 잘못 쓰여진 역사적 사료와 미디어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기생 = 娼(창) , 요정 이라는 공식을 남겼다. ‘기생’ 의 순기능은 사라지고 ‘기생’의 역기능만이 부각되어 잘못된 편견과 선입견으로 ‘기생을 바라보게 했다.
막대한 자본과 톱스타만을 내세워 ‘기생’을 자본주의 논리 안에서 또 한번 상품화 하여 그녀들의 ‘몸’ 만 남기는 것이 아닌, 잘못된 인식 속에 그릇되게 투영되고 있는 ‘기생’의 실체를 이야기 하는 것이야말로 ‘기생’을 소재로 하는 문화콘텐츠를 만드는 주체자들이 바르게 인식해야 할 부분이다. 더불어 ‘기생’은 특정 직업이나 신분을 넘어선 한국 전통예술을 계승하고 있는 예인이며 당대의 사회상과 맞물려서 발생하는 한국의 문화사회적 코드 임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과거가 만들어 논 틀 안에서 답습되는 또 한 번의 ‘재연’을 넘어 새롭게 바르게 표현하는 ‘재현’ 이 될 때, 과거의 그녀들은 오늘날 우리의 가슴속에 조용히 피어 자기 생에 처음으로 주어지는 아름다운 휴식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